2012년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의 길
4개 지역본부 간부들에게 듣는다
민주노총은 2012년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1-10-100 정치총파업을 결의했다. 한번에 10개의 노동개혁법안을 총선 이후 100일 내에 쟁취한다는 것이다. 10개의 법안은 다음과 같다. ▲파견법 폐지 ▲노동시간 단축·일자리창출 특별법 제정 ▲근로기준법 개정(일방적 정리해고 금지,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차별철폐·정규직화 권리 보장)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산별교섭 제도화, 노동탄압 금지, 복수노조·타임오프 재개정, 비정규직 노동3권 보장) ▲기간제법 개정(기간제 남용 규제 및 차별처우 시정) ▲최저임금법 개정(최저임금 현실화) ▲고용보험법 개정(고용안정망 강화) ▲공정거래법 개정(재벌규제 강화) ▲정치자금법 개정(교사/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 ▲공공기관운영법 개정(공공성과 민주성 강화).
이를 쟁취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6월 말 7월 초에 경고파업을 하고 8월 말에 정치총파업을 한다는 구상이다. 10대 개혁입법안은 민주노총 소속 각 연맹의 요구와 민중적 요구를 수렴하여 정리한 것이다. 특히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민주노조 자체를 지켜내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2년 실질적 총파업투쟁을 조직해서 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노조운동의 존립 자체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절실함이 현장에서부터 표출되고 있다. 즉 총파업 투쟁의 근거는 충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정치총파업의 최대 전제는 여소야대 국회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즉 노동에 우호적인 정치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정치권을 압박하여 개혁과제를 쟁취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했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의석수는 민주노총의 기대 이하였다. 지난 몇 년간 총파업 투쟁이 없었기 때문에 두 번의 파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인데 그 대전제인 총선 승리마저 어그러졌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총파업 계획을 실질화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사회운동』에서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 준비상황을 진단하고 현 상황에서의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지난 4월 13일부터 18일까지 4개 지역본부 임원들을 인터뷰했다. 정영섭 노동위원장과 정지영 사무처장이 인터뷰를 진행했고, 충북지역본부 김용직 사무처장, 충남지역본부 최만정 본부장, 전북지역본부 이창석 사무처장, 대구지역본부 이재식 수석부본부장과 김희정 사무처장이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이 글은 그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총선승리를 전제로 한 총파업 계획의 문제
우선 첫 번째 질문은 현재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의 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충북지역본부 김용직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에서 총파업 투쟁을 계획할 때 기본적인 전제가 총선승리로 야권이 다수를 점하는 것이었고 이 힘으로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안이한 정세파악”이었다고 보았다. 그러다보니 총선시기에 파업투쟁 조직보다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연대 선거운동이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구지역본부 이재식 수석부본부장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노총 총파업 계획은 “총선에서 이긴다는 전제 하에 계획된 것이었고 이기지 못한다는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1-10-100을 두고 투쟁방향을 제시하거나 현장을 조직하지 않았고 그저 하나의 구호처럼” 얘기가 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재식 부본부장은 “파업을 결의했으면 현장을 다니며 분위기를 띄우고 일궈야 되는데 그건 잘 안하고 선거만 한 것”이라며 “설사 야당이 이긴다 하더라도 1-10-100이 쉬운 건가? 민주당이 노동법개악 해놓은 건데 쉽겠느냐”며 선거운동 매몰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충남지역본부 최만정 본부장 역시 파업의 상이 여소야대를 전제로 기획된 것이어서 본인 스스로도 여러 가지 문제제기를 했다고 전했다. “96-97년 노동법개정 총파업투쟁 당시에는 날치기된 노동악법을 원상회복하라는 요구와 그것이 될 때까지 기간을 설정했는데, 이렇듯 목표와 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개의 입법이 만약에 두 개는 되고 나머지는 안 되면 파업을 할거냐 말거냐, 기간도 8월 말부터 언제까지 할거냐” 등의 문제가 있다며 애초 1-10-100의 상에 대한 수정이 필수적이었다고 했다.
