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을 더 받아내려 하고 있다. 건물에 한해서 보조금을 받는다는 2001년 대의원대회 결정 방침을 넘어 이제는 사업비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작년 지자체 선거 요구로 ‘비정규 중소영세 노동자를 위한 지원센터 설립’ 등을 내걸었는데, 이번에 당선된 일부 지자체에서 이제 미조직비정규사업을 위한 재정을 타내겠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국고보조금을 받겠다는 2001년 10월 22차 대의원대회의 결정은 많은 논란 끝에 결정된 것이었다. 민주노총이 정부로부터 돈을 받으면 한국노총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는 대중적인 의문이 일었고, 조합원들로부터는 자조 섞인 한탄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민주노조 운동 진영은 자신의 의무금으로 조직 유지도 하지 못해 정부로부터 막대한 재정지원을 받아온 한국노총을 비판해 왔었다. 당시 민주노총의 재정 자립은 그 자체가 자주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노조 운동의 자부심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일부 간부와 대의원들은 당시의 집행부를 "총연맹 상근비도 제 때 못주는 무능한 집행부"로 힐난하면서, "우리가 낸 세금인데 우리가 좀 쓰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비판으로 정부보조금 수령을 밀어붙였다.
그런데 이제 이 민주노조운동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허물고, 민주노총 사업 중의 핵심사업인 미조직비정규사업에 정부보조금을 타 내 쓰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에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민주노총 핵심 사업을 정부나 지자체 재정으로 할 수는 없다. 핵심 사업일수록 그 사업비는 민주노총 조합비로 충당해야 한다.
둘째, 비정규 미조직 사업이 정부와 자본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대규모로 벌어질 경우 해당 자본가가 정부나 지자체에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나 지자체 재정을 지원받아 진행하는 미조직 비정규 사업은 자본가와 정부 및 지자체의 간섭으로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 사업 방향은 민주적 자주적 노조운동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셋째, 정부 지자체 보조금으로 이어가는 사업이 관성화될 경우 정부 지자체의 정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노조 운동 내부의 운동역량이 소실될 것이다.
넷째, 대의원대회 원안은 "공공성과 사회성에 비추어 보더라도 국가재정을 활용하여 진행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미조직 비정규사업비에 한한다고 하나 그 범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확대되지 말란 법이 없어 보인다. 당장 2001년 대대 결정의 범위를 지금도 허물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정부나 지자체 재정 의존도를 높여간다면 이제 더 이상 자주성을 얘기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지자체 재정을 통한 사업은 관료적인 조합간부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 사업성과 보다는 정부 및 지자체의 프로젝트 따내기에만 몰두하는 한국노총 노조간부가 민주노총 조합 간부들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정부보조금을 더 받아 미조직비정규사업을 진행하려는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부디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운동의 정신이 지켜지길 기대한다.
2011.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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