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여성사업 현황과 진단, 그리고 과제’ 워크숍
경제위기의 비용이 여성에게 전가되면서 이중부담으로 인한 여성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시기다. 그러나 현재 노동자운동은 이와 같은 여성의 현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사회진보연대는 노동조합에서 진행되는 여성사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워크숍을 6월 29일에 개최했다. 이경옥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장혜경 금속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 정유림 금속노조 여성부장, 송민영 민주노총 충북본부 총무차장, 김정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부장, 김진랑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과 사회진보연대 회원들이 참석했다.
여성사업 진단과 과제
여성사업 진단과 필요성
사회진보연대 방민희 조직국장의 발표로 워크숍을 시작했다. 노동조합의 여성사업 진행 현황을 진단하고, 여성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노동조합의 여성사업은 대체로 여성의 날 행사를 치르고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처리하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 년에 한 번 진행되는 행사와 반성폭력 교육만으로는 여성노동자들이 여성이자 노동자로서 억압받는 현실을 인식하고 이에 맞서 싸우는 주체로 거듭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노동자가 자본의 착취를 인식하고 그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주체로 거듭나듯, 여성노동자 역시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사업은 여성노동자가 노동운동의 주체로 형성되어 가는 과정으로 인식되어야 하고, 지금과 같은 수준을 넘어 일상적인 교육, 연대와 투쟁, 정치실천의 기획 등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노동조합에서 여성사업이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여성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으로 사업을 담당할 주체도 부족하고, 여성조합원을 활동가나 간부로 육성하기 위한 기획도 부재한 실정이다.
다음으로는 여성사업이 왜 중요한지 설명했다. 첫째, 여성에 대한 자본의 위기전가에 대항하는 데에 그 정세적 중요성이 있다. 구조적 위기에 빠진 자본은 여성노동자를 활용하면서 위기를 지연시키려고 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여성을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의 부족을 여성노동을 통해 보충한다. 또한 가족의 기능에 발생한 공백을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통해 메우려고 시도한다.
이는 가족을 돌보는 것이 여성의 의무라는 이유로 여성을 노동시장에서는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가족 내에서 가사와 양육을 여성이 책임지게 하는 이중부담의 강화로 드러난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이중부담의 강화는 ‘일-가정 양립’이라는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 포장되어 관철되고 있다. 노동자운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더욱 심각해질 여성에 대한 위기전가에 맞서기 위해 여성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성별에 따라 노동자를 분할하는 자본의 전략에 맞서기 위해 여성사업이 중요하다. 신자유주의 아래서 고용불안, 저임금, 빈곤 문제가 발생하는 양태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여성노동자의 60%가 비정규직인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여성은 남성보다 더욱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 자본이 가족을 부양하는 1차적 책임은 남성에게 있고 여성은 부차적이라는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활용해 저임금과 비정규직을 여성에게 할당한 결과다. 성별에 따른 임금과 고용 격차를 정당화하면서 노동자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다.
만약 노동자운동이 이러한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본의 분열전략을 넘어 설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를 타겟으로 시작된 자본의 공격은 전체 노동자에게 확대된다.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 수용한다면, 이는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하향평준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사업의 강화는 노동자의 단결을 위한 사활적 과제이다.
셋째, 여성사업은 더 많은 여성노동자들을 노동운동의 주체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다니며 동시에 양육과 가사를 책임져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조합원들도 비슷한 사정으로 조합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 알아서 극복해야 한다고 여긴다면 여성들은 본래 조직하기 어렵다거나, 여성들은 가정을 우선시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다거나, 여성들은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식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된다.
따라서 여성조합원들이 적극적인 노동운동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양육과 가사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여성노동자의 권리로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들의 구체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 요구를 쟁취하는 투쟁을 통해서, 여성노동자 조직화 확대와 여성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여성사업이 필요하다.
