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빚, 어디서부터 해결할 것인가?
가계부채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
가계부채가 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1분기 하락했던 가계부채는 2분기에 다시 10조 9천억 원 증가하여 922조 원을 기록했다. 언론은 연일 가계부채의 문제, 가계부채와 관련된 지표를 보도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밝히고 각 대선주자들도 저마다 대책을 제시하는 등 정치권의 관심도 뜨겁다.
가계부채는 주택시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과도한 대출로 집을 마련한 후 이자부담으로 힘들게 생활하는 ‘하우스푸어’, 대출금보다 주택가격이 더 낮은 ‘깡통주택’ 같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 경기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지만, 이것이 가계부채를 다시 증가시킬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이미 부채를 가진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만, 그렇다고 가계부채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주택가격의 고공행진을 언제까지고 유지할 수는 없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문제가 당장 금융위기로 폭발할 수 있음을 부정하면서도 그것이 심각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체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금리를 인상할 것인가 인하할 것인가, 또는 주택시장 규제를 강화할 것인가 완화한 것인가 등, 상반되는 대책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인가?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 글에서는 가계부채가 증가한 원인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검토하면서 노동자·민중의 시각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가계부채 현황
가파르게 증가해 온 가계부채
가계부채(가계신용)는 개인이 은행, 보험, 저축은행, 카드사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한 가계대출과 카드할부거래 등으로 물건을 외상으로 구입하면서 발생한 부채인 판매신용을 합한 것이다. 가계부채는 2012년 2분기 말 기준으로 922조 원에 달한다([표1] 참조). 1999년 말부터 2011년 말까지 가계부채의 연평균 증가율은 12.9%에 달해 명목 경제성장률 7.1%를 크게 웃돌았다. 1999년 말 214조 원에서 12년 동안 700조 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주택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2008년 중반 이후 신용대출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확대되었다. 특히 2007년부터 전체 가계 대출에서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은행의 가계대출을 규제하면서 생기는 ‘풍선효과’가 그 원인 중 하나다.
[표 1] 2002-2012년 가계부채 추이
가계부채는 소득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다. GDP대비 1999년 말 38.8%에서 2011년 말 73.3%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개인가처분 소득 대비 61.3%에서 135.9%로 높아졌다. 전체 가계 평균 부채는 약 5,077만원이고 부채가 있는 가계의 평균 부채는 6,396만 원에 이르는데, 이는 가계의 연간 가처분소득 3,283만 원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남한의 가계부채/가처분소득 비율은 영국, 호주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표 2] 주요국의 가계부채 규모
가계, 기업, 정부부문 부채의 합도 1990년 말 GDP대비 119%에서 2010년 말 215% 수준으로 상승했다. 가계부채가 2배 가까이 확대될 동안, 기업부채는 완만히 늘어났고, 정부부채는 큰 폭으로 늘어났으나 GDP대비 31%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표 3] 매크로레버리지(가계, 기업, 정부 부문 부채 총합)추이
가계부채의 특징
한국의 가계부채의 가장 큰 특징은 단기, 변동금리 중심의 주택담보대출이 많다는 점이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한국 95%, 미국 10%, 영국 62%, 프랑스 13%이고, 한국의 금리 변동주기는 통상 3개월 수준이나 미국은 통상 1년, 일본은 6개월 이상이다. 이자만 내고 있는 일시상환 대출, 거치기간 중인 분할상환 비중이 80%정도로 높아 만기 시 원금 상환부담이 큰 것도 특징이다.
가계부채가구의 특징을 보면 전체 가구 중 59.5%가 부채를 보유하고 고소득분위로 갈수록 부채보유가구의 비중이 커지고 금액도 확대된다. 소득이 높을수록 은행차입이,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비은행권으로부터의 차입이 많은 편이다. 저축은행, 대부업체, 신용카드사 등 고금리 가계 대출기관에서의 차입은 1~3분위 소득자, 임시·일용직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표 4] 가구 소득별 부채가구 비중과 평균 부채
부채보유가구의 총자산대비 부채, 금융자산대비 부채 등은 전 소득분위에 걸쳐 비슷하지만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분위가 3.5배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크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부담(Debt Service Ratio, DSR)이 40% 이상인 취약가구의 경우 1분위가 26.1%로 현저히 높다. 가계부채의 용도는 주택관련 및 사업·투자용이 대부분이나 저소득층일수록 부채상환, 생활비 등을 조달하기 위한 대출의 비율이 커진다. 소득1분위의 경우 그 비율이 27%에 이른다.
[그림 1] 소득분위 별 대출용도
가계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평가
일반적으로 과다한 가계부채는 원리금 상환부담 증대로 소비위축을 초래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통화정책 측면에서 긴축 전환 시 경기위축, 파산증가, 사회혼란이 우려되어 금리 인상 등과 같은 적극적 인플레이션 대응이 제약된다. 가계부채는 취약계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제 2009년 이후 가계의 이자상환부담 증가로 인해 저축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현재 소비수준은 장기 추세치를 밑돌고 있다. 또한 가계부채의 상승폭이 클수록 실물경기의 변동성이 커진다.
