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공약으로 청년 세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정의당 청년 정책 비판
정의당 대선 경선이 시작됐다. 김윤기, 심상정, 이정미, 황순식 4명의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다. 정의당은 전통적으로 청년 공약을 강조했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이 ‘청년사회상속제’였으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청년공약이 두드러졌다. 2020년 총선에서도 1호 공약으로 청년기초자산제가 제시되었으며, 정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류호정, 장혜영 의원은 모두 2030세대로 국회 내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아직까지 청년 공약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의당 대선 후보의 득표율이 결정적으로 청년층 지지율에 달려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청년 정책이 다시 전면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글에서는 2020년에 출간된 정의정책연구소 김병권 소장의 저서 『사회적 상속–세습사회를 뛰어넘는 더 공정한 계획』(이하 『사회적 상속』)과 지난 선거에서의 정의당 청년공약을 바탕으로 정의당의 청년정책을 살펴본다.
1. 청년기초자산제의 문제점
1) 세습사회를 해체하겠다는 ‘사회적 상속’
『사회적 상속』은 현재의 한국 사회가 능력주의가 붕괴한 세습사회라고 진단한다. 586세대인 부모세대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의 차별, 대기업·중소기업의 차별이라는 불평등이 있다면,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불평등이 2030인 자녀세대로까지 확대, 재생산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상속』에 따르면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핵심 경로는 교육제도다. 자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경제적 지위, 사회적 자본, 문화자본의 혜택을 받게 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직접적으로 학력과 직업을 물려줄 수는 없더라도 간접적으로 그에 준하는 능력을 물려줄 수 있다. 불평등과 불평등의 세습은 사회 전체의 비효율을 야기한다. 잠재력 있는 아이들도, 부모를 잘못 만나면 그 잠재력을 개발하거나 충분히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세대인 586이 평등한 조건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렸다면, 자녀 세대들은 불평등한 조건에서 경제성장까지 둔화한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 교육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조건이 바뀌지 않으면 교육개혁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습적 특권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를 둘러싼 맥락을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 가장 먼저 청년들이 동일한 출발선에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청년기초자산제를 도입한다. 다음으로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한 후의 소득격차를 완화해야 하는데, 최저임금에 상응하는 최고임금 제한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조건이 바뀌면, 교육개혁도 점진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한국의 엘리트 정치가 한국사회의 심연에 있는 불평등과 불평등의 세습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적 상속』은 정치 대개혁을 위해 2030 청년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끝을 맺는다.
2) 청년기초자산제는 불평등의 대안이 될 수 있나
정의당은 2020년 21대 총선 1호 공약으로 청년기초자산제를 제시했다. 만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3천만 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양육시설퇴소아동, 소년소녀가장에게는 2천만 원이 추가로 제공되며, 일정 금액 이상을 부모로부터 상속·증여받는 청년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청년들은 이 자금을 ① 학자금, ② 취업준비금, ③ 주거비용, ④ 창업비용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재원은 원칙적으로 상속증여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통해 마련하며, 장기적으로는 청년수당, 창업 지원, 장학금 지원, 학자금 대출, 청년두배통장 등의 기존 청년 지원 사업을 폐지하여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정의당은 청년기초자산제가 부모세대 상위 20%의 자산 증식 속도를 낮추는 동시에 자녀세대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정의당은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할 비전과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시기’라며 불평등 해소 5대 전략을 내놓으면서도 이러한 불평등이 왜 발생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사회적 상속』도 상위 20%와 하위 80%를 구별하지만, 그 기준이 무엇인지 제시하지 않는다. 그런데 경제적 불평등은 단 하나의 원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변화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살펴보면, 한국사회를 상위 20%와 하위 80%의 구분은 자산에서의 불평등보다는 소득에서의 불평등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자산소유의 불평등만을 놓고 본다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불평등이 심하지 않은 국가에 속하기 때문이다. 추이로 봐도 2006년 이후로는 자산 집중도가 하락하는 중이다. 그래서 상속·증여세와 종합부동산세 부과는 만능열쇠가 될 수 없고,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청년기초자산제로 현재 존재하는 불평등 그 자체를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세습되는 불평등을 타파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것도 어려워 보인다. 『사회적 상속』이 주장하는 대로, 부모세대에서의 불평등이 청년세대로 지속되는 이유가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부모가 청년에게 능력을 대물림하기 때문이라면, 청년기초자산제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년에게 기초적으로 제공되는 자산만으로는 만 20세에 진입한 청년에게 높은 수준의 학력을 제공한다거나 추가적인 능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정의당은 만 20세의 청년들이 기초자산을 학업을 계속하거나 취업을 준비하거나 창업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학업을 계속하는 데에 자산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분야가 앞으로 유망한지, 사회적으로 부족하고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인지,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공부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관련 경험을 해 볼 수 있는지 등은 여전히 부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창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즉, 기초자산의 활용도 결국 청년이 타고난 사회적 환경의 영향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금성 지원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한다. 