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노동자운동의 과제와 투쟁
최근 잇단 노동조합 간부와 활동가들의 자살이 보여주듯 한국 노동자운동의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자본의 지속적인 탄압과 이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비호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대선에서 야권의 패배와 노동자후보들의 저조한 득표는 이들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사기저하를 낳고 있다.
노동자운동의 전반적인 상황도 매우 심각하다. 노동자운동의 주요 주체인 민주노총은 직선제 시행 유예가 통과된 대의원대회가 성원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 대의원대회 자체가 무효로 되었고, 결국 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비대위 체제로 선거 방안을 두고 논란 중이다. 현재로서는 비대위가 다수 대의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임원선출방안을 통과시키고 빠른 시일 내에 지도부를 선출하여 현재의 표류상태를 종식시킬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 민주노총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소소하지만 상징적인 사안 중 하나는 산하조직의 의무금 납부 저조로 인해 사무총국의 급여가 몇 달째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의 대부분의 역량이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으로서는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장기불황, 박근혜 정권의 등장, 그리고 예상되는 각 사업장에서의 탄압에 대응하여 어떻게 민주노조운동을 재활성화시킬 것인가라는 보다 본격적인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즉 이런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노동자내부의 격차를 축소하고, 산업적 단결과 총연맹 차원의 단결을 이룩하여 노동권을 대폭 신장하며, 나아가 지리멸렬해 있는 진보정치를 재건하고 민중연대질서를 구축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세계 사회운동 안에서 대안세계화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해야겠다. 이런 과제의 충실한 이행 여부에 따라 2013년은 재도약이냐 또 다른 좌절이냐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노동자운동의 과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일단 운동이 처한 객관적 조건, 즉 정치적 경제적 조건을 따져봐야 할 것이고, 노동자운동의 주체상태가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이 직면할 정치적 조건으로는 당연히 박근혜 정권의 등장을 들 수가 있다. 그리고 경제적 조건으로는 한국경제가 여전히 세계적인 장기불황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이다. 아래에서 이를 보다 자세히 살펴본 후, 이런 조건이나 상태에서 노동자운동의 쟁점을 석출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정치 경제적 조건
정치적 조건
앞서 지적했듯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조건으로 박근혜 정권 등장(과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은 향후 5년간 노동자운동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고, 집권 첫 해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곧 출범할 박근혜 정권의 성격은 모호한 측면이 있다. 이는 정치인 내지 정치세력의 공약(말)과 실천 사이에 언제나 괴리가 있고, 박근혜 정권의 공약만 보았을 뿐 그 실천의 모습을 아직 보지 못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기존 보수정권과 비교할 때 공약 자체의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모호한 측면이 추가적으로 있다. 주지하다시피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경제사회정책이나 대북정책에서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런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에 대한 다음과 같은 규정은 가능할 것이다.
첫째, 박근혜 정권은 경제사회정책의 색다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보수정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인수위원으로 충원되는 인사들의 면모를 보거나 지지기반을 보건대, 이명박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격의 보수정권이라는 것이다. 극우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인수위 대변인이나 헌재 소장, 그리고 516을 미화한 뉴라이트 계열 인수위원 등이 잘 보여주듯이, 박근혜 정권을 구성하는 지배엘리트에는 우리 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아니, 이들이 중심을 형성하고 있으면서 자유주의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비록 ‘100% 대한민국 정권’, ‘국민통합’ 등의 언술을 구사하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자신의 계급적 지지기반인 재벌 및 대자본가나 우익 이데올로그들,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 연령적으로는 고연령층라는 보수적 유권자를 근본적으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정권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도 있어 보인다. “516은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한 ‘딸’ 박근혜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정치를 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독재를 했다고 평가를 받는 ‘아버지’ 박정희의 불명예를 희석시키고자 할 텐데(이는 앞서 이야기한 516을 미화한 인수위원의 임명으로 드러난 바 있다), 그 프로젝트가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아버지가 근본적으로 부정당할 수 있는 정치적 자유주의를 ‘딸’ 박근혜 스스로가 자신의 정치이념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정치적 보수주의가 박근혜 정권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 이념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편 인수위원 임명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박근혜의 이런 정치적 보수주의는 선거기간 동안에 정권교체 가능성 때문에 자제하고 있던 경찰, 검찰, 군 등 억압기구와 개별자본이 기지개를 켤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이들의 준동을 고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박근혜 정권은 일정한 수준의 복지정책을 시행할 것이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비정규직 차별 철폐, 경제민주화 등 박근혜 후보의 경제사회정책은 지금까지의 보수세력이 내세웠던 공약들과는 차이가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선은 우리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매우 심각해 민족을 통한 노동력 재생산이 위기에 처해 있고, 부익부 빈익빈, 비정규직 차별 문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너무 심각해 사회갈등이 첨예하기 때문에, 지배세력으로서는 체제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위해서도 이런 공약들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이런 공약들은 현재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한국 사회의 모순이나 갈등 때문에 보수 정치세력도 내걸 수밖에 없었던 최소치라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내건 이 공약들은 민주당의 영역을 침범하고 민주당의 정치공세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자신의 지지를 늘리는 유력한 공약이 될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공약은 박근혜 후보로서는 한 묶음으로 묶여서는 도저히 집권가능성이 없었던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필요했고, 반대파들이 유포하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자신에게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필요한 다목적용의 공약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공약들의 이후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제대로 지켜질까? 우리가 보기엔 이명박이 4대강 공약을 목숨 걸고 지키려 했듯이 박근혜도 자신의 대표 공약이 된 이 경제사회정책들을 조건이 허락하는 한 지키려 할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공약은 공약일 뿐”이라는 이명박과는 달리, ‘약속 대통령’이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더구나 이 공약이 한국 사회의 모순이나 갈등이 폭발 직전이라는 상황 인식에서 나온 공약이라는 점에서 체제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위해서도 공약이행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경제사회정책들, 특히 복지 공약의 시행은 1997-98년 경제위기 및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에 놓여있던 김대중 정권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유사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위기가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져 자본의 지불능력이 대폭 저하하고 정부의 재정능력이 현저히 훼손된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이런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역량도 자본과 정부에게 어느 정도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의 수준은 서구 사민주의 복지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칠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 복지의 안정적인 실천에도 경제위기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심각한 경제위기가 도래할 경우 그 실천이 늦춰진다거나 그 보장 수준이 더욱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최악의 위기가 발생할 경우 자본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나 제한, 즉 대폭적인 증세나 대자본 및 금융기관의 부분적인 국유화 등을 통해 이를 돌파하기 보다는 상황 악화를 이유로 공약 자체를 철회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셋째, ‘법질서 세우기’를 통해 보수적인 규율을 전 사회에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는 텔레비전 토론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이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경선에서 자신이 내걸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과 다르지 않다고 강변했다. 그런데 줄푸세의 앞의 두 내용, 즉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가 경제민주화 공약과 합치한다는 주장은 자신의 비일관성을 감추기 위한 강변으로 보이지만, 보수적인 박근혜 후보로서 ‘법질서 세우기’는 경제민주화 공약과 괴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경제사회정책을 전면화하면서 5년 전 공약을 수정했지만 ‘법질서 세우기’ 공약은 ‘반사회적 폭력과 범죄 근절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는 공약으로 표현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살아 있다.
