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2019 겨울.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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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왜 정치 위기인가?

임필수 | 계간 사회진보연대 편집장

《계간 사회진보연대》 겨울호는 특집으로 2020년 정세 전망을 담았다. 2019년 한국 사회는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며 극단적인 진영 논리를 경험했다. 특히 현 집권세력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덮어놓고 ‘토착왜구’니, ‘태극기부대’니, 아니면 다른 무엇이니 하며 딱지를 붙이고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식으로 비난하거나, 그 논거에 대해서는 일단 ‘가짜 뉴스’라고 몰아붙이는 행태가 이미 정형화되었다. 이런 정치적 분위기는 앞으로 더 격렬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반기를 맞아 한계에 봉착하며 위기의 징후가 점점 더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만큼, 집권세력도 사생결단의 대응을 하리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운동의 냉정한 정세 인식이 필수적이다. 특집의 분량이 많기 때문에, 편집자 칼럼에서는 우리의 글에 담긴 문제의식을 요약하고자 한다.

 

먼저 김진현의 「자본축적 둔화, 제조업 침체, 금융위기 위험」은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흐름을 분석한다. 2019년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세계 제조업이 완연한 침체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은 제조업 생산 증가 속도가 매우 감소했고, 일본과 독일은 생산량 자체가 감소했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중심국가에서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

 

미국의 경우, 경제 전체의 생산성은 하락하는 추세이지만, 주식시장은 닷컴 버블 시기를 제외하면 다시금 최고점에 도달할 정도로 팽창 중이다. 또한 과거 비우량등급(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을 증권화한 파생금융상품(MBS, CDO)이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었다면, 최근에는 기업대출을 증권화한 파생금융상품(CLO)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의 첨단분야 기업이 실상 거품에 불과하고, 따라서 진정한 기술혁신으로 경제성장을 이끌 수 없다면, 어느 시점엔가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

 

한편 중국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그렇지 않더라도 경제성장 둔화가 이미 예상된 바였다. 중국도 동아시아 각국이 겪은 중진국 함정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그 논거였다. 게다가 중국이 축적한 외화는 국유은행을 통해 국유기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는데, 국유기업의 생산성과 수익률이 모두 저조하므로 기업부채의 부실화가 발생한다.

 

독일은 한국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인데, 유로화 도입에 따른 사실상의 평가절하 덕분에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다른 유로화 도입국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상품수요가 감소하면 독일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데, 현재 세계경제 둔화로 독일 자동차산업이 침체한 상황이다. 게다가 브렉시트를 두고 영국이 겪고 있는 대혼란은 유럽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2017년 1.9%까지 끌어올렸던 경제성장률이 다시 0%대로 추락하고 있다. 일본 역시 대외여건 악화가 큰 영향을 끼쳤지만, 고정자산 투자의 감소, 기술혁신의 지체와 같은 내적인 원인을 무시할 수 없다. 기업투자의 감소에 따라 은행이 벌인 공격적인 해외 금융상품 투자나 국내 부실기업, 부동산 대출은 은행 부실화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일본 중앙은행이 수량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한 상장지수펀드 매입은 주가부양에 기여했으나, 어떤 방향으로든 나쁜 후과를 낳을 수 있다. 종합하면, 2020년 세계경제는 금융위기의 재발이라는 위험요소를 안은 채, 점점 더 침체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김태훈의 「한국 경제, 높은 불확실성과 취약한 대응 여력」은 한국 경제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의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는 단지 일회적인 사건이 아닌데,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에서 노동과 자본을 충분히 가동하여도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어떤 구조적 요인이 작동한다는 의미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현실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달하는 폭이 더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경기순환 과정에서 현실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수도 있고 뛰어넘을 수도 있으나, 밑도는 시기가 길어지고 또한 그 폭이 넓어진다면 정부 경제정책에도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주창했던 소득주도성장론은 경제성장은 물론이거니와 소득불평등 해소에도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1분위(최하위 20%) 소득 증가는 공적 이전소득(수당, 연금, 급여나 세금 환급금) 증가에 기인했고, 경제 전반에서 임금분배율 개선이나 저소득층 노동소득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이를 어떻게 돌파하려 하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이미 1.25%로, 여기서 더 낮출 경우 1.0%라는 한국 경제에서 전인미답의 영역에 진입한다. 그에 따라 민주당과 집권세력은 과거 야당일 때는 박근혜 정부를 공격하며 재정건전성을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곳간에 재정을 쌓아두면 썩는다’며 재정규모를 확대하고자 한다. 그들은 한국의 부채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와 비교해 양호하다는 근거를 들고 있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다. 달러, 엔, 유로와 같이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의 부채비중은 현재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덧붙여, 한국은 2018년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2028년부터 총인구도 감소할 전망이다. 저성장, 저인구로 전환이 명약관화한데도,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기를 회피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문제의 경우도 책임 있는 방안을 제출하지 못하며, 경사노위 연금특위에 핵심 쟁점을 넘겼다.

