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CD 천안사업장에서 일했던 젊은 여성노동자 윤슬기 님이 6월 2일 세상을 떠났다.
故 윤슬기님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99년 6월, 삼성전자에 입사했고 화학물질을 바른 엘시디(LCD) 패널(PANEL)을 자르는 업무를 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한지 겨우 5~6개월만에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을 진단받고 13년간 수혈에 의지에 살아오다 결국 2012년 6월 2일 장출혈과 패출혈이라는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숨을 거두었다.
삼성이 죽인 56명째의 죽음이다!
또한 올 해 들어 벌써 4명의 젊은 여성노동자가 삼성에서 일하다 병을 얻어 세상을 등졌다.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한단 말인가?
이 끔찍한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정부는 당장 관련 노동자들의 질병을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
삼성은 기업의 영업기밀을 주장하며 화학물질 리스트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제제기한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은폐되고 무시당했다. 하지만 오랜 싸움 끝에 그 동안 일방적인 삼성 편들기로 일관해 온 근로복지공단과 정부 또한 올 해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린 김지숙씨의 산재신청을 승인한 바 있다. 반도체 생산과정과 매우 흡사한 엘시디 생산과정에서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중증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린 고 윤슬기님의 경우도 산재보험청구를 인정해야 한다.
삼성은 유족들 앞에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과거 작업환경과 질병 피해자들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삼성은 영업기밀이라는 핑계로 화학물질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작업환경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감춘 채 '작업환경은 완벽했다', '직업병은 없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해왔다. 고인의 사망으로 삼성 직업병 제보자들 중 56번째 죽음을 맞은 것이다. 삼성은 더 이상의 무책임과 기만을 중단하고 고인과 유족에게 최소한의 조의와 사과를 표하라. 또한 고인과 같이 중한 질환에 걸려 퇴사한 노동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삼성은 투명하게 밝혀라.
이제 정부는 고인과 같은 죽음이 재발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반올림과 민주노총을 비롯하여 노동시민사회 운동단체들은 정부의 철저한 진상조사, 대기업이나 반도체 업종 뿐 아니라 전체 전자산업의 직영과 하청업체를 아우르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몇 년동안 몇 개 반도체 회사들에게 '자율관리'에 내맡겨 왔을 뿐이다.
반도체 전자산업노동자들이 삼성에서만 56명이 죽고, 하이닉스, 매그나칩 반도체 및 하청 전자업체의 노동자 죽음까지 포함하면 최소 63명의 죽음이 확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사업장에서 벤젠 등 발암물질 발생이 확인된 만큼 발암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물질로의 대체, 노동자 건강보호대책 마련 등의 시정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만 하였을 뿐, 그 뒤 어떠한 시정조치 명령을 반도체 사업주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점검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형식적인 계획발표를 원하는 게 아니다. 시급히 반도체와 엘시디 생산공장 노동자들의 직업병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고 윤슬기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기업과 정부의 은폐로 발생한 억울한 죽음의 진실이 드러나도록 함께 투쟁하자.
2012년 6월 7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