빈곤층에게 약간의 온정적인 복지를 제공하고, 재벌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 정도를 경제민주화로 이해하고 있는 정권이라면, 노동자 농민, 그리고 빈곤계층이나 소외계층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이를 집단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존 법제도를 어길 수도 있다는 점을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행위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여 근절 대상으로 다루게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선거과정에서의 민주노총의 정책 질의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노조활동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 노조활동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금지에 대해 명확히 반대입장을 표명했고, 이명박 정권 때 개악되어 노동조합 탄압 목적으로 활용되었던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복수노조 교섭방식 노자 자율보장, 복수노조의 쟁의행위 제한 관련 규정 삭제 등에도 반대했으며, 공무원교사 정당가입 및 정치활동 허용, 공무원교사의 후원회 가입 허용,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및 시행령 상 교사공무원 정치활동 제약조항 삭제 등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명확히 했다. 이런 사안들은 법 규정과는 달리 그 적용에서 탄력성을 보일 수도 있는 사안인데도 박근혜 후보는 선거국면에서도 단호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박근혜 정권은 유례없는 ‘법질서 세우기’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결국 박근혜 정권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초보적인 복지를 시혜적으로 제공하는, 그리고 ‘법질서 세우기’를 통해 보수적인 규율을 강제할 보수 정권이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조건
이제 경제적 조건을 살펴보기로 하자. 세계경제는 미미한 성장을 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2008년 금융위기 및 이어진 장기불황에서 확실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50%를 훨씬 넘어서고 있어 세계경제의 풍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경제도 장기 저성장의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경제
미국경제의 경우 미미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실업률은 7.8%로 이번 위기에서의 최고치인 10.1%에서 2.3%포인트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상태다. 주택부문의 경우 개선이 되어 가고 있으나 그 정도는 아주 미약하다. 그리고 재정절벽 협상과 정부부채 한도 협상 등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의 재정긴축이 있을 것이다. 비록 대규모 긴축으로 미국경제가 곧장 위기에 빠지게 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 정도의 긴축도 미미한 성장을 해 가고 있는 미국경제에는 어느 정도 타격이 될 것이다.
[그림 1] 미국 비금융법인자본 수익률
한편 전체적인 성장은 이렇게 장기불황의 양상을 띠지만, 비금융법인자본수익률로 미루어 짐작한 자본의 이윤율은 2011년까지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고 (이런 추세는 그림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2012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2013년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그림 1] 참조) 그리고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낮은 이자율로 인해 국내총생산 대비 기업이윤 규모는 최근 10여 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그림 2] 참조)
[그림 2] 미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이윤(%)
결국 위기의 부담이 노동자들에게 전부 떠넘겨지고 회복과정도 자동화 등으로 ‘고용 없는 회복’으로 결과지어졌고, 기업이윤 상황은 전체 경제의 모습과는 달리 아주 양호한 상태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1990년대 말이나 2000년 초반 같은 정보기술산업의 거품, 그리고 2000년대 중반의 주택시장 거품 같은 양상은 찾아볼 수가 없어 성장률은 낮지만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해야겠다.
유럽경제
유럽의 경우 유럽중앙은행의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으로 위기국들의 국채수익률이 상당폭 내려가 금융시장은 일단 안정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유로존은 경제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2012년 1/4분기 0%, 2/4분기, -0.2%, 3/4분기 -0.1%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실업률은 2008년에 시작된 1차 위기 때의 10% 초반대를 훌쩍 넘어 2012년 10월 현재 11.7%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위기가 해소되려면 금융시장의 안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성장률회복, 세수증대, 재정적자 감축의 계기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하다. 유로통계(Eurostat)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2011년부터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으나 그리스는 2008년부터 계속해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고 2013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은 2008년 위기가 시작된 이후 중간에 한두 해 반짝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기도 하였으나 여전히 내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그리고 유럽위기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른 스페인은 재정적자 감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긴축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재정적자 1-2%포인트 감축보다는 성장률 하락을 막는 것이 보다 급선무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재정적자에 대한 유럽연합과 그 맹주인 독일의 관용 정도가 예전보다는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적자 감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과다한 정부부채라는 위험요소를 안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라 할 수 있다.
결국 저성장, 과다한 정부부채 등을 보건대 유럽위기의 성격상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2010년대 중반을 넘어 2010년대 말에나 해결 기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 이전에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나 여타 지역에서 위기가 발생한다면 유로존 문제의 해결은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물론, 유럽 위기는 유로존 해체 등 보다 심각한 위기로 발전하고 있지 않다. 이는 잘못된 정책적 신념(“긴축이 시장의 신뢰를 가져와 성장에 도움이 된다”)으로 인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지만, 유럽중앙은행이나 유로존 차원의 개입 능력이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위기로 번졌던 2009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고 0.3% 성장을 한 후, 2010년에는 무려 6.3% 성장했다. 그러나 2011년 3.6% 성장에 이어 2012년 성장률은 2%대로 내려앉았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도 애초 4%에서 3%로 전망치를 하향했다. 세계적인 장기불황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이는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윤율 대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률을 보면서 기업의 이윤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그림 3] 참조). 2009년에 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률은 약간 하락했으나, 아이엠에프 위기가 한창이었던 1998-99년이나 2001년에 비해 훨씬 양호하였다. 2010년에는 이익률이 곧장 회복했는데, 2011년과 (그림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2012년에도 썩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3년의 경우에도 커다란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비슷한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이후 제조업 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률은 1990년대 초중반보다 약간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이윤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면, IMF 위기 이후 노무현 정권 시기 약간 회복되었다가 이명박 정권 하에서 다시 하락하였다. 물론 2008년 경제위기의 영향이 크지만, 지속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그리고 노동절약적인 자동화의 효과도 더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림 3] 제조업 유형자산 영업이익률
1996년까지 추세적으로 상승해 오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7년 이후 그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락 또는 횡보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의 삶이 어려워졌을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노동절약적 투자의 효과라 해야겠다([그림 4] 참조).
