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국제사업 현황과 평가
민주노총 사업 전반에서 국제연대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민주노총은 강령에서 “우리는 전 세계 노동자와 연대하여 국제노동운동 역량을 강화하고 인권을 신장하며, 전쟁과 핵무기의 위협에 맞서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실현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 투쟁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제연대가 전략으로 고민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주로 부서별 사업계획의 일부로 포함된다. 민주노총 내에서 ‘국제연대’라고 하면 아마 “외부적 지원을 이끌어 내는 일” 정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창립 당시 민주노총은 국제연대 활동 방침을 “①국제자유노련에 가입해 적극 활동한다. ②각국 민주노조 단체와의 쌍무적 연대협력관계를 발전시킨다. ③노조 상층 간의 교류가 아니라 현장중심의 교류활동을 강조한다. ④진보적 노조운동과의 연대관계를 강화한다. ⑤저개발국 노조운동에 대한 지원활동을 강화한다. ⑥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인권유린과 노조탄압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⑦국내 이주 노동자들이 국내 노동자와 동등한 인권과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한다” 등으로 설정하였다.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전국업종노동조합회의(업종회의) 결성과 함께 민주노조 운동은 국내의 억압적 노사관계를 극복하는 주요한 투쟁전술 중 하나로 국제연대 활동을 채택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및 각종 국제노동조직의 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억압적 노사관계를 폭로했고, 대내적으로는 ILO 국제노동기준을 비준시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①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항하는 노동자 국제연대 전선을 구축한다. 이를 위한 유력한 공간으로 남반구노동조합연대회의를 주목하며 이를 내용적으로 강화한다. ②진보적인 노동조합 블록을 강화해 국제자유노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를 비롯한 국제노동조직에서 민주노총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반신자유주의 정책의 관철을 위해 노력한다. ③아시아 지역 노동조합 연대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해 지역 내 민주적 노동조합들 간의 상호 연계와 연대, 교류활동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반신자유주의 아시아 노동조합 행동 네트워크 건설의 토대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한다. ④세계사회포럼, 세계사회운동네트워크 등 반세계화 국제 사회운동 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한다” 등으로 과제를 확대하였다.
민주노총이 국제적인 운동과 접촉하는 공간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민주노총 및 가맹조직(산별연맹)들이 가맹한 국제조직(국제노총, 국제산별노련) 내에서의 활동이다. 현재 민주노총과 대부분의 가맹조직들이 국제조직에 가입해 있다. 각각의 기원과 역사, 지향은 다르지만 국제조직들은 대체로 유럽 중심성이 강하다. 이 안에서 민주노총 및 가맹조직들은 민주노조 운동의 주도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북반구/유럽 중심의 노동자운동을 넘어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형성하는 것을 자기 과제로 정립하고 있는 남반구 중심의 남반구노조연대회의(SIGTUR)다. 여기에는 과거 신흥산업국의 전투적 노동운동 또는 사회운동 노조주의로 주목받았던 남아공노총(COSATU), 브라질노총(CUT) 등이 속해 있고 민주노총은 2001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남반구노조연대회의는 국제노총의 북반구 중심 관료적 노조운동을 비판하면서 사회운동 노조주의를 국제적인 차원에서 실현한다고 표방하고 있으나, 실천에 있어서는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세 번째로 민주노총 주도로 새롭게 구축하려는 공간으로서 아시아의 민주노조 운동간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있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2007년부터 아시아 노조활동가 교육 교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추동력이 약화되었지만 세계사회포럼을 거점으로 하여 대안세계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당시에 민주노총은 이 공간에서 노동조합과 보다 폭넓은 사회운동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러한 시도 역시 세 번째에 해당한다.
이 글에서는 민주노총이 시도한 국제 활동을 이러한 공간을 축으로 개괄, 평가하고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국제적 연대와 압력 조직화
최근 정부의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에 대해 국제교원노련(EI), 국제노총(ITUC),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 등 국제 노동조합 조직들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국제노동기준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한국 정부가 국제연합(UN), ILO, OECD 등 국제기구에 가입할 당시 스스로 약속했던 사항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ILO 역시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가 된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금지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교원노조법 관련 법 조항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결사의 자유 원칙과 ILO가 한국정부에 수 차례 내린 권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긴급하게 개입했다. 국제조직들이 이렇듯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그 동안 민주노총이 국제노동조합 조직과 ILO 등 국제기구에서 국제노동기준에 미달하는 한국의 노동기본권 현실을 지속적으로 폭로하고 정부로 하여금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기본권에 관한 원칙을 준수하도록 압박하는 활동을 전개해 온 데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 초창기 이러한 활동은 국제 사업의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민주노총 창립 이전 전노협, 업종회의 시절부터 민주노조 운동은 국내의 억압적 노사관계를 극복하는 주요한 전술 중 하나로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기준을 근거로 정부를 압박하여 최소한의 안정적 활동 공간을 확보하려고 시도했다.가 결성되었고, 국내에서는 ILO 핵심협약, 특히 87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에 관한 협약’, 98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장에 관한 협약’의 비준을 촉구하는 투쟁을 벌였고, 국제적으로는 ILO 총회를 비롯한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탄압 현실을 폭로하고 국제 사회의 공동 대응을 호소했다. 이후 한국의 노사관계 법제도를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하려는 시도는 크게 두 공간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와 협력하여 OECD가 한국의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 현황을 모니터링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1996년 김영삼 정부가 OECD 가입을 시도할 당시 “무역과 노동기준 연계”를 주장하던 클린턴 정부는 한국의 가입 조건으로 ILO 협약으로 명시된 국제노동기준 준수를 요구했고, 김영삼 정부는 ‘임기 내 OECD 가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 가입 후 국제노동기준 준수 여부 모니터링’을 수용했다. 이렇게 해서 가입 당시부터 2007년까지 OECD 고용노동사회위원회(ELSAC)는 다음과 같은 개혁 과제를 제시하고 시행 여부를 모니터링 했다(이를 한국 노사관계 법제도에 대한 OECD 특별감시과정이라고 부른다).