여성사업의 과제와 사례
노동자운동이 여성권의 쟁취를 적극적인 자기과제로 삼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의 요구를 집단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업방식은 성폭력 사건 예방과 처리에 중심을 두고 있어 여성노동자를 결집시키고 그녀들의 요구를 모으는데엔 한계가 있었다. 성폭력이 여성 억압의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여성 억압의 현실을 모두 드러내는 것은 아니며, 여성의 피해감을 강조하는 방식은 여성의 적극적인 권리주장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여성사업이 남성들의 행동규제에 초점을 둔 성폭력 예방사업에 국한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요구를 위한 여성들의 집단적 실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여성노동자들 역시 여성사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여성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나갈 초동주체 형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여성조합원들 간의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단위 사업장을 넘어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서로 이해하고 연대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여성 조합원들은 노동시장 및 노조에서 여성으로서의 지위와 상태를 인식하게 되고 자신들의 요구를 구체화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몇몇 노조의 사례를 참고해볼 수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여성조합원 및 상근간부가 참여하는 여성위원회를 안정적으로 진행하여, 노동조합 내에서 여성의 경험과 고민을 제기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공공노조 광주전남지부의 경우 여성 간부 활동가의 연대의식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여성부장단 회의를 진행했다. 여성간부 및 조합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사업에서부터 선배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경험을 강연으로 듣고, 선동교육을 통해 역량강화를 시도 하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여성간부 육성을 위한 기획이 필요하다. 현재 전체 조합원 가운데 여성의 비중 자체가 낮고, 할당제를 적용하고 있어도 선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조합원들이 가사와 양육문제로 간부활동을 부담스러워 하거나, 대표는 으레 남성이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인식이 가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의지가 없어 별수 없다는 결론이 아니라, 여성을 간부로 육성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활동은 여성활동가 발굴을 위한 의미 있는 사례다. 고령의 여성노동자가 교육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여 3년 째 꾸준히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조합원들의 호응이 좋을 뿐만 아니라 교육을 통해서 조합 활동을 보다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성과도 낳고 있다. 이처럼 여성간부 육성을 위한 맞춤형 사업을 기획하여 여성활동가 발굴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쟁 과정에서도 여성노동권의 문제의식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노동자 투쟁을 어머니 같은 고령의 여성들의 안타까운 투쟁으로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은 여성노동자들이 저임금 고용불안에 처하게 되는 구조적 원인을 은폐하는 효과를 가진다. 왜냐하면 남편이 생계를 부양하여 여성은 가정에 머무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임에도 불구하고 돈 벌러 나와서 고생한다는 전제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별분업과 가족임금, 여성노동의 저평가 등이 여성노동자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단위별 현황과 문제의식
민주노총서울본부의 경우 여성위원회가 없는데, 서울이라는 특성상 산별연맹 여성위원회와 중복되어 구성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사업으로는 여성조합원대회를 2년 연속 개최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과 직종의 여성들이 모여 서로의 조건을 이해하고 연대하면서,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여성조합원대회를 통해서 여성사업에 의욕을 가진 활동가들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성폭력 사건 처리나 여성의 날 행사에 국한된 사업이 아닌 또다른 형태로 여성사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여성사업의 필요성과 의의를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여성사업에 의지가 있는 활동가들을 모아내고, 이들을 중심으로 보다 확대된 활동을 모색하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민주노총충북본부의 경우 여성위원회가 없고 여성사업을 활발히 하기도 어려운 조건이다. 지역본부의 특성상 독자적인 사업을 하기 어려워 산별 조합원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산별지역본부/지부와의 공조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장 투쟁이 벌어지지 않을 때에 조합원을 일상적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산별지역본부/지부의 경우 소수의 상근자가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지역본부가 제안하는 사업은커녕 단위사업장 관리와 지침수행도 버거워 여성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충북본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지역본부와 산별지역 단위의 문제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위상을 강화하고, 산별 지역본부/지부와 통합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노력하는 과정에서 여성사업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던져줬다.
