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주노동자운동의 쟁점과 국제연대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 노조가 생긴 것은 2001년 평등노조 이주지부 결성부터다. 그 흐름을 이어 이주노동자의 독자적 노조로서 서울경인이주노조(MTU)가 2005년 결성되었다. 이주노동자 노조활동은 기존의 민주노총 내외부의 노동운동 진영에 새로운 문제의식과 자극을 주었다. 특히 2003~2004년 단속추방저지와 합법화를 위한 이주노동자들의 명동성당 농성투쟁은 이주노동자 주체 형성과 사회운동 연대 확장의 성과를 남겼고, 이주노동자 조직화 혹은 세력화라는 과제를 운동진영에 제기했다. 세계적으로도 이주노동자 이슈는 정책과 사회운동에 있어 중요한 문제이며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 여파와 반이주민 정서의 확대가 극우정치의 토양이 되고 있는 상황, 세계화로 인해 국경을 넘는 이동이 증가하여 시민권과 관련한 요구가 늘어나는 상황 등은 이주노동자 운동이 주목해야 하는 바다. 이주노동자운동은 국제적 문제와 국내적 문제 양자 모두에 개입해 왔고 한국의 이주노동자운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글은 현재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주노동자 관련 쟁점들을 살펴보고, 한국 이주노동자 운동의 국제연대 활동을 개괄하며 향후 주목해야 할 과제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세계 이주민 현황 개괄
지난 10년 간 국제 이주민 숫자는 2000년 약 1억7,500만에서 2013년 2억3,200만 명으로 늘었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세계 이주민 숫자는 그 이전 10년보다 두 배 더 빨리 늘어났다. 1990년대에는 연간 약 200만 명이 늘었는데 2000년대에는 연간 약 460만 명이 늘었다. 2010년 이후에는 경제위기의 여파로 그 속도가 줄어서 연간 약 360만 명이다. 남반구에서 이주민의 증가는 2000~2010년 사이에 1년에 2.5%이고 북반구에서는 2.3%였다. 1990년 2.9%였던 이주민은 2013년 세계 인구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선진국에서 이주민의 비율은 거의 11%에 이르고 개도국에서는 2% 미만이다. 이주민의 절반가량은 10개 국가에 살고 있다. 미국에 약 4,600만 명, 러시아에 1,100만 명, 독일에 980만 명, 사우디아라비아에 910만 명, 아랍에미리트에 780만 명, 영국에 780만 명, 프랑스에 750만 명, 캐나다에 730만 명, 호주와 스페인에 각각 650만 명이다. 이 중 난민은 약 1,600만 명으로 이주민 숫자의 7% 정도이다.
한편 여성은 전체 이주민의 48% 정도를 차지하는데 유럽에서 51.9%로 비율이 가장 높고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51.6%, 북미 51.2%, 오세아니아 50.2%, 아프리카 45.9%, 아시아 41.6%이다. 아시아에서 비중이 적은 것은 중동지역 이주노동자 중 남성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남반구에서 남반구로의 이주민이 8,230만으로서 남반구에서 북반구로의 이주민수인 8,190만보다 약간 많다. 이주민 비율이 높은 나라는 카타르(87%), 아랍에미리트(70%), 요르단(46%), 싱가포르(41%), 사우디아라비아(28%) 등이다.
아시아 지역의 이주민의 숫자는 1970년에 2,810만 명에서 2000년에 4,380만 명으로 증가했다. 아시아 지역에는 주요 이주 본국들이 있으며 전통적인 목적국과 새롭게 떠오르는 목적국도 있다. 인도나 중국, 태국 등은 본국이자 목적국이자 통과국이다. 약 43%의 아시아 이주민이 아시아 내에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노동자들은 경제위기로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2010~2011년에 OECD 국가에서 15세 이상 외국출생인구 실업자는 700만 명이었는데 실업률은 11.6%였다. 특히 건설과 제조업에서 일하는 남성노동자들이 많은 타격을 받았다.
이주민의 송금액은 2000년 1,320억 달러에서 2010년에 4,400억 달러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경제위기 상황으로 인해 정체 상태인데, 비공식적인 것까지 합하면 송금액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에 송금액 상위 5개국은 인도, 중국, 멕시코, 필리핀, 프랑스였다. 미국은 최대의 송금 유출국인데 2009년에 483억 달러였고 그 다음이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러시아 순서였다.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주요 쟁점
이주노동자의 현실
(1) 무권리 상태의 중동지역 이주노동자
앞서 보았듯이 중동지역 국가들은 노동력 중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카타르가 가장 높은 87%에 달하고, 아랍에미리트 70%, 사우디아라비아 28% 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적으로 이 지역의 이주노동자 상황이 가장 열악하다는 것이다. 건설업에는 주로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 등 서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많고 가사노동자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팔 출신이 많다.
건설현장의 열악한 상황은 최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카타르의 노동기본권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직종과 산업 구분 없이 최소 100명이 모여야 비로소 일반노동자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고, 이렇게 설립된 위원회는 무조건 카타르일반노동조합에 가맹된다. 복수노조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원회의 모든 활동은 법으로 규율되며 위원회가 정치활동에 참여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면 노동부장관은 이를 해산할 권한을 갖는다. 단체교섭은 절차내용해석 모두 정부가 규율하며, 파업 역시 조합원의 3/4 찬성을 얻어 노동부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모든 분쟁 조정 절차를 마친 후에 할 수 있다. 공무원, 가사노동자를 비롯해 공공부문의 많은 노동자들은 파업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적인 노동권조차도 카타르 국민이 아니면 누릴 수 없다. 다시 말해 카타르 내 노동인구의 87%는 무권리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카타르의 고유한 이주 제도는 이주노동자들을 더욱더 극악한 착취로 내몬다. 카타르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은 ‘카팔라’라고 불리는 “보증인 제도”에 따라 채용되는데, 이주노동자로 카타르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카타르인 사용자의 보증이 필요하다. 자신을 고용하는 사용자가 ‘보증인'이 되어 체류기간동안 해당 노동자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된다. 보증인의 허가가 없으면 사업장을 변경하거나 출국할 수도 없어서 이주노동자들은 임금체불산업재해비인격적 대우 등 모든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하루 12시간을 일하고도 한 달 임금이 550리얄(약 15만원)에 불과하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7명이 좁은 방 하나에 함께 거주하는 등 기숙사 시설 역시 열악하다. 네팔에서 온 5년 거주 건설노동자의 월급은 750리얄이며 도하 시내에는 대중교통이 없어 통근버스를 타고 집단 숙소와 공사현장을 오가며 일한다. 공사 현장에는 안전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매년 200여명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국제노총과 국제건설목공노련은 카타르 정부에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 페이지를 개설했다(http://act.equaltimes.org/ko/). 국제앰네스티는 ‘카타르 건설분야에 드리운 이주노동자의 어두운 측면’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부 이주노동자의 경우 임금을 받지 못하는데다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에 처해있으며, 충격적인 수준의 숙소에 기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이주민인권 특별보고관도 최근 최저임금제 도입, 외국인노동자의 여권 압수와 비자에 대한 고용주의 출국서명 금지 등 노동환경 개선과 관련된 14개 권고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가사노동자의 처지는 더욱 심각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150만 명, 쿠웨이트에 66만 명 등 중동지역에 300만 명에 달하는 이주 가사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과 극도의 저임금, 고용주의 폭력과 성폭행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법적 권리가 거의 없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걸프 지역의 동남아 출신 가정부들은 하루 9~15시간, 일주일에 60~100시간가량 일한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만 임금은 터무니없이 적다. 필리핀 출신 한 가사노동자는 당초 월 1,700리얄(467달러)을 받기로 하고 카타르에 왔으나 실제로는 월 900리얄(247달러) 정도를 손에 쥘 뿐이다(한국일보, 2013.5.10).
폭력과 학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0년 한 스리랑카 여성은 고된 노동을 호소하다 집주인으로부터 온 몸에 못과 망치가 박히는 고문을 당했고, 한 인도네시아 여성은 가위로 입술이 잘리고 다리미로 지짐을 당하는 폭행을 당했다. 2011년에는 폭언과 감금에 시달리던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가 고용주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결국 참수형을 당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정부 사이에 갈등이 커져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우디 등 중동국가로의 가사노동자 송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의 이주노동자 보호 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나라에는 노동자를 보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한 스리랑카 여성은 우유를 먹이다 아이를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았고 스리랑카 대통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 사우디 정부가 참수형을 집행했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2010년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동 지역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이 보고서는 한 해 70억 달러를 인도네시아에 벌어주지만 휴일도 없이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며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양국 정부의 적절한 보호조치를 촉구했다.
중동 지역에서는 이주 여성 가사노동자들을 돈 주고 사온 개인 재산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지위가 극히 낮으며 노동자로서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학대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단체들과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항의하지만 개선조치가 취해진 적은 별로 없다. 걸프협력협의회가 가사노동자, 요리사, 정원사, 운전기사 등 지금까지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법 개정을 논의하기로 한 정도다. 중동지역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 문제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것이고 관련 운동도 계속될 것이다.
(2) 가사노동자 노동권과 가사노동자협약
가사노동자는 ‘세계화의 하인’으로 불린다.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노동의 국제적 분업도 확대되는데 이에 따라 이주도 확대된다. 재생산 영역 역시 이러한 국제적 분업이 확대된다. 하지만 그 양상은 극히 인종적이라는 측면에서 인종적 분업이라고 불린다. 유럽, 북미, 동아시아, 중동, 호주 등 선진국과 북반구 중산층 이상의 요구에 부응하여 저개발국과 남반구 여성들의 국제적 재생산 노동시장 진입이 계속 늘어났다.
ILO 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가사노동자는 약 5,260만 명이지만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수를 합하면 1억 명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약 30만~60만 명이 가사노동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전 세계 가사노동자 중 42.5%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며, 56.6%는 법정노동시간 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44.8%는 일주일 중 하루의 휴일(24시간 이상 연속적인 휴식)도 보장받지 못한다. 여성 가사노동자의 35.9%는 출산휴가에 대한 법적 권리가 없고, 39.6%는 출산휴가 중 임금보전이 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사생활 침해, 폭언 및 폭력 등을 포함한 비인간적인 대우에 시달리고 있으며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 스트레스 및 우울증 등의 정신 건강 문제, 안전사고의 문제를 겪고 있다.
가사노동은 비공식 노동부문으로서 노동자로서 인정되지 않았고 노동법의 보호에서도 제외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간 노동단체, 인권단체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2011년 6월에 열린 100차 ILO 총회에서 찬성 396표, 반대 16표, 기권 63표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가사노동자협약)’이 채택되었고 우루과이와 필리핀의 비준으로 2013년 9월 15일부터 효력이 발생하였다. 현재까지 14개 국가에서 비준하였다.
