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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3.겨울.1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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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세계 공급사슬 전략 검토

월마트 공급사슬 사업을 중심으로

임월산 | 공공운수노조연맹 국제국장
이 글에서 나는 미국 제2노총인 승리를위한변화(Change to Win, CtW)의 월마트 세계 공급사슬 사업에서의 짧은 공동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국제 노동자운동에서 새로운 노동조합 국제연대로 제기되고 있는 공급사슬 조직화 전략을 평가하고자 한다.

CtW와의 첫 만남

CtW와 나의 인연은 우연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시작은 2010년 11월이었다.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고, 안정적인 활동 공간을 찾고 있었다. 서울에서 선진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될 즈음 CtW 활동가 2명은 이에 대응하는 민중회의에 참가하기 위해서 서울 방문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민주노총과 교류관계가 없어 미국의 어떤 재미교포 단체를 통해서 나의 연락처를 얻어 메일을 보내게 됐다. 연락한 두 사람은 캘리포니아에 파견된 CtW 채용활동가였고 둘 다 이름이 ‘닉’이었다. 당시 이들은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항을 통해 수입된 물류를 보관하는 인랜드엠파이어 창고단지의 파견노동자를 조직하는 창고노동자연합(Warehouse Workers United, WWU) 전략조직화 사업에 파견되어 사업 코디네이터(총괄 담당)와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은 메일에서 창고노동자연합을 소개하면서 “이 노동자의 잠재력(untapped potential)이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같은 공급사슬로 연결된 물류노동자와 교류하고 싶다며 특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에 내가 속한 노동자운동연구소는 공공운수노조연맹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간담회를 조직하기로 했다. 이 간담회는 내가 CtW뿐만 아니라 공공운수노조연맹과도 인연을 맺고 공급사슬 조직화를 세계 노동자의 단결을 도모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왜 월마트인가?

간담회에서 닉과 닉은 미국에서 진행되는 월마트 매장노동자와 창고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대해 발표하였다.
월마트는 미국의 최대 소매 기업이며 140만 명을 고용하는 미국의 최대 고용주이다. 월마트가 미국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이 때문에 미국 노동자운동은 수십 년 동안 월마트 매장 노동자 조직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몇 년 전까지 모든 노력은 실패로 귀결됐다. 그 핵심 이유는 월마트의 무노조 경영이었다. 삼성과 유사하게,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노동조합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월마트 사측의 압박과 해고 위협에 처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 CtW 가맹조직인 북미식품상업노동조합(United Food and Commercial Workers International Union, UFCW)은 CtW의 지원으로 새로운 방식의 조직화를 다시 시도하고 있었다. UFCW와 CtW가 미국 노동자운동의 전통적인 조직화 전략, 즉 한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과반(‘50% + 1명’, 미국 노동법 상 교섭대표노조로 인정되기 위해서 필요한 비율)이 중앙노동위원회(NLRB)가 실시하는 노조설립 투표에서 노조에 찬성하도록 조직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조직화 전략을 포기하고, 대신 ‘오픈소스’(open source) 또는 ‘소수 조직화’(minority organizing)라고 불리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UFCW와 CtW는 월마트 매장 노동자들이 지역이나 사업장과 상관없이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는 비공식적인 전(全)월마트 노동자협의회를 조직하고 있었다. 조직이 열려 있고 노동자는 노동탄압에 대한 큰 두려움 없이 쉽게 참여할 수 있어서 ‘오픈소스’라고 부른다. 동시에 월마트의 도덕적 폐해를 폭로하는 캠페인, 월마트의 대도시 진출을 막기 위한 지역사회단체와의 공동활동, 그리고 명절과 같은 성수기에 월마트를 압박하는 가시적인 직접행동을 펼치고 있었다. 이 전략을 통해서 2010년부터 현재까지 UFCW와 CtW는 수천 명의 월마트 매장 노동자를 조직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총 140만 명에 달하는 미국 월마트 노동자의 일부에 불과하고 공식 노동조합 설립까지 갈 길이 멀지만, 과거의 조직화 사업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 사실이었다.