 

종합하면, 2020년 총선을 앞둔 문재인 정부와 집권세력은 경제 이슈를 최대한 회피하면서 ‘사람 중심 경제’, ‘포용적 혁신국가’와 같은 모호한 구호를 외치며 ‘공정성’을 내건 총선용 정책에 몰두할 듯하다. 물론 특정 정치세력이 집권한다고 하여 모든 경제 문제를 기적처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여, 거짓 약속을 하고 그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는 행태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다음으로 동아시아와 한반도 정세를 살펴보자. 김성균의 「동아시아, 세계의 화약고가 될 것인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갈등 구도를 설명한다. 미국은 핵심적인 동맹축을 구성하는 한국-미국-일본, 미국-일본-호주, 미국-일본-인도 동맹에서, 일본, 호주, 한국, 인도 간 수평적 협력을 구축함으로써 ‘세계 헤게모니 연합’을 구성하는 게 일관된 정책방향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반면, 중국 역시 일대일로를 통한 해군력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말라카 해협이 모두 미국의 제해권 하에 있다고 보고 통로 다변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남중국해나 동중국해에서 군사분쟁이 발생할 경우 승리하기 위한 첨단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미국과 소련/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금지조약(INF)이 파기됨에 따라, 동아시아에서 특히 중국을 겨냥한 미국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과거 미국이 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할 때 제시했던 논리가 ‘제한 핵전쟁론’이었다. 미국 본토에서 소련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때보다 유럽에서 발사하면 더 빨리 소련 수도에 핵탄두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소련도 미국 본토보다 유럽을 먼저 타격해야 한다, 그러므로 핵 전쟁터를 미국 본토와 소련이 아니라, 유럽과 소련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유럽 평화운동은 그게 왜 핵전쟁의 ‘제한’이냐, 철저히 미국만 생각하는 관점이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만약 미국이 중거리 핵미사일을 동아시아에 배치하면 제한 핵전쟁론과 동일한 논리가 작동하게 된다.

 

또 한편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서 동맹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미국의 관대함에 무임승차했다면서 미군의 해외 주둔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난 30년간 줄기차게 주장했다. 따라서 한미 방위비협상은 단지 일회적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반면 한국의 보수세력은 미국의 분담금 인상에 대한 반대급부로 그동안 미국이 수출을 허용하지 않았던 첨단무기의 수입이나(예컨대 핵잠수함), 양국 협정을 통해 가로막혔던 군사기술의 개발 허용(미사일기술, 핵 관련 기술)을 따내고자 한다. 종합하면 동아시아 각국은 노골적으로 대결적 전력증강을 꾀하고 있다.

