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5차 세계이주사회포럼 참가기
지난 11월 26일부터 30일까지 필리핀 마닐라 미리엄 칼리지에서 5차 세계이주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 on Migrantion, 이하 이주사회포럼)이 열렸다. 이주사회포럼은 세계사회포럼의 주제별(thematic) 포럼으로서 세계사회포럼이 열리지 않는 해에 격년으로 열린다. 1차는 2005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세계적 불안 속에서의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2차는 2006년에 스페인 바시아마드리드에서 ‘보편적 시민권과 인권: 다른 세계는 가능하고 필수적이고 긴급하다’라는 제목으로, 3차는 같은 곳에서 2008년에 ‘우리의 목소리, 우리의 권리, 장벽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4차는 에콰도르 키토에서 2010년에 ‘보편적 시민권을 위한 민중의 운동’이라는 제목으로, 올해에는 ‘이동, 권리, 세계적 모델: 대안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개최되었다.
이번 이주사회포럼의 목적은 다음과 같이 제시되었다. ①이주와 이동 이슈와 관련되어 있는 전 세계 이주민 그룹, 대중조직, 사회운동,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광범위하게 결집하는 공간의 제공. ②토론, 심층 분석, 담론과 경험 공유, 정보와 지식 교류, 이주와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대한 대안적 모델의 집단적 개척, 이주와 이동에 관한 행동과 전략 촉진, 아시아로부터 이주 트렌드, 분석, 경험, 전략, 의제, 관점을 공유하고 부각시켜서 국제적 담론을 풍부히 하는 것. ③이주민과 사회운동, 시민단체 사이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형성하고 강화하기 위함. ④현재의 이주 모델과 신자유주의 패러다임 전체에 대해 민중의 단결과 저항을 강화하기 위함.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의 기반을 만드는데 아이디어와 창안을 개발하기 위함. ⑤필리핀 이주민, 노동,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함. ⑥차기 세계이주사회포럼 준비를 돕고 이주사회포럼 프로세스를 강화하기 위함.
이번 이주사회포럼의 하위 주제는 ①위기, 비판, 국제 이주의 결과 ②이주민의 권리는 인권이다 ③이주에 대한 재상상: 대안 제안, 모델 탐구 ④저항, 조직화, 행동 등이었다.
한국에서는 이주공동행동에서 참가단을 구성해서 필자와 이주노조 비대위원장이 참가했고, 호주시드니대학교의 ‘사회변화와 이주’ 연구팀 2명,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6명, 오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3명이 참가하였다. 대부분의 한국 참가자들은 이주사회포럼과는 별도로 열린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에 대한 민중법정’ 행사에도 참가하였다.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다양한 주제
이주사회포럼은 민주적 토론, 평가, 아이디어와 경험의 공유, 문화적 교류, 네트워킹, 연대 강화, 합의 형성, 이주에 대한 의제와 행동에 관한 계획과 전략 논의, 입장의 대중화 등을 위한 공간이다. 이주를 주제로 하는 세계사회포럼인 만큼 많은 나라의 다양한 영역에서 참가하였다. 주최측 집계로는 50여 나라 1,800여 명이 포럼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이주, 난민, 난민신청자, 철거나 재앙으로 인한 국내 이주민, 인신매매, 이주민의 가족과 공동체, 이주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젠더적 차원, 식량과 일자리, 환경, 시민권 등의 주제들이 다뤄졌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단체, 풀뿌리조직, 노동조합, 연대조직 등이 참가하였다.