창고노동자연합은 CtW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전략조직화 사업이다. CtW는 몇 년 동안 인랜드엠파이어 전체 창고를 대상으로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다가 한국의 공공운수노조연맹과의 간담회 전년도부터 월마트 전용 창고에 집중하고 있었다. 월마트 전용 창고가 많고 창고노동자의 투쟁이 월마트에 강한 압박을 행사하여 매장 노동자 조직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닉과 닉은 월마트의 세계 공급사슬 구조도 설명하였다. 사실 월마트는 미국 최대 소매 기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연간 매출이 4천5백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초국적기업이자 전 세계에서 240만 명 이상을 직접고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고용자이기도 하다. 월마트의 세계 공급사슬은 중국에서 남미까지 연결되어 있고, 이들이 취급하는 상품도 의류, 식품, 자동차 소부품 등 다양한 산업과 업종을 망라하고 있다. 이 공급사슬로 연결되는 수백 만 명의 생산 및 물류 노동자는 대부분 파견, 용역,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세계 최대 초국적 소매 기업으로서 월마트는 그 규모와 구매력을 활용하여 자신과 계약한 하청 및 용역업체들에게 단가인하를 지속적으로 강요한다. 또한 적시에 소규모의 물량을 신속 정확하게 공급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압박으로 인해 월마트 하청용역 업체에 속한 수백 만 명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화,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 고강도 노동과 노조탄압에 시달린다. 이는 사실상 월마트가 여러 나라에 걸친 공급사슬을 완전히 통제하며, 이에 속한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원청의 지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세계 최대의 구매자이자 수입자로서 월마트는 자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로 하여금 유사한 비용절감 전략을 쓰도록 함으로써 월마트의 공급사슬에 속하지 않은 훨씬 많은 노동자들에게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마디로 바닥을 향한 경쟁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CtW의 제안

닉과 닉은 사업을 제안했다. 한국 내 월마트 공급사슬의 ‘지도를 그리고’(mapping) 그 공급사슬에 배치된 노동자와 미국 노동자의 공동투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제안은 다음 네 가지 전제에 입각하였다. (1)한국의 수출 공급사슬과 미국의 수입 공급사슬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삼성과 LG의 전자제품을 비롯한 여러 한국산 제품들이 월마트 매장에서 팔린다는 사실이 첫 번째 근거였고, 선적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파악된 부산항에서 미국으로 운송되는 연 수십 개의 선적(shipment)이 두 번째 근거였다. (2)월마트는 한국의 수출 공급사슬에 대해 절대적인 통제력을 행사할 것이다. (3)한국 수출품을 운송하는 물류 노동자의 잠재력은 세계 최대 초국적 기업인 월마트를 타격하기에 충분하다.
닉과 닉은 한국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칠레,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태국, 남아공 등 여러 나라에서 월마트 공급사슬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세계 최대 초국적기업의 공급사슬로 연결된 여러 지역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주나 국경을 넘어서 더 넓은 관점을 가지고 행동을 조율할 수만 있다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명 이는 현재 수준에서 과도한 전망이었다. 이러한 구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CtW의 기원과 그 핵심 조직인 북미서비스노동조합(SEIU)의 조직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SEIU와 CtW: 크고 포괄적인 캠페인

한국에서 CtW는 미국 제2노총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미국노총(AFL-CIO)에서 몇몇 산별연맹들이 분리하여 새 노총을 결성하였고, 현재 SEIU, UFCW, 북미화물운송노동조합(International Brotherhood of the Teamsters, IBT), 북미농업노동조합(United Farm Workers of America, UFW) 등 4개 가맹 조직 약 550만 명의 조합원을 포괄하고 있다.