가사노동자협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각 회원국이 가사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인정과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제3조), 가사노동자로 하여금 계약기간, 수행업무, 보수에 대한 계산방법, 노동시간, 휴가 및 휴게시간 등이 기재된 근로계약서 등을 통하여 근로조건을 알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제7조), 노동시간, 초과근무수당, 휴게시간 및 휴가, 퇴직금 등에 있어서 가사노동자와 일반적인 노동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또한 가사노동자는 주당 24시간의 연속된 휴게 시간을 보장받으며, 일정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아야 하며(제10조), 가사노동자의 최저임금은 보장된다(제11조). 각 회원국은 가사노동자로 하여금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며(제13조), 출산 등에 관한 사회보험제도를 가사노동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제14조). 이러한 가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각 회원국은 가사노동자에게 효과적이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신고 제도와 대응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제17조). 이처럼 가사노동협약은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일정 수준의 노동조건 보장, 근로계약서의 작성 의무 부여, 휴일 및 휴게 시간 보장, 노동3권 인정, 산업재해 인정 등 가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련의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가사노동자협약이 효력을 발휘하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아직 비준을 하지 않고 있다.
가사노동자협약 채택 이후 국제가사노동자네트워크(IDWN, 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Network)는 세계적으로 협약 비준 캠페인(189호 협약 캠페인이라는 의미에서 ‘C189캠페인’)에 돌입하였다. 6월 16일을 세계 가사노동자의 날로 선포하고 각 국에서 비준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네트워크는 가사노동자 단체와 많은 노동조합들로 구성되었으며 국제식품노련 등의 지원을 받아 2009년에 시작, 2013년 10월에 우루과이에서 창립대회를 열어 국제가사노동자연맹(IDWF, 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Federation)을 출범시켰다. 국제가사노동자연맹은 가사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사회에서의 권력관계 변화, 성평등 및 인권 촉진을 목표로 각 지역에서 가사노동자에 대한 인식 제고활동, UNILO국제노총국제산별노련 등의 논의에 참여, 사회운동 및 노동운동과의 연대 형성, 가사노동자 리더십 육성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돌봄노동자 법적 보호를 위한 연대’에서 협약 비준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전국가정관리사협회가 이 네트워크에 가입해있다.
이주 과정에서의 문제점
(1) 송출업체의 착취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이주노동자 이동에 있어 송출업체가 많은 부분 개입한다. 이는 과거 한국의 ‘산업연수생제도’를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즉 송출업체 혹은 중개업체가 이주 본국과 목적국 양자에 존재하며 (이들은 동일한 업체일수도 있고 각기 다를 수도 있다) 이주노동자는 외국으로 가기 위해 송출업체에 돈을 주고 업체는 목적국 정부로부터 비자를 발급받아 이주노동자를 보낸다. 그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내야하는 돈 자체가 많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는 가족과 친지,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송출업체는 목적국에서도 이주노동자 임금의 일정부분을 수수료 혹은 관리비 명목으로 떼어간다. 예컨대 몇 달치 임금을 가져가거나 매월 일정 비율을 떼가는 식이다. 이주노동자는 많지 않은 임금으로 송출업체에 돈을 내고 또 빚도 갚아야 하므로 정해진 기간을 넘겨서 초과체류하는 경우가 많게 된다. 더욱이 송출업체는 이주노동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서류나 신분증을 압류하는 경우도 많다.
과거 한국의 산업연수생제도 하에서도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용은 1,000만 원이 훌쩍 넘었으며 그 과정에서 본국의 송출업체들과 한국의 담당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가 비리로 얼룩지기도 했다. 높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산업연수생들은 인권유린의 공장을 이탈하여 미등록체류자가 되어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곳으로 옮겼다. 당시 연수생들의 80% 이상이 미등록체류자가 되었다.
또 다른 예로 홍콩의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 사례가 있다. 이에 관한 국제앰네스티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15만 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들이 홍콩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홍콩에 오기 전 인도네시아에서 중개업체에 의해 모집되어 우선 훈련센터에 들어간다. 거기서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15개월 동안 언어와 가사기술을 배우는데 그동안은 가지고 있던 각종 서류들과 전화기를 압수당한다. 홍콩 법에서는 임금의 10% 이상을 공제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중개업체가 중개비 명목으로 7개월 동안 임금에서 떼어가는 돈이 총 2,700달러에 이른다. 현재 홍콩 가사노동자의 최저임금은 월 517달러 정도인데 월급의 대부분을 중개업체가 가져가는 셈이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짓기 위해 동원되고 있는 네팔노동자들 역시 중개업체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중개업체들은 모집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빚을 지게하고 이를 이용해 착취를 한다. 업체는 노동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2개월분 임금을 항상 연체하고, 신분증을 압수해 놓는다. 이런 횡포 속에서 7월 한 달에만 44명이 사망했다고 한다(서울신문, 2013. 9. 26).
중개업체들은 밀입국을 알선하거나 인신매매에 개입되어 있는 조직들이 많다. 밀입국 알선에는 단계별로 브로커들이 개입하는 데 여기에는 본국과 목적국 양측의 공무원들도 포함되어 있다. 인신매매의 경우 사람을 상품처럼 취급하면서 폭력, 강압, 사기를 일삼는다. 특히 여성과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산업과 관련된 조직범죄 집단도 개입되어 있다.
지난 10월 초에 열린 ‘이주와 개발에 관한 UN 고위급 대화’에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제출한 5개년 행동계획의 첫 번째 의제에도 이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주노동중개 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효과적 기준과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 국경 강화와 이주노동자의 사망
전 세계적으로 각 국의 이주정책은 숙련 인력과 투자자에게는 문호를 여는 반면, 숙련 인력의 이동은 제한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 이후 더욱 심해졌는데 저숙련 인력이 포화상태고 이후에 실업 등으로 인해 사회복지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권 혹은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요건도 더욱 까다롭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민정책의 우경화다.
예컨대 영국은 2013년 10월부터 새로 개정된 이민법을 시행한다. 이에 따르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받으려는 사람은 상당한 수준의 영어 능력을 보여야만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또한 전과 기록이 있으면 영주권 취득이 어려우며, 범죄자 추방 절차도 간략해졌다. 그러나 상사 주재원과 기업인의 출입국은 더 쉬워졌고, 허용범위도 더 넓어졌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은 프랑스는 2011년에 이민법을 개정해 이주노동자를 추방하기 쉽게 제도를 바꿨고, 반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과학자컴퓨터공학자예술가 등에게는 3년 거주 허가를 부여했다. 독일 역시 연간 44,000유로(약 6,500만 원) 상당의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외국인에게 비자를 내주는 ‘블루카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 지난 6월에 통과된 이민개혁안은 미등록체류자들에게 임시비자 부여, 고학력 전문직을 위한 별도의 비자 발급, 국경 경비 강화가 주요 내용이다(헤럴드경제, 2013. 7. 5). 한국 정부도 최근 몇 년간 투자이민제도를 도입하여 일정액 이상을 한국 기업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을 구입하면 영주권을 발급해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결혼이주민에 대해서는 비자발급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미등록체류자 단속추방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밀입국하는 이주노동자를 막으려는 국경 강화도 계속되고 있다. 사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합법적 유입 경로가 거의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악화로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들어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그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람페두사 섬은 아프리카로부터 작은 보트를 이용하여 밀입국을 하는 사람들의 목적지인데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보트가 뒤집혀 죽는다. 일단 섬에 오르면 유럽에 상륙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프리카 사람들은 죽을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숨을 건 시도를 한다. 1993년 이래 람페두사로 향하다 익사한 사람의 숫자가 25,000 명에 이르며, 1999~2012년 사이에만 20만 명이 람페두사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유럽 이민길에 오른 ‘보트 피플’이 늘면서 람페두사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들은 섬에 내린 뒤 망명허가를 받지 못하면 수용소에서 기다리다 다시 추방된다(경향신문, 2013. 10. 3). 지난 10월에도 에리트리아, 소말리아 사람들이 탄 보트가 침몰하여 400여 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모로코 등지에서 스페인의 카나리제도를 향해 배를 타고 불법 이주를 감행하는 것도 마찬가지 경우다.
유럽연합은 난민신청자 처리에 관한 더블린 조약(2003), 유럽난민기금(2000), 신청자의 지문정보와 신원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유럽난민정보(Eurodoc, 2003), 유럽연합 국경관리기구(Frontex) 등을 설립하여 유럽연합 차원에서 난민 부담을 공평하게 분담하고 난민의 인권을 최소한이나마 보장하는 체계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기구들은 실제로는 ‘요새화된 유럽’을 추구하는, 즉 이주민과 난민의 유럽연합으로의 유입을 막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2003년에 개정된 더블린 조약은 유럽 난민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이 조약에 따르면 난민들은 최초로 도착한 나라에서만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 국경을 제대로 수비하지 않거나 유인을 제공한 나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만약 난민이 다른 유럽연합 국가로 숨어들 경우에도 이들은 처음 땅을 밟은 나라로 환송된다. 이를 위해 난민의 지문을 비롯한 신원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인 유로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더블린 조약은 사실상 EU 외곽의 일부 국가들에게 난민에 대한 책임을 떠넘길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호주로의 밀입국에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호주 북부 크리스마스섬으로 보트를 타고 가는 루트가 이용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경우도 대표적인 사례인데, 해마다 수백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200km에 달하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장벽이 세워짐에 따라 밀입국자들은 점점 더 위험한 경로를 택하게 된다. 밀입국 과정에서 사망의 대부분은 사막에서 수분결핍과 배고픔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코요테라고 불리는 불법입국 알선조직을 통하는 경우도 많지만 비용은 수천 달러가 들고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국경이 강화되고 밀입국 경로가 막힐수록 이주자들은 더 위험한 새로운 통로를 개척하여 이주를 감행한다. 본국에서의 삶이 더 지옥 같기 때문이다. 결국 본국의 경제나 분쟁상황이 나아지거나 평화가 실현되지 않는 한 이러한 위험한 이주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목적국 이주정책의 문제점
(1) 단기 순환이주의 문제
단기 이주는 이주노동자가 목적국에서 몇 개월에서 몇 년의 비교적 짧은 기간을 일하다가 본국으로 귀국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유럽 국가들이 단기취업 노동자를 들여오기 위해 도입했던 ‘초청노동자(guest worker)’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가족동반과 정착이 허용되지 않는 단기 이주노동 제도가 결국은 정착과 가족동반까지 이어져 목적국 내 새로운 이주민 집단을 허용하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목적국 정부들은 정착한 이주민 집단의 사회통합, 복지 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기 순환이주라는 것은 이주노동자를 단기간으로만 받고 기간이 만료되면 내보내고, 또 새로운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여 노동력을 순환시키는 정책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현재 한국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고용허가제가 그렇다. 이러한 단기 순환이주는 대부분 이주노동자의 정착을 허용하지 않고 이주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고용허가제 역시 정착을 금지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예컨대 고용허가제는 최대 4년 10개월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5년 간 합법적으로 일하게 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제한을 둔 것이다. 단기 순환이주는 사실상 착취의 순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만 일할 수 있으므로 고용주들과 목적국의 정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정당화하기 쉽고 그에 따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단기 이주노동 제도는 연령 제한을 두고 노동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의 노동자만을 받아들이는데 이 역시 빈곤한 나라의 노동력 착취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단기간만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는 필연적으로 초과체류하는 미등록체류자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주를 위해 지출한 막대한 비용을 보상받기 위해 충분한 경제적 저축 등을 위해 장기간 일하고자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형성되고 이들은 체류기간을 초과하므로 비자가 없는 미등록체류자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등록체류자들이 존재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2012년에 미등록체류자가 1,170만 명으로 추정되었다. 한국에서도 2013년 10월 말 현재 18만 명이 넘는 미등록체류자가 존재한다. 고용허가제에 따른 고용기간 만료자가 본격적으로 생겨난 2011년 이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이주 연구자인 카슬(Catsle)은 “초청노동자 제도는 헌법과 법체계로써 모든 사람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고용은 중동 산유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계약노동 체계를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권 규정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가에서는 가족 재결합 및 정착을 금지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단기 이주를 비판하고 있다. 또한 그는 단기순환이주라는 것도 결국 더 엄격한 국경통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라고 비판한다. 단기 순환이주 정책은 이주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한다는 측면에서 폐기되어야 하는 정책이다.
