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미군 당국이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캠프 캐럴 기지에 유독물질이 묻힌 사실을 공식 시인했다. 이에 앞서 미 퇴역 군인들로부터 맹독성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가 대량으로 매립된 사실이 있다는 증언이 보도되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10여종의 암과 신경장애, 당뇨, 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하는 맹독성 고엽제로 6,70년대 베트남 전 당시 대량살포되어 주민들과 참전군인들에게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남긴 사용금지 화학물질이다.
마지못해 조사에 착수한 미8군사령관은 무기명의 화학물질과 살충제, 제초제, 솔벤트 용액이 담긴 많은 양의 드럼통을 매몰했다는 1992년 미 육군 공병단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또한 2004년 캠프 캐럴에 대한 토양 조사에서 13곳을 시추했고 그중 1개 시추공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바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미군은 다이옥신은 인체에 무해한정도의 미량이 검출되었을 뿐이며, 조사기록에 고엽제와 관련한 언급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미군은 1급 발암물질의 매몰기록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반출 장소와 처리 방법, 폐기물 총량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이들 화학물질이 주변 개천에 유입 되었다면 낙동강과 영남권 지역이 환경적 악영향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로 지하수를 먹는 인근 주민들이 건강악화를 호소를 하고 있는데 이와 유독물질 불법매립과의 연관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유례없이 빠르게 한미 공동조사단이 꾸려진 것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증명한다. 공개시 예상되는 비난여론과 상당한 피해 규모에 대한 책임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미군은 시추공을 뚫어 조사를 해놓고도 쉬쉬하는 분위기다.
반환될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에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이지만, SOFA의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 나오는 ‘KISE개념’ 즉, ‘밝혀지고, 급박한, 실질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환경오염만 미군이 정화하겠다는 부분을 핑계로 삼아 발뺌하고 있다. 아직 피해양상이 다 드러나지도 않은, 그 규모가 추정불가하고 또한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위협 앞에서 주한미군은 또 다시 아주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책임을 회피하며 환경파괴 뺑소니를 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우선 독극물 매립범죄를 인정하고 이미 밝혀진 피해지역의 환경정화와 주민 치유에 책임을 져야하며 오랜 시간 이같은 사실을 자행/은폐해온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한다. 또한 전국의 모든 미군기지내 불법매립 여부를 확인하고 환경조사에 착수해야하며 이러한 조사내역을 감추지 말고 공개해야한다. 유명한 2000년 7월 한강 포르말린 방류 사건을 비롯해 이미 밝혀진 미군기지 환경오염사고만 98년부터 20건에 이르며 주둔 미군의 환경범죄는 앞으로도 전국에 있는 수십개 반환 미군기지에서 속속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군이 주둔하는 한 각종 관련 범죄와 사고로 인한 민간인 피해, 환경적 악영향은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민중들의 삶과 안전,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 기지로서 주한 미군의 역할을 전면 보장하고 있는 지금의 SOFA를 그냥 두고 미군의 재발방지를 운운하는 것은 전혀 무용하다. 주한미군의 존재한다는 것은 한반도가 항시적인 전쟁위협에 놓여있다는 것 그 자체이다. 주한미군의 철수, 한미동맹 폐기가 평화를 염원하는 민중들의 일관된 요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캠프캐럴 기지에 맹독성 고엽제를 매립한 주한미군을 강력히 규탄하며 한국정부와 주한미군이 즉각 사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_ 2011. 5. 24.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