CtW 가맹 조직들이 미국노총에서 탈퇴하여 CtW에 가맹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미국노동조합의 조직률 하락과 조직화 모델을 둘러싼 논쟁이 주요한 계기였다. 1980년대부터 조직화 노선을 주장한 SEIU와 같은 노조들은 2000년대 초까지 AFL-CIO의 변화 속도가 더디고, 또 AFL-CIO에 내는 조합비의 상당 비율이 민주당 후보 지지 사업에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많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은 국외 이전이 불가능한 서비스유통물류 산업에 종사하는 수천만 미국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조직화 사업에 노동자운동이 가장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2005년 AFL-CIO에서 탈퇴하고 CtW를 결성한 것이다. CtW는 재정의 75%를 배치해서 전략조직화센터를 설립했다. 이 기관은 (1)가맹조직들의 조직화사업 조정, (2)대규모 조직화사업의 설계와 실행, (3)전략조직화사업을 위한 조사연구 (4)조직 확대를 위한 세계적 동맹 구축과 강화를 목표로 했다. CtW는 사업을 전략조직화센터로 집중시켰고, 그 밖의 부차적 기능은 애초부터 최소화했다. 유일한 목표, 즉 대규모 전략조직화 사업을 통한 조직률의 급속한 상승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이다.
제2노총은 형식적으로 SEIU의 상급단체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SEIU의 ‘자녀’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SEIU는 1980년대부터 조직화가 불가능하다고 간주된 저임금,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전국적 조직화사업을 벌이고 지부 통합을 통해서 강력한 노동조합으로 성장했다.
SEIU의 조직화전략은 두 가지 주요한 특징을 가진다. 첫 번째가 규모이고 두 번째는 포괄성이다. 규모라는 것은 다음을 의미한다. 노조 설립에만 관심을 국한할 경우, 어느 사업장이든 노동법 상 노조 인정에 필요한 ‘50% + 1명’ 노조 찬성률을 달성할 때까지 조직대상 노동자를 차례로 가입시키고 사용자의 탄압을 이겨내 공식 노조설립 투표를 실시하면 된다. 이것이 전통적인 미국 노동자운동의 조직화 전략이었다. SEIU는 이를 포기하고 대신 경제적으로 중요한 전국 범위 고용주를 전략적으로 선정하여 공식 노조설립 투표 없이도 사측이 노조 설립을 한 번에 인정하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포괄성은 그 압박을 행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현장조직화, 지역사회연대, 언론사업, 정치활동, 부정부패나 도덕적 폐해를 폭로하기 위한 기업 상대 캠페인, 주주전략 등 다양한 전술을 ‘포괄적 캠페인’으로 통합함으로써 고용주가 회피할 수 없도록 지속적이고 공개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CtW를 통해서 SEIU는 포괄적 캠페인 전략을 한층 더 발전시키고자 했다. CtW는 다산업적, 전국적, 나아가 세계적인 조직화 사업을 계획했다. 전략조직화센터는 조직화사업의 매개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SEIU 부위원장 톰 우드러프(Tom Woodruff)가 센터 소장을 맡고 SEIU 출신 활동가들은 CtW에 대규모로 진출했다.

물류 노동자의 잠재력

노동자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SEIU와 CtW의 야심찬 계획이 월마트 공급사슬 사업의 하나의 계기였다면, 1980년대 신자유주의와 함께 등장한 물류혁명 이후 물류노동자의 잠재력에 대한 인식과 관심도 또 다른 계기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킴 무디(Kim Moody)와 같은 노동자운동 분석자들은 적기(JIT) 공급 체계에 내재한 공급사슬의 취약성과 함께 공급사슬을 끊어낼 수 있는 물류 노동자의 잠재적 힘을 주장해왔다. 『비용절감 세계의 노동자』(Workers in a Lean World[한국어판: 신자유주의와 세계의 노동자, 문화과학, 1999])에서 무디는 1997년 1월 국제운수노련(ITF)이 사업장 폐쇄에 직면한 영국 리버풀 머지사이드 항만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서 조직한 국제행동을 기록한다. 세계 100개 이상 항만에서 하역운수 노동자들이 이 행동에 동참했고, 미국, 일본, 그리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파업에 돌입하거나 리버풀로 향하는 컨테이너의 운송을 거부하는 행동에 나섰다. 이 투쟁에 대해서 무디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세계 무역 중심점에서의 국제행동의 전망, 새롭고 더 통합된 국제 생산체계의 또 하나의 허점을 시사했다. 세계 몇 개 주요 항만에서의 파업투쟁은 무역과 해외로 향하는 컨테이너의 적기 공급을 무력화할 수 있었다. 머지사이드 항만노동자는 항만, 해운, 기타 운송업 뿐 아니라 취약한 운송 체계에 의존하는 모든 초국적기업의 권력에 대한 대응 전략을 세계 노동자운동에게 보여줬다.”