(2) 미등록체류자 인권과 합법화
미등록체류자는 소위 ‘불법체류자’라고 불리는데 이주운동 진영에서는 체류에 필요한 적절한 서류를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서류미비자, 등록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미등록체류자라고 부른다. 범죄자를 연상시키는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는 모든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주민의 인권보장에 적합한 용어가 아니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도 이주민 운동의 공통구호 중의 하나가 “No One is Illegal(아무도 불법이 아니다)”이다.
미등록체류자의 규모는 유럽 500만~800만, 미국 1,100만 명 등으로 추정된다. 아시아에는 태국 국경지대와 태국 내에 200만 명의 미얀마 이주민이 거주하는데 대부분이 미등록체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약 18만 명이 존재한다.
미등록체류자가 발생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러나 대개는 이주민이 개입할 수 없는 정부의 자의적인 정책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유럽의 미등록체류자들은 합법적으로 유입되어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적절한 노동허가나 거주허가를 받지 못하는 미등록 체류자가 다수이며 범죄가 아니라 행정적 위반에 의해 미등록체류자가 된다. 정보를 제때 제공받지 못하거나 착취와 학대로 인해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행정적인 지연으로 인해 비자를 상실하기도 한다. 물론 밀입국처럼 입국 자체가 합법적인 경로가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난민 신청이나 거주신청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거주허가를 받지 못하면 미등록체류자가 된다. 한국에서도 고용허가제가 규정하는 짧은 노동기간으로 인한 초과체류자 발생, 부당한 일을 당해도 사업장 이동 제한으로 인해 사업장을 옮길 수가 없어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례, 정해진 기간 내에 구직을 못해 미등록이 되는 경우 등 정책상의 문제로 미등록체류자가 되는 일이 많다.
결국 목적국의 까다로운 이민정책으로 인해 합법적 이주 경로를 찾지 못한 이주민들이 큰 비용을 들여서 밀입국을 선택해 미등록체류자가 되거나, 합법적 이주를 했다 하더라도 이주민을 배제하는 정책들로 인해 쉽게 비자를 잃게 되어 미등록체류를 하게 된다. 갈수록 이주의 목적국들은 저숙련 인력의 입국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므로 이주 비용은 그에 따라 늘어가고 이를 중개하는 이주산업은 커져 가고 있다. 이주가 어렵지 않고 본국과 왕래가 가능하며 목적국에서 차별적 정책이 없다면 오히려 미등록체류는 줄어들 것이다. 나고 자란 땅을 떠나 먼 나라에서 뿌리내리고 살고 싶은 사람들은 별로 없다.
미등록체류자는 이주민이 겪는 문제를 집약해서 보여준다. 합법적인 거주허가나 노동허가가 없어서 최소한의 법적 보호에서도 제외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노동현장에서 가장 열악한 착취상태에 놓이게 된다. 또한 단속추방에 대한 불안은 생활과 심리상태 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사회복지에서도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구조를 받지 못하고, 범죄피해를 당하더라도 신분노출의 우려 때문에 경찰력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본국의 가족을 초청하거나 방문할 수도 없다. 종종 극우 인종주의 단체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등록체류자라 하더라도 일단 목적국의 사회에 속해 있고 기본적 인권이 있다. 그러므로 이주민 운동에서 미등록체류자의 인권 보장, 합법화 등의 요구는 중요한 부분이다. 예컨대 피난처에 대한 권리, 의료에 대한 권리, 공정한 노동조건에 대한 권리, 결사의 자유, 교육훈련에 대한 권리, 최저생계 및 최저임금에 대한 권리,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 미등록체류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 등을 미등록체류자에게도 보장해야 한다.
현재 미등록체류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인데 이들에 대한 사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은 이미 1986년에 이민법 개정을 통해 약 300만 명의 미등록체류자를 합법화한 바 있다. 현재의 이민개혁법안(국경경비, 경제기회, 이민현대화 법안)은 지난 6월에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을 통과했고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고 있어서 연내 처리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 이민개혁법안의 핵심은 2011년 12월 31일 이전에 입국한 미등록체류자들에게 임시비자를 발급한 후 10년 후에는 영주권, 13년 후에는 미국시민권까지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법안에는 국경순찰대원을 2배 늘려 4만 명으로 확충하고 밀입국을 막기 위해 추가 국경장벽을 설치하고, 무인정찰비행기를 대거 투입하며 미등록체류자 고용을 감시하기 위한 고용자격전자확인시스템(E-Verify)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이주민단체들이 비판하고 있지만 미등록체류자 사면에 중점을 두고 법안의 하원통과를 위해 공화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한 해에 40만 명을 강제추방하는 세계 제일의 추방국가이기도 하다. 이주노동자운동은 강제단속과 추방을 반대하고 지속적으로 미등록체류자의 인권과 합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극우 인종주의 세력의 발호
이주민에 대한 극우 인종주의 집단의 반대활동은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격화되었다. 이들은 경제위기로 인한 복지의 후퇴, 일자리의 감소와 실업의 증가, 삶의 질의 하락 등의 원인을 이주민, 유럽연합의 탓으로 돌린다. 또한 이주민에 대한 혐오정서를 조장하고 공공연하게 민족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주장을 선전선동하면서 경제위기로 인해 박탈감을 가진 시민들을 파고들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극우정당을 만들어 반이슬람, 반유럽연합, 반이민자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정치권에서도 세력을 확산하고 있다. 특히 긴축정책으로 경제위기의 고통을 시민들에게 가중시킨 유럽 지역에서 그러하다. 최근의 각종 선거에서 극우정당들은 지지율과 의석이 대폭 상승하여 극우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선거연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프랑스 국민전선과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가 최근에 만나서 이러한 합의를 했으며 공동선거와 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표1]유럽 극우정당 현황
반이민자를 내세우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다. 예컨대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선거에서 ‘네 이웃을 사랑하라. 오스트리아인이라면’과 같은 노골적인 민족주의 반이주민 구호를 채택했다. 그리스 황금새벽당 대표는 “그리스는 그리스인이 소유해야 한다.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 우리의 수천 년에 걸친 역사를 보호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인종주의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인종주의자가 맞다”고 말했다. 경제 불황, 긴축정책, 무슬림 등 이민자 증가, 실업 증가 등의 상황은 인종주의자들이 이민자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는 기반이 된다. 그들은 초국적 자본이나 지배권력 집단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집단, 특히 이주민들을 악마화 하면서 위기의 원인을 엉뚱한 데로 돌려 현재의 지배질서를 옹호하는 역할을 하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반동적 집단이다.
극우정당들은 지지율 상승과 당원 확대를 위해 이주민 범죄를 과장하고 극단적인 인종주의적 담론을 사용하면서 국민의 공포를 자극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외국인혐오증은 전체 사회에 전파된다. 극우세력들이 인종주의적 범죄를 유도하고 조직하고 직접적으로 저지름으로써 이주민을 보다 위축시키고 테러 분위기를 조성한다. 즉, 경제위기와 사회적 혼란이라는 상황에서 극우세력들은 인종주의적 정서를 형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일찍부터 반인종주의 운동이 발전해 왔고 최근 그리스의 ‘인종주의 파시즘위협 반대공동행동(KEERFA)’, 프랑스의 ‘SOS Racism(인종주의)’, 영국의 ‘인종주의반대 전국회의(National Assembly against Racism)’나 ‘반파시즘연합(United against Fascism)’ 등은 신나치와 극우정당에 대항하여 여러 이주민 공동체들과 함께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아직 반인종주의 운동이 대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이주노동자운동은 한국의 인종주의를 분석하고, 인종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이주정책의 근본적 변화와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에 관한 국제적 규제 체계
10월 3~4일 뉴욕 UN 본부에서는 ‘이주와 개발에 관한 UN 고위급회담(High-Level Dialogue on International Migration and Development)이 열렸다. 이는 2008년 12월 19일 UN총회 결의안 63/225에 따라 2013년 68차 회기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UN에 따르면 이 회담의 목표는 ‘국제이주의 이익을 이주민과 국가들에 확대하기 위해 모든 수준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감소시키며 개발과 연계’하는 것이다. UN은 2006년 이주와 개발에 관한 고위급 회담을 열었고 여기서 세계적으로 이주에 관해 논의하는 틀로서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Global Forum on Migration and Development, GFMD)’을 만들었다. GFMD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개최되었고 2013~14년 행사는 2014년 5월 스웨덴에서 열린다. 이전에는 2007년 벨기에 브뤼셀, 2008년 필리핀 마닐라, 2009년 그리스 아테네, 2010년 멕시코 멕시코시티, 2011년 스위스 제네바, 2012년 모리셔스 포트루이스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주에 관한 국제적 틀이 어떤 상설기구가 아니라 포럼의 형식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GFMD는 정부에 어떠한 강제력이나 혹은 그에 준하는 압력을 행사하는 단위가 아니다. 오히려 이주를 개발과 연계시켜, 경제적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혐의가 짙었고 처음부터 이주민 운동 단체들의 비판과 저항이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국제이주민권리(Migrants Rights International, MRI)라는 네트워크는 GFMD가 열릴 때마다 ‘민중의 국제 행동(People's Global Action, PGA)’이라는 부대행사를 개최하여 이를 비판했다. GFMD의 논의가 ‘지극히 근시안적이고 이주민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며’, ‘이주와 개발을 연계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너무 협소한 시각이고, 이는 이주민의 인권과 이주의 근본 원인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를 배제하면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들이 이주를 단순히 경제발전의 도구로 생각하고 이주민을 송금 수단으로만 여기며 이주민의 생존과 인권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이주민이 그 출신국이나 목적국, 고용주들에 의해 계속 착취당하고 있으며 GFMD는 이러한 정책과 담론만 참가국들에 유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이주민연대(International Migrants Alliance, IMA)는 ‘이주가 권리가 되고 이주민의 완전한 인권이 보장되며 그들의 기여가 인정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는 입장서를 이번 UN 고위급 회담에 앞서 제출하였다. 이들은 2006년 UN 고위급회담 이후에 이주-개발 연계 논의가 더욱 강화되어 더 많은 정부와 국제기구, 민간 그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러한 담론은 GFMD라는 틀에서 더욱 확대되면서 경제위기 하에서 이주노동과 송금을 성장과 개발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한다. 한편 이주가 개발에 기여하는 측면에 대한 부분은 과도하게 연구되는 데 실제 현실에서는 왜 저개발의 결과로 이주가 발생하는지는 아무런 논의가 되지 않음을 비판한다. 국제금융기구, 정부 간 기구,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주에 관한 실용적인 관점만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의 과실만 활용하려는 논의는 결국 이주와 안보의 연계로도 이어지는데, 국경의 군사화, 엄격한 비자 정책, 이주민에 대한 편견 조장 등이 그러한 것이다. 즉 필요한 만큼의 정규적인 이주를 넘어서는 비정규적 미등록 이주를 막기 위해서 국경을 요새화하는 정책을 쓰고 이주민을 범죄자화 한다. 그 과정에서 이주민의 권리와 복지, 인권은 생략되어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국제이주민권리와 국제이주민연대 두 그룹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이주민 권리운동 단체들은 GFMD를 규탄하고 이 체계가 아닌 다른 체계의 구성을 주장한다. GFMD가 이주민의 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이주민을 경제적 활용과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GFMD가 정부와 고용주들의 이해에만 부합하는 논의를 해왔고, 더이상 국제적인 이주 논의의 기본 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GFMD와 같은 UN 바깥의 틀이 아니라 UN 내에 이주민의 인권과 노동권에 초점을 맞춘 체계를 만들어 이를 통해 각 국가를 규제하라고 주장한다. 그 전제는 GFMD를 해체하는 것이다. 물론 UN 내에서 이주 관련 책임단위를 일정하게 만든다고 해서 이주민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송금과 개발에만 초점을 맞춰온 틀을 권리를 중심에 둔 틀로 바꾼다는 의미가 있다. 이주민을 외면하고 억압하는 국제 법제도의 형식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주민의 권리가 국제적, 일국적, 지역적으로 신장되기 위한 이주민 조직화와 세력화일 것이다.
