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7-8.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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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_지역과현장_이동규.pdf

[지역과 현장] 행복하게 자라고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위하여

이동규 |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지부 사무국장
7시가 넘어서야 퇴근하고 어린이집을 나서는 보육노동자를 부른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놀란 보육노동자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 “보육노조입니다. 최근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 실태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2011년 7월부터 실시한 주 40시간 적용, 시간외수당, 휴게시간 등 근로기준법 상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 간단하게 질문을 해보지만 역시나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보육노동자를 위한 선전물, 설문지, 기념품을 건네주고 돌아온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는 2012년 보육노동자 전락조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부산에서는 2012년 5월부터 부산시 국공립어린이집 보육노동자를 대상으로 현장방문,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우편물선전, 현장노동자 모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육노동자의 목소리가 빠져 있는 무상보육정책

2012년은 최근 어느 해보다 보육이 이슈가 되었다. 그 한 중심에는 무상보육정책이 있었다. 공공운수노조는 그동안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고, 부모들이 안심하고 맡기고, 보육노동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직접 마주하는 보육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보육정책 어디에도 보육노동자를 위한 고민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정부는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시설장과 보육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모를 위한 정책만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2년 정부는 무상보육을 실시하였다. 무상보육은 총대선을 염두에 둔 정부의 명백한 퍼주기식 정책이었으며, 충분한 검토나 안정적인 예산 마련 없이 시작한 사업이었다. 예상대로 무상보육의 위기는 시작과 동시에 각 지자체의 예산확보문제로 드러났다. 2012년 3월 29일 각 지자체에서는 지자체예산이 없으므로 정부에서 지원해야한다는 공식입장을 기자회견을 통하여 발표하였고, 연이어 6월에는 지자체 예산 문제로 무상보육을 더 이상 시행할 수 없다고 하였다. 결국 6월 3일 정부는 무상보육 중단이라는 사태를 막기 위하여 국고지원을 하기로 하였다.
또한 무상보육정책은 민간시설연합회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민간시설연합회는 어린이집 집단 휴원을 하겠다고 하였다. 민간시설연합회는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을 위해서 집단 휴원을 단행한다고 했지만 집단 휴원 사건을 통하여 민간시설연합회가 얻어낸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0세~2세 영아에게도 특별활동 허용 및 특별활동비 수납가능, 보육료 등 필요경비 수납 금액 중 자율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일반관리비 한도 증액, 기타운영비(건물 임대료, 감가상각비, 건물 융자금의 이자, 차량할부금 등) 한도 증액 등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시설장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무상보육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자체, 부모와 시설연합회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보육노동자의 노동환경은 보육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보육노동자의 실질적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보육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육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낮은 노조 조직률

보육노동자는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보육시설은 대부분 부모가 출근을 하기 전에 아이를 맡기고, 퇴근을 하고나서야 아이들을 데려가기 때문에 보통의 사업장보다 운영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보육시설에서는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안전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보육노동자는 한시도 아이들에게 눈을 뗄 수가 없으며 점심시간마저도 아이들의 식사를 지도하는 중요한 일을 해야 하기에 쉴 틈이 없다. 따라서 보육노동자는 보육시설에서 휴게시간도 없이 9~10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보육노동자의 처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시간외수당, 연차수당 등 법정수당조차도 보장받지 못한다. 자신의 정당한 요구를 주장하거나 부당하게 운영되고 있는 보육시설에 대한 언급을 하면 단 한마디의 말로도 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시설장들 사이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국보육교사회에서 전국보육노조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로 이어지는 보육노동자의 노동조합은 전국 각지에서 보육노동자의 처우개선과 보육정책 생산, 선전활동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보육노동자의 처우개선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보육노동자의 노조 조직률과도 관계가 있다. 전국적으로 15만여 명의 보육노동자가 있지만 노동조합 가입률은 낮고, 단체협약이 체결된 어린이집 역시 많지 않다. 희생과 헌신과 봉사를 강요받는 보육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현재 부산지역에서 단체협약이 체결되어 있는 어린이집은 단 한곳에 불과하다. 보육노동자들에게 이 어린이집에서 지급받지 못했던 연차수당을 받아내고, 시간외수당 및 휴게시간을 보장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은 ‘시에 가서 이야기 해 달라’, ‘이야기해도 안 들어 준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스스로 목소리 내어 노동환경을 바꿔내는 어린이집이 한두 군데만 더 있으면, 보육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보육현장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을 더욱 믿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보육노동자 전략조직화 사업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보육노동자 전략조직화, 보육공공성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물론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보육노동자 전략조직화 사업이 선정된 2012년,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는 지역에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소식지, 선전물, 현장방문 등을 통하여 보육노동자가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들을 알려낼 것이다. 또한 보육노동자 스스로 용기를 내어 일어설 때만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보육노동자들을 만나고 설득할 것이다.
보육현장에서 보육교사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야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고, 부모도 행복하게 아이들을 맡길 수 있다. 그것이 보육공공성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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