결국 야권의 총선승리를 전제로 한 민주노총의 총파업 계획은 애초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야권의 총선승리 → 유리한 정치환경 창출 → 총파업+대국회사업 → 법안 제·개정이라는 계획을 세우다보니 3-4월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야권이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 야권연대에 힘을 싣는 것이고 여기에 조합원을 동원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내외부의 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집행부는 야권 선거운동에 집중했다. 그리하여 이 시기에는 총파업 조직화 사업이 사실상 실종되었다.
게다가 선거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1-10-100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민주노총 집행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최근에 계획을 수정했다. 《노동과 세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노동관련법에 대한 공세적 입법투쟁’에 있어 국면전환을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4월 1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총파업 요구와 과제를 ‘1-10-100’에서 ‘세상을 바꾸는 노동기본권쟁취 총파업투쟁’으로 전환, 10대 과제 쟁취를 위한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금지, 노동법 전면재개정 총파업투쟁”으로 확정했다. 즉 총선 패배 이후, 10대 요구를 3개 요구로 축약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야권연대에 기반을 둔 입법정책 공조는 확대한다는 기조다.
6월 말 7월 초 파업이 중심
두 번째는 민주노총이 두 번의 파업을 상정하고 있는데 그 동력을 어떻게 모아내고 이어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6월 말 경고파업과 8월 말 총파업이라는 두 번에 걸친 파업에 대해, 전북지역본부 이창석 사무처장은 현실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실질적인 동력을 가지고 파업을 해야지 재파업을 한다는 것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노총이 진정성을 가지고 6월 말 7월 초에 산별연맹과의 긴밀한 협조 속에 파업을 해서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관철”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8월 말 총파업보다는 6월 말 7월 초에 집중적으로 파업대오를 확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창석 사무처장은 단순한 파업 참가자 수에 신경쓰지 말자고 했다. “현대차 4만, 기아차 2만 등 몇 군데 합치면 20만 파업이 되지만 힘없는 파업이 된다. 그러나 구석구석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면 실질적 총파업이 된다. 자동차 부품사들을 다 쫓아다니면서 설득해야 한다.” 총연맹이 현장과 지역을 순회하면서 파업의 명분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최만정 본부장은 “금속이 7월에 파업이 끝나면 8월에 다시 파업을 얼마나 할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하고 “8월 말 총파업은 정치적 파업인 것이지 생산을 전부 멈추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6월 말 7월 초에 각 산별연맹별로 자기 동력으로 파업을 하면서 철도 민영화 반대, 영리병원 반대 등 각각의 이슈를 걸고 사회 전반적인 이슈 파이팅으로 나가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고, 그 과정에 8월 파업을 조직해서 8월 말에는 일주일이면 일주일 기간을 정해놓고 정치총파업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11월에 “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다시 힘을 모아서 투쟁을 벌이자”고 했다. 역시 6말 7초의 파업투쟁이 힘있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투쟁역량의 결집
세 번째 질문은 총파업 조직화를 위한 조합원들과의 소통, 지역본부 차원의 준비에 대한 것이었다. 전북지역본부 이창석 사무처장은 현장 조합원들이 ‘이번에는 파업을 해야한다’는 정서가 있다고 한다. “자기 사업장에서 복수노조나 타임오프 문제로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금속 단위에서는 중간 간부들이 이번에 총연맹이 실질적인 파업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총연맹이 할 일은 현장 지도부들이 파업지도부가 되도록 조직하는 것인데, 올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정세적 절박성 즉 심각한 경제상황, 임금, 단협 등이 실질적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을 현장지도부에게 각인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북본부는 4월 총선 시기에 열흘간 총파업을 위한 농성을 했고 그 이후 집회도 서너 차례 진행하면서 아래로부터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 집회에 600여 명이 모이는 등 동력이 있다고 한다. “2차 시기를 노동절까지로 보고 조직화를 하고 있다. 3차 시기는 5-6월로 전체 현장 간담회나 파업관련 각종 교육을 6주간 배치할 예정이다. 