결론적으로 한국경제는 2011년 이후 세계적인 장기불황의 영향으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이는 2013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저조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이윤 상황은 양호하며, 그 대신 노동소득분배율이 악화하였다. 이는 뒤에서 볼 것처럼 생산성 증가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 즉 노동의 희생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4] 노동소득분배율
주체적 조건
노동자들의 상태를 간단히 살펴보고 민주노총과 조합원들의 상태도 알아보기로 하자.
노동자 상태
생산성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률
[그림 5]를 보면, 2000년 이후 2001년을 제외하고 실질임금 증가율이 노동생산성증가율에 못 미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최근 몇 년 동안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는 산출물 1단위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노동비용(=노동비용/노동생산성=명목임금/산출량), 즉 단위노동비용 증감률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5] 제조업 노동생산성 및 임금 증가율
[그림 6] 단위노동비용증감율
[그림6]을 보면, 단위노동비용증가율은 2001년 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지다가 최근 몇 년간은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임금비용만 고려하면 물가가 계속해서 하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성 증가에 비해 임금이 상승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노동소득분배율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정규직 문제
통계청의 2012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재분석한 비정규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은 약 840만 명에 이르고, 전체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47.5%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특수고용 약 54만, 간접고용이 약 168만(파견노동 약 21만, 용역노동 약 68만, 호출 노동 약 78만), 시간제 노동이 약 134만, 일반임시직 약 276만, 기간제 약 204만이다. 한편 비정규센터에 따르면 이 정도의 비정규직 규모도 건설산업과 화물운송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규모가 비현실적으로 과소 추정되고 있고, 제조업 부문의 사내하청 노동자 규모도 과소 추정된 결과라고 한다. 한편 최근 비정규직 중에서 파트타임(시간제)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임시파트타임이 약 12만 6천 명 증가했고, 상용 파트타임은 약 1만 7천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비율은 49.6%로써 여전히 50%에도 못 미친다. 2012년 8월 정규직의 평균임금은 277만 원이고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137만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약 210만 원이다(6-8월 월평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2000년 73만 원 정도였으나 2012년 8월에는 약 140만 원으로 격차가 벌어져, 그 절대액수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그리고 파트타임을 제외한 임금노동자들 중 월평균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노동자들이 15.7%에 이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최저임금도 못 받는 비율은 21.5%로 약 153만 명에 이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사회보험 혜택의 격차도 크다. 국민연금의 경우 직장가입 비율이 정규직은 97.4%인데, 비정규직은 32.4%수준이다. 건강보험의 경우 그 비율이 각각 98.9%와 38.0%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은 36.3%에 불과하다. 노조 가입률은 정규직이 20.1% 이고, 비정규직은 2.0%이다. 이렇듯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근로조건 격차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이런 상황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단결을 용이하지 않게 한다. 더구나 산별노조가 실질적으로 안착이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민주노총의 상태
박근혜 보수정권과 장기불황, 노동자 내부의 심각한 격차에 대응해야 할 운동조직의 상태는 어떤가? 민주노총은 현재 제대로 된 집행부를 구성하지 못한 채 ‘비대위’ 상태에 놓여 있다. 제대로 된 집행부가 구성될 수 있을지, 구성된다면 언제 구성될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칠지 모호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또한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정치민중진영의 분열과 야권 패배의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진보정치는 분열되어 지리멸렬하고 이런 진보정치의 분열은 민주노총 내부에도 반영된다. 야권이 승리했더라도 주관적인 희망사항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야권의 패배는 야권 승리에 기초한 제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산별연맹(노조)들은 산별노조운동을 더 밀고 나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여기에서 후퇴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산별노조 차원에서 임금과 고용을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용자협회가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힘이 실리지 않는다. 단위노조 차원에서 보면 복수노조 설립 자유화를 계기로 회사의 암묵적인 지원 하에 어용노조 설립이 늘고 있고, 이를 계기로 민주노조가 와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복수노조 설립 자유화가 어용노조 민주화나 신규 민주노조 설립 계기가 되기보다는 민주노조의 힘이 약화됨에 따라 되려 민주노조의 약화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 동안 투쟁이 없지 않았으나 청원 형식의 투쟁이나 의례적인 투쟁이 대부분이었다. 민주노총 또는 산하 산별노조의 완강한 투쟁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이런 투쟁에서 성과가 좋을 리 없다. 지속적으로 패배해 왔고 조직력은 약화되어 왔다. 그 결과 노동조합 운동에 패배주의와 보신주의가 만연해 있다.
여기에는 비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정규직의 근로조건, 1998년 아이엠에프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직간접으로 보고 듣고 혹은 직접 경험한 대량해고, 대사업장 조합원들의 고령화, 가계부채 및 아파트 가격 하락에서 초래된 하우스푸어 문제 등도 한 몫 하고 있다. 만도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아니 그 이전 현대중공업이나 KT노조에서 드러나듯이 일부 조합원들의 경우 자신의 현재의 지위가 보장된다면 어용노조도 마다않는 조류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노총이 적극적인 요구를 제출하고 대규모 조합원이 참여하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과제와 투쟁
‘법질서 세우기’를 내세우는 보수적인 박근혜 정권이 등장했고 경제는 장기 저성장 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조직력과 투쟁력은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져 있다. 이러한 주객관적 상태를 염두에 두고 올해 민주노총의 과제와 투쟁을 얘기해 보기로 하자.
