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헬스케어 활성화 방안을 철회하라
오늘 (2012년 10월 31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최로 <2012년 제32차 위기관리대책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최근 정부가 더욱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민영화와 관련된 중요한 논의가 있었다. ‘글로벌 헬스케어 활성화 방안’이 논의된 것이다. 논의된 내용은 글로벌 의료서비스 시장의 현황과 함께 그간의 해외환자 유치 및 병원 해외진출의 성과와 한계,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10대 과제를 담고 있다. 국내 병원에 해외 환자를 유치하고 국내 의료법인이 해외로 진출해서 돈벌이하는 것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식에 통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에 발맞추어 의료산업화에 있어서 보조적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보건복지부 역시 강력하게 규탄하는 바이다.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에서 2020년까지 해외환자를 100만 명 유치할 것이며, 상급종합병원의 5%를 해외 환자로 채우겠다고 밝히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질병 치료와 국민 건강의 최종적 책임을 지고 있는 최상위 의료기관이며, 44개 상급종합병원 중 8개는 공공기관인 국립대학병원이다. 상급종합병원을 해외 환자로 채워서 돈벌이하겠다는 것은 이윤 앞에 국민건강을 포기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지금도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가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5%는 결코 적은 비율이 아니다. 게다가 해외 환자는 통역과 절차상 업무 등에 훨씬 많은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며 대부분 1인실·특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건의료서비스의 공백은 5%를 훨씬 넘어설 것이다. 국민건강을 위한 공공의료 확충 계획은 세우지 않으면서 지금도 부실한 보건의료자원을 해외 환자에게 내어줄 생각만 하고 있는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재벌과 대형병원을 위한 정부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발표 자료에는 영리병원 허용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필수적인 법제도 정비로 표현되어 있으며, 국제기후기금 사무국 유치를 구실로 송도 영리병원 설립이 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 시행규칙 개정에 반대하여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을 한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으며, 국제기후기금 사무국 유치와 영리병원 문제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뻔뻔스럽게 의료민영화 계획을 발표하는 정부는 과연 국민의 소리를 듣기나 하는 것인가.
발표 자료에서 정부는 연내에 국내 보험회사가 해외환자를 유치·알선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할 것이라 밝혔다. 보험회사가 환자를 유치·알선할 수 있게 되면 병원-보험회사간 직접 계약이 이루어지게 되고, 이는 국민건강보험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의료민영화는 절대 없을 것이며 국민건강보험을 지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보험회사들의 이익을 챙겨주려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는 또한 내년 중으로 국내 의료법인이 해외 병원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국내 의료법인이 해외 병원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면, 국내 병원과 해외 병원 사이에 자금 이동이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아직 규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속단할 수 없지만 현재의 구상대로 법이 마련될 경우 국내 환자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 해외 병원을 통해 유출될 수 있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 합법적으로 이윤을 유출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지금도 대형의료법인들은 수천억에 달하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쌓아두고 있으며, 이는 모두 환자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다. 이 자금들이 돈벌이를 위한 해외병원에 투입된다면 그 자체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도 기획재정부는 의료를 이윤창출을 위한 도구로만 바라보면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이에 들러리를 서는 장면이 그대로 연출되었다. 국민의 건강을 팽개치고 기업의 이윤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정부를 국민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의료산업화 추진을 중단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