국제노총(ITUC)은 노동이주에 관련한 UN의 유일한 공식기구인 ILO의 역할과 권리기반 접근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이주에 관한 모든 논의와 정책과 프로그램, 협정이 UN의 일상적 체제에 기본이 되도록 정부들에 요구하고 있다.
이번 고위급회담의 결과로 채택된 UN총회 선언문은 인권, 국제노동기준, 인신매매 반대, 인종주의와 불관용 반대를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주와 개발의 연계 하에서 기존의 활동을 옹호하며 GFMD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개방된 논의’를 하는 가치 있는 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UN의 모든 관련 기구, 기관, 기금, 프로그램이 이주와 개발 문제에 관해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주와 관련한 새로운 규제 틀은 결국 만들어지지 않았다.
국내 이주노동자운동의 국제연대 활동
한국에서 이주 관련 NGO들의 국제연대 활동이 아닌 이주노동자 노조의 국제연대 활동을 서울경인이주노동조합(MTU)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이주노조는 2005년 설립 이래 다양한 국제연대 활동을 해 왔으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은 아니었다. 국제연대 활동은 국제담당자가 있던 시기에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2008년 10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차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GFMD)’ 시기에 이주노동자운동 진영에서 조직한 대응 행사에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주노조와 함께 구성한 참가단이 참여한 것이 가장 큰 규모였다. 국제산별연맹(Global Union Federations, GUFs), 국제이주민권리, 국제이주민연대가 각각 대응행사를 개최하였고 이주노조는 세 행사에 모두 참가하였다. GFMD 대응행사들은 실질적인 자극을 주었다. 이주민 관련 단체들이 큰 규모로 세계적으로 결집하여 경험을 공유하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집단적으로 낸 것은 처음이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국제산별연맹이 정책개입에서부터 조직화 방식에 이르는 주제들을 다룬 이틀간의 회의를 주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세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주노동자의 노조 결성권과 가입권이 커다란 주목을 받았고, 이주노조와 이주노조 합법화에 관한 대법원 소송이 결사의 자유권을 위한 미등록이주노동자 투쟁의 중요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주노조가 지도부에 대한 표적단속의 영향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을 때, 투쟁의 상징적 의미에 대한 인식과 국제적 수준의 연대는 힘을 주었고 국내에서 투쟁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민주노총은 GFMD 대응행사에 참가함으로써 크지는 않지만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특히 참가자들은 여기서 제기된 이슈에 대해 성실하게 개입하고자 노력했다. 민주노총 중앙지도부와 산별노조, 지역본부 간부들이 이주노조와 이주노조의 밀접한 연대단위와 함께 이주노동자 관련 활동을 전개한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2009년에도 당시 미셸 카투이라 위원장은 그리스에서 열린 GFMD 대응행사에 참여하였다. 2011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관한 회의, 2012년 필리핀에서 열린 ‘세계이주사회포럼’에도 이주노조는 참여하여 한국 이주노동자 제도의 문제점과 이주노동자 투쟁, 조직화에 관하여 알리고 연대를 모색하였다.
한편 GFMD에 대해 국제이주민권리는 개입해서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제이주민연대는 전면적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주노조는 GFMD 대응행사나 이주사회포럼에 참여할 때 어느 일방의 입장을 취하지 않고 개방적으로 교류하려고 노력하였다. 국제노총과 국제산별연맹에서 강조하듯이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세력화, 투쟁에 중심을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제적 연대행사 참여 이외에 노조 간의 연대는 주로 홍콩의 인도네시아이주노동자노조(IMWU)와 이루어졌다. 이 노조는 홍콩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인도네시아 여성 2,000여 명이 가입되어 있는데 이주노조 성원의 홍콩 방문, IMWU 위원장의 한국방문 등을 계기로 이주노조와 연대관계가 형성되었다. 이후 2010년에 홍콩에서 IMWU가 이주노조 합법화를 촉구하는 한국대사관 앞 집회를 개최하고 서로 연대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활발하게 연대가 이어졌다. 이러한 노조 간의 연대는 인적인 유대관계로 더욱 강화될 수 있고 동일하게 고통 받는 처지라는 점에서 확장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주노조 국제연대에서 중요한 부분의 하나는 본국으로 추방당하거나 돌아간 이주노조 활동가들과의 연대다. 이주노조는 2008년 6월에 네팔에서 ‘송출국과 한국 이주노동자의 연대를 위한 국제회의’를 열고 네팔, 방글라데시 동지들과 함께 ‘국제이주노동자 연대네트워크’ 결성을 결의하였다. 그런데 그 이후 여러 가지 문제와 사정으로 네트워크는 가동되지 못하였고, 현재는 네팔로 돌아간 동지들이 결성한 ‘네팔 이주노동자 연대센터’ 활동을 이주노조가 지원하는 형태다. 여기에는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희망연대노조 등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네팔에서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오려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교육, 선전을 함께 하고 있다. 또한 이주노조의 직접적 지원은 아니지만, 미셸 카투이라 이주노조 전 위원장이 필리핀으로 돌아가서 필리핀 이주민단체인 미그란테(MIGRANTE)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러 개인들이 활동비를 모아서 지원하고 있다.
2010년 민주노총은 전략조직화 사업의 일환으로 네팔노총(GEFONT)과 협약을 체결하고 이주노동자 활동가를 민주노총 간부로 채용하여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벌였다. 이 역시 국제연대 활동의 한 축이며 민주노총의 노력이다. 민주노총은 다른 나라 노조들과도 협약을 체결하여 연대를 확장하고 국내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이주노동자 운동 국제 네트워크와의 연대활동, 해외 이주노동자 노조와의 연대활동, 본국으로 돌아간 이주노조 활동가들과의 연대활동 등이 이주노조의 주요한 국제연대활동이다. 물론 이주노조 지도부의 단속추방 대응,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주노조 설립신고 소송, 합법화 캠페인 등에서 메시지를 받거나 연대캠페인도 진행한다. 이러한 국제연대 활동에 있어 이주노조의 이주노동자 간부 활동가들이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며 국제연대가 이주노동자 주체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가며
이주노동자운동은 그 특성상 연대사업 자체가 국제적일 때가 많다. 각국의 이주노동자들은 그 나라 출신이 아니므로 본국의 운동과도 연관되어 있고, 목적국 내의 운동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이주는 국제적 수준에서의 쟁점을 많이 포괄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중개업체의 횡포, 국경을 넘는 노동력과 성산업의 인신매매, 노동조건이 열악한 특정지역의 문제, 가사노동자와 같은 특정한 집단의 권리 문제, 각국에서 발호하는 인종주의와 극우세력 문제, 국제적 이주 규제체계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국내적 쟁점을 넘어선다. 공통적인 것은 어느 쟁점이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이 무시되고 파괴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개선하려는 운동, 세력, 법, 제도 등이 상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의 이주노동자 운동이라도 그 나라의 이주노동자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운동의 성격과 동시에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한국 이주노동자운동의 국제연대 활동과 관련하여 몇 가지 과제를 확인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이주노동자운동은 여러 가지 과제를 안고 있고 이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핵심적으로는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주체 형성이 관건이다. 특히 체류권이 제약되어 있고 기존의 활동가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활동가 육성이 시급하다. 민주노총이 전략조직화 사업을 통해 이주노조 조합원 숫자를 많이 늘렸지만 여전히 노조 활동가, 간부 육성은 더디다. 노조를 이끌어갈 간부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활동이 어렵다. 이주노동자들이 노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통로, 기회들이 만들어져야 하고 간부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들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 활동가들이 노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토론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단조직화 사업에서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업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해외 노총과의 협력을 통해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확대하려는 민주노총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노총 간 협력사업은 활동가 채용뿐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해당 국가 말로 번역된 노동조합 설명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본국 노총의 활동가가 정기적으로 방한하여 이주노동자 공동체들과 만나 교육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본국 노총이 한국으로 가려는 자국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선전 사업을 하는 등 상황과 조건에 따른 다양한 협력사업도 추진할 수 있다. 이주노조가 본국으로 돌아간 예전 조합원, 간부들과 연대하여 더욱 추진해야 할 것도 이런 부분이다. 물론 민주노총과 이주노조만의 몫은 아닐 것이며 이에 연대하는 이주운동 진영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농축산업분야에서 많이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 노동자의 경우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이들이 안산의 ‘지구인의 정류장’과 같은 지원단체와도 관련을 맺고 ‘크메르노동권협회’와 같은 공동체도 만든 상황에서 이를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캄보디아노총(CLC)과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주노조가 본국으로 돌아간 활동가들과의 연대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국제이주노동자 연대네트워크는 이주노조의 역량과 재정 부족, 본국 활동가들의 불안정한 상황, 소통의 어려움 등이 맞물려 가동되지 못했다. 사실 본국으로 돌아간 활동가들은 생업을 꾸려야 하므로 안정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기 힘든 측면이 크다. 그렇지만 이들은 한국의 노동현실을 경험하고 본국에서도 그러한 문제의식을 살려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활동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장기적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이주노조가 이러한 계획을 추진할 수 있도록 이주공동행동과 같은 연대체에서 함께 논의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글은 현재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주노동자 관련 쟁점들을 살펴보고, 한국 이주노동자 운동의 국제연대 활동을 개괄하며 향후 주목해야 할 과제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세계 이주민 현황 개괄
지난 10년 간 국제 이주민 숫자는 2000년 약 1억7,500만에서 2013년 2억3,200만 명으로 늘었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세계 이주민 숫자는 그 이전 10년보다 두 배 더 빨리 늘어났다. 1990년대에는 연간 약 200만 명이 늘었는데 2000년대에는 연간 약 460만 명이 늘었다. 2010년 이후에는 경제위기의 여파로 그 속도가 줄어서 연간 약 360만 명이다. 남반구에서 이주민의 증가는 2000~2010년 사이에 1년에 2.5%이고 북반구에서는 2.3%였다. 1990년 2.9%였던 이주민은 2013년 세계 인구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선진국에서 이주민의 비율은 거의 11%에 이르고 개도국에서는 2% 미만이다. 이주민의 절반가량은 10개 국가에 살고 있다. 미국에 약 4,600만 명, 러시아에 1,100만 명, 독일에 980만 명, 사우디아라비아에 910만 명, 아랍에미리트에 780만 명, 영국에 780만 명, 프랑스에 750만 명, 캐나다에 730만 명, 호주와 스페인에 각각 650만 명이다. 이 중 난민은 약 1,600만 명으로 이주민 숫자의 7% 정도이다.
