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의 코로나19 대응 비교
방역의 원칙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8월 중순 이후 확진자가 증가하기 전까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한국의 방역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나 보건의료 수준이 비슷한 대만과 비교했을 때, K-방역이 진정 성공한 사례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진지한 평가가 필요하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은 우리나라가 1월 20일, 대만이 1월 21일로 거의 같다. 그러나 2019년 12월 말로 거슬러 올라가면, 두 국가의 대응은 매우 달랐고 첫 환자 발생 후 1달 이내에 이뤄진 조치 또한 매우 달랐다.
대만과 한국의 차이점을 요약해보면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대만은 방역을 경제보다 우선시했다. 대만의 성공적인 방역은 경제위기 최소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 경제를 위해 방역을 일정 부분 희생시킨 한국보다 2020년에 더 높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 둘째, 대만은 방역을 외교적 관행보다 우선시했다. 한국이 WHO의 가이드라인에 비교적 충실했던 반면, 대만은 중국이 제공한 데이터에 근거한 WHO의 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유행 초기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과 격리를 강화했다. 셋째, 대만 정부는 감염병통제법에 근거하여 감염병 위기 시에 전문가 집단에 많은 권한을 위임할 수 있으며 물자관리, 의료기관과의 협력에 있어 민간의 협력을 강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8월 중순 이후 교회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며 9월 2일 기준 누적확진자 2만 449명, 누적사망자 326명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인 –3.2%를 기록했다. 반면 대만은 9월 2일 기준 누적확진자 488명, 누적사망자 7명을 기록했으며 2분기 경제성장률은 –1.3%를 나타냈다. 보건의료의 위기와 경제위기 사이에는 배반(trade-off) 관계가 있는데, 방역을 강화하면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경제 회복을 위해 방역을 완화하면 감염병 확산이 확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했지만, 사태 초기 경제위기를 우려하여 방역의 수위를 낮췄다. 이로 인해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발생 등 대규모로 감염이 확산되면서 결국 다시 방역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최근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대규모 확산이 반복된 후 다시 방역을 강화하게 된 사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를 회피하기 위해 초기에 보건의료를 희생한 셈인데, 이에 반해 대만은 초기 방역에 성공함으로써 오히려 경제위기 악화를 최소화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보건정책과 통상외교정책 간의 관계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나라의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고, 사드 때와 같은 중국의 경제보복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중국 눈치 보기로 일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위해 중국 시진핑 주석의 연내 방한을 기대했기 때문인 이유도 컸다. 반면, 대만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수출 의존도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첫 감염병이 보고되자마자 중국발 입국을 단호하게 통제했다. 보건의료의 비상 국면에서 보건정책과 외교통상정책 간 우위성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우리나라와 대만의 대중 정책의 역사는 다르다. 대만이 그간 양안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왔기 때문에, 그 연장선에서 보건정책의 우위를 허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방역의 원칙에 충실하여 초기에 감염병을 통제하고 경제위기의 크기도 줄이는 효과를 낸 점에 대해, 방역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월 20일 첫 환자가 나온 후, 2월 4일부터 우한발 입국자만 제한했고, 2월 6일 중국 전역으로부터의 입국 금지를 고려했으나 결국 철회했다. 유행 초기에 우한 봉쇄 직전 이미 우한 시민들이 중국 각지로 이동한 상황에서 우한 입국자에 대해서만 입국 제한 조치를 한 것이다. 2월 말 중국 산둥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푸젠성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자가격리 조치를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월 2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정부의 조치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대응 가이드라인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전문가들도 중국인 전면 입국 제한이란 봉쇄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하고 있고 감염병은 봉쇄가 아니라 ‘국제 연대’와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국제적 공론”이라고 밝혔다. 한편, 3월 6일 일본이 한국에서 출발한 입국자를 14일간 격리하기로 하자, 이에 대해 우리나라도 3월 9일부터 일본 입국자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3월 9일부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국가는 모두 106개 국가였는데, 중국 등 다른 국가들에는 상응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일본에 대해서만 상응 조치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가 밝힌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대응 가이드라인과 ‘국제적 공론’이란 1969년 제정되어 2005년 개정된 WHO의 세계보건규칙(IHR)에 의거한 것이다. IHR은 체약국 의무로서 최소핵심감시 및 대응능력을 설정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전염병 사태에 대해 즉시 WHO에 고지할 의무를 강조하고 있으며, 기존 IHR에 비해 적용 대상 질병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불필요한 무역/여행 제한은 최소화하고 감염병 통제는 최대화한다’는 내용은 기존 IHR에서도 제시되었던 것으로, 개정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IHR은 감염병 통제에 있어 ‘불필요한’ 무역/여행 제한을 하지 말아야 하며, 제한할 경우 호혜성의 원칙에 따라 상대국이 부과한 조치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는 것이다. 모든 여행을 제한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의 많은 전문가가 “여행 제한은 감염병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해석을 한 듯 여행 제한을 한 국가들을 비난했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가 IHR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 국가가 따를 수 없다면 IHR의 내용 자체가 비현실적이거나, 아니면 IHR에 대한 해석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
위 해석에 따르면 대만은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IHR을 따르지 않았다. 2019년 12월 31일 우한시에서 비정형폐렴의 집단 발생이 공식 보고되고 나서 가장 먼저 움직인 국가는 대만이었다. 대만에서는 2020년 1월 1일부터 우한발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을 시작했다. 1월 2일에 대만 내 사례보고 및 병원 감염통제를 강화했고 1월 5일에는 중국 비정형폐렴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1월 15일, 대만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위기를 5단계로 격상했다. 중국은 12월 31일 비정형폐렴의 집단 발생을 인지했지만,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조사단은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부인했다. 중국은 1월 20일이 돼서야 우한 폐렴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인정했다. 대만은 같은 날 중앙전염병상황지휘센터(CECC)를 발동했으며, 1월 21일 대만 내 첫 환자가 보고된 후 1월 22일 차이잉원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1월 23일부터 우한발 입국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내국인에 대해서는 2주간 격리 후 입국을 허가했다. 1월 26일부터는 중국 전역에 대해 입국을 제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만이 총통 주재 회의를 소집한 것보다 약 일주일이 늦은 1월 30일에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하였다. 1월 13일 태국, 1월 15일 일본, 1월 23일 홍콩, 1월 25일 말레이시아, 프랑스, 호주, 1월 26일 캐나다, 1월 27일 미국, 1월 28일 독일에서 첫 확진자가 보고되었음에도 WHO의 늦은 PHEIC 선포로 인해 국제사회가 좀 더 빠른 시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대만에서 5월까지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했던 전 부총통 첸젠런 박사는 8월 7일 서울대 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회 웨비나(웹 세미나)에서, “중국은 매우 큰 나라이고 대만은 중국과 왕래가 매우 많기 때문에, 중국에서 전염병이 발발했을 때 대만은 매우 신중한(prudential) 접근을 취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초기에 중국의 진단키트가 충분치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기 우한의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았고 확진자 수가 과소평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우한 봉쇄 직전에 다른 도시로 이동한 사람이 많아서 우한뿐 아니라 다른 도시들도 다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초기부터 중국 전역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했다. 중국의 데이터를 WHO는 신뢰했고, 대만은 신뢰하지 않은 셈이다.