여성사업으로는 지역 여성간부를 비롯한 조합원들과 함께 두 달에 한 번 강연회, 야유회, 영화제 등의 ‘릴레이 여성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릴레이 여성사업에서 YH 여성 선배노동자를 초청한 강연회를 개최해 여성노동권에 대해 토론하고 투쟁의 의지를 높였다. 또 야유회에서 투쟁사업장 노동자와 친목을 다짐으로써 이후 연대투쟁의 힘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한편, 간병노동자 해고투쟁에 여성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연대하는 ‘파이팅 여성노동자’ 사업도 소개했다. 여성노동자들이 직접 여성노동자들과 연대했다는 점과 더불어, 저임금 비정규직을 강요받는 돌봄노동자의 현실을 폭로하면서 여성노동권의 문제의식을 확대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금속경기지부의 경우 여성위원들과 월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가 연맹에서 산별로 전환하던 시기에 할당제를 도입하면서 각 사업장별 여성담당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고 한다. 그 성과로 경기지역에서는 조합원수가 적은 사업장에서도 여성사업 담당자를 세우고 있다. 여성위원들은 조합원들과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각종 문화 사업에서부터 노동자로서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교육이나 문화강좌를 꾸준히 배치하고 있다. 정기대의원 대회에서는 성평등 교육을 기획하고, 경기지역 여성조합원을 대상으로 수련회도 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 같은 교육 및 기획사업 뿐만 아니라 교섭요구안에서도 여성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속 중앙에서 여성요구를 담은 통일요구안을 내더라도, 결국 사업장 지불능력에 따라 선택적으로 요구안이 달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경기지부는 최대한 맞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직장보육시설 같은 경우도 지역보육시설로 확대해서 지역 미조직 노동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한 지 4년째이다.
금속노조의 경우 모든 지부에 여성위원장을 두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 19개 지부 가운데 9개 지부에만 여성위원장이 있는 실정이다. 다수의 지부에서 여성위원장 없이 담당자 한명이 교육, 선전, 여성 등 사업 전반을 모두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여성사업이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기업지부와 지역지부의 상이한 여건에 따라 여성사업도 달리 진행된다고 한다. 기업지부의 경우 사업주의 지불능력도 있고, 교섭대상도 단일하기 때문에 노조가 힘이 있으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반면 지역지부는 여러 사업장에서 사람을 뽑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경기지역지부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여성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금속 중앙에서는 지역 사정이 어렵고 열악하다보니 적극적으로 사업 제안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 차원에서 수련회 등을 개최하여 성희롱문제를 단위별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여성위원회가 성희롱 문제로 특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의 상처가 커 조속한 해결을 위해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건이 중앙으로 올라와서 해결이 된다 하더라도, 결국 현장에서 가해자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므로, 현장에서 이런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 육성하기 위해 강사단 훈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할당제로 선출된 여성대의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선동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비스연맹의 경우 여성위원회가 지금까지 없었고, 사무처 내에 여성국장이 있는데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직책은 여성국장이지만 조직국장 역할까지 해야하다보니 업무가 과중하다고 한다. 연맹이 전반적으로 여성사업에 관심이 없고 사무처도 거의 남성이다 보니 3.8 여성사업 정도를 하고 있고, 그나마 최근에는 여성조합원대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고 한다. 조합원의 상당수가 여성들인데도 여성 임원은 적은 실정이고, 여성사업 역시 활발하지 못하다.