전체 교육이 6월 초까지 계획되어 있고, 마지막 교육이 ‘파업학교’이다.” 그는 “정규직 사업장들이 이러한 교육과 동시에 사업장 내 파업절차를 밟아가고, 비정규직 사업장은 민주노총 중앙 차원에서 제기할 파견법, 기간제법 문제를 중심으로 투쟁한다면 6월 말 7월 초 파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충북지역본부 김용직 사무처장도 절박한 현장 상황을 토로하며 ‘초토화’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전임자 임금문제와 복수노조 문제로 인해 현장의 분위기는 움츠러들어 있다. 지역의 핵심 투쟁역량을 가진 사업장이라 할 유성기업이나 보쉬전장 모두 복수노조의 폐해가 심각하다. 그래도 총파업 투쟁본부를 구성해서 모이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조직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복수노조 첫해에 과반수 놓치면 다 죽는다’고 강조하며 교육을 하고 순회를 한 결과 일단 간부들은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수년 전부터 얘기되었지만 우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결국 이렇게 왔는데, 하여튼 열심히 박아야 한다. 뛰어다니고 현장에서 구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구지역본부 김희정 사무처장은 특히 현장의 여러 문제들과 결합하여 총파업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지역본부는 최저임금, 경제위기 책임전가 분쇄, 노조탄압 분쇄, 임금인상, 현장통제 분쇄, 한미 FTA폐기 등의 기조로 지역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다. 그는 “올해는 무조건 총파업을 한다는 계획”이라며 선전물 배포와 간담회 조직, 5월 확대간부 수련회, 6월 임시대의원대회 등의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무너져버린 현장을 복구하는 길이 총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이며 지역공동투쟁을 복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충남지역의 경우 시군단위별로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시군위원회’를 건설하는 것을 유력한 조직화 방안으로 삼고 있다. 이전에 한미 FTA 반대 촛불시위를 조직하며 시군위원회를 꾸준히 조직한 결과 13개 시군 가운데 벌써 반 이상에서 위원회가 건설되었다고 한다. 최만정 본부장은 “충남에 13개 시군이 있고 국회의원이 10명이 있다. 일주일 동안 아무리 힘이 작은 시군이라도 국회의원 사무실 점거하고 집회하고 도청에 몰려가고 촛불도 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투쟁을 확산시키고 정부와 자본을 압박하며 투쟁동력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또한 “복수노조 문제는 무조건 대응”해야 한다며, “공무원이나 전교조 빼면 모든 노동자가 영향을 받고 있고, 제조업 영역에 있는 노조들은 이런 식으로 가면 앞으로 3-4년 내에 사업주 중심의 흐름이 생길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우려했다. 충남에서는 지역운동 역량을 모아내기 위해 노조와 정치단체 활동가를 포괄해서 월 1회 ‘정치토론회’도 개최하고 있다. 매번 스무 명 이상이 모여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고, 현재까지 시군위원회 조직화, 정치방침, 집회문화 개선 등을 토론했으며 차기에는 총파업의 상과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역에서 활동가들 의견 모아내고 이런 것이 시군단위로 대중조직들에도 전파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별로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히 복수노조와 타임오프를 활용한 노조탄압, 노조말살 정책의 문제, 그로 인한 투쟁사업장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편, 총선을 거치면서 정치방침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해 대의원대회가 제대로 성사되지 않고 그 후유증이 남아 있어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역량이 집결되지 않는 곳도 일부 있다. 총파업 투쟁에 힘을 모으는데 총선이 갈등적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지역에서 파업을 조직하는 것이 지역본부 집행부 역량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내 모든 간부, 활동가들의 조직력을 발동해야 하는 문제라고 할 때 이는 시급히 극복해야할 것이다. 조합원 교육, 대중 선전, 간부 조직화, 수련회, 현장순회, 집회 투쟁 등 파업조직화를 위한 다양한 계기를 배치하면서 역량을 모아야할 때이다.