물자에 대한 통제에서도 차이가 난다. 마스크 수급의 경우 우리나라는 2월 26일이 돼서야 마스크 수출을 제한했는데, 2월 마스크 수출액은 지난해 2월과 비교해 2000% 증가한 상태였다.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한 상태에서 평상시보다 훨씬 더 많은 마스크가 빠져나간 것이다.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마스크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반면 대만은 첫 환자가 발생한 지 9일 만인 1월 30일 마스크 수출을 제한하고 대만 내 마스크의 해외 반출을 완전히 중단시켰다. 또한 마스크를 사들여 저렴한 가격에 국민이 살 수 있도록 했다.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통제에서도 두 나라의 차이를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은 전체 의료기관 중 민간의료기관이 95%다. 대만은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민간의료기관이 84%로 민간 비율이 매우 높다. 4월 13일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실 김윤 교수의 한겨레 칼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병상의 10%를 차지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 4명 중 3명을 진료했다. 전체 병상 중 90%를 차지하는 민간병원은 나머지 1명을 진료했다. 앞서 언급한 웨비나에서 첸젠런 박사에 따르면, 대만은 2003년 사스를 겪으며 전염병 예방 시스템에 많은 결함이 있음을 깨닫고 시스템을 재구축하기 시작했다. 첸 박사는 그중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 것 중의 하나는 감염병통제법이라고 소개했다. 감염병통제법은 모든 의료기관은 전염병 대응에 동참해야 하며, 감염병 환자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감염병 환자의 검사와 입원치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재정 대신 별도의 정부 재정을 할애하므로, 감염병 환자를 수용해도 의료기관의 재정적 부담이 없어서 민간병원의 협조가 원활하다고 설명했다.
첸젠런 박사는 대만의 코로나19 대응 원칙을 두 가지로 꼽았다. 전문가주의와 정치적 중립성이다. 첸 박사는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를 ‘전문가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전문가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대만의 질병관리본부는 평상시에는 우리나라처럼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지만, 감염병 위기에는 감염병통제법에 따라 20개 부처를 움직일 수 있도록 질병관리본부장이 총리급으로 승격된다. 전문가에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권한을 주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을 두고 논쟁을 한 우리나라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다.
첸 박사가 언급한 정치적 중립성의 의미는 당파성으로부터 자유로움이라기보다는 보건정책의 우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강조일 것이다. 보건정책은 어느 시기에나 정치적 당파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최소한 방역 정책에 감염병 역학(epidemiology)이라는 과학의 일관된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방역 정책상 가장 원칙적이고 이상적인 접근은 존재하고, 이것과 경제·외교정책과의 합리적인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문가들이 방역의 문제를 처음부터 ‘방역만 고려할 수는 없다’로 접근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는데, 방역전문가들은 방역의 입장에 우선해서 원칙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경제, 외교통상 정책과 조율을 할 때 방역전문가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대만은 그렇게 했고 우리나라는 하지 않은 것이 두 나라의 방역뿐 아니라 경제 성과의 차이로 드러난 것이 아닌지 평가가 필요하다.
한국과 대만의 비교는 비단 두 국가의 비교로 끝나지 않는다. 전염병 통제 전략을 위해 다른 국가들도 대만의 모델을 좀 더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대만은 ‘봉쇄정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비현실적이고, IHR에 근거한 모델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한국 모델이 더 많이 소개되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감염병 초기 국면을 지나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게 되자 다른 많은 국가도 대만과 같은 수준으로 국경을 통제했다. 대만과 다른 국가들의 국경 통제에 있어 결정적인 차이는 얼마나 빨리 시작하는가였다. 또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WHO와 대만의 갈등으로도 비화하는데, 이러한 정치적 관계 때문에 대만의 방역 사례를 더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협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감염병 확산 시기 국제협력을, 서로 문을 활짝 열어놓는 것이라고 이해해선 곤란하다. 그보다는 필요하면 국경을 통제하더라도 서로 경제적 불이익을 주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국제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