일단 민주노총에 우호적이지 않은 박근혜 정권이 등장했고 자본주의가 위기적인 행보를 계속한다면, 당연히도 예상되는 박근혜 정권의 공세나 탄압을 효과적으로 물리치고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에 맞선 대안사회를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당위일 뿐 당장은 먼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지도체제 구축
정부와 자본과 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가 튼튼해야 할 것이다. 물론 투쟁을 잘 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단결하고 튼튼해 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투쟁을 위해서는 사전에 조직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와 자본의 탄압이나 공격이 가해질 때 준비가 안 되어 있더라도 언제나 일정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투쟁에 나서다 투쟁의 패배의 후과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사태가 발생한다면 민주노총은 재기불능의 상태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법질서 바로세우기’를 철학으로 갖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단 민주노총은 지도체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비대위에서 직선제든 기존 대의원대회 또는 이것의 확충을 통한 간선이든, 아니면 제 3의 안이든 합의를 이끌어내 하루빨리 지도부 선출을 마쳐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제 정파들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안이라면 비록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 할지라도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비대위 내에서의 갈등, 이로 인한 집행부 선출의 표류, 비대위 기간의 연장, 이로 인한 조직 내 원심력의 확대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정부와 자본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민주노총 및 산하조직은 정부와 자본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종 투쟁 사안에 대한 지도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지도체제 정비는 시급하다.
현안 투쟁/노조탄압/비정규직/노동기본권 대응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고공농성 등의 투쟁 사안들에 대해 전 조직 역량을 동원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이 투쟁들은 조합간부나 조합원들이 목숨을 던져서, 즉 말 그대로 ‘사수’하고 있는 투쟁들이다.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민주노총은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투쟁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났을 경우에 패배주의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법질서 세우기’를 내세우고 있는 박근혜 정권하에서 이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약속한 쌍용차 국정조사, 창조컨설팅 문제 해결 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반드시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적, 전국적 차원에서 투쟁을 집중해 투쟁의 파고를 높여낼 필요가 있다. 그 속에서 민주노총은 투쟁단위의 논의를 잘 이끌어내고 투쟁에 대한 지도력을 확보해 유효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지만, 새 정권 아래에서 비정규직 투쟁사안 해결과 비정규직 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할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이상 이런 방식의 문제해결은 이제 난망한 상황이 되었다. 국회 내 소수당이고 행정부를 맡지 않고 있는 민주당이 비정규직 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할 법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대차 비정규 투쟁, 특수고용 노동자 투쟁을 완강히 벌여내는 한편, 새누리당이 사내하도급법 통과를 시도한다면 그것을 계기로 비정규직 문제와 우리사회에 노동3권이 실질적인 부재하다는 것을 범국민적 사안으로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고용복지 정책에 적극 개입
박근혜 정권은 생애맞춤형 복지, 비정규직 차별 철폐, 100% 대한민국 등의 슬로건을 통해 비정규직과 빈곤계층을 껴안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리고 이들로부터의 지지도 적지 않게 끌어냈다.
노동자운동이 이런 문제에 눈감을 수 없고, 눈감아서도 안 될 것이다. 요구수준을 더 높이고, 경제위기 등을 핑계로 불철저하게 중도반단의 위험에 처할 경우 공약의 철저한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이런 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갖고 있는 문제점의 실상을 정확히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은폐되고 잘 알져져 있지 않은 빈곤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낱낱이 조사하여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사회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이 공약으로 내건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하려 할 때, 정권의 접근방식의 한계나 문제점들을 정확히 드러내 민주노총이 가진 방안이 문제의 해결에 더 유효하고 우위에 있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증명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 제도 관련 사안과 결부되어 있으므로 민주당에 대한 유효적절한 비판 및 견인과 활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임금 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의 결합
앞에서 보았다시피 최근 몇 년 동안 임금 인상은 생산성 증가에 현저히 미달하였다. 그래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악화하였고, 노동자들의 처지가 열악해졌다. 임금 인상 투쟁을 잘 수행해 처지도 개선시키고,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본의 여유 능력은 충분한 상태다.
민주노총 차원, 혹은 산별노조 차원의 임금투쟁이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임금투쟁이 가장 많은 조합원들의 참여가 가능한 사안인 만큼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의 강화를 위해서는 임금투쟁을 기업별 노조에 맡겨놓지 말고 총연맹이나 산별노조의 개입이나 관장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임금투쟁이 산별노조 차원에서도 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그 매개로 최저임금 투쟁을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최저임금 투쟁은 교섭이나 투쟁대상이 실질적으로 정부로 단일화 되어 있다. 개별 노조의 임금투쟁과는 달리 중앙집중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저임금은 민주노총 조합원들만의 투쟁이 아니고 전 노동자적 사안이고, 특별히 수많은 비정규직의 사안이므로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가 이 투쟁을 잘 한다면 자신의 조직력이나 조직력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조합원 노동자들이나 일반 국민들의 지지까지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 투쟁의 변화 방향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상자] 참고). 이런 내용은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겠는데, 이런 비상한 기획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고 있는 대사업장 정규직으로 주로 이루어져 있는 민주노총은 현재와 같은 사회적 고립이나 무기력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구조조정 및 민영화 대응
평균적으로 장기 저성장을 할 경우 금융위기로 시스템 전체가 붕괴지경에 이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위기에 처하게 되는 산업이나 업종이 있게 마련이다. 올해의 경우 조선업종이 그런 업종이라고 얘기되고 있다. 비록 ‘빅 3’는 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중소 조선업체의 폐업이나 구조조정은 벌어질 예정이다. 국유화, 정부지원, 정리해고 등에 대한 노동자 입장을 마련해 개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네트워크 산업에 대한 민영화는 세계적으로 주춤해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상수도, 철도 등에서 민영화 내지 민간위탁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리고 영리병원 등의 문제도 있다. 공공부문에 대한 노동자와 시민의 통제라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관련 산별연맹이나 산별노조의 공동대응이 있어야 하고 총연맹의 지도와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두 사안은 대안사회의 상에 대한 모색과 병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합원 교육 및 토론: 정세교육과 대안사회 모색
민주노총은 산하 각 조직의 상태와 정세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조합원 교육이나 선전을 통해 가능한 한 광범위한 조합원과 공유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의 참여를 높여내고 조직을 추슬러 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민주노총에 필요한 교육은 비단 이런 통상적인 것만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박근혜 정권이 등장했고, 자본주의의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안에 대한 교육만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비판, 대안사회의 상, 대안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대안사회로 여겨졌던 사회주의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등에 대한 논의나 교육도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이 방어투쟁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대안사회의 모호함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논의나 교육이 일부 간부나 활동가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조합원의 참여 속에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 내외부의 대규모 강사단 조직과 함께 관련 교재의 출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운동의 전반적인 상황도 매우 심각하다. 