최근 서비스연맹은 유통업체 영업시간제한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의 권리를 제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과 가정 모두를 책임져야하는 상황에 놓인 여성들에게 장시간 노동까지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한다. 또한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의 특성으로 발생하는 감정적 소모와 스트레스를 감정노동으로 인정하고, 그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산업재해로 보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백화점 화장품 매장, 면세점 등에 종사하는 조합원 규모가 상당한데, 아직까지 능동적으로 조합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고, 또한 자기 조합을 넘어 지역 활동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어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가령 민주노총 지역본부 활동가들이 서비스연맹 조합원들과 함께 캠페인이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도 조합원들이 좀처럼 나서지 않고 있다. 연장영업 때문에 조합원들이 지역사업에 결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노동조합의 분위기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꺼리는 점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감정노동 캠페인을 플래시몹 형태로 했는데, 조합원들이 예상외로 매우 즐거워하며 발랄하게 참여했다고 한다.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조합원들의 특성에 맞춘 사업기획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공운수 서경지부의 경우 조합원 맞춤교육 진행 상황에 대해서 소개했다. 고령의 여성이라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교육을 받은 조합원들이 지부에서 핵심활동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새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여성의 눈으로 보는 노동운동사가 그 주제다. 그 동안 여성을 대상으로 교육하기는 했지만, 여성의 권리가 무엇이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기획하게 되었다고 했다.
한편 성희롱은 현장관리자에 의해서 발생하거나 조합원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아직까지 반성폭력 교육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조합활동 전반에서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강조하고, 분회장 역시 여성들이 대다수다보니, 경비나 시설관리 일을 하는 남성조합원들이 불만을 갖는다고도 했다. 단지 나이가 많은 남성들이라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여기곤 했었는데, 이런 점 역시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여성사업의 초동주체 형성을 위한 방안 모색
각 단위의 문제의식을 공유한 후 토론을 진행했고, 당면 과제로 제기된 초동주체 형성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서울본부 김정은 조직부장은 특별히 여성간부를 양성하는 묘책이 있다기보다는 투쟁 속에서 주체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최근 파업투쟁을 하는 사업장인 새마을금고분회나 골든브릿지증권지부 등에서 관리자에 의한 성희롱이 문제로 제기되었다고 한다. 투쟁에 나서기 전에는 관리자에 대항하지 못하고 불만을 속으로 삭이다가, 노동자들의 요구가 분출되는 파업투쟁이 전개되자 여성들 역시 자신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성희롱에 대해서 발언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여성들의 권리를 요구하고 쟁취하는 과정이 투쟁 속에서 만들어지듯 여성간부 역시 그러한 투쟁 속에서 발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 경기지부 장혜경 부지부장은 기본적으로 여성들이 따로 모이는 자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여성들은 서로 이야기하면서 고민을 나누다가 해결책을 찾기도 하는데, 이런 성향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속 경기지부의 경우 과거 활동했던 동지들까지 포함해서 여성들의 모임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모이다 보면 여성사업의 중요성,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높아지고 하다못해 어떤 사업이 있을 때 '우리가 나서보자'는 분위기도 생겨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여성들 간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비스연맹 이경옥 사무처장 역시 여성들끼리 편하게 토론하면서 다 털어놓고 이야기하면서 논의를 정리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너무 틀에 박힌 방식으로 교육, 워크숍을 기획하기보다 조합원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 여성들 간의 대화를 통해 해답을 찾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작정 모이고 보자는 것이 아니라, 모임 속에서 요구를 찾아 사업으로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현대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은 여성노동자들 서로가 각자의 상황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지역과 산별을 뛰어넘어 만나야 여성노동자들이 서로의 조건을 고려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여성노동자라고 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큰데, 교류가 적으면 서로의 조건을 고려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교조처럼 이미 육아휴직 등이 가능한 상황에 있는 노동자의 경우, 여성요구에 대해서 기타 다른 문제만 조금 개선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육아휴직 등을 쟁취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노동자들이 각자가 처한 상이한 조건을 이해하고, 그러한 인식 위에서 공동투쟁의 과제를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워크숍은 산별중앙, 산별지역, 총연맹 지역본부 등 서로 다른 조건에 놓인 활동가들이 모인 만큼, 아쉽게도 각자가 제기한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공유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큰 의미일 것이다. 