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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3.가을.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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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에서 한국 핵 에너지 체제의 모순을 보다

류주형 | 정책위원장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지상탱크에서 초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되어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시인하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원전 사고등급을 3등급(‘중대한 이상 현상’)으로 두 단계 상향 조정한 바로 그날이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035년까지 핵발전 비중을 50% 이하로 ‘낮춘다’는 데 합의했다.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 삼아, 2030년까지 핵발전 비중을 59%까지 확대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변경하겠다는 것이 당정의 설명이다.

이미 한국은 시설용량에서나 발전전력량에서나 세계 5-6위권에 해당하는 핵발전 대국이다. 수정안에 따르더라도 핵발전 비중 50%는 프랑스에 이어 2위에 오를 수 있는 높은 수준이다. 현재 23기의 원전을 상업운전 중에 있는 한국은 단위면적당 핵발전 시설규모가 가장 조밀한 국가인데, 5기가 건설 중에 있으며 4-6기가 건설 준비 중임을 감안할 때 조만간 핵발전소 밀집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이는 그만큼 한국이 핵발전 사고에 취약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납품 부패비리와 노후화된 원전에서의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대폭 증가하던 상황이다.
이쯤 되면 핵발전 일변도로 이뤄진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진지하게 고려할 만도 한데,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정반대다. ‘일본 방사능 괴담을 추적 처벌해 근절하라’는 정홍원 국무총리나 ‘일본산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대응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정부는 정당한 문제제기를 억압하거나 차단하는 데 급급했다. 그러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유출 사실을 시인하자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하겠다, 수산물 안전대책을 보강하겠다는 등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그러면서 실은 전력 민영화라는 잘못된 정책의 산물에 다르지 않은 ‘전력대란’을 핑계 삼아 원전의 불가피성을 호도하기도 한다.

세계적 추세와 비교할 때, 한국은 대단히 예외적이고 집약적인 핵발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왔다. 1970년대 이후 석유체제의 지속불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대안에너지 개발은 사활적 쟁점이 되는데, 초기의 가장 유력한 대안은 핵 에너지였다. 그러나 핵은 안전성에서 심각한 위험을 내포했다. 이에 따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반핵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원자로의 신규 건설은 1976-1980년을 정점으로 세계적으로 서서히 감소한다. 특히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사고와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를 계기로 핵 에너지의 위험이 가시화되면서, 프랑스일본한국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핵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사실상 중단하고 기존 발전소도 서서히 폐쇄하고 있다.
이 예외적인 국가들 중에서도 한국은 매우 짧은 기간 동안 급속도로 핵발전을 추진한 국가로 손꼽힌다. 한국은 1970년대 외채의존적수출지향적 공업화를 심화하는데 이는 에너지 집약적 생산소비체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석유 의존도를 증가시킨다. 특히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한 석유위기를 계기로 자본은 핵 에너지를 석유 에너지의 유일한 대안으로 간주한다. 그리하여 1978년에 처음으로 핵발전소를 가동한 후 1980년대에 핵발전소를 대폭 증설하였고, 그 후로도 꾸준히 핵발전소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1980-1990년대 세계적으로 핵발전이 침체기에 진입했을 때에도 한국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하여 핵발전을 확대하고 ‘한국형 원자로’ 개발을 촉진했다. 저탄소 에너지원이 부각되던 2000년대 이후에도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핵발전소 건설 호황을 틈타 원전 수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근래 들어서도 정부는 원자력을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포장하고 국외 원전 수주를 통해 핵발전 기술을 수출동력 또는 신성장동력으로 선전하는 등 핵발전 확대정책을 국내외에서 지속하고 있다. 또 정부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줄기차게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핵연료 생산 및 재처리 공정 사이클 완성함으로써 원전 수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장차 유연하고 다양한 핵 억제 전략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에너지 체제가 갖는 내적 모순은 핵폐기장 건설을 둘러싼 부안의 투쟁에서 분명히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반핵운동은 핵발전 시설이 특정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막는 데에는 비교적 성공했지만 핵발전소 이슈를 지역주민의 문제를 넘어 전국의 문제로 확산시키는 데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른 한편으로 반전운동과 반핵운동이 평화주의의 지평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후쿠시마 사태를 통해 ‘안전한 원자력’이라는 신화가 낱낱이 허구로 드러난 지금도 사회운동은 정부의 핵발전 확대 기조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에너지 체제가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을 해결할 힘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을 예고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과 후쿠시마의 재앙이 ‘오버랩’되는 8월 말, 핵 없는 세상을 향한 사회운동의 중요성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이번 가을호에는 8월 25일 고려대학교에서 성황리에 치러진 2013 노동운동포럼 기사를 [특집]으로 실었다. 류주형과 박준형의 기사는 그날 발표된 발제문을 수정, 보완한 것이며 이유미의 기사는 그날 발표된 현장 사례를 요약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노동운동포럼에 참여한 토론자들과 청중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기획]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철도 민영화 저지 투쟁에 관한 두 개의 인터뷰를 실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엄길용 본부장과 아슬락센 의장에게도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전한다. 이와 함께 상반기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로부터 사회운동이 얻어야 할 교훈을 김동근이 기사로 정리했다. 끝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한 고용률 제고’를 비판할 목적에서 서구의 노동시간 유연화 역사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한 피에로 바소의 글을 [기획번역]으로 옮겼다. 9월에 나올 노동시간 및 임금 유연화 비판 소책자도 많은 관심과 토론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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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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