노동자운동의 주요 주체인 민주노총은 직선제 시행 유예가 통과된 대의원대회가 성원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 대의원대회 자체가 무효로 되었고, 결국 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비대위 체제로 선거 방안을 두고 논란 중이다. 현재로서는 비대위가 다수 대의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임원선출방안을 통과시키고 빠른 시일 내에 지도부를 선출하여 현재의 표류상태를 종식시킬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 민주노총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소소하지만 상징적인 사안 중 하나는 산하조직의 의무금 납부 저조로 인해 사무총국의 급여가 몇 달째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의 대부분의 역량이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으로서는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장기불황, 박근혜 정권의 등장, 그리고 예상되는 각 사업장에서의 탄압에 대응하여 어떻게 민주노조운동을 재활성화시킬 것인가라는 보다 본격적인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즉 이런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노동자내부의 격차를 축소하고, 산업적 단결과 총연맹 차원의 단결을 이룩하여 노동권을 대폭 신장하며, 나아가 지리멸렬해 있는 진보정치를 재건하고 민중연대질서를 구축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세계 사회운동 안에서 대안세계화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해야겠다. 이런 과제의 충실한 이행 여부에 따라 2013년은 재도약이냐 또 다른 좌절이냐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노동자운동의 과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일단 운동이 처한 객관적 조건, 즉 정치적 경제적 조건을 따져봐야 할 것이고, 노동자운동의 주체상태가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이 직면할 정치적 조건으로는 당연히 박근혜 정권의 등장을 들 수가 있다. 그리고 경제적 조건으로는 한국경제가 여전히 세계적인 장기불황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이다. 아래에서 이를 보다 자세히 살펴본 후, 이런 조건이나 상태에서 노동자운동의 쟁점을 석출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정치 경제적 조건
정치적 조건
앞서 지적했듯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조건으로 박근혜 정권 등장(과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은 향후 5년간 노동자운동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고, 집권 첫 해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곧 출범할 박근혜 정권의 성격은 모호한 측면이 있다. 이는 정치인 내지 정치세력의 공약(말)과 실천 사이에 언제나 괴리가 있고, 박근혜 정권의 공약만 보았을 뿐 그 실천의 모습을 아직 보지 못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기존 보수정권과 비교할 때 공약 자체의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모호한 측면이 추가적으로 있다. 주지하다시피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경제사회정책이나 대북정책에서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런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에 대한 다음과 같은 규정은 가능할 것이다.
첫째, 박근혜 정권은 경제사회정책의 색다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보수정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인수위원으로 충원되는 인사들의 면모를 보거나 지지기반을 보건대, 이명박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격의 보수정권이라는 것이다. 극우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인수위 대변인이나 헌재 소장, 그리고 516을 미화한 뉴라이트 계열 인수위원 등이 잘 보여주듯이, 박근혜 정권을 구성하는 지배엘리트에는 우리 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아니, 이들이 중심을 형성하고 있으면서 자유주의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비록 ‘100% 대한민국 정권’, ‘국민통합’ 등의 언술을 구사하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자신의 계급적 지지기반인 재벌 및 대자본가나 우익 이데올로그들,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 연령적으로는 고연령층라는 보수적 유권자를 근본적으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정권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도 있어 보인다. “516은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한 ‘딸’ 박근혜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정치를 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독재를 했다고 평가를 받는 ‘아버지’ 박정희의 불명예를 희석시키고자 할 텐데(이는 앞서 이야기한 516을 미화한 인수위원의 임명으로 드러난 바 있다), 그 프로젝트가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아버지가 근본적으로 부정당할 수 있는 정치적 자유주의를 ‘딸’ 박근혜 스스로가 자신의 정치이념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정치적 보수주의가 박근혜 정권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 이념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편 인수위원 임명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박근혜의 이런 정치적 보수주의는 선거기간 동안에 정권교체 가능성 때문에 자제하고 있던 경찰, 검찰, 군 등 억압기구와 개별자본이 기지개를 켤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이들의 준동을 고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박근혜 정권은 일정한 수준의 복지정책을 시행할 것이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비정규직 차별 철폐, 경제민주화 등 박근혜 후보의 경제사회정책은 지금까지의 보수세력이 내세웠던 공약들과는 차이가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선은 우리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매우 심각해 민족을 통한 노동력 재생산이 위기에 처해 있고, 부익부 빈익빈, 비정규직 차별 문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너무 심각해 사회갈등이 첨예하기 때문에, 지배세력으로서는 체제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위해서도 이런 공약들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이런 공약들은 현재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한국 사회의 모순이나 갈등 때문에 보수 정치세력도 내걸 수밖에 없었던 최소치라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내건 이 공약들은 민주당의 영역을 침범하고 민주당의 정치공세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자신의 지지를 늘리는 유력한 공약이 될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공약은 박근혜 후보로서는 한 묶음으로 묶여서는 도저히 집권가능성이 없었던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필요했고, 반대파들이 유포하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자신에게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필요한 다목적용의 공약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공약들의 이후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제대로 지켜질까? 우리가 보기엔 이명박이 4대강 공약을 목숨 걸고 지키려 했듯이 박근혜도 자신의 대표 공약이 된 이 경제사회정책들을 조건이 허락하는 한 지키려 할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공약은 공약일 뿐”이라는 이명박과는 달리, ‘약속 대통령’이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더구나 이 공약이 한국 사회의 모순이나 갈등이 폭발 직전이라는 상황 인식에서 나온 공약이라는 점에서 체제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위해서도 공약이행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경제사회정책들, 특히 복지 공약의 시행은 1997-98년 경제위기 및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에 놓여있던 김대중 정권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유사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위기가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져 자본의 지불능력이 대폭 저하하고 정부의 재정능력이 현저히 훼손된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이런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역량도 자본과 정부에게 어느 정도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의 수준은 서구 사민주의 복지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칠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 복지의 안정적인 실천에도 경제위기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심각한 경제위기가 도래할 경우 그 실천이 늦춰진다거나 그 보장 수준이 더욱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최악의 위기가 발생할 경우 자본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나 제한, 즉 대폭적인 증세나 대자본 및 금융기관의 부분적인 국유화 등을 통해 이를 돌파하기 보다는 상황 악화를 이유로 공약 자체를 철회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셋째, ‘법질서 세우기’를 통해 보수적인 규율을 전 사회에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는 텔레비전 토론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이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경선에서 자신이 내걸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과 다르지 않다고 강변했다. 그런데 줄푸세의 앞의 두 내용, 즉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가 경제민주화 공약과 합치한다는 주장은 자신의 비일관성을 감추기 위한 강변으로 보이지만, 보수적인 박근혜 후보로서 ‘법질서 세우기’는 경제민주화 공약과 괴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경제사회정책을 전면화하면서 5년 전 공약을 수정했지만 ‘법질서 세우기’ 공약은 ‘반사회적 폭력과 범죄 근절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는 공약으로 표현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살아 있다.