한편 여성은 전체 이주민의 48% 정도를 차지하는데 유럽에서 51.9%로 비율이 가장 높고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51.6%, 북미 51.2%, 오세아니아 50.2%, 아프리카 45.9%, 아시아 41.6%이다. 아시아에서 비중이 적은 것은 중동지역 이주노동자 중 남성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남반구에서 남반구로의 이주민이 8,230만으로서 남반구에서 북반구로의 이주민수인 8,190만보다 약간 많다. 이주민 비율이 높은 나라는 카타르(87%), 아랍에미리트(70%), 요르단(46%), 싱가포르(41%), 사우디아라비아(28%) 등이다.
아시아 지역의 이주민의 숫자는 1970년에 2,810만 명에서 2000년에 4,380만 명으로 증가했다. 아시아 지역에는 주요 이주 본국들이 있으며 전통적인 목적국과 새롭게 떠오르는 목적국도 있다. 인도나 중국, 태국 등은 본국이자 목적국이자 통과국이다. 약 43%의 아시아 이주민이 아시아 내에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노동자들은 경제위기로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2010~2011년에 OECD 국가에서 15세 이상 외국출생인구 실업자는 700만 명이었는데 실업률은 11.6%였다. 특히 건설과 제조업에서 일하는 남성노동자들이 많은 타격을 받았다.
이주민의 송금액은 2000년 1,320억 달러에서 2010년에 4,400억 달러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경제위기 상황으로 인해 정체 상태인데, 비공식적인 것까지 합하면 송금액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에 송금액 상위 5개국은 인도, 중국, 멕시코, 필리핀, 프랑스였다. 미국은 최대의 송금 유출국인데 2009년에 483억 달러였고 그 다음이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러시아 순서였다.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주요 쟁점
이주노동자의 현실
(1) 무권리 상태의 중동지역 이주노동자
앞서 보았듯이 중동지역 국가들은 노동력 중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카타르가 가장 높은 87%에 달하고, 아랍에미리트 70%, 사우디아라비아 28% 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적으로 이 지역의 이주노동자 상황이 가장 열악하다는 것이다. 건설업에는 주로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 등 서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많고 가사노동자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팔 출신이 많다.
건설현장의 열악한 상황은 최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카타르의 노동기본권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직종과 산업 구분 없이 최소 100명이 모여야 비로소 일반노동자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고, 이렇게 설립된 위원회는 무조건 카타르일반노동조합에 가맹된다. 복수노조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원회의 모든 활동은 법으로 규율되며 위원회가 정치활동에 참여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면 노동부장관은 이를 해산할 권한을 갖는다. 단체교섭은 절차내용해석 모두 정부가 규율하며, 파업 역시 조합원의 3/4 찬성을 얻어 노동부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모든 분쟁 조정 절차를 마친 후에 할 수 있다. 공무원, 가사노동자를 비롯해 공공부문의 많은 노동자들은 파업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적인 노동권조차도 카타르 국민이 아니면 누릴 수 없다. 다시 말해 카타르 내 노동인구의 87%는 무권리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카타르의 고유한 이주 제도는 이주노동자들을 더욱더 극악한 착취로 내몬다. 카타르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은 ‘카팔라’라고 불리는 “보증인 제도”에 따라 채용되는데, 이주노동자로 카타르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카타르인 사용자의 보증이 필요하다. 자신을 고용하는 사용자가 ‘보증인'이 되어 체류기간동안 해당 노동자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된다. 보증인의 허가가 없으면 사업장을 변경하거나 출국할 수도 없어서 이주노동자들은 임금체불산업재해비인격적 대우 등 모든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하루 12시간을 일하고도 한 달 임금이 550리얄(약 15만원)에 불과하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7명이 좁은 방 하나에 함께 거주하는 등 기숙사 시설 역시 열악하다. 네팔에서 온 5년 거주 건설노동자의 월급은 750리얄이며 도하 시내에는 대중교통이 없어 통근버스를 타고 집단 숙소와 공사현장을 오가며 일한다. 공사 현장에는 안전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매년 200여명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국제노총과 국제건설목공노련은 카타르 정부에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 페이지를 개설했다(http://act.equaltimes.org/ko/). 국제앰네스티는 ‘카타르 건설분야에 드리운 이주노동자의 어두운 측면’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부 이주노동자의 경우 임금을 받지 못하는데다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에 처해있으며, 충격적인 수준의 숙소에 기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이주민인권 특별보고관도 최근 최저임금제 도입, 외국인노동자의 여권 압수와 비자에 대한 고용주의 출국서명 금지 등 노동환경 개선과 관련된 14개 권고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가사노동자의 처지는 더욱 심각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150만 명, 쿠웨이트에 66만 명 등 중동지역에 300만 명에 달하는 이주 가사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과 극도의 저임금, 고용주의 폭력과 성폭행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법적 권리가 거의 없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걸프 지역의 동남아 출신 가정부들은 하루 9~15시간, 일주일에 60~100시간가량 일한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만 임금은 터무니없이 적다. 필리핀 출신 한 가사노동자는 당초 월 1,700리얄(467달러)을 받기로 하고 카타르에 왔으나 실제로는 월 900리얄(247달러) 정도를 손에 쥘 뿐이다(한국일보, 2013.5.10).
폭력과 학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0년 한 스리랑카 여성은 고된 노동을 호소하다 집주인으로부터 온 몸에 못과 망치가 박히는 고문을 당했고, 한 인도네시아 여성은 가위로 입술이 잘리고 다리미로 지짐을 당하는 폭행을 당했다. 2011년에는 폭언과 감금에 시달리던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가 고용주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결국 참수형을 당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정부 사이에 갈등이 커져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우디 등 중동국가로의 가사노동자 송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의 이주노동자 보호 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나라에는 노동자를 보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한 스리랑카 여성은 우유를 먹이다 아이를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았고 스리랑카 대통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 사우디 정부가 참수형을 집행했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2010년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동 지역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이 보고서는 한 해 70억 달러를 인도네시아에 벌어주지만 휴일도 없이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며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양국 정부의 적절한 보호조치를 촉구했다.
중동 지역에서는 이주 여성 가사노동자들을 돈 주고 사온 개인 재산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지위가 극히 낮으며 노동자로서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학대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단체들과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항의하지만 개선조치가 취해진 적은 별로 없다. 걸프협력협의회가 가사노동자, 요리사, 정원사, 운전기사 등 지금까지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법 개정을 논의하기로 한 정도다. 중동지역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 문제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것이고 관련 운동도 계속될 것이다.
(2) 가사노동자 노동권과 가사노동자협약
가사노동자는 ‘세계화의 하인’으로 불린다.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노동의 국제적 분업도 확대되는데 이에 따라 이주도 확대된다. 재생산 영역 역시 이러한 국제적 분업이 확대된다. 하지만 그 양상은 극히 인종적이라는 측면에서 인종적 분업이라고 불린다. 유럽, 북미, 동아시아, 중동, 호주 등 선진국과 북반구 중산층 이상의 요구에 부응하여 저개발국과 남반구 여성들의 국제적 재생산 노동시장 진입이 계속 늘어났다.
ILO 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가사노동자는 약 5,260만 명이지만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수를 합하면 1억 명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약 30만~60만 명이 가사노동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전 세계 가사노동자 중 42.5%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며, 56.6%는 법정노동시간 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44.8%는 일주일 중 하루의 휴일(24시간 이상 연속적인 휴식)도 보장받지 못한다. 여성 가사노동자의 35.9%는 출산휴가에 대한 법적 권리가 없고, 39.6%는 출산휴가 중 임금보전이 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사생활 침해, 폭언 및 폭력 등을 포함한 비인간적인 대우에 시달리고 있으며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 스트레스 및 우울증 등의 정신 건강 문제, 안전사고의 문제를 겪고 있다.
가사노동은 비공식 노동부문으로서 노동자로서 인정되지 않았고 노동법의 보호에서도 제외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간 노동단체, 인권단체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2011년 6월에 열린 100차 ILO 총회에서 찬성 396표, 반대 16표, 기권 63표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가사노동자협약)’이 채택되었고 우루과이와 필리핀의 비준으로 2013년 9월 15일부터 효력이 발생하였다. 현재까지 14개 국가에서 비준하였다.
가사노동자협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각 회원국이 가사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인정과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제3조), 가사노동자로 하여금 계약기간, 수행업무, 보수에 대한 계산방법, 노동시간, 휴가 및 휴게시간 등이 기재된 근로계약서 등을 통하여 근로조건을 알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제7조), 노동시간, 초과근무수당, 휴게시간 및 휴가, 퇴직금 등에 있어서 가사노동자와 일반적인 노동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또한 가사노동자는 주당 24시간의 연속된 휴게 시간을 보장받으며, 일정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아야 하며(제10조), 가사노동자의 최저임금은 보장된다(제11조). 각 회원국은 가사노동자로 하여금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며(제13조), 출산 등에 관한 사회보험제도를 가사노동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제14조). 이러한 가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각 회원국은 가사노동자에게 효과적이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신고 제도와 대응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제17조). 이처럼 가사노동협약은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일정 수준의 노동조건 보장, 근로계약서의 작성 의무 부여, 휴일 및 휴게 시간 보장, 노동3권 인정, 산업재해 인정 등 가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련의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가사노동자협약이 효력을 발휘하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아직 비준을 하지 않고 있다.