행사기간 내내 오전에는 전체 토론이 열렸고 오후에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워크숍은 총 50여개 넘게 개최되었다). 예를 들어 첫째 날 전체 토론은 ‘위기, 비판, 국제 이주의 결과 + 저항, 조직화, 행동’이라는 제목으로 열렸고 ‘강요된 이주와 신자유주의’, ‘가사노동자와 이주의 현실, 그에 대한 대응’, ‘젊은 여성과 여성이주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구금과 범죄자화’, ‘중동의 스폰서 시스템 개혁’, ‘사하라 지역의 강요된 이주’, ‘아시아에서 송출 프로세스’, ‘기후 위기, 녹색경제와 이주’ 등의 워크숍이 열렸다. 포럼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워크숍의 결과를 모아서 선언문 초안을 채택했고 30일에는 필리핀 현지 노조들이 주최한 대규모 시위가 개최되었다.
이주공동행동 워크샵
이주공동행동에서는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노동조합의 투쟁과 이주인권단체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이주노조, 외노협, 시드니대 사회변화와 이주 프로젝트 팀과 함께 워크샵을 개최하였다. 우선 시드니대의 김철효 연구원이 ‘한국의 이주 경향에 대한 개괄’을 발표하였다. 이주 정책의 역사를 개괄하면서 산업연수제에서 고용허가제로 정책이 변화한 상황을 살피고, 이러한 단기순환 노동 정책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운동의 분화를 인권적 접근과 계급운동적 접근으로 나누면서도 특히 ‘자기 스스로 조직화된 이주노동자운동’의 미흡함을 지적하면서 이후 과제를 제기하였다. ‘한국에서 이주노조의 경험과 과제, 전망’을 발제한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비대위원장은 이주노조의 역사와 투쟁, 조직화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주노조 조직화 확대, 한국 노조운동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귀환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 본국-목적국 노동조합의 연대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필자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한국 이주운동 진영의 투쟁과 과제’를 발표하여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두루 짚고 올해 사업장 변경지침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소개하며 고용허가제 폐지와 대안적 제도 마련을 위한 투쟁을 과제로 제시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이재산 사무처장은 ‘단기 이주노동 정책에서 미등록 이주민의 상황과 대안’을 발표하여 단속에 대한 규제 강화,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제도 마련 등을 제시했다. 시드니대 이소훈 연구원은 ‘이주노동자 노조 조직화의 과제’를 발표하여 언어소통 문제, 내국인 노조원의 부정적 인식, 이주노동자의 짧은 체류기간 등 조직화 과정의 난점을 짚고 지역공단/산업별 조직화, 공동체 단위 조직화, 이주노조 독자 조직화 등의 대안 모델을 검토했다(발제문들은 http://cafe.naver.com/act4migrants/176 에서 볼 수 있음).
참가자들은 주로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많은 관심을 표시하였다. 특히 미국 서비스노조 소속의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APALA)’에서 온 참가자들은 이주노조 조직화 과정과 성공적 방식이 무엇이었는지, 미등록 노동자와 그 자녀 문제 등을 질문하였고 유럽에서 온 필리핀 활동가는 가사노동자 노조설립의 어려움을 말하면서 이주노동자들만의 독자적 노조를 만드는 것에 따르는 어려움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미등록 노동자 중심으로 2003-2004년에 합법화를 위한 농성투쟁을 전개하였고 그 결과로 이주노조가 결성되었으며 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활동가들이 강제 단속추방을 당했고 노조가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도 지금까지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한국의 현실은 다른 나라 사례들에 비추어 대단히 예외적인 사례이기에 뚜렷한 인상을 준 것 같다.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서 온 활동가는 사업장 변경기간이 싱가포르에서는 2주간만 주어지고 그것도 특정한 종류의 인권침해의 경우에만 인정된다면서, 이와 유사한 고용허가제 폐지 운동 계획을 물었다. 고용허가제 폐지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을 위해 진행 중인 투쟁을 소개하고 이주노동자 운동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대부분의 아시아지역 이주목적국은 규제와 통제가 강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부정하므로 이에 대한 공동의 행동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주공동행동 워크숍은 내용이 잘 준비되고 정리되어 발표되었는데, 시사점이 많았는지 참가자들이 앞 다퉈 발표문을 꼭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부디 한국에서의 경험이 다른 나라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주요 쟁점들