1) 초기업단위/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2)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에 대한 입법적 관여 중단(노사 자율교섭)
3) 제3자개입금지 철폐
4) 직권중재 폐지 및 (파업권이 일정 제한될 수 있는) 필수업무 축소
5) 민주노총 합법화
6) 교사 단결권 보장(전교조 합법화)
7) 공무원 단결권 보장
8) 노동조합 간부 구속 수배 관행 및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노동쟁의 형사처벌 관행 개선
9) 해고자, 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민주노총은 특별감시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ELSAC 회의에 TUAC와 함께 직접 참여하여 ‘한국의 노사관계가 크게 개선되었다’는 정부의 주장을 비판하며 노동기본권 탄압 현실을 지속적으로 폭로함으로써 ‘노동기본권 쟁취, 노조법 재개정 투쟁’에 힘을 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특별감시과정은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한국 정부에 대해서만 실시되었고 ‘회원국의 국제노동기준 이행 여부에 대한 감시’는 OECD의 본래 역할과도 거리가 멀어 이를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었다. 제3자개입 금지 철폐, 민주노총 합법화, 전교조 합법화 등의 조치를 근거로 2007년 특별감시과정은 중단되었고, 노사관계로드맵 통과로 유예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에 관해서만 2010년에 진전상황을 보고할 것을 과제로 남긴 채 흐지부지 되었다. 특별감시과정이 종료될 즈음 TUAC는 “특별감시과정 초기에는 민주노총/전교조 합법화, 제3자개입 금지 철폐와 같은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 낼 만큼 한국 정부가 이 과정을 실질적인 압박으로 느끼고 영향을 받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약화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하게는 한국이 OECD에 가입한 후 그리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후 노동권을 크게 후퇴시킨 노동유연화를 촉진하는 법제도는 특별감시과정의 대상이 아니었고, 오히려 노동유연화 확대가 OECD의 권장사항이었다는 점에서 이 특별감시과정 활용 전술은 큰 한계를 내재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어용노조 육성과 민주노조 파괴 ▶직권중재 폐지 후 긴급조정제도 도입 및 필수공익사업장 규정 및 광범위한 필수유지업무 규정에 따른 공공부문 파업권에 심각한 수준의 제약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노동쟁의 형사처벌 및 천문학적 손배가압류 ▶해고자 가입을 이유로 한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 및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 현실을 볼 때 제 3자 개입금지 철폐와 민주노총 합법화를 제외하면 특별감시과정을 통해 이끌어낸 변화마저도 되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ILO 감시감독 절차를 통한 압박이다. ILO는 국제적인 수준의 노사정기구인데, 주된 기능은 국제노동기준을 제정하고 각 회원국이 이를 비준하고 준수하도록 독려하는 역할과 노동 정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노동기본권을 확대하기 위한 투쟁에 활용하는 ILO의 기능은 전자다. 그 중에서도 ILO의 핵심 원칙인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에 관한 원칙을 규정한 87호, 98호 협약은 해당 협약 비준 여부와 상관 없이 모든 회원국이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이의를 제기하고 시정 권고를 내릴 수 있는 절차를 별도로 두고 있는데, <결사의 자유 위원회(Committee on Freedom of Association)>가 그것이다. 한국 정부는 ILO에 가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비준한 협약의 수는 매우 적고, 특히 87호, 98호는 비준하지 않고 있어서 한국 정부의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통로는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유일하다. 민주노총이 국내적 수준에서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는 상황과 국제적 수준의 노사정기구인 ILO에 참여하는 상황은 일견 모순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ILO 관련 활동은 ‘사회적 대화’와 연관이 있다기 보다는 ‘결사의 자유’ 원칙에 어긋나는 법 제도 관행을 문제제기하고 ILO로부터 권고를 얻어내는, 국제적 수준에서의 법적 대응의 성격을 지닌다. 1991년부터 한국 정부의 결사의 자유 침해에 대한 제소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약 30차례의 권고를 내렸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결사의 자유 위원회 제소와 이에 따른 권고는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약하는 국내법을 개정하고 탄압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ILO는 국제기준을 정하고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준수하도록 독려하는 체계라서 노동기준이나 권고가 그 자체로 구속력을 지닌다거나 불이행 시 이를 제재할 수단은 없다. 지금까지의 숱한 권고가, 국내 법제도 관행이 국제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고 국제 기준에 따른 개정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노동기본권을 확대하려는 투쟁에 근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로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은 심각한 수준의 탄압이 있을 때마다 국제노총 및 국제산별조직들을 통해 한국 정부를 겨냥한 국제 공동 항의행동을 조직한다. 올해만 하더라도 민주노총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 ▶한진중공업 손해배상 철회와 최강서 열사 명예회복 및 유족보상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 이행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성기업 사용자노조 해산, 노조파괴 중단 ▶공무원 및 공공부문 해고자 복직과 공공부문 민영화 중단 등 5대 현안 요구를 내걸고 집중행동을 펼칠 당시, 각국 노총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앞 항의서한 보내기, 한국 대사관 앞 항의시위 등을 조직했다. 이러한 행동은 <레이버 스타트>라는 온라인 캠페인 사이트를 통해 신속하게 조직되기도 한다. 공무원노조 인정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공무원노조 위원장 단식 투쟁, 전교조 법외노조화 항의 등의 행동에 이 온라인 캠페인을 통한 연대행동이 조직되어 각각 9천~1만건에 이르는 항의 이메일이 전달되었다. 현재 준비 중인 철도 민영화 저지 파업에 대해서도 탄압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 공동행동의 날, 온라인 캠페인 등이 조직되었다.