민주노조 파괴의 도미노를 멈추자
네 번째 질문은 올해 지역본부 차원의 핵심 투쟁계획과 목표에 관한 것이었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전북본부는 2012년을 기업친화적 지역사회가 진보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산재없는 도시를 만들자, 저소득층 의료보호를 강화하자, 비정규직 양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등의 요구안을 제출해서 그에 따른 투쟁을 9월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11월 대선 직전에는 민중연대의 힘을 모아 전북 민중대회를 힘있게 성사시켜 대선투쟁으로 가고자 한다”고 했다. 전북에서는 2010년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총파업을 성사시켰는데, 처음에는 그게 되겠냐며 문제제기를 받기도 했지만 한 달 정도 조직화사업을 하자 현장활동가들이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하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현장에서 만들어졌고 투쟁사업장들에게 힘을 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지역총파업 조직을 하면서 서로 믿게 되었고 지역본부의 위상도 높아졌다.
충북지역 김용직 사무처장은 민주노조 파괴의 도미노를 멈추는 것이 가장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이자 목표라고 했다. 지역의 대표적인 사업장들이 복수노조를 동원한 노조탄압을 극심하게 받고 있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이다. 그는 “청주공단에서 하이닉스 비정규직 투쟁이 패배하면서 그 뒤로는 조직화가 안 된다. 청주공단에 교두보를 세우는게 중요한 사업이다. 또한 새롭게 생긴 오창공단에도 대다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다. 공공, 금속과 별도로 대책본부를 꾸려서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지역본부 김희정 사무처장은 핵심계획은 “당연히 총파업 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이라며 “이런 투쟁을 통해서 지역 공동연대투쟁의 기풍을 회복”하고 “민주노총 중심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말한다.
각 지역본부가 총파업 투쟁을 성사시켜 노조 파괴를 막아내고 연대투쟁의 기풍을 복원하며 나아가 지역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노조운동이 탄압을 극복하고 반격의 돌파구를 만드는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이다.
민주노조운동의 단결을 실현하자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의 조직력, 투쟁력 복원과 투쟁전선 복구를 위해 민주노총 내 제 세력과 간부, 활동가들의 과제를 물었다. 최만정 본부장은 “대중조직이 앞장서서 제 세력들을 불러서 발언도 듣고 설명도 하고 타협도 하면서 가야한다”고 했다. “느리게 가는게 좀 더 빨리 갈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의견을 듣고, 단체들은 꼬집듯이 활동하지 말자”고 했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투쟁사업장들에게 먼저 성실해지고 그 투쟁들을 확장하려고 노력할 때 지역 투쟁이 활성화되고 전선이 구축될 수 있다”고 했다. 각각의 지역본부와 총연맹이 투쟁사업장 문제로 투쟁을 기획하지 않는다면 사실 총파업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용직 사무처장은 “총연맹에서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자기 의지를 실제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철도 파업의 성사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정파를 뛰어넘기 위해서 총연맹 위원장부터 자신감 있게 한 번 몰아붙이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식 부본부장은 약해진 연대투쟁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과거 철도파업 당시 멀리서 금속깃발 등이 연대하러 오는 것을 보고 연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는 경험도 덧붙였다. 김희정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이 민주노총다워야 한다며, 정치세력화보다는 1,700만 노동자들의 희망을 대변하며 이를 만들기 위해 현장통제나 노동탄압 분쇄, 임금인상 등 현장과 더욱 밀착된 사업을 펼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제들은 투쟁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의 단결을 실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총파업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조합원들, 투쟁하는 사업장의 동지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총선 이후 대선까지의 시기에 선거논리가 아니라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총노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15만, 철도노조 2만 2천, 화물연대 1만 2천, 건설노조 2만, 보건의료노조 3만 8천 등 총 28만 명이 총파업에 돌입하고, 6월 29일 3만 명 상경 집회(1일 경고파업), 7월 지역별 거점농성, 8월 28일 무기한 총파업 돌입, 8월 31일 10만 명 상경 투쟁을 조직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앞서 보았듯이 지역과 노조 현장은 정권과 자본의 온갖 탄압에 노출되어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것마저 쉽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더욱이 스물두 명 째 죽음 이후 투쟁의 파고를 높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몇 달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언론노동자들, KTX 민영화를 막아내기 위해 파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철도노동자들, 생존권의 벼랑에 내몰려 있는 화물노동자들과 건설노동자, 수백일 수천일째 싸우고 있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 등 전 사회적인 투쟁전선을 쳐야 승리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모든 지역과 산별에서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고 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민주노총의 길, 노동자의 길을 실질적으로 보여줄 때다.