국제노동기구(ILO) 가사노동자 협약 비준 및 가사노동자 조직화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가사노동과 서비스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이주여성 가사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 되어 왔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의 이주 여성들은 대부분 목적국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가사노동자는 공식적으로 5천만 명, 비공식적으로 1억 명에 달한다고 한다. 예컨대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작은 곳에서도 이주여성 가사노동자가 각각 30-40만 명에 달한다. 사우디나 쿠웨이트 같은 중동지역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대개 20-30만 원의 저임금과 하루 16-24시간의 장시간 노동,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휴일, 고용주의 성폭력 등에 시달린다. 고용주의 성폭력에 저항하다 상해를 입히거나 죽게 하여 사형에 처해지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의 사례도 종종 보도된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조와 관련 단체들의 노력으로 2011년 6월에 ILO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189호 협약)이 통과되었다. 주 내용은 가사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의 인정과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조치’(제3조), ‘가사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 등을 통하여 근로조건을 알 수 있도록 조치’(제7조), 노동시간, 초과근무수당, 휴게시간 및 휴가, 퇴직금 등에 있어서 다른 노동자와 동등 대우, 최저임금 보장 등이다.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이 협약은 역사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이주사회포럼에서도 내내 이 협약 비준과 가사노동자 조직화가 주된 의제로 제기되었으며 ‘국제가사노동자네트워크’(IDWN, 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Network, www.idwn.info 참조) 등이 주최한 워크숍이 여러 개 열리기도 했다. 이 네트워크의 의장은 남아공의 가사노동자노조 위원장이 맡고 있으며 국제간사는 홍콩노총 전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네팔 가사노동자들이 각각 노조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현재 각국 정부가 가사노동자협약을 비준하라는 ‘C189’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내년 10월에 우루과이에서 정식 창립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조직화
전 세계 2억 5천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이주노동자 조직화가 핵심적이다. 이는 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은 월든 벨로(Walden Bello) 교수의 발표에도 잘 드러났다. 그는 이주노동을 ‘새로운 노예무역으로서 노동력 매매’라고 부르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결과 농촌과 제3세계의 빈곤화로 강요된 이주가 급증했다고 진단한다. 그는 외국으로 일하러 갈 필요가 없게 하는 동시에 이주노동자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2008년 경제위기 이전에는 매일 2천 명이 필리핀을 떠났다면 위기 이후에는 4천 명이 떠난다며, 위기가 오히려 제3세계의 일자리를 없애고 강요된 이주를 더 만들어낸다는 보고도 제출되었다.
매일 진행된 전체 토론에서도 주요 토론자들은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운동의 단결을 강조하였다. 멕시코에서 온 연구자 라울(Raul Delgado Wise)은 노동자계급과 사회운동의 단결, 국제농민운동과 세계사회포럼 등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동이 중요하다면서 ‘만국의 노동자와 이주민이여 단결하라’고 호소했다. 아시아이주포럼의 활동가 렉스(Rex)는 목적국 노동자운동이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해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미국에 있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전국연대’(National Alliance of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Communities) 집행위원장 오스카(Oscar Chacon)는 오바마 정부가 개혁적인 것 같아도 지난 1기 정부 내내 연 40만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를 추방했고 포괄적 이민개혁법이라는 것도 처벌과 추방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2기 오바마 정부 하에서 이민자운동의 최우선순위는 “훨씬 더 잘 조직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직화가 얼마나 잘 되느냐가 목표 쟁취 수준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관련해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크게 강조되었다. 