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 테러만을 키우는 테러와의 전쟁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지난 5월 1일 밤(미국 시각)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파키스탄 아보타바드라는 소도시의 은신처에 미군 특수부대 25명이 침투하여 40여 분 간 교전을 벌인 끝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밤 늦은 시각에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조기를 들고 백악관 앞에 모여 "USA"를 연호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2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빈 라덴의 죽음으로 세상이 더 안전하고 더 나은 곳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자국민들에게 여행 경보를 발동하고, 외국 주재 공관에 대한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알카에다는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을 인정하며 즉각적인 보복 공격을 공언했다. 탈레반은 파키스탄과 미국에 대한 공격을 선언했다. 아랍권 인터넷 사이트에는 지하드(성전)를 외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2일 오전에는 한국의 삼성 본사와 아랍권 대사관에서 폭탄 수색 소동이 일기도 했다. 오바마가 말한 "더 나은 세상"은 세계는 고사하고 중동 지역의 평화와도 거리가 먼, 세계 모두가 새로운 테러 위협에 떨어야 하는 세상일 뿐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은 결코 테러 위험의 감소나 중동 지역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없다. 이슬람의 분노와 테러의 사슬을 만들어 내는 근본적인 원인이 결코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9/11 테러가 있은지 한달도 채 안 되어 시작된 미국의 '항구적 자유 작전', 즉 테러와의 전쟁은 10년 간 지속되었지만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오히려 '항구적 테러 위협'만을 만들었을 뿐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 결코 '이슬람에 대한 전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매장을 하면 테러리스트의 성지가 될 것을 우려해 빈 라덴의 시신마저 바다에 '버린' 미군의 행태는 이슬람의 분노와 증오를 한층 더 키우고 있다. 미군과 NATO군의 전쟁범죄와 민간인 학살은 이미 만성화되었고, 지난 3월에는 미국의 꼭두각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조차 미군의 사과를 거절해야 할 정도로 대중의 분노가 고조되었다. '민간인 보호'를 들먹이며 리비아를 침략하지만 다른 독재정권의 학살에는 침묵하는 서방 세계의 이중 잣대는 이슬람뿐 아니라 세계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분노와 증오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테러 위협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미국이 처음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이유가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침략 전쟁이 수많은 민간인의 학살을 낳았다는 사실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은 미국이 선전하는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또다른 증오의 씨앗일 뿐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침략의 명분은 사라졌다. 이제 미국과 동맹국들은 침략이 낳은 처참한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증오와 테러만을 키우는 더러운 전쟁은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2011년 5월 2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