이를 쟁취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6월 말 7월 초에 경고파업을 하고 8월 말에 정치총파업을 한다는 구상이다. 10대 개혁입법안은 민주노총 소속 각 연맹의 요구와 민중적 요구를 수렴하여 정리한 것이다. 특히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민주노조 자체를 지켜내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2년 실질적 총파업투쟁을 조직해서 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노조운동의 존립 자체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절실함이 현장에서부터 표출되고 있다. 즉 총파업 투쟁의 근거는 충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정치총파업의 최대 전제는 여소야대 국회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즉 노동에 우호적인 정치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정치권을 압박하여 개혁과제를 쟁취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했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의석수는 민주노총의 기대 이하였다. 지난 몇 년간 총파업 투쟁이 없었기 때문에 두 번의 파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인데 그 대전제인 총선 승리마저 어그러졌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총파업 계획을 실질화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사회운동』에서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 준비상황을 진단하고 현 상황에서의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지난 4월 13일부터 18일까지 4개 지역본부 임원들을 인터뷰했다. 정영섭 노동위원장과 정지영 사무처장이 인터뷰를 진행했고, 충북지역본부 김용직 사무처장, 충남지역본부 최만정 본부장, 전북지역본부 이창석 사무처장, 대구지역본부 이재식 수석부본부장과 김희정 사무처장이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이 글은 그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총선승리를 전제로 한 총파업 계획의 문제
우선 첫 번째 질문은 현재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의 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충북지역본부 김용직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에서 총파업 투쟁을 계획할 때 기본적인 전제가 총선승리로 야권이 다수를 점하는 것이었고 이 힘으로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안이한 정세파악”이었다고 보았다. 그러다보니 총선시기에 파업투쟁 조직보다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연대 선거운동이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구지역본부 이재식 수석부본부장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노총 총파업 계획은 “총선에서 이긴다는 전제 하에 계획된 것이었고 이기지 못한다는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1-10-100을 두고 투쟁방향을 제시하거나 현장을 조직하지 않았고 그저 하나의 구호처럼” 얘기가 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재식 부본부장은 “파업을 결의했으면 현장을 다니며 분위기를 띄우고 일궈야 되는데 그건 잘 안하고 선거만 한 것”이라며 “설사 야당이 이긴다 하더라도 1-10-100이 쉬운 건가? 민주당이 노동법개악 해놓은 건데 쉽겠느냐”며 선거운동 매몰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충남지역본부 최만정 본부장 역시 파업의 상이 여소야대를 전제로 기획된 것이어서 본인 스스로도 여러 가지 문제제기를 했다고 전했다. “96-97년 노동법개정 총파업투쟁 당시에는 날치기된 노동악법을 원상회복하라는 요구와 그것이 될 때까지 기간을 설정했는데, 이렇듯 목표와 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개의 입법이 만약에 두 개는 되고 나머지는 안 되면 파업을 할거냐 말거냐, 기간도 8월 말부터 언제까지 할거냐” 등의 문제가 있다며 애초 1-10-100의 상에 대한 수정이 필수적이었다고 했다.
결국 야권의 총선승리를 전제로 한 민주노총의 총파업 계획은 애초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야권의 총선승리 → 유리한 정치환경 창출 → 총파업+대국회사업 → 법안 제·개정이라는 계획을 세우다보니 3-4월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야권이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 야권연대에 힘을 싣는 것이고 여기에 조합원을 동원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내외부의 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집행부는 야권 선거운동에 집중했다. 그리하여 이 시기에는 총파업 조직화 사업이 사실상 실종되었다.