조세재정연구원의 김문정·이수형 연구원은 청년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교육수준을 통제한 상태에서 22세 청년의 가구소득과 부모의 교육수준이 그 청년이 27세가 되었을 때 취업 성과, 즉 취업 여부, 취직까지 소요된 기간, 시간당임금, 월임금, 주관적 건강상태, 주관적 스트레스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구소득은 청년의 취업 성과에 유의미한 결과를 미치지 않은 반면, 부모의 교육수준은 청년의 취업 성과에 상대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로 보면, 정의당의 청년기초자산제가 교육과 취업을 매개로 한 소득불평등의 세습을 개선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청년기초자산제는 현존하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에도, 불평등의 세습을 완화하는 데에도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 백보 양보해서 상속·증여세와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불평등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해도, 그렇게 모은 재원을 20세 청년들에게 3천만 원씩 나누어주는 것보다는 교육제도를 개선하거나 소득재분배정책을 강화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의당은 2017년 대선에서도,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2020년 총선에서도 이 정책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에는 불평등 해소 외에 다른 목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년’을 앞세운 지원정책을 통해 청년의 표심을 얻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전략은 성공적이었을까?
2. 정의당과 민주당의 청년 정책 비교
아래의 표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이 제시한 청년 공약과 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가 2021년 8월 5일 발표한 1차 청년공약을 비교한 것이다. (정의당의 청년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 기본계획 발표 이전에 제시된 것인데, 일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도 반영되었다.) 언뜻 보기에는 두 정당의 공약이 조금씩 달라 보일 수 있겠지만, 조금만 살펴본다면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 청년실업 대책
2020년 총선에서의 정의당 정책공약이나 『사회적 상속』은 청년실업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의 1차 청년공약 역시 ‘청년이 가장 취약한 세대’라고 주장할 뿐,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청년들은 하나같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취업’을 꼽는다. 취업은 청년들의 다른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취업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학업이나 취업 준비에 투자해야 하고, 소득이 있는 일과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적 문제에 부딪히기 쉽다. 큰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 주거가 불안정해지고, 문화생활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에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간주하고, 청년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역대 정부에서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지만, 청년실업률이 계속해서 상승해 왔던 것을 고려한다면, 청년실업의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항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2003년에는 청년실업대책에 사용된 예산이 3612억 원이었는데, 2016년에는 재정지원 청년일자리사업 예산이 무려 2조 3192억 원까지 증가했다. 그런데도 청년실업률이 계속해서 상승한 것을 볼 때, 역대 정부의 대책에 실질적인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까지는 아니어도 완화를 위한 대책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한국의 청년 고용률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낮은 편이라는 점만 봐도, 뭔가 제도적으로 해결할 부분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로 한국과 비교할 때, 일본은 훨씬 더 빨리 저성장 상태에 돌입했고, 인구의 고령화율도 훨씬 가파르지만, 청년실업률은 한국보다 낮다. 한국과 일본의 전체 실업률은 비슷한데도 코로나19 직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청년실업률은 하락하는 추세였다. 반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였다. 한국과 일본의 청년실업률에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으로 노동시장 구조의 차이가 지목된다. 일본은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의 80% 수준으로 유지되는 반면, 한국은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더 낮고,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하는 것을 역전시키거나 적어도 더 악화하지 않게끔 함으로써 청년실업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측면에서는 한국에서 청년실업과 관련하여 교육제도의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청년의 대다수가 대학교육을 이수하는 상황에 비해, 대학이 취업에 필요한 지식 또는 기술을 충분히 교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대학에서 받는 정규교육만으로 취업에 필요한 능력이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언어능력이나 입사시험 준비를 위해 또 다른 비공식교육에 참여한다. 또한 기업 역시 대학 학위만으로 청년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다고 보지 않고, 별도의 입사시험을 본다. 불필요한 대학 교육을 줄이고, 고졸자도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이후의 노력에 따라 더 좋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현금이나 자산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중등, 고등 교육 기관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개혁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혁파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구조개혁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에, 기존의 청년대상 지원 정책도 유지될 필요가 있기는 하다. 다만, 1)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여 한계적 중소기업을 연명시키는 방식의 청년일자리 재정지원은 축소해야 하고, 청년의 이후 경력에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는 기업으로의 연결도 줄여야 하며, 2) 청년 집단이 이질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차별화된 노동시장 정책을 적용해야 하고, 3)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환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정의당과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청년고용 대책을 보완하고 발전시키기보다는, 없던 복지를 대폭 강화하는 정책만 나열하고 있다. 실질적인 문제해결보다는 표심을 고려한 선심성 공약에 관심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2) 현금지원 정책
청년고용대책 대신에 정의당과 이재명 후보가 내세우는 대표 공약은 각각 청년기초자산제와 청년기본소득이다. 정의당의 입장에서는 청년기초자산제와 청년기본소득의 차이를 드러내고 싶겠지만, 이 두 정책은 오히려 공통점이 더 많다.