국제건설목공노련(BWI, Building and Wood Workers International)의 앰벳 유손(Ambet Yuson) 사무총장은 국제적 노조운동, 국제적 사회운동을 언급하면서 노조가 어떻게 조직하고 투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타겟 국가를 설정해서 국제적 운동을 벌이자며,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의 경기장 건설노동자 99%가 이주노동자이고 중동지역 이주노동자 권리가 취약하므로 이에 대한 국제캠페인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미 BWI는 “노동자 권리 없이 월드컵은 있을 수 없다”는 슬로건으로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http://act.equaltimes.org/ko/fillastadium). 캐나다노총의 칼 플레커(Karl Flecker)는 단기 노동이 아닌 영주 이민정책을 옹호해야 한다며 노조의 역할로서 국가 이민정책 논의 개입, 노조 간 협력,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한 장학금 지원, 이주노동자 조직화, 본국에서 출국 전 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주노동자 조직화는 차별과 착취, 폭력을 제어하고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경로이다.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국제적 틀
현재 이주노동자 권리 보호를 논의하고 이를 각국 정부에 따르도록 하는 국제기구가 없는 상태다. 지난 2006년 열린 이주에 관한 국제연합(UN) 고위급 회담의 결과로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GFMD, Global Forum on Migration and Development)이 해마다 개최되어 왔는데 이 틀은 UN 기구도 아니고 정부 간 포럼에 불과해서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더욱이 이주와 개발 의제를 연결시킴으로써, 이주노동을 경제개발을 위한 도구로서만 사고하고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이런 이유로 국제 이주운동 진영 내에서도 GFMD에 대한 개입이냐 거부냐에 관한 논란이 있어 왔는데, 국제이주민권리연대(MRI, Migrants Rights International)에서는 주로 GFMD가 열릴 때 시민사회단체 행사를 주최하여 개입하는 전술을 취해 왔던 반면, 국제이주민연대(IMA, International Migrants Alliance)는 GFMD가 이주노동자 착취에만 맞춰져 있다며 이를 거부해 왔던 것이다. 이번 이주사회포럼 행사 기간에도 IMA에서는 필리핀대학에서 따로 ‘GFMD에 대한 민중법정’ 행사를 개최하여 GFMD가 인권을 침해하고 본국과 목적국에서 이주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며 각국 정부들이 이에 공모하고 있음을 고발하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주사회포럼 폐막 토론에서 선언문을 논의할 때에도 IMA쪽 활동가들은 선언문에 GFMD에 대한 비판과 거부가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난 9월에 열린 이주노동에 관한 국제노총/국제산별의 전략회의에 대한 민주노총 국제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제노총을 비롯한 국제단체들은 GFMD가 정부간 회의로 몇 년 진행되면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므로, 좀 더 구속력이 있는 UN이나 ILO 체계로 이주에 관한 논의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졌고, 무엇보다 핵심은 이주노동자 조직화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이주제도에 대한 국제 수준의 규제는 거의 없으며, 이주 문제는 정부간 무역/경제협력 협정 또는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 없는 이주 정책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며 “이주에 관한 국제적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GFMD는 ‘권리 없는 이주’를 추동해 왔으므로 국제 노동계는 이주 문제가 국제인권 기준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의무를 바탕으로 하는 분명한 기준틀을 갖추고 유엔 체계 하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GFMD에 대한 개입이냐 거부냐 논쟁은 사실 진정한 쟁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9월 ‘이주에 관한 UN 고위급회담’이 뉴욕에서 열리는데 여기에서 이후 방향을 설정하므로 이에 대해서 양측 국제단체들이 공히 개입하겠다고 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국제적 논의 틀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내년에는 이 UN 고위급회담에 운동진영이 대응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맺으며
이 외에도 인력 송출업체의 중간착취 문제, 인신매매 문제, 난민 문제, 여성이주민의 문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단속추방 문제, 경제위기 하에서 악화되는 인종주의 문제, 이주민에 대한 범죄자화 문제 등 포럼에서 다뤄진 주제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 글에서는 정리하지 못하였다. 이는 이주사회포럼 참가단 차원에서 만들 보고서에 최대한 담을 예정이다.