이로부터 약 10년 뒤에 엔나 보나시츠와 제크 웰슨은 물류혁명 이후 한편으로 물류 노동자의 비정규직화와 노동조건 저하, 또 다른 한편으로 물류 노동자의 잠재적인 파급력에 대해 책을 썼다(Edna Bonacich and Jake B. Wilson, Getting the Goods: Ports, Labor, and the Logistics Revolution, Cornell University, 2008). 이 책에서 두 필자는 월마트와 같은 초국적 소매 기업이 적기 생산공급과 물류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통해서 제일 많은 이익을 보는 이해관계자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다음과 같은 공급사슬 중심 전략을 제안한다: (1)공급사슬 내 강한 노조 파악, (2)공급사슬 지도 그리기(mapping), (3)투쟁 대상 선정, (4)투쟁의 범위 설정, (5)허점을 파악해서 타격. 다른 글에서 보나시츠와 웰슨은 같은 관점에서 월마트의 공급사슬을 검토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노동착취로 가득 찬 월마트 세계 제국에서 국내외 판매 노동자, 월마트의 수천 공급업체에서 일하는 각지의 노동자, 세계 각 지역에서 매장까지 물품을 운송하는 노동자 모두를 포괄하는 연대체를 구축하고 월마트에 맞선 투쟁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중략) [이러한 노동자들이] 단결하면 월마트가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저임금만 준다’는 경영 철학을 바꾸도록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이 캠페인에서 물류 노동자가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으로 생산된 물류는 공동행동에 특히 취약한 항만과 주변 운송, 창고 거점과 같은 결정적인 관문(critical choke points)을 통과해야 한다. 세계 물류는 세계 생산체계의 ‘아킬레스 건’이 될 수 있다.” 닉의 말에 의하면 이들의 글은 CtW 창고노동자연합에게 일종의 ‘바이블’이었다고 한다.

월마트 공급사슬사업의 전개

창고노동자연합이 하나의 ‘결정적인 관문’에 위치한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면, 닉과 닉이 공공운수노조연맹 간담회에서 제안한 사업은 전체 체계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아시아지역에서 수많은 납품업체들이 월마트를 위해서 물량을 생산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 물량을 운송하고 있다. 이 물량의 환적 중심지는 부산항이다. 부산항을 마비시킬 수 있는 화물연대를 비롯해 아시아 전체 공급사슬 노동자들이 함께 행동에 나설 수 있다면 세상, 아니 최소한 월마트라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간담회 이후에 닉과 닉은 노동자운동연구소에 사업을 제안했다. 한국 내 월마트 공급사슬, 그 공급사슬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조직화 가능성을 조사하자는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는 한국에서만 진행된 사업은 아니었다. CtW는 칠레,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월마트를 상대로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노동자를 파악하고 있었다. 당시 활동 공간을 모색하던 나는 CtW와 함께 아시아지역 월마트 공급사슬 사업을 시작했다.
이 글에서 한국 공급사슬 조사결과를 자세히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그 결과는 2011년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 펴낸 보고서 「월마트의 한국 공급사슬」(Wal-Mart’s South Korea Supply Chain, 2011년)을 참조할 수 있다. 핵심 결론은, 월마트에 납품되는 물량의 상당수가 한국에서 생산되거나 부산항에서 환적되긴 하지만 한국 물류 노동자나 생산 노동자는 월마트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닉과 닉이 중요시 한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삼성 전자제품은 한국에서 생산되고 월마트에 직접 납품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생산지에서 만들어지고 조립된 후 삼성의 미국 현지법인에 먼저 납품된다. 월마트와 삼성 간의 모든 거래는 미국 현지에서 진행된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월마트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은 많지 않았다.