첫째, 청년기초자산제와 청년기본소득은 정책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이 두 정책은 현재의 소득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현재 상태에서의 소득 불평등 정도를 줄이기 위한 소득재분배 정책이 되기 어렵다. 빈곤선 아래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빈곤 정책으로 보기도 어렵다. 더욱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투입이 늘거나, 노동투입이 늘거나, 생산성이 향상되어야 하는데, 청년기초자산제와 청년기본소득은 이중 그 어느 것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제성장 정책도 될 수 없다.
둘의 정책은 OECD의 분류에 따른 노동시장정책, 즉 직접일자리 창출, 직업능력개발, 고용서비스, 고용장려금, 창업지원이라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나 실업급여라는 소극적 노동시장정책 중 어느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특별한 목적 없이 지급되는 현금성 지원금은 청년을 일자리로 연결시켜주는 노동시장정책과 달리 실업 해소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 두 정당은 이런 현금성 지원이 기존의 어떤 사회정책에도 포함되지 않는, ‘세습되는 불평등의 해소’를 위한 새로운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세습되는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교육제도의 개선이나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완화, 노동시장정책의 개선이 보다 효과적이다.
요컨대 청년기초자산제와 청년기본소득은 이전의 어떤 정책의 범위에도 포괄되지 않는, 표심만을 노린 족보 없는 현금지원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둘째,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현금지원 정책이지만,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이재명 예비후보는 기본소득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에 “2023년 기본소득에 20조 원 안팎이 들 것으로 보인다. 국가재정규모가 내후년이면 620~630조 정도로 늘 것이고 기존 재원과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첫해 20조원을 마련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고 국가부채비율 증가 속도가 빨라 우려가 큰 가운데, 국가재정 규모가 내후년이면 620~630조 정도로 느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더욱이 우선순위를 어떻게 조정할지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정의당 역시, 2017년에는 1인당 1천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했던 청년기초자산이 왜 3천만 원으로 올랐는지, 이미 걷어 사용 중인 상속·증여세와 종합소득세를 청년기초자산 지급에 사용한다면 원래 이를 사용하던 예산 지출은 어떻게 할지 대책이 없다.
정의당과 이재명 후보가 제시하는 현금지원 내지는 국가재정 투입 정책이 청년기초자산이나 청년기본소득 밖에 없는 것도 아니다. 정의당은 연 13조의 재정이 투입된다고 예상하는 청년기초자산제에 더하여 그의 약 5배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 일자리보장제도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전문대부터 무상교육, 청년 우선 주거공약 등까지 고려한다면 연 100조원 이상의 추가 재정지출이 필요해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청년기본소득 뿐만 아니라 전국민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대표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재정지출 사업의 재원마련 방안을 총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면 두 후보는 ‘대책 없는 퍼주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비현실적이고 효과도 불분명한 현금성 지원책은 사실 청년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청년들은 “청년배당이나 청년기본소득에 대해서 얘기하는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인지도는 높으나 효과성에 대해서 말하는 건 본 적이 없었어요. (중략) 청년 배당 자체가 기초수준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1회성에 그치고 있고 액수도 되게 적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저희가 얘기해야 할 논점은 이 청년수당이 올바른가 아닌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기존의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라고 하는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하여 비판적이다. 전경숙은 청년들이 한시적인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청년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의 측면을 고려하거나, 소득 및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2020년 4.15 총선 직전에 정의당의 청년기초자산제에 대한 청년들의 평가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20~29세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5%가 ‘전혀 실현가능하지 않다’, 33%가 ‘실현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78%가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8%만이 ‘실현 가능하다’고 답했고 매우 실현 가능하다고 답한 사람은 없었다. 청년들은 오히려 ‘물질적 지원만이 공평한 기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현실적인 실업 대책을 촉구했다. 선심성 지원책을 제시한다고 청년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3) 청년 우대정책
나아가 정의당과 이재명 후보는 이전 정부에서부터 이어진 청년우대정책을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답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정책의 모든 영역에서 청년을 특수한 집단으로 보고 우대정책을 취해왔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무주택자의 박탈감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자, 자가 소유를 지원하는 정책에서 청년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문화, 복지, 참여, 권리 정책이 있어 청년에게 우선권을 줬다.