또한 여성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해나갈 초동주체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앞으로 더욱 진전된 논의와 실천을 함께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본부와 산별 지역본부/지부의 공조 부진, 모든 노동조합이 겪고있는 활동가 발굴·양성의 어려움, 일상적 정치활동의 침체 등 노동운동의 위기를 고려하면서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운동의 혁신은 여성사업의 혁신의 계기여야하고, 또 반대로 여성사업의 혁신이 노동운동의 혁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여성사업 진단과 과제
여성사업 진단과 필요성
사회진보연대 방민희 조직국장의 발표로 워크숍을 시작했다. 노동조합의 여성사업 진행 현황을 진단하고, 여성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노동조합의 여성사업은 대체로 여성의 날 행사를 치르고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처리하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 년에 한 번 진행되는 행사와 반성폭력 교육만으로는 여성노동자들이 여성이자 노동자로서 억압받는 현실을 인식하고 이에 맞서 싸우는 주체로 거듭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노동자가 자본의 착취를 인식하고 그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주체로 거듭나듯, 여성노동자 역시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사업은 여성노동자가 노동운동의 주체로 형성되어 가는 과정으로 인식되어야 하고, 지금과 같은 수준을 넘어 일상적인 교육, 연대와 투쟁, 정치실천의 기획 등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노동조합에서 여성사업이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여성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으로 사업을 담당할 주체도 부족하고, 여성조합원을 활동가나 간부로 육성하기 위한 기획도 부재한 실정이다.
다음으로는 여성사업이 왜 중요한지 설명했다. 첫째, 여성에 대한 자본의 위기전가에 대항하는 데에 그 정세적 중요성이 있다. 구조적 위기에 빠진 자본은 여성노동자를 활용하면서 위기를 지연시키려고 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여성을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의 부족을 여성노동을 통해 보충한다. 또한 가족의 기능에 발생한 공백을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통해 메우려고 시도한다.
이는 가족을 돌보는 것이 여성의 의무라는 이유로 여성을 노동시장에서는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가족 내에서 가사와 양육을 여성이 책임지게 하는 이중부담의 강화로 드러난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이중부담의 강화는 ‘일-가정 양립’이라는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 포장되어 관철되고 있다. 노동자운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더욱 심각해질 여성에 대한 위기전가에 맞서기 위해 여성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성별에 따라 노동자를 분할하는 자본의 전략에 맞서기 위해 여성사업이 중요하다. 신자유주의 아래서 고용불안, 저임금, 빈곤 문제가 발생하는 양태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여성노동자의 60%가 비정규직인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여성은 남성보다 더욱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 자본이 가족을 부양하는 1차적 책임은 남성에게 있고 여성은 부차적이라는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활용해 저임금과 비정규직을 여성에게 할당한 결과다. 성별에 따른 임금과 고용 격차를 정당화하면서 노동자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다.
만약 노동자운동이 이러한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본의 분열전략을 넘어 설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를 타겟으로 시작된 자본의 공격은 전체 노동자에게 확대된다.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 수용한다면, 이는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하향평준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사업의 강화는 노동자의 단결을 위한 사활적 과제이다.
셋째, 여성사업은 더 많은 여성노동자들을 노동운동의 주체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다니며 동시에 양육과 가사를 책임져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조합원들도 비슷한 사정으로 조합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 알아서 극복해야 한다고 여긴다면 여성들은 본래 조직하기 어렵다거나, 여성들은 가정을 우선시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다거나, 여성들은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식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된다.
따라서 여성조합원들이 적극적인 노동운동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양육과 가사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여성노동자의 권리로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들의 구체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 요구를 쟁취하는 투쟁을 통해서, 여성노동자 조직화 확대와 여성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여성사업이 필요하다.