게다가 선거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1-10-100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민주노총 집행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최근에 계획을 수정했다. 《노동과 세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노동관련법에 대한 공세적 입법투쟁’에 있어 국면전환을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4월 1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총파업 요구와 과제를 ‘1-10-100’에서 ‘세상을 바꾸는 노동기본권쟁취 총파업투쟁’으로 전환, 10대 과제 쟁취를 위한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금지, 노동법 전면재개정 총파업투쟁”으로 확정했다. 즉 총선 패배 이후, 10대 요구를 3개 요구로 축약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야권연대에 기반을 둔 입법정책 공조는 확대한다는 기조다.
6월 말 7월 초 파업이 중심
두 번째는 민주노총이 두 번의 파업을 상정하고 있는데 그 동력을 어떻게 모아내고 이어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6월 말 경고파업과 8월 말 총파업이라는 두 번에 걸친 파업에 대해, 전북지역본부 이창석 사무처장은 현실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실질적인 동력을 가지고 파업을 해야지 재파업을 한다는 것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노총이 진정성을 가지고 6월 말 7월 초에 산별연맹과의 긴밀한 협조 속에 파업을 해서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관철”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8월 말 총파업보다는 6월 말 7월 초에 집중적으로 파업대오를 확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창석 사무처장은 단순한 파업 참가자 수에 신경쓰지 말자고 했다. “현대차 4만, 기아차 2만 등 몇 군데 합치면 20만 파업이 되지만 힘없는 파업이 된다. 그러나 구석구석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면 실질적 총파업이 된다. 자동차 부품사들을 다 쫓아다니면서 설득해야 한다.” 총연맹이 현장과 지역을 순회하면서 파업의 명분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최만정 본부장은 “금속이 7월에 파업이 끝나면 8월에 다시 파업을 얼마나 할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하고 “8월 말 총파업은 정치적 파업인 것이지 생산을 전부 멈추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6월 말 7월 초에 각 산별연맹별로 자기 동력으로 파업을 하면서 철도 민영화 반대, 영리병원 반대 등 각각의 이슈를 걸고 사회 전반적인 이슈 파이팅으로 나가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고, 그 과정에 8월 파업을 조직해서 8월 말에는 일주일이면 일주일 기간을 정해놓고 정치총파업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11월에 “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다시 힘을 모아서 투쟁을 벌이자”고 했다. 역시 6말 7초의 파업투쟁이 힘있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투쟁역량의 결집
세 번째 질문은 총파업 조직화를 위한 조합원들과의 소통, 지역본부 차원의 준비에 대한 것이었다. 전북지역본부 이창석 사무처장은 현장 조합원들이 ‘이번에는 파업을 해야한다’는 정서가 있다고 한다. “자기 사업장에서 복수노조나 타임오프 문제로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금속 단위에서는 중간 간부들이 이번에 총연맹이 실질적인 파업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총연맹이 할 일은 현장 지도부들이 파업지도부가 되도록 조직하는 것인데, 올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정세적 절박성 즉 심각한 경제상황, 임금, 단협 등이 실질적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을 현장지도부에게 각인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북본부는 4월 총선 시기에 열흘간 총파업을 위한 농성을 했고 그 이후 집회도 서너 차례 진행하면서 아래로부터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 집회에 600여 명이 모이는 등 동력이 있다고 한다. “2차 시기를 노동절까지로 보고 조직화를 하고 있다. 3차 시기는 5-6월로 전체 현장 간담회나 파업관련 각종 교육을 6주간 배치할 예정이다. 전체 교육이 6월 초까지 계획되어 있고, 마지막 교육이 ‘파업학교’이다.” 그는 “정규직 사업장들이 이러한 교육과 동시에 사업장 내 파업절차를 밟아가고, 비정규직 사업장은 민주노총 중앙 차원에서 제기할 파견법, 기간제법 문제를 중심으로 투쟁한다면 6월 말 7월 초 파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충북지역본부 김용직 사무처장도 절박한 현장 상황을 토로하며 ‘초토화’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전임자 임금문제와 복수노조 문제로 인해 현장의 분위기는 움츠러들어 있다. 지역의 핵심 투쟁역량을 가진 사업장이라 할 유성기업이나 보쉬전장 모두 복수노조의 폐해가 심각하다. 