한국은행은 부채에 대한 가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단기간 내 채권자인 은행이 대규모 부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가계부채 대부분(87%)을 중상위 소득계층(3~5분위)이 보유하고 있고, 주택담보인정비율(Loan to Value, LTV)이 47%로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비은행권 대출과 다중채무자에 의한 대출이 많아지는 등 질적 측면의 건전성이 저하함으로써 취약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장기적 측면에서는 ‘채무부담 증가 → 내수 위축 → 소득축소 → 채무부담 증가’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외부충격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2010년대 중반 이후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고가 주택일수록 주택가격 상승 기대 하에 과다 차입한 경우가 많아서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주택담보대출의 대거 부실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고, 이것이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정부는 향후 베이비붐세대의 퇴직이 가속화함에 따라 자영업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 과밀취약 업종의 부실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인식도 비슷하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며 부실이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나 관련 금융회사들의 구조조정이 적절히 이루어질 경우 금융체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거시경제 및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대내외적 충격이 강하게 발생하는 경우, 가계부실이 확산되면서 복합적으로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카드론 등 소비성 대출을 중심으로 비은행권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구입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되면서 가계대출의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
금융화에 따른 변화
1997년 이후 한국경제는 금융자유화를 통해 ‘신흥시장’으로 변모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의 주식투자한도 확대(1997.12)와 폐지(1998.5)에 따라 외국계 기관투자와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주식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코스피지수가 경제성장의 척도가 되었다.
은행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되었다. 부실은행의 퇴출, 은행 간 합병이 지속되었다. 그 결과 국내 일반은행 수는 1997년 26개에서 2008년 11월 말 13개로 감소한 반면, 은행별 평균 자산규모는 1997년 18.7조 원에서 2007년 74.3조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규모의 변화와 더불어 은행의 수익추구 모델도 변화했다. 외환위기 이전 은행의 수익은 기업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타업종 진출, 전통적인 은행업무 이외의 부수겸영업무 취급 등이 허용되면서 비이자수익이 늘어났다.
금융적 수익 추구가 장려되고 법·제도가 이에 발맞추어 변화하면서 은행도 산업자본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전통적 업무 외에 공격적인 수익 추구 행위에 나서게 되었다. 여기서, 국내의 은행들이 주주들에게 고액의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점이 지적될 필요가 있다. 국내 은행들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율은 대부분 60%를 넘어섰는데, 이는 이러한 고배당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익의 많은 부분을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은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가계대출이 그 중 하나다.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의 변화도 은행의 대출 행태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의 입장에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데, 금융화와 더불어 기존의 은행대출을 이용하던 대기업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되자 은행들은 새로운 대출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가계대출의 확대였다. 가계대출은 연체율이 기업대출보다 훨씬 낮은 데에다 국제결제은행이 제시한 각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유리하기도 하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도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다. 저금리 역시 금융화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이다.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서는 저금리 정책을 통해 시중에 유동자금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이자가 적은 은행저축보다는 (차입을 통해서라도) 수익성이 높은 부문에 투자를 하게 된다. 저금리는 주식시장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부양에도 일조한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의 확대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주택담보대출의 확대와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부의 주택금융 확대와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를 증가시켰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고금리 및 실업증대, 금융기관의 자금회수 등으로 부동산 시장은 거래 자체가 마비되는 현상을 맞게 되었다. 1998년 주택 및 토지 가격은 각각 12.4%, 13.6% 하락하는 등 전대미문의 침체를 겪었다. 김대중 정부는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여, 개발제한구역을 대규모로 해제하고, 양도소득세 및 각종 세금을 감면하고, 공급자에 대한 다양한 규제를 완화한다.
한편으로 주택금융을 확대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주택금융은 정책금융으로서 정부기금인 국민주택기금과 국책은행인 주택은행에서 주택구입을 위한 신용을 공급해왔다. 그러나 1994년 대출이자율 자유화 조치, 1996년 상업은행의 장기주택금융 공급 허용을 시발점으로 1997년 한국주택은행 민영화, 1998년 부동산에 대한 대출제한 해제, 2001년 민간은행의 청약저축 취급 전면허용 등이 이어지며, 주택금융의 민영화가 본격화됐다.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가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게 된다.
이후 주택가격은 급등하게 된다. 전국 주택 매매 가격지수는 2000년 1월 61.1에서 2009년 2월 99.1로 9년여 동안 62% 상승했고,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50% 상승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본격화한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연쇄효과를 만들었다. 주택가격의 상승은 자산의 상승효과를 만들어 소비를 증가시키고 이는 다시 주택수요와 주택가격을 상승시킨다. 그만큼 가계대출도 다시 늘어나는 순환 구조가 생긴다. 이러한 경로로 가계대출은 주택가격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주택에 대한 실제 수요 외에도 매매차익을 기대하는 투기 행태가 중산층까지 확대되었다. 투기가 아니더라도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가 일단 집을 사야한다는 생각을 만들어 수요를 늘리기도 했다. 이러한 부동산의 금융상품화는 금융화로 인한 저금리, 실질임금 하락과 같은 경제적 조건이 만든 결과다.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이 초래할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일정한 규제책을 병행했다. 2000년 이후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기 위해 2003년 가계대출억제대책, 2005년 주택담보대출 리스크관리 강화방안, 10.29 부동산 종합 대책 등을 통해 LTV 규제를 강화했다. 이러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은 지속되어 2006년에 정점에 이르렀으나, 2007년 총부채상환비율(Debt to income, DTI) 규제를 수도권에 전면 실시하면서 잦아들기 시작했다. 2006년 이후 정부는 주택가격의 등락에 따라 DTI등 주택금융과 부동산에 대한 규제와 규제완화를 반복하게 된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위협
금융화로 인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점도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다. 재벌대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평가절하(고환율)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하여 급속한 수출 주도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반도체, 자동차, IT 등 선도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재벌이 크게 성장한 반면, 여타 산업이나 중소기업은 성장이 지체되었다. 이와 함께 노동자들의 삶도 크게 변화하였다.