월마트 공급사슬 사업은 주로 (1)공급사슬 지도 그리기, (2)사업파트너 발굴, (3)공동활동 추진 및 사안 발생 시 국제적인 이슈화와 대응 등 세 단계로 진행되었다. 물론 이 단계들이 순차적인 것은 아니다. 사업을 시작한 시기는 나라마다 달랐고 한 나라에 두 개 이상의 단계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첫 단계는 위에서 설명한 공급사슬 지도 그리기였다. 현지 연구기관과 협조를 통해서 국내 공급사슬과 그에 속한 노동자의 현황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의 의류노동자, 칠레의 농산물을 운반하는 창고노동자, 태국의 새우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버마와 캄보디아의 이주노동자 등을 주요 대상으로 선정했다.
두 번째 단계는 현지 파트너 발굴이었다. 월마트 대상 캠페인에 협력할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를 만나서 월마트 캠페인의 중요성과 그에 동참해야 하는 의의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었다. 내가 접촉한 파트너는 다양했고 그 중 훌륭한 조직들이 많았다. 태국에서 만난 조직을 보면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지속된 군주제와 억압적 노동법 제도라는 환경 속에서 태국 노동조합 조직률은 약 3%에 불과하다. 노동조합은 76개 주 중에서 39개에만 존재한다. 대다수는 방콕 수도권 지역에서만 활동한다. 18개 노동조합연맹과 13개 노총이 존재하지만 가맹률은 매우 낮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다. 수백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태국 내에서 일하고 있는데, 대부분 미등록체류자라는 사실과 이주노동자의 노조활동에 대한 법적 제약 때문에 이들을 조직하려고 노력하는 노동조합은 사실상 없다. 이런 상황에서 CtW는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별 관심이 없는 식품노조 대신 이주노동자 권리를 꾸준히 주장해온 공공노총(SERC)과 새우가공공장 밀집지역인 마하차이에서 활동하는 500여 명 회원으로 구성된 이주노동자단체인 이주노동자권리네트워크(MWRN)를 사업파트너로 삼았다. 캄보디아의 경우, 프랑스 식민화, 독립운동, 베트남 전쟁, 크메르 루즈 통치, 미국의 폭격과 이후 내전이라는 130여 년의 상흔 가득한 역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서야 노동조합이 광범위하게 설립되고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운동 역사가 채 20년도 안 된 상황이다. 아직도 민주노조 활동은 일상적 탄압과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고, 노조가 존재하는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1개 이상의 어용노조가 존재한다. 캄보디아에서는 5개 캄보디아 노총 중에 유일하게 독립성을 유지하는 캄보디아노총(CLC)과 민주노조 운동 지원조직인 커뮤니티법률교육센터(CLEC)와 손을 잡게 되었다. 한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관점에서 의류노동자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서 의류브랜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수십 년 동안 활동한 ‘깨끗한 옷 캠페인’(Clean Clothes Campaign)와 같은 대형 비정부기구(NGO)들도 꾸준히 접촉했다.