그런데 국가정책이 보편적이기보다 특수한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국민을 특징에 따라 나누어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우선, 청년이기 때문에 겪는 주거에서의 구조적 문제는 명확하지 않다.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다는 주장도 있지만, 객관적 사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2020년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가구(가구주 만19~34세)의 주거비 부담은 PIR(자가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 5.5배, RIR(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 16.8%로 전체 평균인 PIR 5.5배, RIR 16.1%와 크게 차이가 없으며, 자가든 임대든 주거수준은 향상되고 있다.
다음으로 청년이 특별히 빈곤한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른 OECD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 청년의 빈곤율(가구원의 수에 따라 조정한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비율)은 중장년에 비해 낮은 편이다. 임금뿐만 아니라, 자산, 주거, 고용, 사회문화적 자본과 사회보장을 모두 고려한다면 청년(19~34세)빈곤율이 약간 상승하는데, 35~64세 빈곤율과 비슷하다. 부모에게 독립한 청년빈곤율은 23%로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빈곤율(8%)보다 높은 편이지만, 전체 청년에서 그렇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약 16%). 부모로부터 독립한, 청년 중 일부 집단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청년에게 특별한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법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여지도 충분하다.
청년실태에 대한 객관적 지표는 청년을 취약계층으로 분류하고 특수한 청년 주거정책이나 청년 빈곤정책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고정희는 다른 가구에 비해 1인 가구가 주택을 보유하는 일은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매우 어려우며, 청년 니트족뿐만 아니라 중년 니트족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1인 가구의 주거문제는 어떠한 특정 세대에 국한되어 공급되고 지원될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주택공급은 청년이 아니라 오래 기다린 40~50대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결국 이런 청년우대정책 역시 청년의 표심을 고려한 선심성 지원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2010년대 이후 선거철마다 청년층의 이탈 현상이 이슈가 되었다. 따라서 민주당은 20대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정치공학적인 판단에 따라 특수한 집단에게 우선권을 부여했다. 정의당은 이런 청년들의 분노에 편승해, 청년에게 더 많은 복지지원을 약속하며 반사이익을 얻으려 했다.
이상을 종합하여 볼 때, 정의당과 민주당은 청년을 앞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 청년일자리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또한 20대 총선의 대표 공약인 청년기초자산제와 (청년)기본소득은 현금성 지원책이라는 점에서 맥락이 같다. 나아가 정의당과 민주당은 모두 청년의 표를 고려하여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청년우대정책을 공약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은 유권자들에게 왜 민주당이 아니라 정의당을 찍어야 하는가를 설득하기 어렵다. 더더군다나 청년들마저도 정의당에 특별한 지지를 보이지도 않는다.
3. 나아가며: 정의당, 과연 민주당과 다른 길로 나아갈 수 있나
정의당은 최근 청년보다 다른 집단에 주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상정 후보는 신노동3권, 이정미 후보는 돌봄 노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 해소 대책 없는 청년복지공약이 청년과 시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던 것처럼, 한국 사회 개혁방안에 대한 근본적이고 진지한 모색 없이 선심성 공약만을 제시한다면 정의당은 노동자의 지지를 얻는 데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의당은 선심성 선거공약에 의존해 표를 얻으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청년, 혹은 그 외의 취약계층에 대한 대대적인 (현금성) 복지제공으로는, 민주당과의 차별화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정의당의 선심성 공약을 모방하면 모방할수록 더욱 그렇다. 그리고 민주당이 정의당의 정책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불리한 것은 현재 지지도가 낮은 정의당일 수밖에 없다.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진짜 문제에 맞서지 않는다면, 정의당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