외환위기 당시의 정리해고의 경험과 그 뒤로도 이어지는 실업에 대한 불안이 노동자들을 위축시켰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적 경로를 통한 축적 방식이 우선시되면서 실물경제 투자가 부진하여 자본 축적률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낮은 자본 축적률이 구조적 실업률을 높은 상태로 지속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업률이 높으면 노동자들의 실직 가능성은 실제로 커지고, 실직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다. 이는 사용자와의 교섭 시 협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투쟁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비정규직 확산에 합의하면서 자신의 몫을 확보하려는 행태는 이를 배경으로 한다. 노동조합의 투쟁력, 교섭력이 약화됨에 따라 총산출에서 자본이 가져가는 이윤몫이 커진 반면 노동자가 가져오는 임금몫은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열심히 일해도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저임금 계층은 2007년 23.3%에서 2011년 28.1%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약 31-40%의 노동자들은 사회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구입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중산층도 불안을 공유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라 할지라도 한 번 해고되면 이전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또한 노동을 통한 임금소득만으로는 과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에서 이를 다 감당할 수 없거니와, 연금제도 등이 취약한 상황에서 노후대책 마련도 어렵다. 노동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들은 대체 소득원을 찾게 되는데, 부동산 투기를 통한 금융소득이 가장 유력한 방법 중 하나이다. 이것이 전통적으로 저축을 통해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주체로 여겨진 ‘가계’가 ‘투자자’의 행태를 띠게 된 이유이다.
정부 대책의 한계
금융대책
2011년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은 1)가계부채 적정증가 관리, 2)가계대출 구조개선, 3)금융소비자 보호, 4)서민금융 기반 강화로 이뤄져있다. 2012년 ‘가계부채 동향 및 서민금융지원 강화방안’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크게 줄지 않고 연체율이 상승한 상황을 반영하여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과밀업종의 자영업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는 방안, 주택거래 회복을 위한 대책을 추가한다.
정부의 대책은 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계부채 적정 증가 관리, 금융소비자 보호가 그러한 방안이다. 가계부채 적정 증가 관리 방안의 세부적 내용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제2금융권은 증가요인을 억제하되 단계적 시행을 통해 서민금융이 위축되지 않도록 추진하는 것이다. 최근 추가된 자영업자 대출 규제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은 변동금리 상품에 대한 고지의무를 강화하고 금리변동 상한을 제시하거나 변동주기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가계대출에 대한 총량규제는 가계대출 규모가 이미 확대된 상황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저소득·저신용 가계의 대출을 더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 특히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금융위기 이후 비은행권에 의한 대출이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용대출이 늘고 있다는 점은 가계의 상환여력이 많이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수요측면에서도 주택구입보다 생활안정, 자영업 자금 목적의 대출이 저소득가구에 많은 만큼 대출규제가 생활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크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서민금융제도를 도입한다. 서민금융이란 시장원리에 따라 대출해주는 “일반금융”과 달리 공적 지원을 바탕으로 저신용자에게 저금리로 특별 대출해 주는 제도로,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가 대표적이다. 서민금융의 대상은 일반적으로 신용등급 7~10등급 보유자들이다. 2010년 말 기준 700만 명 수준인데, 이들은 은행보다는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등을 많이 이용한다.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많고, 따라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게 된다. 금융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약 46%가 20%를 초과하는 고금리의 채무를 보유하고 있었다.
서민금융은 금융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이 고금리대출, 사채를 사용하면서 더욱 빈곤해지는 악순환을 방지하려는 의도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저소득층이 대출받은 금액을 투자가 아니라 생활자금으로 소비하면서 상환능력이 감소하면 전체 가계부채를 더욱 증가시키고 가계를 부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난점이 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도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금융기관이 운영하면서 금융과 복지 논리의 혼란이 생긴다. 가령 저신용자에게 저이자율의 혜택을 주는 햇살론의 경우, 개인들은 일부러 신용을 떨어뜨리려고 하고, 금융기관은 그나마 신용도가 좋은 등급에 대출을 해주려고 하면서 7등급 신용자에게는 지나치게 자금이 몰리고, 8등급 이하의 신용자는 차별받는 문제점이 생겼다.