 

다음으로 김진영의 「한반도 비핵화 전망, 평화의 기회는 다시 사라지는가」는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전망한다. 10월에 열린 최근의 북미 실무협상마저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북한은 2019년 ‘연말’이라는 시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결단을 촉구했지만, 미국은 ‘시한에 연연하지 않는다’, ‘진짜 비핵화 협상을 원한다’며 맞서고 있다. 북미협상을 전망하려면 북한의 경제상황, 북중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먼저 북한 경제는 외부에서 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많으나, 외화유입이 감소함에 따라 소득 감소, 통화량 감소, 시장물가 하락이라는 경로가 대체로 작동 중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것이 전반적 경제활동 위축과 연쇄적인 소득의 하락으로 이어지면 궁극적으로 경제 전체의 급격한 침체로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북중관계는 최근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다. 2017년까지도 북중관계는 악화일로였는데, 2018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중국에 방문하면서 관계회복이 이뤄졌다. 그 후 북한은 정상회담 시기마다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논의를 거쳤고, 올해 6월에는 북중수교 70주년을 맞아 시 주석의 방북도 성사되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북한도 실질적 합의를 서두르지 않은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 한국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 중단이라는 현상유지가 무한정 지속할 수 있을까, 그런 현상유지가 바람직한 상황인가. 이는 북한 핵보유가 잠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남한이나 일본에서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최근 미국 국방대학원에서 언급하고 한국 보수세력이 적극적으로 수용한 핵공유론이나 전술핵무기 재배치론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의 평화운동은 한국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일본의 평화헌법과 비핵3원칙을 토대로 동아시아에서 핵무기에 반대하는 국제연대를 실행해야 하며, 나아가 세계적인 핵무기금지조약 비준 촉구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한지원의 「개혁의 몰락: 21대 총선 전후 정치 전망」은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정치세력에 대한 역사적 분석으로부터 출발한다. 흔히 민주당, 자유한국당 양대 정치세력을 자유주의(혹은 개혁), 보수주의로 구분하지만, 이는 한국에서 자유주의적 이념, 정치운동의 공백을 무시하는 부당 전제일 뿐이다. 한편에서는 해방 후 반공 보수주의에 뿌리를 두고 미국식 경제개발론을 수용했던 보수주의 세력이 존재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반공의 경쟁자인 야당(민주당, 특히 신파)이 존재했을 뿐이다. 민주당 신파는 현재 민주당까지 이어지는데, 그들 역시 자유주의적 뿌리가 없었기 때문에 의회정치, 정당정치에 대한 관념이 희박했고, 따라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선호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이 제안한 개헌안이 실상 대통령 중임제라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그들은 미국식 경제개발론에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1997년 IMF 위기 이후 집권에 성공했지만, 미국도 놀랄 만큼 그 누구보다 IMF 협약에 충실했다.

 

즉 민주당은 그 뿌리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이념이나 경제적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자유주의에 미달했고,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포퓰리즘 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의 포퓰리즘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이른바 ‘386세대’와 융합하면서 더욱 극단화되고 있는데, 경제정책은 이론적 일관성을 결여한 채 좌충우돌을 반복하고 있으며, 도리어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국가기구 개혁(대표적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이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편 선거제 개혁도 시도하고 있는데, 누구도 다수당이 될 수 없는 다당제와 결합한 제왕적 대통령은 무기력한 의회를 배경으로 더욱 강권을 휘두를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선거제 개편은 최선의 의도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불행한 사례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초한 바가 큰 경제실적의 악화나, 진퇴양난에 빠진 대외관계를 고려할 때, 집권세력은 총선에서 현상을 유지하더라도 점점 더 궁지에 몰릴 것이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문재인 정부에 끌려다니다가 함께 위기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와의 결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박준형의 「2020년 민주노총은 무엇을 해야 하나」는 2019년을 거치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기대가 모두 소진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정부는 주 52시간 노동시간의 확립을 주창하더니 탄력근로제 개악을 추진했다.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으로 국격을 높이겠다고 하더니 노조법 개악을 함께 묶었다. ‘취임 3년 내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을 포기했고,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저조할 경우 도합하면 평균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그 전환 과정에서 더 많은 쟁점을 낳았다. 그나마 의미 있는 변화라면 고 김용균 사망을 계기로 한 산업재해법 개정이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근로기준법 개정이 있겠으나, 노조를 중심으로 한 집단법이라기보다는 노동자 개인을 대상으로 한 개별법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한편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꾸준히 증가해 민주노총 조합원은 2017년 이후 30만 명이 증가해 2019년 4월 기준 101만 명을 넘었다. 그런데 증가분의 약 38%가 공공부문이었고, 이에 따라 공공부문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13%를 차지하지만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서는 40%를 차지하게 되었다. 공공부문 조직률 상승 그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왜 이러한 불균형이 나타나게 되었는지도 신중히 따져 봐야 한다.