빈곤층에게 약간의 온정적인 복지를 제공하고, 재벌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 정도를 경제민주화로 이해하고 있는 정권이라면, 노동자 농민, 그리고 빈곤계층이나 소외계층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이를 집단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존 법제도를 어길 수도 있다는 점을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행위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여 근절 대상으로 다루게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선거과정에서의 민주노총의 정책 질의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노조활동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 노조활동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금지에 대해 명확히 반대입장을 표명했고, 이명박 정권 때 개악되어 노동조합 탄압 목적으로 활용되었던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복수노조 교섭방식 노자 자율보장, 복수노조의 쟁의행위 제한 관련 규정 삭제 등에도 반대했으며, 공무원교사 정당가입 및 정치활동 허용, 공무원교사의 후원회 가입 허용,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및 시행령 상 교사공무원 정치활동 제약조항 삭제 등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명확히 했다. 이런 사안들은 법 규정과는 달리 그 적용에서 탄력성을 보일 수도 있는 사안인데도 박근혜 후보는 선거국면에서도 단호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박근혜 정권은 유례없는 ‘법질서 세우기’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결국 박근혜 정권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초보적인 복지를 시혜적으로 제공하는, 그리고 ‘법질서 세우기’를 통해 보수적인 규율을 강제할 보수 정권이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조건
이제 경제적 조건을 살펴보기로 하자. 세계경제는 미미한 성장을 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2008년 금융위기 및 이어진 장기불황에서 확실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50%를 훨씬 넘어서고 있어 세계경제의 풍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경제도 장기 저성장의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경제
미국경제의 경우 미미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실업률은 7.8%로 이번 위기에서의 최고치인 10.1%에서 2.3%포인트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상태다. 주택부문의 경우 개선이 되어 가고 있으나 그 정도는 아주 미약하다. 그리고 재정절벽 협상과 정부부채 한도 협상 등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의 재정긴축이 있을 것이다. 비록 대규모 긴축으로 미국경제가 곧장 위기에 빠지게 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 정도의 긴축도 미미한 성장을 해 가고 있는 미국경제에는 어느 정도 타격이 될 것이다.
[그림 1] 미국 비금융법인자본 수익률
한편 전체적인 성장은 이렇게 장기불황의 양상을 띠지만, 비금융법인자본수익률로 미루어 짐작한 자본의 이윤율은 2011년까지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고 (이런 추세는 그림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2012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2013년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그림 1] 참조) 그리고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낮은 이자율로 인해 국내총생산 대비 기업이윤 규모는 최근 10여 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그림 2] 참조)
[그림 2] 미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이윤(%)
결국 위기의 부담이 노동자들에게 전부 떠넘겨지고 회복과정도 자동화 등으로 ‘고용 없는 회복’으로 결과지어졌고, 기업이윤 상황은 전체 경제의 모습과는 달리 아주 양호한 상태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1990년대 말이나 2000년 초반 같은 정보기술산업의 거품, 그리고 2000년대 중반의 주택시장 거품 같은 양상은 찾아볼 수가 없어 성장률은 낮지만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해야겠다.
유럽경제
유럽의 경우 유럽중앙은행의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으로 위기국들의 국채수익률이 상당폭 내려가 금융시장은 일단 안정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유로존은 경제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2012년 1/4분기 0%, 2/4분기, -0.2%, 3/4분기 -0.1%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실업률은 2008년에 시작된 1차 위기 때의 10% 초반대를 훌쩍 넘어 2012년 10월 현재 11.7%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위기가 해소되려면 금융시장의 안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성장률회복, 세수증대, 재정적자 감축의 계기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하다. 유로통계(Eurostat)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2011년부터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으나 그리스는 2008년부터 계속해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고 2013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은 2008년 위기가 시작된 이후 중간에 한두 해 반짝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기도 하였으나 여전히 내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그리고 유럽위기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른 스페인은 재정적자 감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긴축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재정적자 1-2%포인트 감축보다는 성장률 하락을 막는 것이 보다 급선무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재정적자에 대한 유럽연합과 그 맹주인 독일의 관용 정도가 예전보다는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적자 감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과다한 정부부채라는 위험요소를 안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라 할 수 있다.
결국 저성장, 과다한 정부부채 등을 보건대 유럽위기의 성격상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2010년대 중반을 넘어 2010년대 말에나 해결 기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 이전에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나 여타 지역에서 위기가 발생한다면 유로존 문제의 해결은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물론, 유럽 위기는 유로존 해체 등 보다 심각한 위기로 발전하고 있지 않다. 이는 잘못된 정책적 신념(“긴축이 시장의 신뢰를 가져와 성장에 도움이 된다”)으로 인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지만, 유럽중앙은행이나 유로존 차원의 개입 능력이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위기로 번졌던 2009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고 0.3% 성장을 한 후, 2010년에는 무려 6.3% 성장했다. 그러나 2011년 3.6% 성장에 이어 2012년 성장률은 2%대로 내려앉았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도 애초 4%에서 3%로 전망치를 하향했다. 세계적인 장기불황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이는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윤율 대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률을 보면서 기업의 이윤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그림 3] 참조). 2009년에 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률은 약간 하락했으나, 아이엠에프 위기가 한창이었던 1998-99년이나 2001년에 비해 훨씬 양호하였다. 2010년에는 이익률이 곧장 회복했는데, 2011년과 (그림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2012년에도 썩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3년의 경우에도 커다란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비슷한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이후 제조업 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률은 1990년대 초중반보다 약간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이윤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면, IMF 위기 이후 노무현 정권 시기 약간 회복되었다가 이명박 정권 하에서 다시 하락하였다. 물론 2008년 경제위기의 영향이 크지만, 지속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그리고 노동절약적인 자동화의 효과도 더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림 3] 제조업 유형자산 영업이익률
1996년까지 추세적으로 상승해 오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7년 이후 그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락 또는 횡보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의 삶이 어려워졌을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노동절약적 투자의 효과라 해야겠다([그림 4] 참조).