또 다른 대책인 가계대출 구조개선 방안은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활성화를 유도하고, 이를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매입하여 유동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자산유동화(증권화)를 통한 단기변동금리에서 장기고정금리로의 전환은 민간 주택금융시장이 형성되던 외환위기 시기부터 논의되어 왔다. 1998년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제정, 2004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출범 등 자산유동화를 위한 법과 제도가 갖춰져 왔다. 시중은행들이 단기 변동금리의 주택담보대출만 취급하고자 했기에 정부가 61%, 한국은행이 29%, 국민주택기금이 10%를 출자한 공적 주택금융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를 신설하게 된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담보부증권 잔액은 2004년 4조 8천억에서 2009년 17조 9천억으로 증가했지만 그 비중은 2004년 474조 6천억에서 2009년 733조로 증가한 전체 가계대출과 비교해 보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렇게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도입하려고 한 부동산시장의 증권화가 확산되지 못한 이유는 경제위기가 점차 회복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다시 대규모 단지개발, 분양, 자본차익, 단기변동금리 대출이 지배적인 시장 환경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신용의 증권화’가 덜 진전된 결과 2007-2009년 금융위기로부터 받은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볼 수도 있다. 자산유동화로 불리는 신용의 증권화는 미국 금융위기를 확대, 심화시킨 직접적 원인이었다. 은행업과 증권업의 겸업화로 인해 파생금융상품시장이 광범위하게 발달한 미국은 주택가격 하락이 증권회사의 위기로 이어지고, 그 위기가 은행, 보험까지 파급되었다.
정부의 가계대출 구조개선 방안은 현재의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확대하는 요인을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계부채가 발생한 핵심적 문제인 금융화를 더 진전시킬 뿐이다. 정부의 금융대책은 금융화라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둔 채, 건전한 운영, 부채 총량의 제한 등 미시적 관리에만 머물러 있다. 이러한 대책은 총체적 위기의 시점을 지연시키는 단기적 해결책일 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해결되지 못한 가계부채 문제가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대책
2007년 부동산 거품시기에 형성된 3-5년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최근 집중되면서 대규모 부실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그러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예를 들어 LTV 규제가 50%일 때 6억 원의 아파트를 담보로 3억원을 대출했는데, 아파트 가격이 5억으로 내렸다면 2억 5천만 원까지 대출할 수 있게 되므로 일시상환 부담을 지게 되거나, 대출 상환 만기를 연장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가계의 상환 문제는 은행의 건전성 문제와 연관된다. 정부는 아직까지 주택담보대출의 단기적 부실위험은 적다는 평가를 하면서도 ‘5.10 주택거래 정상화대책’이라든지 8월 17일 DTI 규제 완화를 통해 계속해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주택 경기 활성화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주택금융과의 연계로 인해 가계부채는 더욱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신용 공급을 통한 거래 활성화 유도는 현재 부동산 침체의 해결책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 빚을 더 내 준다고 해도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현재 부동산 거래 침체 및 가격 하락은 주택 공급의 포화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주택 수요 연령대 인구의 감소, 이미 높은 주택 가격, 거시경제 및 부동산 시장의 예측불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결국 주택금융의 규제완화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하지 못한 채,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밖에도, 앞서 지적했듯이 주택담보대출이 생업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사항이다.
진보적 대안에 대한 검토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가면서 진보진영에서도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서 여전히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흐르도록 하는’ 정부 대책을 비판하며, ‘주택대출의 국가인수제도’를 주장한다. 이는 정부가 주택대출을 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주택채권을 직접 구매함으로써 국민들의 채무부담을 해결해주자는 의도이다. 일차적으로 LTV가 높고 실거주자가 저소득계층인 주택을 우선적 인수대상으로 삼고, 대상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방식을 취할 것을 제안한다. 통합진보당 박원석 의원은 7월 24일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1)파산법 개정, 주택금융공사 부실 대출채권 매입 후 장기 모기지 전환 2)DTI 법제화를 통한 원칙 훼손 금지 3)부채 상환이 불가능한 가구는 탕감, 나머지 가구는 금리 인하와 채권 추심 제도화를 통해 상환 부담을 합리적 수준으로 낮출 것을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2011년 8월 정책보고서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 조장’ 주택정책과 소득분배 불평등이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적 원인이며,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공영역까지 개인부담으로 떠넘겨버린 신자유주의가 가계부채 증가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노동자·서민들에게 인간다운 주거를 보장하는 정책, 소득분배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정규직·비정규직간 차별을 해소하며, 공공복지 확충을 통해 가계부담을 완화하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실질임금·실질소득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의 대책은 모두 정부의 주택 경기 활성화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저소득층의 주택문제나 그들이 부채를 갚지 못해 일어나는 피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경제 안정’에만 급급하여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염려하면서도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에 소극적인 정부의 반민중적 태도를 비판한다. 민주노총은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을 실질임금의 축소와 소득 불평등에서 찾으며, 임금인상과 복지확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방안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의 한계를 올바로 지적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가계부채 문제가 앞서 설명하였듯이 금융화라고 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정책적 대안을 넘어 보다 구조적인 해법이 동시에 모색될 필요가 있다. 은행의 약탈적 대출과 같은 공격적 수익 추구 행태와, 이를 조장하는 주주들에 대한 고배당 관행을 제어하자. 금융화를 더욱 확대하는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을 막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금융화에 동반하는 노동신축화의 흐름도 바뀌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노동자계급의 단결이라는 관점에서 내부 격차를 줄이는 방식의 임금인상 투쟁 등을 모색할 수 있다. 주택이 금융상품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수재라는 관점에서 주택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한 싸움을 진행하자. 이러한 투쟁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금융화 기조의 역전을 꾀하자.