현재 이주노동자 권리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그야말로 핫이슈이며, 이 문제로 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또한 이주노동자 운동은 이미 핵심적인 운동 영역으로 자리 잡고 다양한 의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주노동자 운동은 이주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행동이므로 무엇보다 주체화, 조직화가 중요하다.
지금 국내에서 정부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장 변경 제한 강화, 국적 획득 이전에 영주권을 의무적으로 획득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귀화를 어렵게 만드는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 시도, 차별과 통제를 강화하는 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등 전반적으로 이주민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이에 맞서는 투쟁을 2013년에도 힘차게 전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이주사회포럼의 목적은 다음과 같이 제시되었다. ①이주와 이동 이슈와 관련되어 있는 전 세계 이주민 그룹, 대중조직, 사회운동,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광범위하게 결집하는 공간의 제공. ②토론, 심층 분석, 담론과 경험 공유, 정보와 지식 교류, 이주와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대한 대안적 모델의 집단적 개척, 이주와 이동에 관한 행동과 전략 촉진, 아시아로부터 이주 트렌드, 분석, 경험, 전략, 의제, 관점을 공유하고 부각시켜서 국제적 담론을 풍부히 하는 것. ③이주민과 사회운동, 시민단체 사이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형성하고 강화하기 위함. ④현재의 이주 모델과 신자유주의 패러다임 전체에 대해 민중의 단결과 저항을 강화하기 위함.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의 기반을 만드는데 아이디어와 창안을 개발하기 위함. ⑤필리핀 이주민, 노동,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함. ⑥차기 세계이주사회포럼 준비를 돕고 이주사회포럼 프로세스를 강화하기 위함.
이번 이주사회포럼의 하위 주제는 ①위기, 비판, 국제 이주의 결과 ②이주민의 권리는 인권이다 ③이주에 대한 재상상: 대안 제안, 모델 탐구 ④저항, 조직화, 행동 등이었다.
한국에서는 이주공동행동에서 참가단을 구성해서 필자와 이주노조 비대위원장이 참가했고, 호주시드니대학교의 ‘사회변화와 이주’ 연구팀 2명,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6명, 오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3명이 참가하였다. 대부분의 한국 참가자들은 이주사회포럼과는 별도로 열린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에 대한 민중법정’ 행사에도 참가하였다.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다양한 주제
이주사회포럼은 민주적 토론, 평가, 아이디어와 경험의 공유, 문화적 교류, 네트워킹, 연대 강화, 합의 형성, 이주에 대한 의제와 행동에 관한 계획과 전략 논의, 입장의 대중화 등을 위한 공간이다. 이주를 주제로 하는 세계사회포럼인 만큼 많은 나라의 다양한 영역에서 참가하였다. 주최측 집계로는 50여 나라 1,800여 명이 포럼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이주, 난민, 난민신청자, 철거나 재앙으로 인한 국내 이주민, 인신매매, 이주민의 가족과 공동체, 이주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젠더적 차원, 식량과 일자리, 환경, 시민권 등의 주제들이 다뤄졌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단체, 풀뿌리조직, 노동조합, 연대조직 등이 참가하였다.
행사기간 내내 오전에는 전체 토론이 열렸고 오후에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워크숍은 총 50여개 넘게 개최되었다). 예를 들어 첫째 날 전체 토론은 ‘위기, 비판, 국제 이주의 결과 + 저항, 조직화, 행동’이라는 제목으로 열렸고 ‘강요된 이주와 신자유주의’, ‘가사노동자와 이주의 현실, 그에 대한 대응’, ‘젊은 여성과 여성이주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구금과 범죄자화’, ‘중동의 스폰서 시스템 개혁’, ‘사하라 지역의 강요된 이주’, ‘아시아에서 송출 프로세스’, ‘기후 위기, 녹색경제와 이주’ 등의 워크숍이 열렸다. 포럼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워크숍의 결과를 모아서 선언문 초안을 채택했고 30일에는 필리핀 현지 노조들이 주최한 대규모 시위가 개최되었다.