국제노동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국내 노동법, 노사관계 제도가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현실에서, 국제기준에 호소하여 투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투쟁을 방어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민주노조 운동이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노총 초창기부터 우선시 되었던 이러한 활동이 여전히 민주노총 국제 사업 또는 국제사업 담당자의 역할에서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더불어 이러한 국제기준이 전혀 구속력이 없다는 점, 그리고 OECD, ILO 가입 초기와 달리 이러한 국제적 개입이 정부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선 순위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특히 세계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기준 자체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2년, 2013년 ILO 총회 기준적용위원회에서 사용자그룹은 8개 핵심협약의 비준 정도와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논의에서 “파업권은 87호, 98호 협약에 직접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파업권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실현하는데 불가결한 요소이므로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기본권에 포함된다는 전문가위원회의 유권해석은 받아들일 수 없다” 며 국제노동기준을 약화하려고 시도했다. 이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따라서 국제노동기준은 ‘안정적으로 확립되어 투쟁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기만 하면 되는 무엇’이 아니라 그 자체도 방어하고 확대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한 대상이다.
국제노총, 국제산별노련
민주노총이 국제연대 활동을 펼치는 또 다른 공간은 각국 총연맹이 가입한 국제노총(ITUC)과 각국 산별연맹이 가입한 국제산별노련이다. 국제노총은 민주노총 창립 대의원대회의 결의로 가입한 국제자유노련(ICFTU)이 2006년 세계노동총연맹(WCL)과 통합하고, 또 여기에 프랑스노총(CGT), 네팔노총(GeFONT), 인도자가고용노동자연합(SEWA) 등이 가세하여 출범한 조직으로서 노동조합 국제 조직 중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노총이 ILO안에서 노동자그룹의 활동을 주도하는 한편, WTO, IMF에서부터 최근 G20에 이르기까지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면, 국제산별노련들은 해당 산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국제기본틀협약 체결을 비롯한 노동조합의 개입력 확대, 권리 강화를 위한 활동을 펼친다.
민주노총은 국제노총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을 넘어 유럽/북반구 중심성을 탈피하고 남반구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국제노총 내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도록 국제노총을 개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국제노총 내 “민주적, 진보적, 사회운동적 노동조합”들의 소통과 공동행보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국제노총 내에서 민주노총의 영향력은 아직 부족하다. 어떤 측면에서는 국제노총이 주도하는 활동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것 자체의 문제점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국제노총의 전략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개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국제노총은 과거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해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노동조합의 권리, 인권, 환경권 존중을 고려해야 함”을 주장해왔고, WTO, FTA에 대해서는 “노동장 삽입”을 추구해왔다. 최근에는 G20, APEC, ASEM 등의 국제기구 포럼에서 “사회적 대화”를 제도화 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국제노총은 각 기구의 정상회의를 뒷받침하는 고용노동장관회의의 설치를 주장하고, 고용노동장관회의가 사회적파트너(노사단체)와 협의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공식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제노총은 “고용소득 주도 경제성장”을 주축으로 하는 요구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보장 최저선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공적 투자 등이 그것이다.
다양한 국제기구에는 자본이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통로로서 ‘비즈니스포럼’과 같은 로비기구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국제노총은 이를 지렛대로 ‘비즈니스포럼’에 상응하는 ‘노동포럼’을 제도화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가시화하기 위해 지난 2013년 G20 러시아 정상회의에서는 <비즈니스20(B20)-노동 20(L20)> 공동선언을 추진하고, ‘양질의 견습제도 확대’ 등을 노사 공동요구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제노총의 이러한 사회적 대화 제도화 전략은 민주노총의 지향이나 현실과 거리가 멀다. 또한 국제적으로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요구를 여러 국제기구 내에서 관철시키는 데에 유력한 힘을 형성하지도 못한다.
국제노총의 활동 중 민주노총이 주목하는 것은 2012년 일반이사회(General Council)에서 채택한 사업 기조의 변화다. 국제노총은 전세계 노조 조직률이 7%이며 각 국에서 노조 조직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①노조 조직률 제고 ②기본권 확대 ③지속가능한 소득사회보장 확보를 주요 사업과제로 내세웠다. 오는 2014년 5월에 개최될 3차 세계 총회(World Congress)를 통해 이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결의할 계획이다. 국제노총은 이 중에서도 “조직화 사업”에 가장 우선 순위를 두고 있으며, 샤란 버로우 사무총장은 국제노총이 추진하는 모든 사업을 조직화와 연계시키고, 구체적인 조직화 목표를 적시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조직률이 가장 낮은 불안정비공식 노동, 여성, 청년, 이주노동자, 경제자유구역자유무역지대 등 조직률이 낮은 영역을 우선적인 조직화 대상으로 설정하고 각각에 대한 조직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국제노총 지역조직(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 유럽) 별로 조직화 사업 책임자(Lead Organiser)를 두고 조직활동가 교육 훈련을 위한 조직화 학교(Organising Academy)를 시기별로 개최하고, 각 가맹조직이 진행한 조직화 사업 모범 사례를 교류하도록 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직화 사업 책임자는 비정규직 조직화 경험이 많은 홍콩노총 (HKTU)이 맡고 있다. 2013년 9월 1차 조직화 학교를 개최한 후 버마,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를 조직화 사업 집중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여 각 국 조직화 사업 구체 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였다. 더불어 지역 전체를 관통하는 계획으로서 비정규직 조직화, 초국적 기업 내 노동자 공동 조직화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 밖에도 조직화 사업의 토대로서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캠페인을 병행하기로 했는데, 노동기본권을 가장 심각하게 침해 받고 있는 집단을 가시화하여 이들의 노동기본권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집중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우선 2022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에서 경기장을 건설하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이주노동자이고, 임금, 노동조건, 노동안전보건 등 모든 측면에서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카타르의 이주정책이 이주노동자들을 거의 노예 노동의 상태에 방치하고 있는 현실에 근거하여 카타르 내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노동기본권 없이 월드컵 없다> 캠페인을 주력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국제건설목공노련(BWI)이 카타르 내 이주제도 개혁 및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집중하고 있다면, 국제노총은 국제사회에서 이를 이슈화하는 활동을 주로 전개하고 있다. 또한 노동기본권 확대 캠페인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국제노총 내에 인권노동조합권네트워크(Human and Trade Union Rights Network, HTURN)를 두고 있는데, 네트워크는 노동기본권 탄압이 가장 심각한 나라를 지역별로 선정하여 집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해당국의 민주노조운동이 취약하여 국제적인 이슈 파이팅과 캠페인이 필요한 나라를 국제캠페인 집중국(아시아에서는 방글라데시)과 해당국 노동조합의 역량강화를 목표로 하는 지원 대상국(아시아에서는 피지, 버마)으로 구분하여 각각에 적합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 2기 전략조직화 사업의 경험과 평가를 바탕으로 아태지역 조직화 사업에 관한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국제노총의 조직화 사업은 국제기구 내에서의 ‘사회적 대화 제도화’ 사업과 비교할 때, 각국 노조운동이 처한 구체적인 현실을 바탕으로 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과 각국의 민주노조 운동의 역량 강화와 국제연대 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이 더욱 주목해야 할 영역이다.