가계부채는 주택시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과도한 대출로 집을 마련한 후 이자부담으로 힘들게 생활하는 ‘하우스푸어’, 대출금보다 주택가격이 더 낮은 ‘깡통주택’ 같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 경기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지만, 이것이 가계부채를 다시 증가시킬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이미 부채를 가진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만, 그렇다고 가계부채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주택가격의 고공행진을 언제까지고 유지할 수는 없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문제가 당장 금융위기로 폭발할 수 있음을 부정하면서도 그것이 심각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체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금리를 인상할 것인가 인하할 것인가, 또는 주택시장 규제를 강화할 것인가 완화한 것인가 등, 상반되는 대책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인가?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 글에서는 가계부채가 증가한 원인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검토하면서 노동자·민중의 시각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가계부채 현황
가파르게 증가해 온 가계부채
가계부채(가계신용)는 개인이 은행, 보험, 저축은행, 카드사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한 가계대출과 카드할부거래 등으로 물건을 외상으로 구입하면서 발생한 부채인 판매신용을 합한 것이다. 가계부채는 2012년 2분기 말 기준으로 922조 원에 달한다([표1] 참조). 1999년 말부터 2011년 말까지 가계부채의 연평균 증가율은 12.9%에 달해 명목 경제성장률 7.1%를 크게 웃돌았다. 1999년 말 214조 원에서 12년 동안 700조 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주택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2008년 중반 이후 신용대출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확대되었다. 특히 2007년부터 전체 가계 대출에서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은행의 가계대출을 규제하면서 생기는 ‘풍선효과’가 그 원인 중 하나다.
[표 1] 2002-2012년 가계부채 추이
가계부채는 소득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다. GDP대비 1999년 말 38.8%에서 2011년 말 73.3%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개인가처분 소득 대비 61.3%에서 135.9%로 높아졌다. 전체 가계 평균 부채는 약 5,077만원이고 부채가 있는 가계의 평균 부채는 6,396만 원에 이르는데, 이는 가계의 연간 가처분소득 3,283만 원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남한의 가계부채/가처분소득 비율은 영국, 호주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표 2] 주요국의 가계부채 규모
가계, 기업, 정부부문 부채의 합도 1990년 말 GDP대비 119%에서 2010년 말 215% 수준으로 상승했다. 가계부채가 2배 가까이 확대될 동안, 기업부채는 완만히 늘어났고, 정부부채는 큰 폭으로 늘어났으나 GDP대비 31%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표 3] 매크로레버리지(가계, 기업, 정부 부문 부채 총합)추이
가계부채의 특징
한국의 가계부채의 가장 큰 특징은 단기, 변동금리 중심의 주택담보대출이 많다는 점이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한국 95%, 미국 10%, 영국 62%, 프랑스 13%이고, 한국의 금리 변동주기는 통상 3개월 수준이나 미국은 통상 1년, 일본은 6개월 이상이다. 이자만 내고 있는 일시상환 대출, 거치기간 중인 분할상환 비중이 80%정도로 높아 만기 시 원금 상환부담이 큰 것도 특징이다.
가계부채가구의 특징을 보면 전체 가구 중 59.5%가 부채를 보유하고 고소득분위로 갈수록 부채보유가구의 비중이 커지고 금액도 확대된다. 소득이 높을수록 은행차입이,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비은행권으로부터의 차입이 많은 편이다. 저축은행, 대부업체, 신용카드사 등 고금리 가계 대출기관에서의 차입은 1~3분위 소득자, 임시·일용직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표 4] 가구 소득별 부채가구 비중과 평균 부채
부채보유가구의 총자산대비 부채, 금융자산대비 부채 등은 전 소득분위에 걸쳐 비슷하지만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분위가 3.5배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크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부담(Debt Service Ratio, DSR)이 40% 이상인 취약가구의 경우 1분위가 26.1%로 현저히 높다. 가계부채의 용도는 주택관련 및 사업·투자용이 대부분이나 저소득층일수록 부채상환, 생활비 등을 조달하기 위한 대출의 비율이 커진다. 소득1분위의 경우 그 비율이 27%에 이른다.
[그림 1] 소득분위 별 대출용도
가계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평가
일반적으로 과다한 가계부채는 원리금 상환부담 증대로 소비위축을 초래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통화정책 측면에서 긴축 전환 시 경기위축, 파산증가, 사회혼란이 우려되어 금리 인상 등과 같은 적극적 인플레이션 대응이 제약된다. 가계부채는 취약계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제 2009년 이후 가계의 이자상환부담 증가로 인해 저축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현재 소비수준은 장기 추세치를 밑돌고 있다. 또한 가계부채의 상승폭이 클수록 실물경기의 변동성이 커진다.