가사노동자협약 채택 이후 국제가사노동자네트워크(IDWN, 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Network)는 세계적으로 협약 비준 캠페인(189호 협약 캠페인이라는 의미에서 ‘C189캠페인’)에 돌입하였다. 6월 16일을 세계 가사노동자의 날로 선포하고 각 국에서 비준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네트워크는 가사노동자 단체와 많은 노동조합들로 구성되었으며 국제식품노련 등의 지원을 받아 2009년에 시작, 2013년 10월에 우루과이에서 창립대회를 열어 국제가사노동자연맹(IDWF, 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Federation)을 출범시켰다. 국제가사노동자연맹은 가사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사회에서의 권력관계 변화, 성평등 및 인권 촉진을 목표로 각 지역에서 가사노동자에 대한 인식 제고활동, UNILO국제노총국제산별노련 등의 논의에 참여, 사회운동 및 노동운동과의 연대 형성, 가사노동자 리더십 육성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돌봄노동자 법적 보호를 위한 연대’에서 협약 비준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전국가정관리사협회가 이 네트워크에 가입해있다.
이주 과정에서의 문제점
(1) 송출업체의 착취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이주노동자 이동에 있어 송출업체가 많은 부분 개입한다. 이는 과거 한국의 ‘산업연수생제도’를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즉 송출업체 혹은 중개업체가 이주 본국과 목적국 양자에 존재하며 (이들은 동일한 업체일수도 있고 각기 다를 수도 있다) 이주노동자는 외국으로 가기 위해 송출업체에 돈을 주고 업체는 목적국 정부로부터 비자를 발급받아 이주노동자를 보낸다. 그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내야하는 돈 자체가 많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는 가족과 친지,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송출업체는 목적국에서도 이주노동자 임금의 일정부분을 수수료 혹은 관리비 명목으로 떼어간다. 예컨대 몇 달치 임금을 가져가거나 매월 일정 비율을 떼가는 식이다. 이주노동자는 많지 않은 임금으로 송출업체에 돈을 내고 또 빚도 갚아야 하므로 정해진 기간을 넘겨서 초과체류하는 경우가 많게 된다. 더욱이 송출업체는 이주노동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서류나 신분증을 압류하는 경우도 많다.
과거 한국의 산업연수생제도 하에서도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용은 1,000만 원이 훌쩍 넘었으며 그 과정에서 본국의 송출업체들과 한국의 담당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가 비리로 얼룩지기도 했다. 높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산업연수생들은 인권유린의 공장을 이탈하여 미등록체류자가 되어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곳으로 옮겼다. 당시 연수생들의 80% 이상이 미등록체류자가 되었다.
또 다른 예로 홍콩의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 사례가 있다. 이에 관한 국제앰네스티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15만 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들이 홍콩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홍콩에 오기 전 인도네시아에서 중개업체에 의해 모집되어 우선 훈련센터에 들어간다. 거기서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15개월 동안 언어와 가사기술을 배우는데 그동안은 가지고 있던 각종 서류들과 전화기를 압수당한다. 홍콩 법에서는 임금의 10% 이상을 공제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중개업체가 중개비 명목으로 7개월 동안 임금에서 떼어가는 돈이 총 2,700달러에 이른다. 현재 홍콩 가사노동자의 최저임금은 월 517달러 정도인데 월급의 대부분을 중개업체가 가져가는 셈이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짓기 위해 동원되고 있는 네팔노동자들 역시 중개업체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중개업체들은 모집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빚을 지게하고 이를 이용해 착취를 한다. 업체는 노동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2개월분 임금을 항상 연체하고, 신분증을 압수해 놓는다. 이런 횡포 속에서 7월 한 달에만 44명이 사망했다고 한다(서울신문, 2013. 9. 26).
중개업체들은 밀입국을 알선하거나 인신매매에 개입되어 있는 조직들이 많다. 밀입국 알선에는 단계별로 브로커들이 개입하는 데 여기에는 본국과 목적국 양측의 공무원들도 포함되어 있다. 인신매매의 경우 사람을 상품처럼 취급하면서 폭력, 강압, 사기를 일삼는다. 특히 여성과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산업과 관련된 조직범죄 집단도 개입되어 있다.
지난 10월 초에 열린 ‘이주와 개발에 관한 UN 고위급 대화’에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제출한 5개년 행동계획의 첫 번째 의제에도 이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주노동중개 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효과적 기준과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 국경 강화와 이주노동자의 사망
전 세계적으로 각 국의 이주정책은 숙련 인력과 투자자에게는 문호를 여는 반면, 숙련 인력의 이동은 제한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 이후 더욱 심해졌는데 저숙련 인력이 포화상태고 이후에 실업 등으로 인해 사회복지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권 혹은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요건도 더욱 까다롭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민정책의 우경화다.
예컨대 영국은 2013년 10월부터 새로 개정된 이민법을 시행한다. 이에 따르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받으려는 사람은 상당한 수준의 영어 능력을 보여야만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또한 전과 기록이 있으면 영주권 취득이 어려우며, 범죄자 추방 절차도 간략해졌다. 그러나 상사 주재원과 기업인의 출입국은 더 쉬워졌고, 허용범위도 더 넓어졌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은 프랑스는 2011년에 이민법을 개정해 이주노동자를 추방하기 쉽게 제도를 바꿨고, 반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과학자컴퓨터공학자예술가 등에게는 3년 거주 허가를 부여했다. 독일 역시 연간 44,000유로(약 6,500만 원) 상당의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외국인에게 비자를 내주는 ‘블루카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 지난 6월에 통과된 이민개혁안은 미등록체류자들에게 임시비자 부여, 고학력 전문직을 위한 별도의 비자 발급, 국경 경비 강화가 주요 내용이다(헤럴드경제, 2013. 7. 5). 한국 정부도 최근 몇 년간 투자이민제도를 도입하여 일정액 이상을 한국 기업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을 구입하면 영주권을 발급해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결혼이주민에 대해서는 비자발급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미등록체류자 단속추방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밀입국하는 이주노동자를 막으려는 국경 강화도 계속되고 있다. 사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합법적 유입 경로가 거의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악화로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들어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그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람페두사 섬은 아프리카로부터 작은 보트를 이용하여 밀입국을 하는 사람들의 목적지인데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보트가 뒤집혀 죽는다. 일단 섬에 오르면 유럽에 상륙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프리카 사람들은 죽을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숨을 건 시도를 한다. 1993년 이래 람페두사로 향하다 익사한 사람의 숫자가 25,000 명에 이르며, 1999~2012년 사이에만 20만 명이 람페두사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유럽 이민길에 오른 ‘보트 피플’이 늘면서 람페두사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들은 섬에 내린 뒤 망명허가를 받지 못하면 수용소에서 기다리다 다시 추방된다(경향신문, 2013. 10. 3). 지난 10월에도 에리트리아, 소말리아 사람들이 탄 보트가 침몰하여 400여 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모로코 등지에서 스페인의 카나리제도를 향해 배를 타고 불법 이주를 감행하는 것도 마찬가지 경우다.
유럽연합은 난민신청자 처리에 관한 더블린 조약(2003), 유럽난민기금(2000), 신청자의 지문정보와 신원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유럽난민정보(Eurodoc, 2003), 유럽연합 국경관리기구(Frontex) 등을 설립하여 유럽연합 차원에서 난민 부담을 공평하게 분담하고 난민의 인권을 최소한이나마 보장하는 체계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기구들은 실제로는 ‘요새화된 유럽’을 추구하는, 즉 이주민과 난민의 유럽연합으로의 유입을 막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2003년에 개정된 더블린 조약은 유럽 난민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이 조약에 따르면 난민들은 최초로 도착한 나라에서만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 국경을 제대로 수비하지 않거나 유인을 제공한 나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만약 난민이 다른 유럽연합 국가로 숨어들 경우에도 이들은 처음 땅을 밟은 나라로 환송된다. 이를 위해 난민의 지문을 비롯한 신원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인 유로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더블린 조약은 사실상 EU 외곽의 일부 국가들에게 난민에 대한 책임을 떠넘길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호주로의 밀입국에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호주 북부 크리스마스섬으로 보트를 타고 가는 루트가 이용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경우도 대표적인 사례인데, 해마다 수백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200km에 달하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장벽이 세워짐에 따라 밀입국자들은 점점 더 위험한 경로를 택하게 된다. 밀입국 과정에서 사망의 대부분은 사막에서 수분결핍과 배고픔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코요테라고 불리는 불법입국 알선조직을 통하는 경우도 많지만 비용은 수천 달러가 들고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국경이 강화되고 밀입국 경로가 막힐수록 이주자들은 더 위험한 새로운 통로를 개척하여 이주를 감행한다. 본국에서의 삶이 더 지옥 같기 때문이다. 결국 본국의 경제나 분쟁상황이 나아지거나 평화가 실현되지 않는 한 이러한 위험한 이주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목적국 이주정책의 문제점
(1) 단기 순환이주의 문제
단기 이주는 이주노동자가 목적국에서 몇 개월에서 몇 년의 비교적 짧은 기간을 일하다가 본국으로 귀국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유럽 국가들이 단기취업 노동자를 들여오기 위해 도입했던 ‘초청노동자(guest worker)’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가족동반과 정착이 허용되지 않는 단기 이주노동 제도가 결국은 정착과 가족동반까지 이어져 목적국 내 새로운 이주민 집단을 허용하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목적국 정부들은 정착한 이주민 집단의 사회통합, 복지 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기 순환이주라는 것은 이주노동자를 단기간으로만 받고 기간이 만료되면 내보내고, 또 새로운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여 노동력을 순환시키는 정책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현재 한국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고용허가제가 그렇다. 이러한 단기 순환이주는 대부분 이주노동자의 정착을 허용하지 않고 이주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고용허가제 역시 정착을 금지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예컨대 고용허가제는 최대 4년 10개월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5년 간 합법적으로 일하게 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제한을 둔 것이다. 단기 순환이주는 사실상 착취의 순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만 일할 수 있으므로 고용주들과 목적국의 정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정당화하기 쉽고 그에 따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단기 이주노동 제도는 연령 제한을 두고 노동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의 노동자만을 받아들이는데 이 역시 빈곤한 나라의 노동력 착취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단기간만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는 필연적으로 초과체류하는 미등록체류자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주를 위해 지출한 막대한 비용을 보상받기 위해 충분한 경제적 저축 등을 위해 장기간 일하고자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형성되고 이들은 체류기간을 초과하므로 비자가 없는 미등록체류자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등록체류자들이 존재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2012년에 미등록체류자가 1,170만 명으로 추정되었다. 한국에서도 2013년 10월 말 현재 18만 명이 넘는 미등록체류자가 존재한다. 고용허가제에 따른 고용기간 만료자가 본격적으로 생겨난 2011년 이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이주 연구자인 카슬(Catsle)은 “초청노동자 제도는 헌법과 법체계로써 모든 사람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고용은 중동 산유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계약노동 체계를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권 규정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가에서는 가족 재결합 및 정착을 금지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단기 이주를 비판하고 있다. 또한 그는 단기순환이주라는 것도 결국 더 엄격한 국경통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라고 비판한다. 단기 순환이주 정책은 이주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한다는 측면에서 폐기되어야 하는 정책이다.