남반구노조연대회의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연대 공간으로서 남반구노조연대회의(SIGTUR)는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남반구노조연대회의는 남반구(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호주) 민주노조 운동의 연대를 위해 만들어진 네트워크로, 1991년 남아공노총(COSATU)과 호주노총(ACTU) 서호주 지역본부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으며, 1차 총회에는 필리핀노동절운동(KMU), 인도네시아 연대노조, 말레이시아 독립노조, 스리랑카, 파키스탄, 파푸아뉴기니, 남아공노총이 참가하여 민주노조 건설 전략과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노동조합 건설 방안을 논의하였다. 민주노총은 1997년 4차, 1999년 5차 총회에 참관한 후 2001년 서울에서 개최된 6차회의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민주노총은 국제자유노련을 통해 국제 사업을 개시하였지만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제3세계 민주노조와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사업이라는 판단에 기초하여 여기에 참여하였다.
남반구노조연대회의는 북반구/유럽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국제자유노련에 비판적인 입장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남반구 노동조합의 대안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해왔다. 남반구노조연대회의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네트워크’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국제 노조조직과 같은 체계와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즉 가맹조직이 의무금을 납부하여 운영비용을 마련하고 그 비용으로 사무국을 운영한다거나, 의결단위에서 결의된 사항에 대한 집행 총괄 역할을 담당하는 사무총장과 같은 직책도 없다. 주로 3~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총회(Congress)를 통해 큰 틀에서의 운동방향을 합의하고 이에 참여하고 있는 조직들이 각자 자체적인 계획 하에 실행한다. 또한 1년에 한 번씩 지역조정위원회(Regional Coordinating Committee) 회의를 통해 총회 사이의 활동을 점검한다. 그러나 이러한 느슨한 체계 속에서 총회 합의 사항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그 지향과는 무관하게 국제 노동자운동 내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2003년 칸쿤 WTO 각료회의 저지투쟁, 2004년 인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등에서 남반구노조연대회의 포럼을 주도적으로 조직하는 등 남반구노조연대회의의 활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민주노총의 참여 이후 브라질노총(CUT)과 아르헨티나 제2노총(CTA)이 합류함으로써, 인도양 인근에서 시작된 남반구노조연대회의는 라틴아메리카로까지 확대되었다.
2010년 브라질노총(CUT) 주최로 개최된 9차 총회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을 구축하기 위한 남반구 노동조합의 과제로 ▶남반구의 산업화와 발전을 위한 정의로운 교역 ▶금융투기의 종식, 발전과 사회적 평등에 종속되는 금융시장으로의 전환 ▶초국적기업의 권력에 맞서고 착취와 노동권 박탈로부터 노동자를 방어하기 위한 노동자계급 연대 구축 ▶생태위기와 기후변화가 노동자 그리고 미래 세대에 미치는 재앙적 효과에 대한 대중적 인식 제고 ▶성평등, 노동안전보건, HIV/AIDS의 재앙에 맞선 캠페인 ▶글로벌 지배구조의 효과적 전환과 글로벌 권력구조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 ▶각국 노동기본권 방어와 확대 강화 ▶제국주의 침략, 핵무기, 점령적경제적 봉쇄, 부당한 제재 없는 세상 만들기 등을 채택하였다.
하지만 남반구노조연대회의가 위에 제시한 과제를 실제로 추동할 역량이 있는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참여조직 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강화하고 지향의 공유를 넘어 구체적인 공동 실천을 조직하고 실행하는 조직으로서 남반구노조연대회의를 강화하기 위한 역할을 계속 해 나갈 계획이다.