한국은행은 부채에 대한 가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단기간 내 채권자인 은행이 대규모 부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가계부채 대부분(87%)을 중상위 소득계층(3~5분위)이 보유하고 있고, 주택담보인정비율(Loan to Value, LTV)이 47%로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비은행권 대출과 다중채무자에 의한 대출이 많아지는 등 질적 측면의 건전성이 저하함으로써 취약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장기적 측면에서는 ‘채무부담 증가 → 내수 위축 → 소득축소 → 채무부담 증가’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외부충격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2010년대 중반 이후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고가 주택일수록 주택가격 상승 기대 하에 과다 차입한 경우가 많아서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주택담보대출의 대거 부실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고, 이것이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정부는 향후 베이비붐세대의 퇴직이 가속화함에 따라 자영업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 과밀취약 업종의 부실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인식도 비슷하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며 부실이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나 관련 금융회사들의 구조조정이 적절히 이루어질 경우 금융체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거시경제 및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대내외적 충격이 강하게 발생하는 경우, 가계부실이 확산되면서 복합적으로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카드론 등 소비성 대출을 중심으로 비은행권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구입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되면서 가계대출의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
금융화에 따른 변화
1997년 이후 한국경제는 금융자유화를 통해 ‘신흥시장’으로 변모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의 주식투자한도 확대(1997.12)와 폐지(1998.5)에 따라 외국계 기관투자와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주식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코스피지수가 경제성장의 척도가 되었다.
은행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되었다. 부실은행의 퇴출, 은행 간 합병이 지속되었다. 그 결과 국내 일반은행 수는 1997년 26개에서 2008년 11월 말 13개로 감소한 반면, 은행별 평균 자산규모는 1997년 18.7조 원에서 2007년 74.3조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규모의 변화와 더불어 은행의 수익추구 모델도 변화했다. 외환위기 이전 은행의 수익은 기업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타업종 진출, 전통적인 은행업무 이외의 부수겸영업무 취급 등이 허용되면서 비이자수익이 늘어났다.
금융적 수익 추구가 장려되고 법·제도가 이에 발맞추어 변화하면서 은행도 산업자본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전통적 업무 외에 공격적인 수익 추구 행위에 나서게 되었다. 여기서, 국내의 은행들이 주주들에게 고액의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점이 지적될 필요가 있다. 국내 은행들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율은 대부분 60%를 넘어섰는데, 이는 이러한 고배당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익의 많은 부분을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은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가계대출이 그 중 하나다.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의 변화도 은행의 대출 행태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의 입장에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데, 금융화와 더불어 기존의 은행대출을 이용하던 대기업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되자 은행들은 새로운 대출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가계대출의 확대였다. 가계대출은 연체율이 기업대출보다 훨씬 낮은 데에다 국제결제은행이 제시한 각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유리하기도 하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도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다. 저금리 역시 금융화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이다.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서는 저금리 정책을 통해 시중에 유동자금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이자가 적은 은행저축보다는 (차입을 통해서라도) 수익성이 높은 부문에 투자를 하게 된다. 저금리는 주식시장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부양에도 일조한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의 확대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주택담보대출의 확대와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부의 주택금융 확대와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를 증가시켰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고금리 및 실업증대, 금융기관의 자금회수 등으로 부동산 시장은 거래 자체가 마비되는 현상을 맞게 되었다. 1998년 주택 및 토지 가격은 각각 12.4%, 13.6% 하락하는 등 전대미문의 침체를 겪었다. 김대중 정부는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여, 개발제한구역을 대규모로 해제하고, 양도소득세 및 각종 세금을 감면하고, 공급자에 대한 다양한 규제를 완화한다.
한편으로 주택금융을 확대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주택금융은 정책금융으로서 정부기금인 국민주택기금과 국책은행인 주택은행에서 주택구입을 위한 신용을 공급해왔다. 그러나 1994년 대출이자율 자유화 조치, 1996년 상업은행의 장기주택금융 공급 허용을 시발점으로 1997년 한국주택은행 민영화, 1998년 부동산에 대한 대출제한 해제, 2001년 민간은행의 청약저축 취급 전면허용 등이 이어지며, 주택금융의 민영화가 본격화됐다.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가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게 된다.
이후 주택가격은 급등하게 된다. 전국 주택 매매 가격지수는 2000년 1월 61.1에서 2009년 2월 99.1로 9년여 동안 62% 상승했고,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50% 상승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본격화한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연쇄효과를 만들었다. 주택가격의 상승은 자산의 상승효과를 만들어 소비를 증가시키고 이는 다시 주택수요와 주택가격을 상승시킨다. 그만큼 가계대출도 다시 늘어나는 순환 구조가 생긴다. 이러한 경로로 가계대출은 주택가격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주택에 대한 실제 수요 외에도 매매차익을 기대하는 투기 행태가 중산층까지 확대되었다. 투기가 아니더라도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가 일단 집을 사야한다는 생각을 만들어 수요를 늘리기도 했다. 이러한 부동산의 금융상품화는 금융화로 인한 저금리, 실질임금 하락과 같은 경제적 조건이 만든 결과다.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이 초래할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일정한 규제책을 병행했다. 2000년 이후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기 위해 2003년 가계대출억제대책, 2005년 주택담보대출 리스크관리 강화방안, 10.29 부동산 종합 대책 등을 통해 LTV 규제를 강화했다. 이러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은 지속되어 2006년에 정점에 이르렀으나, 2007년 총부채상환비율(Debt to income, DTI) 규제를 수도권에 전면 실시하면서 잦아들기 시작했다. 2006년 이후 정부는 주택가격의 등락에 따라 DTI등 주택금융과 부동산에 대한 규제와 규제완화를 반복하게 된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위협
금융화로 인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점도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다. 재벌대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평가절하(고환율)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하여 급속한 수출 주도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반도체, 자동차, IT 등 선도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재벌이 크게 성장한 반면, 여타 산업이나 중소기업은 성장이 지체되었다. 이와 함께 노동자들의 삶도 크게 변화하였다.
