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3.1-2.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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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_지역과현장_유다해.pdf

[지역과 현장] 인천지역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을 소개합니다

불법파견 실태조사부터 휴업수당 받기운동까지

유다해 | 인천지부 집행위원
인천은 전통적인 공단 밀집지역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회사는 드넓은 공단 내, 수많은 사업장 중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인천지역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이하 사업단)은 금속노조 인천지부가 주축이 되어 지역의 노조,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공단 노동자들의 노동권 향상을 도모하고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해 꾸려졌다. 금속노조 기업지부와 지역지부가 함께 지역에서 활동하자는 취지로 꾸려진 지역공동운영위원회의 주요 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단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모두가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그만큼의 역량을 투여하기 힘든 것이 미조직 사업이기 때문이다.

사람장사 이제 그만! 불법파견 실태조사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활동을 시작할 것인가? 사업단은 공단에 만연한 불법파견 문제를 파고들기로 했다. 현행법에 의하면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에는 인력을 파견할 수 없다. 산업 재해자, 휴직자의 업무대체를 위해 6개월 이내로만 일시적 업무에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될 뿐이다. 그러나 이를 악용한 제조업 인력파견이 판치고 있다.
사업단은 지난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직접 발로 뛰며 불법파견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공단과 연계된 갈산역, 주안역, 동암역 등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혹은 걸어서 일일이 파견업체 간판을 촬영하고 구인 전단지를 모으는 작업을 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인천북부지청이 근로자파견사업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1, 2차 조사에서 각각 81개, 78개의 불법파견(무허가, 대상위반, 기간위반 포함) 의심 업체를 적발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드러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인력파견을 금지한 제조업에 불법파견이 자행되고 있는 점 △파견노동자는 3~6개월 단위로 주기적 해고 및 업체 변경과 재계약을 당하고 있다는 점 △타 지역 소재 파견업체가 인천에서 파견 사업을 할 경우 관할청은 현황조차 모르기 때문에 전혀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 △한 파견업체가 여러 업체 이름으로 구인을 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에는 대표업체 한 군데만 등록하고 나머지는 유령업체라는 점 △워크넷(한국고용정보원에서 운영)에서 제공하는 구인 정보 중 상당수가 미등록 불법파견 업체라는 점이 드러났다. 한 파견업체는 홈페이지에 인천의 주요 사업장, 대부분 제조업에 2,500명 이상을 장기 파견하고 있다고 불법을 자랑하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현행법을 적용하면 그 업체가 파견한 2,500명은 모두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업단의 조사결과 발표에 중부고용노동청과 인천북부고용지청은 형식적으로라도 실태조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무허가 파견이 의심되는 사업장 65개소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한 것이다. 2012년 10월 22일 노동부 결과발표에 의하면 무허가 파견, 파견대상 업무 및 파견기간 위반으로 적발된 8개소는 사법처리, 2개소는 45일간 영업정지, 기타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95건은 시정조치 했다. 특히, 2012년 8월 2일부터 시행한 개정 파견법의 ‘불법파견 시 즉시 직접고용 의무 발생’ 조항에 근거해 4개 업체에서 28명을 직접고용하기에 이르렀다.

고무줄 노동, 고무줄 임금 ‘휴업수당 받기운동’으로 끊어보자!

사업단이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은 고무줄 노동이 심각한 전자전기업종을 겨냥한 활동이었다. “일이 많을 땐 주말도 없이 새벽 세시까지도 일해 봤어요. 그런데 물량이 줄어서 한 달에 40만 원도 못 받기도 했죠.”, “출근했는데 일 없으니 몇 번이나 돌아가라는 바람에 화가 나서 그만둬버렸어요.” 부평공단의 핸드폰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 이야기다. 전기전자 업종, 특히 핸드폰 제조의 경우 모델별 물량 수주 여부, 계절적 수요 등에 따라 고무줄 노동이 고착화 되어 있다. 일이 많으면 몸이 힘들어 죽을 맛이고, 일이 적으면 돈이 없어 살맛 안 난다. 전기전자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는 부평공단의 약 39%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단은 급변하는 핸드폰 시장의 충격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고약한 관행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휴업수당 받기운동’을 시작했다.
휴업수당 받기운동의 시작으로 먼저 휴업과 휴업수당 지급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진행했다. 휴업수당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 시 받을 수 있는 임금으로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한다. 사업단은 부평, 남동공단 곳곳의 식당 앞에서 11월 한 달 동안 9회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에는 총 117개사업장 노동자 347명이 참여했으며, △휴업수당 미지급 사업장 32개 △휴업수당 미지급 인원 927명으로 추산된다.
실태조사를 시작했을 때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남성노동자들은 대부분 실태조사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일이 없어서 쉬더라도 공장에서 쉬거나 휴업수당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위 ‘아줌마’노동자들은 실태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여성노동자들을 주로 사용하는 사업장이 휴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휴업수당을 안 주는 것은 물론이고 강제로 연차를 쓰게 하는 행태도 적잖이 발견되었다. 노무사까지 불러 명절과 여름휴가 때 연차를 쓰는 것이 맞다고 억지를 부린 회사도 있었다.

실태조사에서 휴업수당 받기운동으로 : 집단진정

그러나 휴업수당 받기운동은 노동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극도로 불규칙한 노동은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푼이라도 덜 주려고 불법을 일삼는 사용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휴업수당을 못 받는 노동자들도 크게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는 ‘휴업’과 ‘휴업수당’이라는 개념이 생소했고, 사업단도 보다 일상적인 언어로 이 문제를 폭넓게 알리는데 부족함이 있었다.
현재 사업단은 실태조사를 끝내고 휴업수당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과 함께 고용노동부 집단진정을 조직하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될지 아직은 예상하기 힘들지만 집단진정의 성과로 노동자들이 이 문제에 민감해지고, 스스로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작지만 시작되고 있는 ‘인천지역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 효과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자는 거대한 목표에 비하면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실제 삶의 모습은 미지의 세계에 가까웠다. 그래도 일단은 만나보고 부딪혀 보자는 심정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부지런히 공단에 나갔다. 불법파견 실태조사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휴업수당 받기운동도 어떤 확신을 가지거나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기 힘든 상황에서 현장에 부딪혀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렇게 2012년 6월부터 지금까지 공단에서 꾸준히 노동자들을 만나왔다. 2012년 개정노동법 알리기부터 휴업수당 실태조사, 노동자 권리찾기 어묵 나눠주기까지! 그 동안 많은 사람들과 천막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로 상담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에서 체불임금을 지불받기도 했다.
그간의 노력 덕분일까. 혹한의 날씨에도 공단에 나가 따끈한 오뎅 국물을 내밀며 만나는 노동자들의 눈빛이 5월의 그것보다 훨씬 다정스럽다. 아직은 인천의 전체 공단은커녕 부평공단에서도 많은 것을 해내지는 못했지만, 지금 우리의 활동이 언젠가는 씨줄과 날줄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이번 주에도 우리는 공단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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