결론적으로 한국경제는 2011년 이후 세계적인 장기불황의 영향으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이는 2013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저조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이윤 상황은 양호하며, 그 대신 노동소득분배율이 악화하였다. 이는 뒤에서 볼 것처럼 생산성 증가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 즉 노동의 희생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4] 노동소득분배율
주체적 조건
노동자들의 상태를 간단히 살펴보고 민주노총과 조합원들의 상태도 알아보기로 하자.
노동자 상태
생산성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률
[그림 5]를 보면, 2000년 이후 2001년을 제외하고 실질임금 증가율이 노동생산성증가율에 못 미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최근 몇 년 동안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는 산출물 1단위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노동비용(=노동비용/노동생산성=명목임금/산출량), 즉 단위노동비용 증감률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5] 제조업 노동생산성 및 임금 증가율
[그림 6] 단위노동비용증감율
[그림6]을 보면, 단위노동비용증가율은 2001년 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지다가 최근 몇 년간은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임금비용만 고려하면 물가가 계속해서 하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성 증가에 비해 임금이 상승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노동소득분배율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정규직 문제
통계청의 2012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재분석한 비정규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은 약 840만 명에 이르고, 전체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47.5%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특수고용 약 54만, 간접고용이 약 168만(파견노동 약 21만, 용역노동 약 68만, 호출 노동 약 78만), 시간제 노동이 약 134만, 일반임시직 약 276만, 기간제 약 204만이다. 한편 비정규센터에 따르면 이 정도의 비정규직 규모도 건설산업과 화물운송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규모가 비현실적으로 과소 추정되고 있고, 제조업 부문의 사내하청 노동자 규모도 과소 추정된 결과라고 한다. 한편 최근 비정규직 중에서 파트타임(시간제)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임시파트타임이 약 12만 6천 명 증가했고, 상용 파트타임은 약 1만 7천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비율은 49.6%로써 여전히 50%에도 못 미친다. 2012년 8월 정규직의 평균임금은 277만 원이고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137만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약 210만 원이다(6-8월 월평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2000년 73만 원 정도였으나 2012년 8월에는 약 140만 원으로 격차가 벌어져, 그 절대액수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그리고 파트타임을 제외한 임금노동자들 중 월평균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노동자들이 15.7%에 이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최저임금도 못 받는 비율은 21.5%로 약 153만 명에 이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사회보험 혜택의 격차도 크다. 국민연금의 경우 직장가입 비율이 정규직은 97.4%인데, 비정규직은 32.4%수준이다. 건강보험의 경우 그 비율이 각각 98.9%와 38.0%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은 36.3%에 불과하다. 노조 가입률은 정규직이 20.1% 이고, 비정규직은 2.0%이다. 이렇듯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근로조건 격차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이런 상황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단결을 용이하지 않게 한다. 더구나 산별노조가 실질적으로 안착이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민주노총의 상태
박근혜 보수정권과 장기불황, 노동자 내부의 심각한 격차에 대응해야 할 운동조직의 상태는 어떤가? 민주노총은 현재 제대로 된 집행부를 구성하지 못한 채 ‘비대위’ 상태에 놓여 있다. 제대로 된 집행부가 구성될 수 있을지, 구성된다면 언제 구성될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칠지 모호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또한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정치민중진영의 분열과 야권 패배의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진보정치는 분열되어 지리멸렬하고 이런 진보정치의 분열은 민주노총 내부에도 반영된다. 야권이 승리했더라도 주관적인 희망사항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야권의 패배는 야권 승리에 기초한 제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산별연맹(노조)들은 산별노조운동을 더 밀고 나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여기에서 후퇴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산별노조 차원에서 임금과 고용을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용자협회가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힘이 실리지 않는다. 단위노조 차원에서 보면 복수노조 설립 자유화를 계기로 회사의 암묵적인 지원 하에 어용노조 설립이 늘고 있고, 이를 계기로 민주노조가 와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복수노조 설립 자유화가 어용노조 민주화나 신규 민주노조 설립 계기가 되기보다는 민주노조의 힘이 약화됨에 따라 되려 민주노조의 약화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 동안 투쟁이 없지 않았으나 청원 형식의 투쟁이나 의례적인 투쟁이 대부분이었다. 민주노총 또는 산하 산별노조의 완강한 투쟁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이런 투쟁에서 성과가 좋을 리 없다. 지속적으로 패배해 왔고 조직력은 약화되어 왔다. 그 결과 노동조합 운동에 패배주의와 보신주의가 만연해 있다.
여기에는 비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정규직의 근로조건, 1998년 아이엠에프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직간접으로 보고 듣고 혹은 직접 경험한 대량해고, 대사업장 조합원들의 고령화, 가계부채 및 아파트 가격 하락에서 초래된 하우스푸어 문제 등도 한 몫 하고 있다. 만도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아니 그 이전 현대중공업이나 KT노조에서 드러나듯이 일부 조합원들의 경우 자신의 현재의 지위가 보장된다면 어용노조도 마다않는 조류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노총이 적극적인 요구를 제출하고 대규모 조합원이 참여하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과제와 투쟁
‘법질서 세우기’를 내세우는 보수적인 박근혜 정권이 등장했고 경제는 장기 저성장 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조직력과 투쟁력은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져 있다. 이러한 주객관적 상태를 염두에 두고 올해 민주노총의 과제와 투쟁을 얘기해 보기로 하자.