(2) 미등록체류자 인권과 합법화
미등록체류자는 소위 ‘불법체류자’라고 불리는데 이주운동 진영에서는 체류에 필요한 적절한 서류를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서류미비자, 등록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미등록체류자라고 부른다. 범죄자를 연상시키는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는 모든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주민의 인권보장에 적합한 용어가 아니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도 이주민 운동의 공통구호 중의 하나가 “No One is Illegal(아무도 불법이 아니다)”이다.
미등록체류자의 규모는 유럽 500만~800만, 미국 1,100만 명 등으로 추정된다. 아시아에는 태국 국경지대와 태국 내에 200만 명의 미얀마 이주민이 거주하는데 대부분이 미등록체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약 18만 명이 존재한다.
미등록체류자가 발생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러나 대개는 이주민이 개입할 수 없는 정부의 자의적인 정책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유럽의 미등록체류자들은 합법적으로 유입되어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적절한 노동허가나 거주허가를 받지 못하는 미등록 체류자가 다수이며 범죄가 아니라 행정적 위반에 의해 미등록체류자가 된다. 정보를 제때 제공받지 못하거나 착취와 학대로 인해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행정적인 지연으로 인해 비자를 상실하기도 한다. 물론 밀입국처럼 입국 자체가 합법적인 경로가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난민 신청이나 거주신청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거주허가를 받지 못하면 미등록체류자가 된다. 한국에서도 고용허가제가 규정하는 짧은 노동기간으로 인한 초과체류자 발생, 부당한 일을 당해도 사업장 이동 제한으로 인해 사업장을 옮길 수가 없어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례, 정해진 기간 내에 구직을 못해 미등록이 되는 경우 등 정책상의 문제로 미등록체류자가 되는 일이 많다.
결국 목적국의 까다로운 이민정책으로 인해 합법적 이주 경로를 찾지 못한 이주민들이 큰 비용을 들여서 밀입국을 선택해 미등록체류자가 되거나, 합법적 이주를 했다 하더라도 이주민을 배제하는 정책들로 인해 쉽게 비자를 잃게 되어 미등록체류를 하게 된다. 갈수록 이주의 목적국들은 저숙련 인력의 입국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므로 이주 비용은 그에 따라 늘어가고 이를 중개하는 이주산업은 커져 가고 있다. 이주가 어렵지 않고 본국과 왕래가 가능하며 목적국에서 차별적 정책이 없다면 오히려 미등록체류는 줄어들 것이다. 나고 자란 땅을 떠나 먼 나라에서 뿌리내리고 살고 싶은 사람들은 별로 없다.
미등록체류자는 이주민이 겪는 문제를 집약해서 보여준다. 합법적인 거주허가나 노동허가가 없어서 최소한의 법적 보호에서도 제외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노동현장에서 가장 열악한 착취상태에 놓이게 된다. 또한 단속추방에 대한 불안은 생활과 심리상태 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사회복지에서도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구조를 받지 못하고, 범죄피해를 당하더라도 신분노출의 우려 때문에 경찰력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본국의 가족을 초청하거나 방문할 수도 없다. 종종 극우 인종주의 단체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등록체류자라 하더라도 일단 목적국의 사회에 속해 있고 기본적 인권이 있다. 그러므로 이주민 운동에서 미등록체류자의 인권 보장, 합법화 등의 요구는 중요한 부분이다. 예컨대 피난처에 대한 권리, 의료에 대한 권리, 공정한 노동조건에 대한 권리, 결사의 자유, 교육훈련에 대한 권리, 최저생계 및 최저임금에 대한 권리,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 미등록체류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 등을 미등록체류자에게도 보장해야 한다.
현재 미등록체류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인데 이들에 대한 사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은 이미 1986년에 이민법 개정을 통해 약 300만 명의 미등록체류자를 합법화한 바 있다. 현재의 이민개혁법안(국경경비, 경제기회, 이민현대화 법안)은 지난 6월에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을 통과했고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고 있어서 연내 처리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 이민개혁법안의 핵심은 2011년 12월 31일 이전에 입국한 미등록체류자들에게 임시비자를 발급한 후 10년 후에는 영주권, 13년 후에는 미국시민권까지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법안에는 국경순찰대원을 2배 늘려 4만 명으로 확충하고 밀입국을 막기 위해 추가 국경장벽을 설치하고, 무인정찰비행기를 대거 투입하며 미등록체류자 고용을 감시하기 위한 고용자격전자확인시스템(E-Verify)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이주민단체들이 비판하고 있지만 미등록체류자 사면에 중점을 두고 법안의 하원통과를 위해 공화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한 해에 40만 명을 강제추방하는 세계 제일의 추방국가이기도 하다. 이주노동자운동은 강제단속과 추방을 반대하고 지속적으로 미등록체류자의 인권과 합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극우 인종주의 세력의 발호
이주민에 대한 극우 인종주의 집단의 반대활동은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격화되었다. 이들은 경제위기로 인한 복지의 후퇴, 일자리의 감소와 실업의 증가, 삶의 질의 하락 등의 원인을 이주민, 유럽연합의 탓으로 돌린다. 또한 이주민에 대한 혐오정서를 조장하고 공공연하게 민족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주장을 선전선동하면서 경제위기로 인해 박탈감을 가진 시민들을 파고들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극우정당을 만들어 반이슬람, 반유럽연합, 반이민자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정치권에서도 세력을 확산하고 있다. 특히 긴축정책으로 경제위기의 고통을 시민들에게 가중시킨 유럽 지역에서 그러하다. 최근의 각종 선거에서 극우정당들은 지지율과 의석이 대폭 상승하여 극우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선거연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프랑스 국민전선과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가 최근에 만나서 이러한 합의를 했으며 공동선거와 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표1]유럽 극우정당 현황
반이민자를 내세우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다. 예컨대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선거에서 ‘네 이웃을 사랑하라. 오스트리아인이라면’과 같은 노골적인 민족주의 반이주민 구호를 채택했다. 그리스 황금새벽당 대표는 “그리스는 그리스인이 소유해야 한다.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 우리의 수천 년에 걸친 역사를 보호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인종주의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인종주의자가 맞다”고 말했다. 경제 불황, 긴축정책, 무슬림 등 이민자 증가, 실업 증가 등의 상황은 인종주의자들이 이민자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는 기반이 된다. 그들은 초국적 자본이나 지배권력 집단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집단, 특히 이주민들을 악마화 하면서 위기의 원인을 엉뚱한 데로 돌려 현재의 지배질서를 옹호하는 역할을 하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반동적 집단이다.
극우정당들은 지지율 상승과 당원 확대를 위해 이주민 범죄를 과장하고 극단적인 인종주의적 담론을 사용하면서 국민의 공포를 자극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외국인혐오증은 전체 사회에 전파된다. 극우세력들이 인종주의적 범죄를 유도하고 조직하고 직접적으로 저지름으로써 이주민을 보다 위축시키고 테러 분위기를 조성한다. 즉, 경제위기와 사회적 혼란이라는 상황에서 극우세력들은 인종주의적 정서를 형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일찍부터 반인종주의 운동이 발전해 왔고 최근 그리스의 ‘인종주의 파시즘위협 반대공동행동(KEERFA)’, 프랑스의 ‘SOS Racism(인종주의)’, 영국의 ‘인종주의반대 전국회의(National Assembly against Racism)’나 ‘반파시즘연합(United against Fascism)’ 등은 신나치와 극우정당에 대항하여 여러 이주민 공동체들과 함께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아직 반인종주의 운동이 대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이주노동자운동은 한국의 인종주의를 분석하고, 인종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이주정책의 근본적 변화와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에 관한 국제적 규제 체계
10월 3~4일 뉴욕 UN 본부에서는 ‘이주와 개발에 관한 UN 고위급회담(High-Level Dialogue on International Migration and Development)이 열렸다. 이는 2008년 12월 19일 UN총회 결의안 63/225에 따라 2013년 68차 회기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UN에 따르면 이 회담의 목표는 ‘국제이주의 이익을 이주민과 국가들에 확대하기 위해 모든 수준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감소시키며 개발과 연계’하는 것이다. UN은 2006년 이주와 개발에 관한 고위급 회담을 열었고 여기서 세계적으로 이주에 관해 논의하는 틀로서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Global Forum on Migration and Development, GFMD)’을 만들었다. GFMD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개최되었고 2013~14년 행사는 2014년 5월 스웨덴에서 열린다. 이전에는 2007년 벨기에 브뤼셀, 2008년 필리핀 마닐라, 2009년 그리스 아테네, 2010년 멕시코 멕시코시티, 2011년 스위스 제네바, 2012년 모리셔스 포트루이스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주에 관한 국제적 틀이 어떤 상설기구가 아니라 포럼의 형식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GFMD는 정부에 어떠한 강제력이나 혹은 그에 준하는 압력을 행사하는 단위가 아니다. 오히려 이주를 개발과 연계시켜, 경제적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혐의가 짙었고 처음부터 이주민 운동 단체들의 비판과 저항이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국제이주민권리(Migrants Rights International, MRI)라는 네트워크는 GFMD가 열릴 때마다 ‘민중의 국제 행동(People's Global Action, PGA)’이라는 부대행사를 개최하여 이를 비판했다. GFMD의 논의가 ‘지극히 근시안적이고 이주민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며’, ‘이주와 개발을 연계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너무 협소한 시각이고, 이는 이주민의 인권과 이주의 근본 원인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를 배제하면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들이 이주를 단순히 경제발전의 도구로 생각하고 이주민을 송금 수단으로만 여기며 이주민의 생존과 인권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이주민이 그 출신국이나 목적국, 고용주들에 의해 계속 착취당하고 있으며 GFMD는 이러한 정책과 담론만 참가국들에 유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이주민연대(International Migrants Alliance, IMA)는 ‘이주가 권리가 되고 이주민의 완전한 인권이 보장되며 그들의 기여가 인정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는 입장서를 이번 UN 고위급 회담에 앞서 제출하였다. 이들은 2006년 UN 고위급회담 이후에 이주-개발 연계 논의가 더욱 강화되어 더 많은 정부와 국제기구, 민간 그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러한 담론은 GFMD라는 틀에서 더욱 확대되면서 경제위기 하에서 이주노동과 송금을 성장과 개발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한다. 한편 이주가 개발에 기여하는 측면에 대한 부분은 과도하게 연구되는 데 실제 현실에서는 왜 저개발의 결과로 이주가 발생하는지는 아무런 논의가 되지 않음을 비판한다. 국제금융기구, 정부 간 기구,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주에 관한 실용적인 관점만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의 과실만 활용하려는 논의는 결국 이주와 안보의 연계로도 이어지는데, 국경의 군사화, 엄격한 비자 정책, 이주민에 대한 편견 조장 등이 그러한 것이다. 즉 필요한 만큼의 정규적인 이주를 넘어서는 비정규적 미등록 이주를 막기 위해서 국경을 요새화하는 정책을 쓰고 이주민을 범죄자화 한다. 그 과정에서 이주민의 권리와 복지, 인권은 생략되어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국제이주민권리와 국제이주민연대 두 그룹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이주민 권리운동 단체들은 GFMD를 규탄하고 이 체계가 아닌 다른 체계의 구성을 주장한다. GFMD가 이주민의 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이주민을 경제적 활용과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GFMD가 정부와 고용주들의 이해에만 부합하는 논의를 해왔고, 더이상 국제적인 이주 논의의 기본 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GFMD와 같은 UN 바깥의 틀이 아니라 UN 내에 이주민의 인권과 노동권에 초점을 맞춘 체계를 만들어 이를 통해 각 국가를 규제하라고 주장한다. 그 전제는 GFMD를 해체하는 것이다. 물론 UN 내에서 이주 관련 책임단위를 일정하게 만든다고 해서 이주민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송금과 개발에만 초점을 맞춰온 틀을 권리를 중심에 둔 틀로 바꾼다는 의미가 있다. 이주민을 외면하고 억압하는 국제 법제도의 형식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주민의 권리가 국제적, 일국적, 지역적으로 신장되기 위한 이주민 조직화와 세력화일 것이다.