이주공동행동 워크샵
이주공동행동에서는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노동조합의 투쟁과 이주인권단체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이주노조, 외노협, 시드니대 사회변화와 이주 프로젝트 팀과 함께 워크샵을 개최하였다. 우선 시드니대의 김철효 연구원이 ‘한국의 이주 경향에 대한 개괄’을 발표하였다. 이주 정책의 역사를 개괄하면서 산업연수제에서 고용허가제로 정책이 변화한 상황을 살피고, 이러한 단기순환 노동 정책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운동의 분화를 인권적 접근과 계급운동적 접근으로 나누면서도 특히 ‘자기 스스로 조직화된 이주노동자운동’의 미흡함을 지적하면서 이후 과제를 제기하였다. ‘한국에서 이주노조의 경험과 과제, 전망’을 발제한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비대위원장은 이주노조의 역사와 투쟁, 조직화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주노조 조직화 확대, 한국 노조운동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귀환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 본국-목적국 노동조합의 연대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필자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한국 이주운동 진영의 투쟁과 과제’를 발표하여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두루 짚고 올해 사업장 변경지침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소개하며 고용허가제 폐지와 대안적 제도 마련을 위한 투쟁을 과제로 제시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이재산 사무처장은 ‘단기 이주노동 정책에서 미등록 이주민의 상황과 대안’을 발표하여 단속에 대한 규제 강화,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제도 마련 등을 제시했다. 시드니대 이소훈 연구원은 ‘이주노동자 노조 조직화의 과제’를 발표하여 언어소통 문제, 내국인 노조원의 부정적 인식, 이주노동자의 짧은 체류기간 등 조직화 과정의 난점을 짚고 지역공단/산업별 조직화, 공동체 단위 조직화, 이주노조 독자 조직화 등의 대안 모델을 검토했다(발제문들은 http://cafe.naver.com/act4migrants/176 에서 볼 수 있음).
참가자들은 주로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많은 관심을 표시하였다. 특히 미국 서비스노조 소속의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APALA)’에서 온 참가자들은 이주노조 조직화 과정과 성공적 방식이 무엇이었는지, 미등록 노동자와 그 자녀 문제 등을 질문하였고 유럽에서 온 필리핀 활동가는 가사노동자 노조설립의 어려움을 말하면서 이주노동자들만의 독자적 노조를 만드는 것에 따르는 어려움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미등록 노동자 중심으로 2003-2004년에 합법화를 위한 농성투쟁을 전개하였고 그 결과로 이주노조가 결성되었으며 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활동가들이 강제 단속추방을 당했고 노조가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도 지금까지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한국의 현실은 다른 나라 사례들에 비추어 대단히 예외적인 사례이기에 뚜렷한 인상을 준 것 같다.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서 온 활동가는 사업장 변경기간이 싱가포르에서는 2주간만 주어지고 그것도 특정한 종류의 인권침해의 경우에만 인정된다면서, 이와 유사한 고용허가제 폐지 운동 계획을 물었다. 고용허가제 폐지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을 위해 진행 중인 투쟁을 소개하고 이주노동자 운동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대부분의 아시아지역 이주목적국은 규제와 통제가 강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부정하므로 이에 대한 공동의 행동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주공동행동 워크숍은 내용이 잘 준비되고 정리되어 발표되었는데, 시사점이 많았는지 참가자들이 앞 다퉈 발표문을 꼭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부디 한국에서의 경험이 다른 나라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주요 쟁점들
국제노동기구(ILO) 가사노동자 협약 비준 및 가사노동자 조직화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가사노동과 서비스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이주여성 가사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 되어 왔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의 이주 여성들은 대부분 목적국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가사노동자는 공식적으로 5천만 명, 비공식적으로 1억 명에 달한다고 한다. 예컨대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작은 곳에서도 이주여성 가사노동자가 각각 30-40만 명에 달한다. 사우디나 쿠웨이트 같은 중동지역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대개 20-30만 원의 저임금과 하루 16-24시간의 장시간 노동,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휴일, 고용주의 성폭력 등에 시달린다. 