아시아 노조활동가 교육교류 프로그램
2007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아시아 노조활동가 교육교류 프로그램은 민주노총이 국제연대 활동의 장을 새롭게 확대하기 위한 시도다. 민주노총은 국제노총 아태조직 내외의 민주노조 운동 역량을 강화하고 이들 간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아시아지역(특히 동남아시아) 신생 노동조합의 젊은 활동가들을 초청하여 각국 민주노조 운동의 여러 시도를 공유하고, 아시아 민주노조 운동이 공통으로 처한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자 했다. “아시아 노조활동가의 교육 교류 과정을 통해 우리의 시야를 아시아로 넓히고,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공동으로 직면한 과제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라고 사업 제안의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올해까지 총 7차 과정이 진행되었고,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젊은 노조활동가 약 60여 명이 이 과정을 거쳐 갔다. 일본 렝고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매년 대규모로 청년 활동가 교육과정을 개최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 반해, 민주노총의 프로그램은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인해 매년 7~8명의 참가자만을 가맹조직과 함께 초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민주노조 운동 탄압에 대한 대응 전략, 노동의 불안정화와 비정규직 확산에 맞서기 위한 대응전략,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공동 실천 과제 등을 논의해왔다. 이 과정을 거쳐 간 많은 활동가들이 각국의 굵직한 투쟁을 주도하는 한편, 국제조직 내에서 민주노총과 공동으로 행보하는 등 미미하지만 점차 성과가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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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국제사업은 민주노총의 투쟁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국제적 지지와 연대를 끌어 모으는 데에서 시작해서 국제적인 노동자 연대를 강화하고 북반구/유럽이 주도하는 국제 노동자운동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기 위한 여러 활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업의 위상, 우선순위, 역량투여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보 전진을 위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에 요구되는 역할이 적지 않은데, 국제 노동자운동은 한국 기반 초국적 기업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노동유연화를 확산하고,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마련하고 실천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건설을 출발점으로 한 글로벌 기업 삼성 내 노조 조직화와 노동기본권인권 침해에 대응하는 국제적 투쟁캠페인이 향후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창립 당시 민주노총은 국제연대 활동 방침을 “①국제자유노련에 가입해 적극 활동한다. ②각국 민주노조 단체와의 쌍무적 연대협력관계를 발전시킨다. ③노조 상층 간의 교류가 아니라 현장중심의 교류활동을 강조한다. ④진보적 노조운동과의 연대관계를 강화한다. ⑤저개발국 노조운동에 대한 지원활동을 강화한다. ⑥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인권유린과 노조탄압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⑦국내 이주 노동자들이 국내 노동자와 동등한 인권과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한다” 등으로 설정하였다.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전국업종노동조합회의(업종회의) 결성과 함께 민주노조 운동은 국내의 억압적 노사관계를 극복하는 주요한 투쟁전술 중 하나로 국제연대 활동을 채택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및 각종 국제노동조직의 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억압적 노사관계를 폭로했고, 대내적으로는 ILO 국제노동기준을 비준시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①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항하는 노동자 국제연대 전선을 구축한다. 이를 위한 유력한 공간으로 남반구노동조합연대회의를 주목하며 이를 내용적으로 강화한다. ②진보적인 노동조합 블록을 강화해 국제자유노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를 비롯한 국제노동조직에서 민주노총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반신자유주의 정책의 관철을 위해 노력한다. ③아시아 지역 노동조합 연대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해 지역 내 민주적 노동조합들 간의 상호 연계와 연대, 교류활동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반신자유주의 아시아 노동조합 행동 네트워크 건설의 토대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한다. ④세계사회포럼, 세계사회운동네트워크 등 반세계화 국제 사회운동 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한다” 등으로 과제를 확대하였다.
민주노총이 국제적인 운동과 접촉하는 공간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민주노총 및 가맹조직(산별연맹)들이 가맹한 국제조직(국제노총, 국제산별노련) 내에서의 활동이다. 현재 민주노총과 대부분의 가맹조직들이 국제조직에 가입해 있다. 각각의 기원과 역사, 지향은 다르지만 국제조직들은 대체로 유럽 중심성이 강하다. 이 안에서 민주노총 및 가맹조직들은 민주노조 운동의 주도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북반구/유럽 중심의 노동자운동을 넘어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형성하는 것을 자기 과제로 정립하고 있는 남반구 중심의 남반구노조연대회의(SIGTUR)다. 여기에는 과거 신흥산업국의 전투적 노동운동 또는 사회운동 노조주의로 주목받았던 남아공노총(COSATU), 브라질노총(CUT) 등이 속해 있고 민주노총은 2001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남반구노조연대회의는 국제노총의 북반구 중심 관료적 노조운동을 비판하면서 사회운동 노조주의를 국제적인 차원에서 실현한다고 표방하고 있으나, 실천에 있어서는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세 번째로 민주노총 주도로 새롭게 구축하려는 공간으로서 아시아의 민주노조 운동간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있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2007년부터 아시아 노조활동가 교육 교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추동력이 약화되었지만 세계사회포럼을 거점으로 하여 대안세계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당시에 민주노총은 이 공간에서 노동조합과 보다 폭넓은 사회운동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러한 시도 역시 세 번째에 해당한다.
이 글에서는 민주노총이 시도한 국제 활동을 이러한 공간을 축으로 개괄, 평가하고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국제적 연대와 압력 조직화
최근 정부의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에 대해 국제교원노련(EI), 국제노총(ITUC),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 등 국제 노동조합 조직들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국제노동기준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한국 정부가 국제연합(UN), ILO, OECD 등 국제기구에 가입할 당시 스스로 약속했던 사항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ILO 역시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가 된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금지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교원노조법 관련 법 조항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결사의 자유 원칙과 ILO가 한국정부에 수 차례 내린 권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긴급하게 개입했다. 국제조직들이 이렇듯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그 동안 민주노총이 국제노동조합 조직과 ILO 등 국제기구에서 국제노동기준에 미달하는 한국의 노동기본권 현실을 지속적으로 폭로하고 정부로 하여금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기본권에 관한 원칙을 준수하도록 압박하는 활동을 전개해 온 데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 초창기 이러한 활동은 국제 사업의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민주노총 창립 이전 전노협, 업종회의 시절부터 민주노조 운동은 국내의 억압적 노사관계를 극복하는 주요한 전술 중 하나로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기준을 근거로 정부를 압박하여 최소한의 안정적 활동 공간을 확보하려고 시도했다.
첫 번째는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와 협력하여 OECD가 한국의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 현황을 모니터링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1996년 김영삼 정부가 OECD 가입을 시도할 당시 “무역과 노동기준 연계”를 주장하던 클린턴 정부는 한국의 가입 조건으로 ILO 협약으로 명시된 국제노동기준 준수를 요구했고, 김영삼 정부는 ‘임기 내 OECD 가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 가입 후 국제노동기준 준수 여부 모니터링’을 수용했다. 이렇게 해서 가입 당시부터 2007년까지 OECD 고용노동사회위원회(ELSAC)는 다음과 같은 개혁 과제를 제시하고 시행 여부를 모니터링 했다(이를 한국 노사관계 법제도에 대한 OECD 특별감시과정이라고 부른다).
