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보험의 유인·알선 허용,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 영리병원 허용 반대한다!
지난 9월 5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성장동력 성과평가 보고대회에서 의료·교육·관광 등을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고부가 서비스 분야 발전방향 및 향후과제>(이하 고부가 서비스 발전 방안)이 발표되었다. 이중 의료 분야의 주요 내용은 그동안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쳐 진행시키지 못한 의료민영화 관련 법률 제·개정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정부의 재추진 계획은 광범위하다. 먼저 보험업자의 해외환자 유치활동 허용과 유치업자의 숙박알선 및 항공권 구매 대행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11월 중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다. 또한 의료계의 반발로 좌초된 건강관리서비스 법제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법 개정을 하반기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송도 국제병원 설립을 추진할 의지를 다시 한 번 표명했다.
민간보험의 환자 유인 알선 허용은 국민건강보험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민간보험 활성화 계획이 구체화 되고 있다. 이미 전 국민의 60% 이상이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고, 그 중 실손형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절반에 달하지만 민간의료보험의 이윤추구를 위한 계획은 끝나지 않았다. 민간의료보험이 목표하는 다음 단계는 병원과 직접 연계하고, 병원의 진료 행위를 심사하는 등 병원을 통제하는 권한을 가져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식 민간의료보험처럼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지난 8월 30일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과 이번 <고부가 서비스 발전방안>은 민간보험자본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은 민간보험이 청구된 의료비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활용해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고부가 서비스 발전방안>은 의료법 개정을 통해 민간의료보험 회사의 환자 유치 활동을 허용하려고 한다. 환자 유치 활동이 가능해지면 민간의료보험 회사와 병원이 서로 계약을 맺고, 보험 회사는 환자에게 병원을 알선해주면서 병원의 진료비를 협상할 권한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미국의 사례처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의학적 판단에 근거하는 게 아니라 민간의료보험 회사의 방침에 복종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비록 이번 개정안에는 ‘해외’ 환자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송도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법 개정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해외’라는 단어 하나만 없애는 등의 편법으로 결국 전 국민에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되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확대된 민간의료보험은 결국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과 경쟁하게 될 것이며 곧 국민건강보험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건강생활서비스 법제화와 원격의료 허용은 예방·건강증진마저 재벌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려는 계획이다
건강생활서비스법은 지난 2010년 시도되었으나 시민사회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건강관리서비스법을 이름만 바꿔서 다시 추진하는 법안이다.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상담 및 교육, 영양 및 운동 프로그램, 건강상태 모니터링을 건강생활서비스로 정의하고, 이를 새롭게 제도화·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도화하는 법안도 역시 18대 국회에서 무산되었던 것을 다시 추진하려고 한다. 정부와 자본은 ‘유헬스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의료기기, 정보통신, 대형병원, 민간의료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자본이 결합되어 예방, 건강증진 서비스를 상품화하는 더 넓은 범위의 의료민영화를 계획하고 있다.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은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사회적 권리다. 이것을 산업으로 보고 민간기관이 운영하게 하면 이에 대한 비용은 전적으로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므로 이는 민간보험회사들의 이윤 창출 시장이 된다. 게다가 미국처럼 민간보험회사들은 보험 상품에 건강관리서비스를 포함해 판매하거나 직접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또한 대형재벌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가속화 해 보건의료체계를 더 무질서하게 만들고, 지역·계층 간 의료불평등을 확대 시킬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가 원격 진료를 통해 대형재벌병원과 연계되면 민간의료보험회사-대형병원-민간영리기업(건강관리서비스회사)을 잇는 거대 의료자본이 탄생할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헬스케어 3.0’ 보고서는 건강증진을 신사업기회로 보면서 유헬스 산업화를 추진하는 재벌의 계획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의료의 허용은 삼성과 같은 재벌의 계획에 종속된 또다른 의료민영화이다.
송도영리병원 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
<고부가 서비스 발전방안>에서 정부는 올해 말까지 송도국제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법령정비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정된 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송도국제병원은 내국인을 진료할 수 있고, 내국인 의사를 90%까지 고용할 수 있게 된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위치할 뿐, 사실상 정부는 국내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무상의료 운동본부 등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히자 현재 인천시는 내국인을 상대로 비영리로 운영하고, 외국인에 대해서는 영리병원 형태로 운영하는 혼합형 비영리병원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혼합형 비영리병원 역시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다. 애초에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에서는 내국인 진료가 불가능한 조항이 삽입되어 있었지만 법 개정을 통해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한 번에 바꾸어 버렸던 전례와 마찬가지다. 이미 질도 나쁘고 의료비만 상승시키는 것으로 판명이 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건강불평등 확대하는 의료민영화 정책 재추진을 당장 중단하라!
이명박 정부는 민중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임기 말까지 의료민영화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번 <고부가 서비스 발전방안>은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재벌과 경제관료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료민영화는 누구나 건강한 세상을 위한 대안적 보건의료체계와는 상반되는 길임을 민중들은 이미 알고 있다. 민중의 건강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재벌과 경제관료 규탄한다! 정부는 민중의 요구를 거스르는 의료민영화 전면 재추진 계획을 당장 중단하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