세 번째 단계는 공동활동 추진이었다. 공동활동은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었다. 애초의 목표는 공동조직화 사업이었다. 노조가 없는 월마트 공급사슬 노동자를 찾아내고 노조 설립 투쟁을 통해서 월마트가 공급사슬에서 가하는 착취를 폭로하고 공급사슬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수많은 이유 때문에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었다. 인적재정적 자원이 매우 제한적인 것은 물론이고 접촉한 대부분의 조직은 전략조직화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없었고 조직적 여건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CtW가 제시한 사업 시한도 매우 촉박했다. 공급사슬 활동은 2011년 말쯤 시작했는데 애초에 제안한 목표는 이듬해 추수감사절에서 새해까지 이어지는 명절 시즌에 미국의 매장창고 노동자와 함께 투쟁에 돌입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파트너 조직들이 주도하는 조직사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공동활동을 벌일 수 있었고, 대부분 지역에서는 언론사업과 연대활동을 통해서 월마트 공급사슬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월마트의 연관을 폭로하고 책임지도록 요구하는 형태로 공동활동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조직사업을 가장 진지하게 고민했던 지역은 캄보디아였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캄보디아에서 진행된 사업 사례를 검토하겠다. 2011년 하반기에 CLC를 비롯한 여러 캄보디아 조직에 접촉한 후 2012년 초에 CLC에 사업을 제안했다. 지도 그리기 사업을 통해서 파악된 월마트 납품 의류공장 노동자를 조직하고, 공급사슬의 구조와 월마트의 책임을 인식하도록 교육하고, 현장사업을 진행하면서 월마트에 요구하고 압박할 수 있는 다사업장 위원회를 구성하고 투쟁을 진행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CtW는 외부 재단을 통해서 소액의 재정을 확보하였고 CLC는 월마트 공장에 전념할 수 있는 조직활동가 2명을 채용하도록 지원하였다. 사업담당자인 닉과 나는 캄보디아를 여러 번 방문해 노조간부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스카이프와 같은 온라인 통신을 이용해서 사업 방향을 논의하고 진행 현황을 점검했다. 조직화사업은 2012년 중순부터 2013년 초까지 진행되었다.
이 사업의 성과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채용 조직활동가의 노력으로 여러 신규 사업장에서 노동자를 접촉하고 일부에서 노조를 설립하기도 했다. CLC 주요 임원과 간부들의 경우 이 사업을 통해서 월마트를 비롯한 세계적 브랜드들이 의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브랜드 대상 사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었다. 현장에서 표출되는 노동자의 불만과 때때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투쟁을 언론사업, 온라인 서명운동, 미국 내 소규모 연대행동 등 상층 활동을 통해 월마트의 공급사슬 통제와 연결시킴으로써 월마트의 이미지에 일정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제일 성공적인 사례는 월마트와 에이치앤엠(H&M)에 공급하는 킹스랜드라는 의류업체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는 사실 CLC의 조직화사업과 무관했다. 2013년 초에 사업장 폐업으로 해고된 여성 노동자 200여 명이 2개월 동안 공장 앞에서 농성투쟁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CtW와 CLC의 지원으로 H&M과 월마트에 보상 요구안을 제출하였고 CtW는 꾸준한 언론사업과 연대사업으로 월마트를 압박하였다. 결국 3월에 H&M과 월마트 대표는 노동자와 지원 조직을 만나서 보상에 합의하였다. 결과적으로 월마트가 직접 보상하지 않고 중간 구매업체가 부담하긴 했지만, 월마트 대표가 캄보디아 공급사슬 노동자의 요구를 인정하고 만나기까지 한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몇 가지 성공적인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언론이나 시민, 노동자운동은 지리적으로 먼 아시아에서 발생하는 일보다 국내 상황에 더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월마트의 캄보디아 공급사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가시화하기 위한 노력이 한계에 부딪혔다. 더 중요한 문제는 CLC가 여러 현장의 투쟁을 주도, 조율, 통합,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주객관적인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다사업장 투쟁을 계획하고 추진한 경험이 사실상 없었고 그렇게 하기 위한 역량이 부족했다. 뿐만 아니라 지도부와 간부 사이에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동일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짧은 기간 안에 애초 제안한 다사업장 월마트 노동자위원회를 구성하지는 못했고, 1년간의 사업 후 양쪽 파트너는 사업을 더 이상 지속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상 각 나라에서 진행된 사업은 제각기 다른 특징이 있지만 부딪혔던 어려움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사업을 진행한 후 현재 재정 부족을 이유로 월마트 공급사슬 캠페인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월마트 공급사슬 사업의 성과와 한계

나는 여기서 월마트 공급사슬 캠페인의 주요 한계가 대상국 노동자운동의 취약성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캄보디아를 비롯해 각 나라에서 접하게 된 특수한 역사적사회적조직적 조건은 시작부터 주어진 조건이었다. 그 환경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할지 판단하는 것은 공급사슬 사업을 추진하려는 CtW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문제는 CtW가 각 지역 상황을 충분히 파악해 한계를 극복하고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시간과 인내심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담당 활동가의 상과 목표와 월마트 캠페인 지도부의 상과 목표는 상이했다. 닉과 닉은 공급사슬의 약한 고리에 실제로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직화 사업을 구상했다. 이러한 목적에 적합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훨씬 더 장기적인 계획과 훨씬 더 큰 인적재정적 투자가 필요했다. 반면에 월마트 캠페인 지도부는 대체로 공급사슬 사업을 월마트의 이미지를 타격할 수 있는 여러 수단 중의 하나로 보았다. 제한적인 인적재정적 자원으로 월마트 공급사슬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안의 언론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즉, 월마트의 비용절감 전략으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권인권 침해를 폭로하고 이슈화시키는 수준, 여타의 기업 상대 캠페인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사업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 담당 활동가의 목표가 다분히 이상적이고 장기적이었다 하더라도, 애초부터 캠페인은 짧은 시한과 단기적 목표에 긴박당해 있었다.