1) 초기업단위/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2)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에 대한 입법적 관여 중단(노사 자율교섭)
3) 제3자개입금지 철폐
4) 직권중재 폐지 및 (파업권이 일정 제한될 수 있는) 필수업무 축소
5) 민주노총 합법화
6) 교사 단결권 보장(전교조 합법화)
7) 공무원 단결권 보장
8) 노동조합 간부 구속 수배 관행 및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노동쟁의 형사처벌 관행 개선
9) 해고자, 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민주노총은 특별감시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ELSAC 회의에 TUAC와 함께 직접 참여하여 ‘한국의 노사관계가 크게 개선되었다’는 정부의 주장을 비판하며 노동기본권 탄압 현실을 지속적으로 폭로함으로써 ‘노동기본권 쟁취, 노조법 재개정 투쟁’에 힘을 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특별감시과정은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한국 정부에 대해서만 실시되었고 ‘회원국의 국제노동기준 이행 여부에 대한 감시’는 OECD의 본래 역할과도 거리가 멀어 이를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었다. 제3자개입 금지 철폐, 민주노총 합법화, 전교조 합법화 등의 조치를 근거로 2007년 특별감시과정은 중단되었고, 노사관계로드맵 통과로 유예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에 관해서만 2010년에 진전상황을 보고할 것을 과제로 남긴 채 흐지부지 되었다. 특별감시과정이 종료될 즈음 TUAC는 “특별감시과정 초기에는 민주노총/전교조 합법화, 제3자개입 금지 철폐와 같은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 낼 만큼 한국 정부가 이 과정을 실질적인 압박으로 느끼고 영향을 받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약화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하게는 한국이 OECD에 가입한 후 그리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후 노동권을 크게 후퇴시킨 노동유연화를 촉진하는 법제도는 특별감시과정의 대상이 아니었고, 오히려 노동유연화 확대가 OECD의 권장사항이었다는 점에서 이 특별감시과정 활용 전술은 큰 한계를 내재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어용노조 육성과 민주노조 파괴 ▶직권중재 폐지 후 긴급조정제도 도입 및 필수공익사업장 규정 및 광범위한 필수유지업무 규정에 따른 공공부문 파업권에 심각한 수준의 제약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노동쟁의 형사처벌 및 천문학적 손배가압류 ▶해고자 가입을 이유로 한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 및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 현실을 볼 때 제 3자 개입금지 철폐와 민주노총 합법화를 제외하면 특별감시과정을 통해 이끌어낸 변화마저도 되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ILO 감시감독 절차를 통한 압박이다. ILO는 국제적인 수준의 노사정기구인데, 주된 기능은 국제노동기준을 제정하고 각 회원국이 이를 비준하고 준수하도록 독려하는 역할과 노동 정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노동기본권을 확대하기 위한 투쟁에 활용하는 ILO의 기능은 전자다. 그 중에서도 ILO의 핵심 원칙인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에 관한 원칙을 규정한 87호, 98호 협약은 해당 협약 비준 여부와 상관 없이 모든 회원국이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이의를 제기하고 시정 권고를 내릴 수 있는 절차를 별도로 두고 있는데, <결사의 자유 위원회(Committee on Freedom of Association)>가 그것이다. 한국 정부는 ILO에 가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비준한 협약의 수는 매우 적고, 특히 87호, 98호는 비준하지 않고 있어서 한국 정부의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통로는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유일하다. 민주노총이 국내적 수준에서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는 상황과 국제적 수준의 노사정기구인 ILO에 참여하는 상황은 일견 모순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ILO 관련 활동은 ‘사회적 대화’와 연관이 있다기 보다는 ‘결사의 자유’ 원칙에 어긋나는 법 제도 관행을 문제제기하고 ILO로부터 권고를 얻어내는, 국제적 수준에서의 법적 대응의 성격을 지닌다. 1991년부터 한국 정부의 결사의 자유 침해에 대한 제소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약 30차례의 권고를 내렸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결사의 자유 위원회 제소와 이에 따른 권고는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약하는 국내법을 개정하고 탄압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ILO는 국제기준을 정하고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준수하도록 독려하는 체계라서 노동기준이나 권고가 그 자체로 구속력을 지닌다거나 불이행 시 이를 제재할 수단은 없다. 지금까지의 숱한 권고가, 국내 법제도 관행이 국제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고 국제 기준에 따른 개정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노동기본권을 확대하려는 투쟁에 근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로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은 심각한 수준의 탄압이 있을 때마다 국제노총 및 국제산별조직들을 통해 한국 정부를 겨냥한 국제 공동 항의행동을 조직한다. 올해만 하더라도 민주노총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 ▶한진중공업 손해배상 철회와 최강서 열사 명예회복 및 유족보상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 이행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성기업 사용자노조 해산, 노조파괴 중단 ▶공무원 및 공공부문 해고자 복직과 공공부문 민영화 중단 등 5대 현안 요구를 내걸고 집중행동을 펼칠 당시, 각국 노총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앞 항의서한 보내기, 한국 대사관 앞 항의시위 등을 조직했다. 이러한 행동은 <레이버 스타트>라는 온라인 캠페인 사이트를 통해 신속하게 조직되기도 한다. 공무원노조 인정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공무원노조 위원장 단식 투쟁, 전교조 법외노조화 항의 등의 행동에 이 온라인 캠페인을 통한 연대행동이 조직되어 각각 9천~1만건에 이르는 항의 이메일이 전달되었다. 현재 준비 중인 철도 민영화 저지 파업에 대해서도 탄압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 공동행동의 날, 온라인 캠페인 등이 조직되었다.
국제노동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국내 노동법, 노사관계 제도가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현실에서, 국제기준에 호소하여 투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투쟁을 방어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민주노조 운동이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노총 초창기부터 우선시 되었던 이러한 활동이 여전히 민주노총 국제 사업 또는 국제사업 담당자의 역할에서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더불어 이러한 국제기준이 전혀 구속력이 없다는 점, 그리고 OECD, ILO 가입 초기와 달리 이러한 국제적 개입이 정부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선 순위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특히 세계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기준 자체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2년, 2013년 ILO 총회 기준적용위원회에서 사용자그룹은 8개 핵심협약의 비준 정도와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논의에서 “파업권은 87호, 98호 협약에 직접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파업권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실현하는데 불가결한 요소이므로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기본권에 포함된다는 전문가위원회의 유권해석은 받아들일 수 없다” 며 국제노동기준을 약화하려고 시도했다. 이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따라서 국제노동기준은 ‘안정적으로 확립되어 투쟁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기만 하면 되는 무엇’이 아니라 그 자체도 방어하고 확대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한 대상이다.
