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제도 시행 3년, 이름빼고 모조리 바꾸어야 한다!


오는 7월 1일은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수급자 수와 충분한 장기요양기관 수, 늘어난 종사노동자 수, 수급자의 만족도를 열거하며 노인장기요양제도 안착화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할 것이다. 노동, 시민, 사회운동 진영은 노인장기요양제도의 양적팽창에 동의한다. 그러나 동시에 노인장기요양제도는 3년 사이에 썩을 대로 썩었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제도가 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노인장기요양제도 현주소는 어떠한가? 보험재정은 장기요양을 위한 복지재원이 아니라 ‘눈먼 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정작 재정이 투입되어야 할 이용자와 종사노동자에게는 방치와 착취만이 강요되고 있다.
장기요양기관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만큼 수입이 늘어나지만, 기관들이 과잉양산되어 있어 이용자 확보가 녹록치 않다. 더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대납해주는 것은 기본이요, 이용자에게 하지도 않은 서비스를 한 것처럼 조작하여 ‘눈먼 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있다. 가족요양은 노인만 있으면, 잘만 속이면 50만원 이상 매달 받는다는 홍보 속에 방문요양 중 49%로 급속히 증가하였다. 물론 가족요양 하에 노인이 모두 방치되고 있다고 단정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비동거가족의 서비스 제공시간이 자정이나 새벽인 점을 볼 때, 제대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요양보호사는 어떠한가? 이용자의 요구, 이용자 가족의 요구라는 미명하에 집안 일, 노인에 대한 돌봄, 심지어 불법적인 농사일까지 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정당한 노동의 권리를 빼앗겨 저임금, 산재에 신음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직의 경우, 과도한 업무량에 허위실적을 강요받고 있어 제도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두눈으로 지켜보며 자괴감에 빠져있다.

누구를 위한 노인장기요양제도이며, 왜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이렇게까지 썩었는가?
애초부터 제도는 잘못 설계되었다. 누구나 쉽게 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하고, 사업량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원인이다. 제도의 토대를 형성하고, 민간요양기관을 견인해야 할 공공요양기관이 단 1.5%밖에 되지 않은 결과이다. 그러나 정부는 시행초기에는 ‘아직 정착되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했고, 지금은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때문에’라며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제도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정부 추진단에 있던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노인장기요양제도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노인장기요양제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현 제도의 문제가 가족요양에 대한 규제, 요양보호사 시험제, 자동청구시스템으로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요양직 인력충원, 2인 1조 인정조사 법제화, 장기요양기관 개설 시 지정제 도입, 공공요양기관 50% 확충, 수익의 외부화 금지, 요양보호사 노동권 보장, 인력배치기준 강화, 실효성 있는 지정 취소권 등 이름만 빼고 모조리 바뀌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제도 대개혁의 출발은 정부가 노인장기요양제도에 대하여 책임있는 자세를 가지고 제도 방향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제도의 도입 취지는 가족과 여성에게 전가되던 노인돌봄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제도 시행 3년, 국가가 노인들을 시장의 상품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