외환위기 당시의 정리해고의 경험과 그 뒤로도 이어지는 실업에 대한 불안이 노동자들을 위축시켰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적 경로를 통한 축적 방식이 우선시되면서 실물경제 투자가 부진하여 자본 축적률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낮은 자본 축적률이 구조적 실업률을 높은 상태로 지속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업률이 높으면 노동자들의 실직 가능성은 실제로 커지고, 실직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다. 이는 사용자와의 교섭 시 협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투쟁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비정규직 확산에 합의하면서 자신의 몫을 확보하려는 행태는 이를 배경으로 한다. 노동조합의 투쟁력, 교섭력이 약화됨에 따라 총산출에서 자본이 가져가는 이윤몫이 커진 반면 노동자가 가져오는 임금몫은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열심히 일해도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저임금 계층은 2007년 23.3%에서 2011년 28.1%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약 31-40%의 노동자들은 사회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구입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중산층도 불안을 공유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라 할지라도 한 번 해고되면 이전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또한 노동을 통한 임금소득만으로는 과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에서 이를 다 감당할 수 없거니와, 연금제도 등이 취약한 상황에서 노후대책 마련도 어렵다. 노동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들은 대체 소득원을 찾게 되는데, 부동산 투기를 통한 금융소득이 가장 유력한 방법 중 하나이다. 이것이 전통적으로 저축을 통해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주체로 여겨진 ‘가계’가 ‘투자자’의 행태를 띠게 된 이유이다.
정부 대책의 한계
금융대책
2011년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은 1)가계부채 적정증가 관리, 2)가계대출 구조개선, 3)금융소비자 보호, 4)서민금융 기반 강화로 이뤄져있다. 2012년 ‘가계부채 동향 및 서민금융지원 강화방안’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크게 줄지 않고 연체율이 상승한 상황을 반영하여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과밀업종의 자영업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는 방안, 주택거래 회복을 위한 대책을 추가한다.
정부의 대책은 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계부채 적정 증가 관리, 금융소비자 보호가 그러한 방안이다. 가계부채 적정 증가 관리 방안의 세부적 내용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제2금융권은 증가요인을 억제하되 단계적 시행을 통해 서민금융이 위축되지 않도록 추진하는 것이다. 최근 추가된 자영업자 대출 규제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은 변동금리 상품에 대한 고지의무를 강화하고 금리변동 상한을 제시하거나 변동주기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가계대출에 대한 총량규제는 가계대출 규모가 이미 확대된 상황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저소득·저신용 가계의 대출을 더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 특히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금융위기 이후 비은행권에 의한 대출이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용대출이 늘고 있다는 점은 가계의 상환여력이 많이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수요측면에서도 주택구입보다 생활안정, 자영업 자금 목적의 대출이 저소득가구에 많은 만큼 대출규제가 생활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크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서민금융제도를 도입한다. 서민금융이란 시장원리에 따라 대출해주는 “일반금융”과 달리 공적 지원을 바탕으로 저신용자에게 저금리로 특별 대출해 주는 제도로,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가 대표적이다. 서민금융의 대상은 일반적으로 신용등급 7~10등급 보유자들이다. 2010년 말 기준 700만 명 수준인데, 이들은 은행보다는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등을 많이 이용한다.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많고, 따라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게 된다. 금융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약 46%가 20%를 초과하는 고금리의 채무를 보유하고 있었다.
서민금융은 금융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이 고금리대출, 사채를 사용하면서 더욱 빈곤해지는 악순환을 방지하려는 의도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저소득층이 대출받은 금액을 투자가 아니라 생활자금으로 소비하면서 상환능력이 감소하면 전체 가계부채를 더욱 증가시키고 가계를 부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난점이 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도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금융기관이 운영하면서 금융과 복지 논리의 혼란이 생긴다. 가령 저신용자에게 저이자율의 혜택을 주는 햇살론의 경우, 개인들은 일부러 신용을 떨어뜨리려고 하고, 금융기관은 그나마 신용도가 좋은 등급에 대출을 해주려고 하면서 7등급 신용자에게는 지나치게 자금이 몰리고, 8등급 이하의 신용자는 차별받는 문제점이 생겼다.