 

사실 이러한 불균형은 일자리 그 자체에서 나타나는 바이기도 하다. 2020년 예산에서도 공공 일자리 예산이 상당히 증가했으나, 반면 제조업은 지난 9월까지 18개월 연속 일자리 수가 감소했다. 또한 60대 이상 고령층이나 18세 미만 단기 고용은 증가했으나, 40대에서는 고용률이 감소했다. 제조업 부진은 내수로 이어져 서비스 부문 고용 부진으로 파급될 수도 있다.

 

노동조합운동은 이런 상황을 수수방관할 수 있나? 노동조합은 국민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을 안정화하며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찾을 수는 없는 것인가? 예컨대, 최근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노동조합은 현세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에 안주함으로써, 사실상 현세대의 부담을 후세대에 넘기는 방안을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자기 입장으로 내세웠다. 한편 2020년 후반에는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선거가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사회적 대화인가, 총파업과 현장투쟁인가라는 구래의 논쟁구도가 반복될 위험이 있다. 그렇지만 조직 노동자의 투쟁이 자연스럽게 저임금 부문의 임금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일종의 ‘낙수효과’에 대한 희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노동조합운동 내 생산적 논쟁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특집 이외의 글도 담겼다. 임필수의 「검찰개혁인가, 수사기관의 과대팽창인가」는 조국 전 장관이 ‘검찰개혁만은 완수해야 한다’고 했던 바로 그 검찰개혁 이슈를 다뤘다. 이 글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로 구성된 검찰개혁안이 사회악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수사기관들의 과대팽창을 촉진할 것이며, 그 결과 정치의 측면에서나 사회의 측면에서 수사기관의 과잉권력이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 진단한다. 또한 수사기관의 과잉권력은 결국 집권세력의 자의적 권력행사와 직결될 것이라 지적한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청와대의 이른바 ‘하명수사’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이 사건의 함의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세계사회운동’은 지난 호에 이어 수잔 왓킨스의 「어느 페미니즘인가 ②」를 실었다. 이번 호에서는 이른바 ‘글로벌 페미니즘’을 다룬다. 1975년 멕시코시티 유엔 여성대회를 계기로 태동한 글로벌 페미니즘은 초기에는 제3세계 그룹, 사회주의 블록, 미국이 각각 제시한 페미니즘 전략이 절충된 형태를 취했으나, 1995년 베이징 여성대회를 경과하며 미국식 ‘반차별’ 페미니즘 전략이 확고한 우위를 거둔다. 이는 베이징대회의 스타가 미국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이었다는 사실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그렇지만 글로벌 페미니즘이 내세운 여성 주류화는 신자유주의 시대와 맞물렸다. 글로벌 페미니즘을 이끄는 전문가, 관료층은 다양한 국제적 제도 내에 안착했지만, 그러한 전략이 거둔 성과는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계급적 피라미드를 따라 지극히 불평등하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사회운동사’는 지난 호에 이어 임필수의 「한소수교와 남북기본합의서, NL·PD 논쟁의 격돌」 (남북한 통일정책과 통일운동, 역사와 평가③)을 실었다. 이 글은 1990-1992년 시기를 다룬다. 시간상으로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과 사회주의권 국가와의 연쇄적 국교수립, 거의 이와 동시에 발생한 사회주의권의 연쇄 붕괴,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 등, 격변이 이어졌다. 또한, 이 기간에 NL·PD 논쟁이 가장 ‘대중적’으로 벌어지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노선적 분립의 원형이 형성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분량이 다소 길어졌다.

 

사회운동 집단의 역량은 궁극적으로 정세를 얼마나 정확히 읽어 내느냐, 주체의 상태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관지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편집진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2019년 12월 3일

임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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