고용주의 성폭력에 저항하다 상해를 입히거나 죽게 하여 사형에 처해지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의 사례도 종종 보도된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조와 관련 단체들의 노력으로 2011년 6월에 ILO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189호 협약)이 통과되었다. 주 내용은 가사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의 인정과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조치’(제3조), ‘가사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 등을 통하여 근로조건을 알 수 있도록 조치’(제7조), 노동시간, 초과근무수당, 휴게시간 및 휴가, 퇴직금 등에 있어서 다른 노동자와 동등 대우, 최저임금 보장 등이다.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이 협약은 역사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이주사회포럼에서도 내내 이 협약 비준과 가사노동자 조직화가 주된 의제로 제기되었으며 ‘국제가사노동자네트워크’(IDWN, 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Network, www.idwn.info 참조) 등이 주최한 워크숍이 여러 개 열리기도 했다. 이 네트워크의 의장은 남아공의 가사노동자노조 위원장이 맡고 있으며 국제간사는 홍콩노총 전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네팔 가사노동자들이 각각 노조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현재 각국 정부가 가사노동자협약을 비준하라는 ‘C189’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내년 10월에 우루과이에서 정식 창립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조직화
전 세계 2억 5천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이주노동자 조직화가 핵심적이다. 이는 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은 월든 벨로(Walden Bello) 교수의 발표에도 잘 드러났다. 그는 이주노동을 ‘새로운 노예무역으로서 노동력 매매’라고 부르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결과 농촌과 제3세계의 빈곤화로 강요된 이주가 급증했다고 진단한다. 그는 외국으로 일하러 갈 필요가 없게 하는 동시에 이주노동자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2008년 경제위기 이전에는 매일 2천 명이 필리핀을 떠났다면 위기 이후에는 4천 명이 떠난다며, 위기가 오히려 제3세계의 일자리를 없애고 강요된 이주를 더 만들어낸다는 보고도 제출되었다.
매일 진행된 전체 토론에서도 주요 토론자들은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운동의 단결을 강조하였다. 멕시코에서 온 연구자 라울(Raul Delgado Wise)은 노동자계급과 사회운동의 단결, 국제농민운동과 세계사회포럼 등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동이 중요하다면서 ‘만국의 노동자와 이주민이여 단결하라’고 호소했다. 아시아이주포럼의 활동가 렉스(Rex)는 목적국 노동자운동이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해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미국에 있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전국연대’(National Alliance of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Communities) 집행위원장 오스카(Oscar Chacon)는 오바마 정부가 개혁적인 것 같아도 지난 1기 정부 내내 연 40만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를 추방했고 포괄적 이민개혁법이라는 것도 처벌과 추방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2기 오바마 정부 하에서 이민자운동의 최우선순위는 “훨씬 더 잘 조직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직화가 얼마나 잘 되느냐가 목표 쟁취 수준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관련해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크게 강조되었다. 국제건설목공노련(BWI, Building and Wood Workers International)의 앰벳 유손(Ambet Yuson) 사무총장은 국제적 노조운동, 국제적 사회운동을 언급하면서 노조가 어떻게 조직하고 투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타겟 국가를 설정해서 국제적 운동을 벌이자며,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의 경기장 건설노동자 99%가 이주노동자이고 중동지역 이주노동자 권리가 취약하므로 이에 대한 국제캠페인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미 BWI는 “노동자 권리 없이 월드컵은 있을 수 없다”는 슬로건으로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http://act.equaltimes.org/ko/fillastadium). 캐나다노총의 칼 플레커(Karl Flecker)는 단기 노동이 아닌 영주 이민정책을 옹호해야 한다며 노조의 역할로서 국가 이민정책 논의 개입, 노조 간 협력,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한 장학금 지원, 이주노동자 조직화, 본국에서 출국 전 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주노동자 조직화는 차별과 착취, 폭력을 제어하고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경로이다.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국제적 틀