여성사업의 과제와 사례
노동자운동이 여성권의 쟁취를 적극적인 자기과제로 삼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의 요구를 집단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업방식은 성폭력 사건 예방과 처리에 중심을 두고 있어 여성노동자를 결집시키고 그녀들의 요구를 모으는데엔 한계가 있었다. 성폭력이 여성 억압의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여성 억압의 현실을 모두 드러내는 것은 아니며, 여성의 피해감을 강조하는 방식은 여성의 적극적인 권리주장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여성사업이 남성들의 행동규제에 초점을 둔 성폭력 예방사업에 국한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요구를 위한 여성들의 집단적 실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여성노동자들 역시 여성사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여성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나갈 초동주체 형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여성조합원들 간의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단위 사업장을 넘어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서로 이해하고 연대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여성 조합원들은 노동시장 및 노조에서 여성으로서의 지위와 상태를 인식하게 되고 자신들의 요구를 구체화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몇몇 노조의 사례를 참고해볼 수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여성조합원 및 상근간부가 참여하는 여성위원회를 안정적으로 진행하여, 노동조합 내에서 여성의 경험과 고민을 제기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공공노조 광주전남지부의 경우 여성 간부 활동가의 연대의식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여성부장단 회의를 진행했다. 여성간부 및 조합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사업에서부터 선배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경험을 강연으로 듣고, 선동교육을 통해 역량강화를 시도 하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여성간부 육성을 위한 기획이 필요하다. 현재 전체 조합원 가운데 여성의 비중 자체가 낮고, 할당제를 적용하고 있어도 선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조합원들이 가사와 양육문제로 간부활동을 부담스러워 하거나, 대표는 으레 남성이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인식이 가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의지가 없어 별수 없다는 결론이 아니라, 여성을 간부로 육성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활동은 여성활동가 발굴을 위한 의미 있는 사례다. 고령의 여성노동자가 교육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여 3년 째 꾸준히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조합원들의 호응이 좋을 뿐만 아니라 교육을 통해서 조합 활동을 보다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성과도 낳고 있다. 이처럼 여성간부 육성을 위한 맞춤형 사업을 기획하여 여성활동가 발굴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쟁 과정에서도 여성노동권의 문제의식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노동자 투쟁을 어머니 같은 고령의 여성들의 안타까운 투쟁으로 바라보곤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은 여성노동자들이 저임금 고용불안에 처하게 되는 구조적 원인을 은폐하는 효과를 가진다. 왜냐하면 남편이 생계를 부양하여 여성은 가정에 머무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임에도 불구하고 돈 벌러 나와서 고생한다는 전제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별분업과 가족임금, 여성노동의 저평가 등이 여성노동자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단위별 현황과 문제의식
민주노총서울본부의 경우 여성위원회가 없는데, 서울이라는 특성상 산별연맹 여성위원회와 중복되어 구성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사업으로는 여성조합원대회를 2년 연속 개최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과 직종의 여성들이 모여 서로의 조건을 이해하고 연대하면서,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여성조합원대회를 통해서 여성사업에 의욕을 가진 활동가들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성폭력 사건 처리나 여성의 날 행사에 국한된 사업이 아닌 또다른 형태로 여성사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여성사업의 필요성과 의의를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여성사업에 의지가 있는 활동가들을 모아내고, 이들을 중심으로 보다 확대된 활동을 모색하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민주노총충북본부의 경우 여성위원회가 없고 여성사업을 활발히 하기도 어려운 조건이다. 지역본부의 특성상 독자적인 사업을 하기 어려워 산별 조합원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산별지역본부/지부와의 공조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장 투쟁이 벌어지지 않을 때에 조합원을 일상적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산별지역본부/지부의 경우 소수의 상근자가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지역본부가 제안하는 사업은커녕 단위사업장 관리와 지침수행도 버거워 여성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충북본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지역본부와 산별지역 단위의 문제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위상을 강화하고, 산별 지역본부/지부와 통합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노력하는 과정에서 여성사업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던져줬다.
