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30일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김영훈 위원장은 ‘진보진영 단결의 구심체로서 상설연대체 건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역주행과 탄압에 맞서 진보민중진영의 광범위한 단결”이 새로운 상설연대체 건설의 취지라고 했다. 우리 모두 이 점에 적극 공감했다. 이에 지난 1년 간 민주노총과 함께 상설연대체의 성격과 목표, 과제 등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1년간 논의해 온 새로운 상설연대체 건설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이번 대의원대회 안건과 보고사항 어디에도 논의한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논의 과정에서 여러 단체들 사이에 첨예한 논쟁과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상설연대체가 진정한 의미의 민중연대체가 되려면 전국연합, 전국민중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그간의 민중연대운동에 나타난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 물론 수많은 논쟁점들을 모두 토론해 해결한 후 상설연대체를 건설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노동자민중들은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민중연대투쟁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동전선, 노사과연, 다함께, 사회진보연대, 사노위, 사회당, 전국노동자회, 전빈련, 진보신당, 전국학생행진 등 10개 단체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쟁점들은 뒤로 미루고, 합의할 수 있는 기본적인 투쟁과제들을 중심으로 먼저 상설연대체 준비위를 구성해 힘차게 투쟁하자는 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와 한국진보연대 소속 단체들은 ‘6.15, 10.4 선언이행’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상설연대체를 함께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상설연대체 준비위 구성을 제안한 10개 단체는 지난 10여 년간 ‘6.15,10.4 선언이행’이 ‘노동자민중을 탄압하는 신자유주의 정권(민주당)’과 연합의 근거가 되어 왔기 때문에 상설연대체 준비위 투쟁과제로 넣는 것을 유보하자는 입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와 한국진보연대 소속 단체들은 동의하지 않았고, 논의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결국 10개 단체들은 합의안을 신속하게 만들고, 민중진영의 단결을 위해 ‘6.15,10.4 선언이행’을 상설연대체 준비위 투쟁과제로 포함하되, 다음과 같은 연대연합 원칙을 분명히 하는 안을 제출했다.
“상설연대체는 민주당 및 신자유주의 세력과 연대연합하지 않는다. 불가피한 경우, 노동자 민중의 중심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휴할 수 있으며 이 때에도 민주당 및 신자유주의 세력 비판을 삼가지 않는다.”
상설연대체가 민주당과의 연대 문제로 휘둘리지 않고 민중운동의 중심성과 단결을 우선하자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다. 이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불가피하고 예외적인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제휴를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와 한국진보연대 소속 단체들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민주당과 실질적 연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수식어가 붙더라도 ‘민주당과 연대연합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넣을 수 없다”면서 이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나아가 ‘MB-한나라당 심판 제정당시민사회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와 같은 민주당과의 연대기구에 상설연대체가 민중운동의 대표기구로 참석하는 것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다. 결국 상설연대체를 민주당과의 연대, 연합을 위해 민중운동을 동원하고 조직하는 경로로 사고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같은 날 민주당은 ‘연석회의’를 상설적인 ‘반MB 국민연합’으로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연석회의’에는 진보정당,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이 참가하고 있다.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노동자민중 단체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권 이후 운동진영 일각에서 민주당과의 연대를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동운동, 민중운동의 힘이 약하고 어려운 현실,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든 물리쳐야 한다는 명분이 민주당과의 연대를 합리화하는 주된 근거다.
그렇다면 민주당과의 연대는 노동자민중에게 실리를 안겨주고 있는가?
급박한 투쟁의 현장에 절박한 심정으로 민주당을 부르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섭을 구실로 노동자투쟁 대오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KEC 노동자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주당의 중재로 점거파업을 풀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요구조차 관철되지 않고 힘겹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지 않은가?
다시 한 번 말하건데 상설연대체는 민주당과의 연대가 아니라 민중진영의 단결을 우선해야 한다
현 시기 상설연대체의 역할은 분명하다. 아직 가시지 않은 세계 경제위기, 격화되는 한반도위기 하에서 날로 심각해지는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위협, 확산되는 비정규직, 빈곤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중운동 단위들을 엄호하기 위한 투쟁의 전선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것이다. 향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반MB, 반한나라당 연합’이라는 기조로 민주당과의 공조와 연대를 강화하려는 흐름이 거세질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새롭게 건설하려는 상설연대체가 민중운동 진영의 단결과 투쟁을 책임지고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과 상설적 연대를 고려해 투쟁의 요구와 수위를 조절하며 단결과 투쟁을 가로막는 구실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2011. 1. 27.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다함께,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새날을여는정치연대, 이윤보다인간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전국노동자회, 전국빈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진보신당,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