일단 민주노총에 우호적이지 않은 박근혜 정권이 등장했고 자본주의가 위기적인 행보를 계속한다면, 당연히도 예상되는 박근혜 정권의 공세나 탄압을 효과적으로 물리치고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에 맞선 대안사회를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당위일 뿐 당장은 먼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지도체제 구축
정부와 자본과 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가 튼튼해야 할 것이다. 물론 투쟁을 잘 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단결하고 튼튼해 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투쟁을 위해서는 사전에 조직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와 자본의 탄압이나 공격이 가해질 때 준비가 안 되어 있더라도 언제나 일정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투쟁에 나서다 투쟁의 패배의 후과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사태가 발생한다면 민주노총은 재기불능의 상태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법질서 바로세우기’를 철학으로 갖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단 민주노총은 지도체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비대위에서 직선제든 기존 대의원대회 또는 이것의 확충을 통한 간선이든, 아니면 제 3의 안이든 합의를 이끌어내 하루빨리 지도부 선출을 마쳐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제 정파들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안이라면 비록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 할지라도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비대위 내에서의 갈등, 이로 인한 집행부 선출의 표류, 비대위 기간의 연장, 이로 인한 조직 내 원심력의 확대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정부와 자본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민주노총 및 산하조직은 정부와 자본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종 투쟁 사안에 대한 지도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지도체제 정비는 시급하다.
현안 투쟁/노조탄압/비정규직/노동기본권 대응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고공농성 등의 투쟁 사안들에 대해 전 조직 역량을 동원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이 투쟁들은 조합간부나 조합원들이 목숨을 던져서, 즉 말 그대로 ‘사수’하고 있는 투쟁들이다.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민주노총은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투쟁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났을 경우에 패배주의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법질서 세우기’를 내세우고 있는 박근혜 정권하에서 이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약속한 쌍용차 국정조사, 창조컨설팅 문제 해결 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반드시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적, 전국적 차원에서 투쟁을 집중해 투쟁의 파고를 높여낼 필요가 있다. 그 속에서 민주노총은 투쟁단위의 논의를 잘 이끌어내고 투쟁에 대한 지도력을 확보해 유효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지만, 새 정권 아래에서 비정규직 투쟁사안 해결과 비정규직 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할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이상 이런 방식의 문제해결은 이제 난망한 상황이 되었다. 국회 내 소수당이고 행정부를 맡지 않고 있는 민주당이 비정규직 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할 법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대차 비정규 투쟁, 특수고용 노동자 투쟁을 완강히 벌여내는 한편, 새누리당이 사내하도급법 통과를 시도한다면 그것을 계기로 비정규직 문제와 우리사회에 노동3권이 실질적인 부재하다는 것을 범국민적 사안으로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고용복지 정책에 적극 개입
박근혜 정권은 생애맞춤형 복지, 비정규직 차별 철폐, 100% 대한민국 등의 슬로건을 통해 비정규직과 빈곤계층을 껴안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리고 이들로부터의 지지도 적지 않게 끌어냈다.
노동자운동이 이런 문제에 눈감을 수 없고, 눈감아서도 안 될 것이다. 요구수준을 더 높이고, 경제위기 등을 핑계로 불철저하게 중도반단의 위험에 처할 경우 공약의 철저한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이런 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갖고 있는 문제점의 실상을 정확히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은폐되고 잘 알져져 있지 않은 빈곤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낱낱이 조사하여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사회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이 공약으로 내건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하려 할 때, 정권의 접근방식의 한계나 문제점들을 정확히 드러내 민주노총이 가진 방안이 문제의 해결에 더 유효하고 우위에 있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증명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 제도 관련 사안과 결부되어 있으므로 민주당에 대한 유효적절한 비판 및 견인과 활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임금 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의 결합
앞에서 보았다시피 최근 몇 년 동안 임금 인상은 생산성 증가에 현저히 미달하였다. 그래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악화하였고, 노동자들의 처지가 열악해졌다. 임금 인상 투쟁을 잘 수행해 처지도 개선시키고,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본의 여유 능력은 충분한 상태다.
민주노총 차원, 혹은 산별노조 차원의 임금투쟁이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임금투쟁이 가장 많은 조합원들의 참여가 가능한 사안인 만큼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의 강화를 위해서는 임금투쟁을 기업별 노조에 맡겨놓지 말고 총연맹이나 산별노조의 개입이나 관장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임금투쟁이 산별노조 차원에서도 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그 매개로 최저임금 투쟁을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최저임금 투쟁은 교섭이나 투쟁대상이 실질적으로 정부로 단일화 되어 있다. 개별 노조의 임금투쟁과는 달리 중앙집중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저임금은 민주노총 조합원들만의 투쟁이 아니고 전 노동자적 사안이고, 특별히 수많은 비정규직의 사안이므로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가 이 투쟁을 잘 한다면 자신의 조직력이나 조직력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조합원 노동자들이나 일반 국민들의 지지까지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 투쟁의 변화 방향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상자] 참고). 이런 내용은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겠는데, 이런 비상한 기획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고 있는 대사업장 정규직으로 주로 이루어져 있는 민주노총은 현재와 같은 사회적 고립이나 무기력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구조조정 및 민영화 대응
평균적으로 장기 저성장을 할 경우 금융위기로 시스템 전체가 붕괴지경에 이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위기에 처하게 되는 산업이나 업종이 있게 마련이다. 올해의 경우 조선업종이 그런 업종이라고 얘기되고 있다. 비록 ‘빅 3’는 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중소 조선업체의 폐업이나 구조조정은 벌어질 예정이다. 국유화, 정부지원, 정리해고 등에 대한 노동자 입장을 마련해 개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네트워크 산업에 대한 민영화는 세계적으로 주춤해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상수도, 철도 등에서 민영화 내지 민간위탁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리고 영리병원 등의 문제도 있다. 공공부문에 대한 노동자와 시민의 통제라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관련 산별연맹이나 산별노조의 공동대응이 있어야 하고 총연맹의 지도와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두 사안은 대안사회의 상에 대한 모색과 병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합원 교육 및 토론: 정세교육과 대안사회 모색
민주노총은 산하 각 조직의 상태와 정세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조합원 교육이나 선전을 통해 가능한 한 광범위한 조합원과 공유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의 참여를 높여내고 조직을 추슬러 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민주노총에 필요한 교육은 비단 이런 통상적인 것만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박근혜 정권이 등장했고, 자본주의의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안에 대한 교육만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비판, 대안사회의 상, 대안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대안사회로 여겨졌던 사회주의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등에 대한 논의나 교육도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이 방어투쟁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대안사회의 모호함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논의나 교육이 일부 간부나 활동가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조합원의 참여 속에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 내외부의 대규모 강사단 조직과 함께 관련 교재의 출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