여성사업으로는 지역 여성간부를 비롯한 조합원들과 함께 두 달에 한 번 강연회, 야유회, 영화제 등의 ‘릴레이 여성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릴레이 여성사업에서 YH 여성 선배노동자를 초청한 강연회를 개최해 여성노동권에 대해 토론하고 투쟁의 의지를 높였다. 또 야유회에서 투쟁사업장 노동자와 친목을 다짐으로써 이후 연대투쟁의 힘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한편, 간병노동자 해고투쟁에 여성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연대하는 ‘파이팅 여성노동자’ 사업도 소개했다. 여성노동자들이 직접 여성노동자들과 연대했다는 점과 더불어, 저임금 비정규직을 강요받는 돌봄노동자의 현실을 폭로하면서 여성노동권의 문제의식을 확대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금속경기지부의 경우 여성위원들과 월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가 연맹에서 산별로 전환하던 시기에 할당제를 도입하면서 각 사업장별 여성담당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고 한다. 그 성과로 경기지역에서는 조합원수가 적은 사업장에서도 여성사업 담당자를 세우고 있다. 여성위원들은 조합원들과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각종 문화 사업에서부터 노동자로서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교육이나 문화강좌를 꾸준히 배치하고 있다. 정기대의원 대회에서는 성평등 교육을 기획하고, 경기지역 여성조합원을 대상으로 수련회도 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 같은 교육 및 기획사업 뿐만 아니라 교섭요구안에서도 여성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속 중앙에서 여성요구를 담은 통일요구안을 내더라도, 결국 사업장 지불능력에 따라 선택적으로 요구안이 달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경기지부는 최대한 맞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직장보육시설 같은 경우도 지역보육시설로 확대해서 지역 미조직 노동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한 지 4년째이다.
금속노조의 경우 모든 지부에 여성위원장을 두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 19개 지부 가운데 9개 지부에만 여성위원장이 있는 실정이다. 다수의 지부에서 여성위원장 없이 담당자 한명이 교육, 선전, 여성 등 사업 전반을 모두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여성사업이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기업지부와 지역지부의 상이한 여건에 따라 여성사업도 달리 진행된다고 한다. 기업지부의 경우 사업주의 지불능력도 있고, 교섭대상도 단일하기 때문에 노조가 힘이 있으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반면 지역지부는 여러 사업장에서 사람을 뽑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경기지역지부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여성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금속 중앙에서는 지역 사정이 어렵고 열악하다보니 적극적으로 사업 제안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 차원에서 수련회 등을 개최하여 성희롱문제를 단위별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여성위원회가 성희롱 문제로 특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의 상처가 커 조속한 해결을 위해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건이 중앙으로 올라와서 해결이 된다 하더라도, 결국 현장에서 가해자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므로, 현장에서 이런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 육성하기 위해 강사단 훈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할당제로 선출된 여성대의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선동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비스연맹의 경우 여성위원회가 지금까지 없었고, 사무처 내에 여성국장이 있는데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직책은 여성국장이지만 조직국장 역할까지 해야하다보니 업무가 과중하다고 한다. 연맹이 전반적으로 여성사업에 관심이 없고 사무처도 거의 남성이다 보니 3.8 여성사업 정도를 하고 있고, 그나마 최근에는 여성조합원대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고 한다. 조합원의 상당수가 여성들인데도 여성 임원은 적은 실정이고, 여성사업 역시 활발하지 못하다.
최근 서비스연맹은 유통업체 영업시간제한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의 권리를 제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과 가정 모두를 책임져야하는 상황에 놓인 여성들에게 장시간 노동까지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한다. 또한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의 특성으로 발생하는 감정적 소모와 스트레스를 감정노동으로 인정하고, 그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산업재해로 보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백화점 화장품 매장, 면세점 등에 종사하는 조합원 규모가 상당한데, 아직까지 능동적으로 조합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고, 또한 자기 조합을 넘어 지역 활동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어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가령 민주노총 지역본부 활동가들이 서비스연맹 조합원들과 함께 캠페인이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도 조합원들이 좀처럼 나서지 않고 있다. 연장영업 때문에 조합원들이 지역사업에 결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노동조합의 분위기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꺼리는 점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감정노동 캠페인을 플래시몹 형태로 했는데, 조합원들이 예상외로 매우 즐거워하며 발랄하게 참여했다고 한다.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조합원들의 특성에 맞춘 사업기획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공운수 서경지부의 경우 조합원 맞춤교육 진행 상황에 대해서 소개했다. 고령의 여성이라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교육을 받은 조합원들이 지부에서 핵심활동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새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여성의 눈으로 보는 노동운동사가 그 주제다. 그 동안 여성을 대상으로 교육하기는 했지만, 여성의 권리가 무엇이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기획하게 되었다고 했다.