국제노총, 국제산별노련
민주노총이 국제연대 활동을 펼치는 또 다른 공간은 각국 총연맹이 가입한 국제노총(ITUC)과 각국 산별연맹이 가입한 국제산별노련이다. 국제노총은 민주노총 창립 대의원대회의 결의로 가입한 국제자유노련(ICFTU)이 2006년 세계노동총연맹(WCL)과 통합하고, 또 여기에 프랑스노총(CGT), 네팔노총(GeFONT), 인도자가고용노동자연합(SEWA) 등이 가세하여 출범한 조직으로서 노동조합 국제 조직 중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노총이 ILO안에서 노동자그룹의 활동을 주도하는 한편, WTO, IMF에서부터 최근 G20에 이르기까지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면, 국제산별노련들은 해당 산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국제기본틀협약 체결을 비롯한 노동조합의 개입력 확대, 권리 강화를 위한 활동을 펼친다.
민주노총은 국제노총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을 넘어 유럽/북반구 중심성을 탈피하고 남반구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국제노총 내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도록 국제노총을 개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국제노총 내 “민주적, 진보적, 사회운동적 노동조합”들의 소통과 공동행보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국제노총 내에서 민주노총의 영향력은 아직 부족하다. 어떤 측면에서는 국제노총이 주도하는 활동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것 자체의 문제점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국제노총의 전략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개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국제노총은 과거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해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노동조합의 권리, 인권, 환경권 존중을 고려해야 함”을 주장해왔고, WTO, FTA에 대해서는 “노동장 삽입”을 추구해왔다. 최근에는 G20, APEC, ASEM 등의 국제기구 포럼에서 “사회적 대화”를 제도화 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국제노총은 각 기구의 정상회의를 뒷받침하는 고용노동장관회의의 설치를 주장하고, 고용노동장관회의가 사회적파트너(노사단체)와 협의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공식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제노총은 “고용소득 주도 경제성장”을 주축으로 하는 요구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보장 최저선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공적 투자 등이 그것이다.
다양한 국제기구에는 자본이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통로로서 ‘비즈니스포럼’과 같은 로비기구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국제노총은 이를 지렛대로 ‘비즈니스포럼’에 상응하는 ‘노동포럼’을 제도화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가시화하기 위해 지난 2013년 G20 러시아 정상회의에서는 <비즈니스20(B20)-노동 20(L20)> 공동선언을 추진하고, ‘양질의 견습제도 확대’ 등을 노사 공동요구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제노총의 이러한 사회적 대화 제도화 전략은 민주노총의 지향이나 현실과 거리가 멀다. 또한 국제적으로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요구를 여러 국제기구 내에서 관철시키는 데에 유력한 힘을 형성하지도 못한다.
국제노총의 활동 중 민주노총이 주목하는 것은 2012년 일반이사회(General Council)에서 채택한 사업 기조의 변화다. 국제노총은 전세계 노조 조직률이 7%이며 각 국에서 노조 조직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①노조 조직률 제고 ②기본권 확대 ③지속가능한 소득사회보장 확보를 주요 사업과제로 내세웠다. 오는 2014년 5월에 개최될 3차 세계 총회(World Congress)를 통해 이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결의할 계획이다. 국제노총은 이 중에서도 “조직화 사업”에 가장 우선 순위를 두고 있으며, 샤란 버로우 사무총장은 국제노총이 추진하는 모든 사업을 조직화와 연계시키고, 구체적인 조직화 목표를 적시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조직률이 가장 낮은 불안정비공식 노동, 여성, 청년, 이주노동자, 경제자유구역자유무역지대 등 조직률이 낮은 영역을 우선적인 조직화 대상으로 설정하고 각각에 대한 조직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국제노총 지역조직(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 유럽) 별로 조직화 사업 책임자(Lead Organiser)를 두고 조직활동가 교육 훈련을 위한 조직화 학교(Organising Academy)를 시기별로 개최하고, 각 가맹조직이 진행한 조직화 사업 모범 사례를 교류하도록 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직화 사업 책임자는 비정규직 조직화 경험이 많은 홍콩노총 (HKTU)이 맡고 있다. 2013년 9월 1차 조직화 학교를 개최한 후 버마,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를 조직화 사업 집중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여 각 국 조직화 사업 구체 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였다. 더불어 지역 전체를 관통하는 계획으로서 비정규직 조직화, 초국적 기업 내 노동자 공동 조직화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 밖에도 조직화 사업의 토대로서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캠페인을 병행하기로 했는데, 노동기본권을 가장 심각하게 침해 받고 있는 집단을 가시화하여 이들의 노동기본권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집중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우선 2022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에서 경기장을 건설하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이주노동자이고, 임금, 노동조건, 노동안전보건 등 모든 측면에서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카타르의 이주정책이 이주노동자들을 거의 노예 노동의 상태에 방치하고 있는 현실에 근거하여 카타르 내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노동기본권 없이 월드컵 없다> 캠페인을 주력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국제건설목공노련(BWI)이 카타르 내 이주제도 개혁 및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집중하고 있다면, 국제노총은 국제사회에서 이를 이슈화하는 활동을 주로 전개하고 있다. 또한 노동기본권 확대 캠페인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국제노총 내에 인권노동조합권네트워크(Human and Trade Union Rights Network, HTURN)를 두고 있는데, 네트워크는 노동기본권 탄압이 가장 심각한 나라를 지역별로 선정하여 집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해당국의 민주노조운동이 취약하여 국제적인 이슈 파이팅과 캠페인이 필요한 나라를 국제캠페인 집중국(아시아에서는 방글라데시)과 해당국 노동조합의 역량강화를 목표로 하는 지원 대상국(아시아에서는 피지, 버마)으로 구분하여 각각에 적합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 2기 전략조직화 사업의 경험과 평가를 바탕으로 아태지역 조직화 사업에 관한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국제노총의 조직화 사업은 국제기구 내에서의 ‘사회적 대화 제도화’ 사업과 비교할 때, 각국 노조운동이 처한 구체적인 현실을 바탕으로 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과 각국의 민주노조 운동의 역량 강화와 국제연대 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이 더욱 주목해야 할 영역이다.