그래도 총파업 투쟁본부를 구성해서 모이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조직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복수노조 첫해에 과반수 놓치면 다 죽는다’고 강조하며 교육을 하고 순회를 한 결과 일단 간부들은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수년 전부터 얘기되었지만 우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결국 이렇게 왔는데, 하여튼 열심히 박아야 한다. 뛰어다니고 현장에서 구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구지역본부 김희정 사무처장은 특히 현장의 여러 문제들과 결합하여 총파업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지역본부는 최저임금, 경제위기 책임전가 분쇄, 노조탄압 분쇄, 임금인상, 현장통제 분쇄, 한미 FTA폐기 등의 기조로 지역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다. 그는 “올해는 무조건 총파업을 한다는 계획”이라며 선전물 배포와 간담회 조직, 5월 확대간부 수련회, 6월 임시대의원대회 등의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무너져버린 현장을 복구하는 길이 총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이며 지역공동투쟁을 복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충남지역의 경우 시군단위별로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시군위원회’를 건설하는 것을 유력한 조직화 방안으로 삼고 있다. 이전에 한미 FTA 반대 촛불시위를 조직하며 시군위원회를 꾸준히 조직한 결과 13개 시군 가운데 벌써 반 이상에서 위원회가 건설되었다고 한다. 최만정 본부장은 “충남에 13개 시군이 있고 국회의원이 10명이 있다. 일주일 동안 아무리 힘이 작은 시군이라도 국회의원 사무실 점거하고 집회하고 도청에 몰려가고 촛불도 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투쟁을 확산시키고 정부와 자본을 압박하며 투쟁동력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또한 “복수노조 문제는 무조건 대응”해야 한다며, “공무원이나 전교조 빼면 모든 노동자가 영향을 받고 있고, 제조업 영역에 있는 노조들은 이런 식으로 가면 앞으로 3-4년 내에 사업주 중심의 흐름이 생길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우려했다. 충남에서는 지역운동 역량을 모아내기 위해 노조와 정치단체 활동가를 포괄해서 월 1회 ‘정치토론회’도 개최하고 있다. 매번 스무 명 이상이 모여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고, 현재까지 시군위원회 조직화, 정치방침, 집회문화 개선 등을 토론했으며 차기에는 총파업의 상과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역에서 활동가들 의견 모아내고 이런 것이 시군단위로 대중조직들에도 전파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별로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히 복수노조와 타임오프를 활용한 노조탄압, 노조말살 정책의 문제, 그로 인한 투쟁사업장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편, 총선을 거치면서 정치방침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해 대의원대회가 제대로 성사되지 않고 그 후유증이 남아 있어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역량이 집결되지 않는 곳도 일부 있다. 총파업 투쟁에 힘을 모으는데 총선이 갈등적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지역에서 파업을 조직하는 것이 지역본부 집행부 역량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내 모든 간부, 활동가들의 조직력을 발동해야 하는 문제라고 할 때 이는 시급히 극복해야할 것이다. 조합원 교육, 대중 선전, 간부 조직화, 수련회, 현장순회, 집회 투쟁 등 파업조직화를 위한 다양한 계기를 배치하면서 역량을 모아야할 때이다.
민주노조 파괴의 도미노를 멈추자
네 번째 질문은 올해 지역본부 차원의 핵심 투쟁계획과 목표에 관한 것이었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전북본부는 2012년을 기업친화적 지역사회가 진보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산재없는 도시를 만들자, 저소득층 의료보호를 강화하자, 비정규직 양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등의 요구안을 제출해서 그에 따른 투쟁을 9월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11월 대선 직전에는 민중연대의 힘을 모아 전북 민중대회를 힘있게 성사시켜 대선투쟁으로 가고자 한다”고 했다. 전북에서는 2010년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총파업을 성사시켰는데, 처음에는 그게 되겠냐며 문제제기를 받기도 했지만 한 달 정도 조직화사업을 하자 현장활동가들이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하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현장에서 만들어졌고 투쟁사업장들에게 힘을 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지역총파업 조직을 하면서 서로 믿게 되었고 지역본부의 위상도 높아졌다.