또 다른 대책인 가계대출 구조개선 방안은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활성화를 유도하고, 이를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매입하여 유동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자산유동화(증권화)를 통한 단기변동금리에서 장기고정금리로의 전환은 민간 주택금융시장이 형성되던 외환위기 시기부터 논의되어 왔다. 1998년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제정, 2004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출범 등 자산유동화를 위한 법과 제도가 갖춰져 왔다. 시중은행들이 단기 변동금리의 주택담보대출만 취급하고자 했기에 정부가 61%, 한국은행이 29%, 국민주택기금이 10%를 출자한 공적 주택금융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를 신설하게 된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담보부증권 잔액은 2004년 4조 8천억에서 2009년 17조 9천억으로 증가했지만 그 비중은 2004년 474조 6천억에서 2009년 733조로 증가한 전체 가계대출과 비교해 보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렇게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도입하려고 한 부동산시장의 증권화가 확산되지 못한 이유는 경제위기가 점차 회복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다시 대규모 단지개발, 분양, 자본차익, 단기변동금리 대출이 지배적인 시장 환경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신용의 증권화’가 덜 진전된 결과 2007-2009년 금융위기로부터 받은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볼 수도 있다. 자산유동화로 불리는 신용의 증권화는 미국 금융위기를 확대, 심화시킨 직접적 원인이었다. 은행업과 증권업의 겸업화로 인해 파생금융상품시장이 광범위하게 발달한 미국은 주택가격 하락이 증권회사의 위기로 이어지고, 그 위기가 은행, 보험까지 파급되었다.
정부의 가계대출 구조개선 방안은 현재의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확대하는 요인을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계부채가 발생한 핵심적 문제인 금융화를 더 진전시킬 뿐이다. 정부의 금융대책은 금융화라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둔 채, 건전한 운영, 부채 총량의 제한 등 미시적 관리에만 머물러 있다. 이러한 대책은 총체적 위기의 시점을 지연시키는 단기적 해결책일 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해결되지 못한 가계부채 문제가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대책
2007년 부동산 거품시기에 형성된 3-5년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최근 집중되면서 대규모 부실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그러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예를 들어 LTV 규제가 50%일 때 6억 원의 아파트를 담보로 3억원을 대출했는데, 아파트 가격이 5억으로 내렸다면 2억 5천만 원까지 대출할 수 있게 되므로 일시상환 부담을 지게 되거나, 대출 상환 만기를 연장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가계의 상환 문제는 은행의 건전성 문제와 연관된다. 정부는 아직까지 주택담보대출의 단기적 부실위험은 적다는 평가를 하면서도 ‘5.10 주택거래 정상화대책’이라든지 8월 17일 DTI 규제 완화를 통해 계속해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주택 경기 활성화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주택금융과의 연계로 인해 가계부채는 더욱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신용 공급을 통한 거래 활성화 유도는 현재 부동산 침체의 해결책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 빚을 더 내 준다고 해도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현재 부동산 거래 침체 및 가격 하락은 주택 공급의 포화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주택 수요 연령대 인구의 감소, 이미 높은 주택 가격, 거시경제 및 부동산 시장의 예측불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결국 주택금융의 규제완화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하지 못한 채,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밖에도, 앞서 지적했듯이 주택담보대출이 생업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사항이다.
진보적 대안에 대한 검토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가면서 진보진영에서도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서 여전히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흐르도록 하는’ 정부 대책을 비판하며, ‘주택대출의 국가인수제도’를 주장한다. 이는 정부가 주택대출을 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주택채권을 직접 구매함으로써 국민들의 채무부담을 해결해주자는 의도이다. 일차적으로 LTV가 높고 실거주자가 저소득계층인 주택을 우선적 인수대상으로 삼고, 대상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방식을 취할 것을 제안한다. 통합진보당 박원석 의원은 7월 24일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1)파산법 개정, 주택금융공사 부실 대출채권 매입 후 장기 모기지 전환 2)DTI 법제화를 통한 원칙 훼손 금지 3)부채 상환이 불가능한 가구는 탕감, 나머지 가구는 금리 인하와 채권 추심 제도화를 통해 상환 부담을 합리적 수준으로 낮출 것을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2011년 8월 정책보고서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 조장’ 주택정책과 소득분배 불평등이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적 원인이며,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공영역까지 개인부담으로 떠넘겨버린 신자유주의가 가계부채 증가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노동자·서민들에게 인간다운 주거를 보장하는 정책, 소득분배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정규직·비정규직간 차별을 해소하며, 공공복지 확충을 통해 가계부담을 완화하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실질임금·실질소득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의 대책은 모두 정부의 주택 경기 활성화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저소득층의 주택문제나 그들이 부채를 갚지 못해 일어나는 피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경제 안정’에만 급급하여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염려하면서도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에 소극적인 정부의 반민중적 태도를 비판한다. 민주노총은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을 실질임금의 축소와 소득 불평등에서 찾으며, 임금인상과 복지확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방안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의 한계를 올바로 지적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가계부채 문제가 앞서 설명하였듯이 금융화라고 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정책적 대안을 넘어 보다 구조적인 해법이 동시에 모색될 필요가 있다. 은행의 약탈적 대출과 같은 공격적 수익 추구 행태와, 이를 조장하는 주주들에 대한 고배당 관행을 제어하자. 금융화를 더욱 확대하는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을 막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금융화에 동반하는 노동신축화의 흐름도 바뀌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노동자계급의 단결이라는 관점에서 내부 격차를 줄이는 방식의 임금인상 투쟁 등을 모색할 수 있다. 주택이 금융상품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수재라는 관점에서 주택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한 싸움을 진행하자. 이러한 투쟁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금융화 기조의 역전을 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