남반구노조연대회의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연대 공간으로서 남반구노조연대회의(SIGTUR)는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남반구노조연대회의는 남반구(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호주) 민주노조 운동의 연대를 위해 만들어진 네트워크로, 1991년 남아공노총(COSATU)과 호주노총(ACTU) 서호주 지역본부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으며, 1차 총회에는 필리핀노동절운동(KMU), 인도네시아 연대노조, 말레이시아 독립노조, 스리랑카, 파키스탄, 파푸아뉴기니, 남아공노총이 참가하여 민주노조 건설 전략과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노동조합 건설 방안을 논의하였다. 민주노총은 1997년 4차, 1999년 5차 총회에 참관한 후 2001년 서울에서 개최된 6차회의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민주노총은 국제자유노련을 통해 국제 사업을 개시하였지만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제3세계 민주노조와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사업이라는 판단에 기초하여 여기에 참여하였다.
남반구노조연대회의는 북반구/유럽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국제자유노련에 비판적인 입장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남반구 노동조합의 대안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해왔다. 남반구노조연대회의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네트워크’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국제 노조조직과 같은 체계와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즉 가맹조직이 의무금을 납부하여 운영비용을 마련하고 그 비용으로 사무국을 운영한다거나, 의결단위에서 결의된 사항에 대한 집행 총괄 역할을 담당하는 사무총장과 같은 직책도 없다. 주로 3~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총회(Congress)를 통해 큰 틀에서의 운동방향을 합의하고 이에 참여하고 있는 조직들이 각자 자체적인 계획 하에 실행한다. 또한 1년에 한 번씩 지역조정위원회(Regional Coordinating Committee) 회의를 통해 총회 사이의 활동을 점검한다. 그러나 이러한 느슨한 체계 속에서 총회 합의 사항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그 지향과는 무관하게 국제 노동자운동 내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2003년 칸쿤 WTO 각료회의 저지투쟁, 2004년 인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등에서 남반구노조연대회의 포럼을 주도적으로 조직하는 등 남반구노조연대회의의 활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민주노총의 참여 이후 브라질노총(CUT)과 아르헨티나 제2노총(CTA)이 합류함으로써, 인도양 인근에서 시작된 남반구노조연대회의는 라틴아메리카로까지 확대되었다.
2010년 브라질노총(CUT) 주최로 개최된 9차 총회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을 구축하기 위한 남반구 노동조합의 과제로 ▶남반구의 산업화와 발전을 위한 정의로운 교역 ▶금융투기의 종식, 발전과 사회적 평등에 종속되는 금융시장으로의 전환 ▶초국적기업의 권력에 맞서고 착취와 노동권 박탈로부터 노동자를 방어하기 위한 노동자계급 연대 구축 ▶생태위기와 기후변화가 노동자 그리고 미래 세대에 미치는 재앙적 효과에 대한 대중적 인식 제고 ▶성평등, 노동안전보건, HIV/AIDS의 재앙에 맞선 캠페인 ▶글로벌 지배구조의 효과적 전환과 글로벌 권력구조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 ▶각국 노동기본권 방어와 확대 강화 ▶제국주의 침략, 핵무기, 점령적경제적 봉쇄, 부당한 제재 없는 세상 만들기 등을 채택하였다.
하지만 남반구노조연대회의가 위에 제시한 과제를 실제로 추동할 역량이 있는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참여조직 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강화하고 지향의 공유를 넘어 구체적인 공동 실천을 조직하고 실행하는 조직으로서 남반구노조연대회의를 강화하기 위한 역할을 계속 해 나갈 계획이다.
아시아 노조활동가 교육교류 프로그램
2007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아시아 노조활동가 교육교류 프로그램은 민주노총이 국제연대 활동의 장을 새롭게 확대하기 위한 시도다. 민주노총은 국제노총 아태조직 내외의 민주노조 운동 역량을 강화하고 이들 간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아시아지역(특히 동남아시아) 신생 노동조합의 젊은 활동가들을 초청하여 각국 민주노조 운동의 여러 시도를 공유하고, 아시아 민주노조 운동이 공통으로 처한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자 했다. “아시아 노조활동가의 교육 교류 과정을 통해 우리의 시야를 아시아로 넓히고,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공동으로 직면한 과제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라고 사업 제안의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올해까지 총 7차 과정이 진행되었고,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젊은 노조활동가 약 60여 명이 이 과정을 거쳐 갔다. 일본 렝고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매년 대규모로 청년 활동가 교육과정을 개최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 반해, 민주노총의 프로그램은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인해 매년 7~8명의 참가자만을 가맹조직과 함께 초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민주노조 운동 탄압에 대한 대응 전략, 노동의 불안정화와 비정규직 확산에 맞서기 위한 대응전략, 노동기본권 확대를 위한 공동 실천 과제 등을 논의해왔다. 이 과정을 거쳐 간 많은 활동가들이 각국의 굵직한 투쟁을 주도하는 한편, 국제조직 내에서 민주노총과 공동으로 행보하는 등 미미하지만 점차 성과가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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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국제사업은 민주노총의 투쟁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국제적 지지와 연대를 끌어 모으는 데에서 시작해서 국제적인 노동자 연대를 강화하고 북반구/유럽이 주도하는 국제 노동자운동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기 위한 여러 활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업의 위상, 우선순위, 역량투여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보 전진을 위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에 요구되는 역할이 적지 않은데, 국제 노동자운동은 한국 기반 초국적 기업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노동유연화를 확산하고,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마련하고 실천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건설을 출발점으로 한 글로벌 기업 삼성 내 노조 조직화와 노동기본권인권 침해에 대응하는 국제적 투쟁캠페인이 향후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