충북지역 김용직 사무처장은 민주노조 파괴의 도미노를 멈추는 것이 가장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이자 목표라고 했다. 지역의 대표적인 사업장들이 복수노조를 동원한 노조탄압을 극심하게 받고 있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이다. 그는 “청주공단에서 하이닉스 비정규직 투쟁이 패배하면서 그 뒤로는 조직화가 안 된다. 청주공단에 교두보를 세우는게 중요한 사업이다. 또한 새롭게 생긴 오창공단에도 대다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다. 공공, 금속과 별도로 대책본부를 꾸려서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지역본부 김희정 사무처장은 핵심계획은 “당연히 총파업 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이라며 “이런 투쟁을 통해서 지역 공동연대투쟁의 기풍을 회복”하고 “민주노총 중심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말한다.
각 지역본부가 총파업 투쟁을 성사시켜 노조 파괴를 막아내고 연대투쟁의 기풍을 복원하며 나아가 지역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노조운동이 탄압을 극복하고 반격의 돌파구를 만드는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이다.
민주노조운동의 단결을 실현하자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의 조직력, 투쟁력 복원과 투쟁전선 복구를 위해 민주노총 내 제 세력과 간부, 활동가들의 과제를 물었다. 최만정 본부장은 “대중조직이 앞장서서 제 세력들을 불러서 발언도 듣고 설명도 하고 타협도 하면서 가야한다”고 했다. “느리게 가는게 좀 더 빨리 갈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의견을 듣고, 단체들은 꼬집듯이 활동하지 말자”고 했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투쟁사업장들에게 먼저 성실해지고 그 투쟁들을 확장하려고 노력할 때 지역 투쟁이 활성화되고 전선이 구축될 수 있다”고 했다. 각각의 지역본부와 총연맹이 투쟁사업장 문제로 투쟁을 기획하지 않는다면 사실 총파업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용직 사무처장은 “총연맹에서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자기 의지를 실제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철도 파업의 성사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정파를 뛰어넘기 위해서 총연맹 위원장부터 자신감 있게 한 번 몰아붙이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식 부본부장은 약해진 연대투쟁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과거 철도파업 당시 멀리서 금속깃발 등이 연대하러 오는 것을 보고 연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는 경험도 덧붙였다. 김희정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이 민주노총다워야 한다며, 정치세력화보다는 1,700만 노동자들의 희망을 대변하며 이를 만들기 위해 현장통제나 노동탄압 분쇄, 임금인상 등 현장과 더욱 밀착된 사업을 펼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제들은 투쟁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의 단결을 실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총파업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조합원들, 투쟁하는 사업장의 동지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총선 이후 대선까지의 시기에 선거논리가 아니라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총노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15만, 철도노조 2만 2천, 화물연대 1만 2천, 건설노조 2만, 보건의료노조 3만 8천 등 총 28만 명이 총파업에 돌입하고, 6월 29일 3만 명 상경 집회(1일 경고파업), 7월 지역별 거점농성, 8월 28일 무기한 총파업 돌입, 8월 31일 10만 명 상경 투쟁을 조직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앞서 보았듯이 지역과 노조 현장은 정권과 자본의 온갖 탄압에 노출되어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것마저 쉽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더욱이 스물두 명 째 죽음 이후 투쟁의 파고를 높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몇 달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언론노동자들, KTX 민영화를 막아내기 위해 파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철도노동자들, 생존권의 벼랑에 내몰려 있는 화물노동자들과 건설노동자, 수백일 수천일째 싸우고 있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 등 전 사회적인 투쟁전선을 쳐야 승리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모든 지역과 산별에서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고 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민주노총의 길, 노동자의 길을 실질적으로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