다른 한계는 월마트 캠페인의 선정 범위에서 유래했다. 월마트 캠페인의 우선적 목표는 월마트를 압박해서 매장에서의 노조 설립을 인정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었다. 월마트 공급사슬에 속한 하청 기업들은 월마트 뿐 아니라 여러 초국적기업에 납품함에도 불구하고 CtW는 복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을 지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월마트만을 타격하는 캠페인은 미국 매장 노동자의 입장에서 유리할 수 있었지만 공급사슬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많은 경우 이해하기 힘들었다.
또 다른 문제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월마트 공급사슬 관리 정책에 대한 요구가 충분히 논의되지도 않았고 구체화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요구안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공급사슬 노동자를 위한 요구안의 중요성에 대한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월마트 공급사슬 사업은 위에서 암시했듯이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다. 월마트에 대한 실질적 압박을 행사함으로써 월마트로부터 민감한 반응을 유도하였다. 킹스랜드와 같은 일부 사례에서는 공급사슬 노동자에게 유리한 노사합의로 이어졌다. 또한 공급사슬 사업을 포함한 포괄적인 월마트 캠페인의 결과로 매장 노동자, 창고 노동자 투쟁에 대한 탄압이 예전만큼 노골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월마트 공급사슬 사업을 통해 CtW와 파트너 조직의 초국적기업 대응전략 필요성과 공급사슬 조직화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었다. 이러한 효과는 일부 국제 산별노조에서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월마트 공급사슬 사업만의 효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현재 국제서비스노련(UNI) 차원에서 세계 월마트 매장 노동자 네트워크 사업이 강화되고 있다. 국제운수노련에서도 최근에 공급사슬 캠페인을 추진할 수 있는 부서를 설치하고 11월 초에는 사상 최초로 ‘공급사슬과 물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국제운수노련의 일부 가맹조직들은 국제운수노련의 공식 회의체계 외에서도 공급사슬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급사슬 사업을 통해서 월마트 공급사슬로 연결된 노동자의 기초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 노동자들은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기초적인 연대사업을 진행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아쉽게도 위에서 지적한 한계 때문에 네트워크를 크게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평가와 시사점

월마트 공급사슬 사업은 상징적인 국제연대를 넘어서서 실질적인 공동조직화와 공동행동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이 있는 공급사슬 조직화 모델은 아니었다. 성공 가능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참여 조직의 장기적 전망과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
현재 공공운수노조연맹의 국제사업의 핵심 축이 되고 있는 국제운수노련에서 공급사슬 조직화를 고민하고 있으므로, 나의 경험을 기반으로 몇 가지 방향을 제안하겠다.
첫째, 공급사슬 조직화 전략을 국내 차원에서 먼저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호주 노조들이 다양한 업종의 물류 노동자 뿐 아니라 생산이나 유통 노동자까지 단결시켜 울워스(Woolworths)나 콜스(Coles)와 같은 호주 소매업에 맞선 포괄적 캠페인을 설계하고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우리는 물류 노동자의 잠재력을 일깨워 삼성을 압박하고 제조업 노동자와 서비스 노동자가 단결하는 전략을 고민할 수 있을까? 국내 다업종 공급사슬 전략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면 그 다음 단계로서 지역적(regional) 차원으로의 확대도 가능할 것이다.