한편 성희롱은 현장관리자에 의해서 발생하거나 조합원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아직까지 반성폭력 교육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조합활동 전반에서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강조하고, 분회장 역시 여성들이 대다수다보니, 경비나 시설관리 일을 하는 남성조합원들이 불만을 갖는다고도 했다. 단지 나이가 많은 남성들이라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여기곤 했었는데, 이런 점 역시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여성사업의 초동주체 형성을 위한 방안 모색
각 단위의 문제의식을 공유한 후 토론을 진행했고, 당면 과제로 제기된 초동주체 형성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서울본부 김정은 조직부장은 특별히 여성간부를 양성하는 묘책이 있다기보다는 투쟁 속에서 주체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최근 파업투쟁을 하는 사업장인 새마을금고분회나 골든브릿지증권지부 등에서 관리자에 의한 성희롱이 문제로 제기되었다고 한다. 투쟁에 나서기 전에는 관리자에 대항하지 못하고 불만을 속으로 삭이다가, 노동자들의 요구가 분출되는 파업투쟁이 전개되자 여성들 역시 자신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성희롱에 대해서 발언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여성들의 권리를 요구하고 쟁취하는 과정이 투쟁 속에서 만들어지듯 여성간부 역시 그러한 투쟁 속에서 발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 경기지부 장혜경 부지부장은 기본적으로 여성들이 따로 모이는 자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여성들은 서로 이야기하면서 고민을 나누다가 해결책을 찾기도 하는데, 이런 성향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속 경기지부의 경우 과거 활동했던 동지들까지 포함해서 여성들의 모임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모이다 보면 여성사업의 중요성,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높아지고 하다못해 어떤 사업이 있을 때 '우리가 나서보자'는 분위기도 생겨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여성들 간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비스연맹 이경옥 사무처장 역시 여성들끼리 편하게 토론하면서 다 털어놓고 이야기하면서 논의를 정리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너무 틀에 박힌 방식으로 교육, 워크숍을 기획하기보다 조합원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 여성들 간의 대화를 통해 해답을 찾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작정 모이고 보자는 것이 아니라, 모임 속에서 요구를 찾아 사업으로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현대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은 여성노동자들 서로가 각자의 상황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지역과 산별을 뛰어넘어 만나야 여성노동자들이 서로의 조건을 고려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여성노동자라고 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큰데, 교류가 적으면 서로의 조건을 고려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교조처럼 이미 육아휴직 등이 가능한 상황에 있는 노동자의 경우, 여성요구에 대해서 기타 다른 문제만 조금 개선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육아휴직 등을 쟁취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노동자들이 각자가 처한 상이한 조건을 이해하고, 그러한 인식 위에서 공동투쟁의 과제를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워크숍은 산별중앙, 산별지역, 총연맹 지역본부 등 서로 다른 조건에 놓인 활동가들이 모인 만큼, 아쉽게도 각자가 제기한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공유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큰 의미일 것이다. 또한 여성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해나갈 초동주체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앞으로 더욱 진전된 논의와 실천을 함께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본부와 산별 지역본부/지부의 공조 부진, 모든 노동조합이 겪고있는 활동가 발굴·양성의 어려움, 일상적 정치활동의 침체 등 노동운동의 위기를 고려하면서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운동의 혁신은 여성사업의 혁신의 계기여야하고, 또 반대로 여성사업의 혁신이 노동운동의 혁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워크숍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