국제노총(ITUC)은 노동이주에 관련한 UN의 유일한 공식기구인 ILO의 역할과 권리기반 접근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이주에 관한 모든 논의와 정책과 프로그램, 협정이 UN의 일상적 체제에 기본이 되도록 정부들에 요구하고 있다.
이번 고위급회담의 결과로 채택된 UN총회 선언문은 인권, 국제노동기준, 인신매매 반대, 인종주의와 불관용 반대를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주와 개발의 연계 하에서 기존의 활동을 옹호하며 GFMD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개방된 논의’를 하는 가치 있는 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UN의 모든 관련 기구, 기관, 기금, 프로그램이 이주와 개발 문제에 관해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주와 관련한 새로운 규제 틀은 결국 만들어지지 않았다.
국내 이주노동자운동의 국제연대 활동
한국에서 이주 관련 NGO들의 국제연대 활동이 아닌 이주노동자 노조의 국제연대 활동을 서울경인이주노동조합(MTU)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이주노조는 2005년 설립 이래 다양한 국제연대 활동을 해 왔으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은 아니었다. 국제연대 활동은 국제담당자가 있던 시기에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2008년 10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차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GFMD)’ 시기에 이주노동자운동 진영에서 조직한 대응 행사에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주노조와 함께 구성한 참가단이 참여한 것이 가장 큰 규모였다. 국제산별연맹(Global Union Federations, GUFs), 국제이주민권리, 국제이주민연대가 각각 대응행사를 개최하였고 이주노조는 세 행사에 모두 참가하였다. GFMD 대응행사들은 실질적인 자극을 주었다. 이주민 관련 단체들이 큰 규모로 세계적으로 결집하여 경험을 공유하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집단적으로 낸 것은 처음이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국제산별연맹이 정책개입에서부터 조직화 방식에 이르는 주제들을 다룬 이틀간의 회의를 주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세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주노동자의 노조 결성권과 가입권이 커다란 주목을 받았고, 이주노조와 이주노조 합법화에 관한 대법원 소송이 결사의 자유권을 위한 미등록이주노동자 투쟁의 중요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주노조가 지도부에 대한 표적단속의 영향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을 때, 투쟁의 상징적 의미에 대한 인식과 국제적 수준의 연대는 힘을 주었고 국내에서 투쟁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민주노총은 GFMD 대응행사에 참가함으로써 크지는 않지만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특히 참가자들은 여기서 제기된 이슈에 대해 성실하게 개입하고자 노력했다. 민주노총 중앙지도부와 산별노조, 지역본부 간부들이 이주노조와 이주노조의 밀접한 연대단위와 함께 이주노동자 관련 활동을 전개한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2009년에도 당시 미셸 카투이라 위원장은 그리스에서 열린 GFMD 대응행사에 참여하였다. 2011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관한 회의, 2012년 필리핀에서 열린 ‘세계이주사회포럼’에도 이주노조는 참여하여 한국 이주노동자 제도의 문제점과 이주노동자 투쟁, 조직화에 관하여 알리고 연대를 모색하였다.
한편 GFMD에 대해 국제이주민권리는 개입해서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제이주민연대는 전면적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주노조는 GFMD 대응행사나 이주사회포럼에 참여할 때 어느 일방의 입장을 취하지 않고 개방적으로 교류하려고 노력하였다. 국제노총과 국제산별연맹에서 강조하듯이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세력화, 투쟁에 중심을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제적 연대행사 참여 이외에 노조 간의 연대는 주로 홍콩의 인도네시아이주노동자노조(IMWU)와 이루어졌다. 이 노조는 홍콩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인도네시아 여성 2,000여 명이 가입되어 있는데 이주노조 성원의 홍콩 방문, IMWU 위원장의 한국방문 등을 계기로 이주노조와 연대관계가 형성되었다. 이후 2010년에 홍콩에서 IMWU가 이주노조 합법화를 촉구하는 한국대사관 앞 집회를 개최하고 서로 연대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활발하게 연대가 이어졌다. 이러한 노조 간의 연대는 인적인 유대관계로 더욱 강화될 수 있고 동일하게 고통 받는 처지라는 점에서 확장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주노조 국제연대에서 중요한 부분의 하나는 본국으로 추방당하거나 돌아간 이주노조 활동가들과의 연대다. 이주노조는 2008년 6월에 네팔에서 ‘송출국과 한국 이주노동자의 연대를 위한 국제회의’를 열고 네팔, 방글라데시 동지들과 함께 ‘국제이주노동자 연대네트워크’ 결성을 결의하였다. 그런데 그 이후 여러 가지 문제와 사정으로 네트워크는 가동되지 못하였고, 현재는 네팔로 돌아간 동지들이 결성한 ‘네팔 이주노동자 연대센터’ 활동을 이주노조가 지원하는 형태다. 여기에는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희망연대노조 등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네팔에서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오려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교육, 선전을 함께 하고 있다. 또한 이주노조의 직접적 지원은 아니지만, 미셸 카투이라 이주노조 전 위원장이 필리핀으로 돌아가서 필리핀 이주민단체인 미그란테(MIGRANTE)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러 개인들이 활동비를 모아서 지원하고 있다.
2010년 민주노총은 전략조직화 사업의 일환으로 네팔노총(GEFONT)과 협약을 체결하고 이주노동자 활동가를 민주노총 간부로 채용하여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벌였다. 이 역시 국제연대 활동의 한 축이며 민주노총의 노력이다. 민주노총은 다른 나라 노조들과도 협약을 체결하여 연대를 확장하고 국내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이주노동자 운동 국제 네트워크와의 연대활동, 해외 이주노동자 노조와의 연대활동, 본국으로 돌아간 이주노조 활동가들과의 연대활동 등이 이주노조의 주요한 국제연대활동이다. 물론 이주노조 지도부의 단속추방 대응,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주노조 설립신고 소송, 합법화 캠페인 등에서 메시지를 받거나 연대캠페인도 진행한다. 이러한 국제연대 활동에 있어 이주노조의 이주노동자 간부 활동가들이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며 국제연대가 이주노동자 주체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가며
이주노동자운동은 그 특성상 연대사업 자체가 국제적일 때가 많다. 각국의 이주노동자들은 그 나라 출신이 아니므로 본국의 운동과도 연관되어 있고, 목적국 내의 운동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이주는 국제적 수준에서의 쟁점을 많이 포괄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중개업체의 횡포, 국경을 넘는 노동력과 성산업의 인신매매, 노동조건이 열악한 특정지역의 문제, 가사노동자와 같은 특정한 집단의 권리 문제, 각국에서 발호하는 인종주의와 극우세력 문제, 국제적 이주 규제체계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국내적 쟁점을 넘어선다. 공통적인 것은 어느 쟁점이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이 무시되고 파괴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개선하려는 운동, 세력, 법, 제도 등이 상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의 이주노동자 운동이라도 그 나라의 이주노동자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운동의 성격과 동시에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한국 이주노동자운동의 국제연대 활동과 관련하여 몇 가지 과제를 확인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이주노동자운동은 여러 가지 과제를 안고 있고 이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핵심적으로는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주체 형성이 관건이다. 특히 체류권이 제약되어 있고 기존의 활동가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활동가 육성이 시급하다. 민주노총이 전략조직화 사업을 통해 이주노조 조합원 숫자를 많이 늘렸지만 여전히 노조 활동가, 간부 육성은 더디다. 노조를 이끌어갈 간부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활동이 어렵다. 이주노동자들이 노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통로, 기회들이 만들어져야 하고 간부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들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 활동가들이 노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토론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단조직화 사업에서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업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해외 노총과의 협력을 통해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확대하려는 민주노총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노총 간 협력사업은 활동가 채용뿐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해당 국가 말로 번역된 노동조합 설명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본국 노총의 활동가가 정기적으로 방한하여 이주노동자 공동체들과 만나 교육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본국 노총이 한국으로 가려는 자국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선전 사업을 하는 등 상황과 조건에 따른 다양한 협력사업도 추진할 수 있다. 이주노조가 본국으로 돌아간 예전 조합원, 간부들과 연대하여 더욱 추진해야 할 것도 이런 부분이다. 물론 민주노총과 이주노조만의 몫은 아닐 것이며 이에 연대하는 이주운동 진영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농축산업분야에서 많이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 노동자의 경우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이들이 안산의 ‘지구인의 정류장’과 같은 지원단체와도 관련을 맺고 ‘크메르노동권협회’와 같은 공동체도 만든 상황에서 이를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캄보디아노총(CLC)과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주노조가 본국으로 돌아간 활동가들과의 연대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국제이주노동자 연대네트워크는 이주노조의 역량과 재정 부족, 본국 활동가들의 불안정한 상황, 소통의 어려움 등이 맞물려 가동되지 못했다. 사실 본국으로 돌아간 활동가들은 생업을 꾸려야 하므로 안정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기 힘든 측면이 크다. 그렇지만 이들은 한국의 노동현실을 경험하고 본국에서도 그러한 문제의식을 살려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활동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장기적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이주노조가 이러한 계획을 추진할 수 있도록 이주공동행동과 같은 연대체에서 함께 논의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