둘째, 아무리 크고 상징성이 있더라도 한 개의 기업만을 중심으로 세계 공급사슬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급사슬이 너무 복잡하고 한 공급사슬에 참가한 기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신 여러 주요 소매제조물류 기업의 공급사슬이 교차되는 점을 파악하고 여러 연관된 대상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사업 구상과 계획 단계에서부터 공급사슬의 각 지점에 있는 조직과 노동자들이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계획 과정에서 구체적인 요구안이 논의되고 합의되어야 한다.
넷째, 공급사슬 사업은 전략조직화 사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는 대상 지역조직주체가 충분한 조사와 연구 후에 선정되어야 하고, 또 포괄적인 캠페인의 일환으로서 조직사업을 추진할 능력이 있는 조직과 활동가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수년에 걸친 장기적 사업계획에 대한 결의가 있어야 하며 공급사슬 구조에 대한 조합원간부지도부 교육이 꾸준히 진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다섯째, 분산된 지역에서 진행된 조직사업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공급사슬에 대한 객관적 분석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각 지역 공급사슬 노동자들이 직접 만나서 노동조건과 투쟁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배우며 공급사슬 규제에 대한 공동요구를 논의하고 개발할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섯째, 위 주장들을 종합하면 공급사슬 산업업종기업에 속하는 노동조합은 장기적인 재정적인적시간적 투자를 결의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제산별조직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결론을 대신하여: 호주운수노조 공급사슬 조직화 사례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위에서 제안한 모델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사례를 짧게 검토하겠다. 최근에 공공운수노조와 화물연대본부는 호주운수노조(TWU)의 ‘안전운임’ 법률 쟁취 캠페인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가 안전운임 캠페인을 검토하는 이유는 TWU가 쟁취한 법률이 화물연대가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정부가 국외 사례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표준운임제’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TWU의 안전운임 캠페인과 그 투쟁을 통해서 쟁취한 법제도는 특수고용 화물운송노동자를 위한 최저운임제도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20년에 걸쳐 진행된 안전운임 캠페인을 통해서, TWU는 공급사슬 노동조건을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소매 대기업의 권력에 대한 조합원 교육을 실시하고 그 대기업들의 책임을 요구하며 투쟁하도록 조직했다. 또한 통과된 법률에 ‘공급사슬 책임’ 개념을 포함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호주의 안전운임법 하에서는, 특수고용 화물운송노동자에게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운행(과적, 과속, 음주 등)하도록 유도하는 운임이나 노동조건이 발견되면 호주 국내 공급사슬의 정점에 위치한 소매업과 여타 화주(또는 운수 대기업)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제도 상으로는 이러한 대기업들이 형사법 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이 법제도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고 게다가 지금 보수정권에 의해 위협받고 있지만 TWU의 안전운임 캠페인은 특수고용 물류노동자들이 화주에 대해 요구할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 사례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TWU는 국내에서 화주 대기업들이 노동기본권을 인정하는 물류회사들과만 계약하도록 하는 협정(헌장)을 체결하도록 투쟁하고 있다. 국외에서는 현재 안전운임법제도와 같은 법안이 다른 나라에서 도입될 수 있도록 다른 나라 노조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TWU는 ITF에 공급사슬 조직화 사업을 제안하여 이런 노력을 지역이나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사업이 발전될지 여부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WU는 향후 발전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화주에 책임을 물기 위한 법적인 근거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요구가 가능하다. 그리고 최소한 ITF의 형식적 결의를 얻은 상태이다. ITF 내에서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는 다른 소수조직과 간부들이 TWU와 함께 본격적인 국제연대 사업, 즉 조직대상을 선정하기 위해서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더 많은 노동조합을 설득시켜서 결의하도록 하고, 장기적인 전망 하에서 전략조직화를 추진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는 얼마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이 발전한다면 공공운수노조연맹을 비롯한 한국 노동자운동이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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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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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U 월마트 공급사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