현재 이주노동자 권리 보호를 논의하고 이를 각국 정부에 따르도록 하는 국제기구가 없는 상태다. 지난 2006년 열린 이주에 관한 국제연합(UN) 고위급 회담의 결과로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GFMD, Global Forum on Migration and Development)이 해마다 개최되어 왔는데 이 틀은 UN 기구도 아니고 정부 간 포럼에 불과해서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더욱이 이주와 개발 의제를 연결시킴으로써, 이주노동을 경제개발을 위한 도구로서만 사고하고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이런 이유로 국제 이주운동 진영 내에서도 GFMD에 대한 개입이냐 거부냐에 관한 논란이 있어 왔는데, 국제이주민권리연대(MRI, Migrants Rights International)에서는 주로 GFMD가 열릴 때 시민사회단체 행사를 주최하여 개입하는 전술을 취해 왔던 반면, 국제이주민연대(IMA, International Migrants Alliance)는 GFMD가 이주노동자 착취에만 맞춰져 있다며 이를 거부해 왔던 것이다. 이번 이주사회포럼 행사 기간에도 IMA에서는 필리핀대학에서 따로 ‘GFMD에 대한 민중법정’ 행사를 개최하여 GFMD가 인권을 침해하고 본국과 목적국에서 이주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며 각국 정부들이 이에 공모하고 있음을 고발하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주사회포럼 폐막 토론에서 선언문을 논의할 때에도 IMA쪽 활동가들은 선언문에 GFMD에 대한 비판과 거부가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난 9월에 열린 이주노동에 관한 국제노총/국제산별의 전략회의에 대한 민주노총 국제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제노총을 비롯한 국제단체들은 GFMD가 정부간 회의로 몇 년 진행되면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므로, 좀 더 구속력이 있는 UN이나 ILO 체계로 이주에 관한 논의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졌고, 무엇보다 핵심은 이주노동자 조직화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이주제도에 대한 국제 수준의 규제는 거의 없으며, 이주 문제는 정부간 무역/경제협력 협정 또는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 없는 이주 정책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며 “이주에 관한 국제적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GFMD는 ‘권리 없는 이주’를 추동해 왔으므로 국제 노동계는 이주 문제가 국제인권 기준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의무를 바탕으로 하는 분명한 기준틀을 갖추고 유엔 체계 하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GFMD에 대한 개입이냐 거부냐 논쟁은 사실 진정한 쟁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9월 ‘이주에 관한 UN 고위급회담’이 뉴욕에서 열리는데 여기에서 이후 방향을 설정하므로 이에 대해서 양측 국제단체들이 공히 개입하겠다고 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국제적 논의 틀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내년에는 이 UN 고위급회담에 운동진영이 대응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맺으며
이 외에도 인력 송출업체의 중간착취 문제, 인신매매 문제, 난민 문제, 여성이주민의 문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단속추방 문제, 경제위기 하에서 악화되는 인종주의 문제, 이주민에 대한 범죄자화 문제 등 포럼에서 다뤄진 주제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 글에서는 정리하지 못하였다. 이는 이주사회포럼 참가단 차원에서 만들 보고서에 최대한 담을 예정이다.
현재 이주노동자 권리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그야말로 핫이슈이며, 이 문제로 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또한 이주노동자 운동은 이미 핵심적인 운동 영역으로 자리 잡고 다양한 의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주노동자 운동은 이주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행동이므로 무엇보다 주체화, 조직화가 중요하다.
지금 국내에서 정부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장 변경 제한 강화, 국적 획득 이전에 영주권을 의무적으로 획득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귀화를 어렵게 만드는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 시도, 차별과 통제를 강화하는 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등 전반적으로 이주민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이에 맞서는 투쟁을 2013년에도 힘차게 전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