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6일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관련 공약을 수정, 후퇴시켰다. 이 공약은 박근혜 당선인의 후보시절 복지분야의 핵심 공약이었다.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총 진료비를 100% 건강보험 급여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인수위는 현행 진료비에서 가장 부담이 큰 3대 핵심 비급여(선택진료비, 병실료, 간병비) 항목을 여전히 비급여로 유지하는 식으로 말바꾸기를 하면서 명백히 국민을 기만했다.
인수위는 보도 자료에서 “공약의 취지는 국민이 부담을 느끼는 질병 치료에 꼭 필요한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보장하는 데 있다” 며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0년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 중 선택진료비가 26.1%, 상급병실료가 11.7% 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4대 중증질환자가 주로 찾는 종합병원의 경우 이러한 항목의 비중은 더욱 커져서 전체 비급여 진료비에서 선택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1.1% 이고 상급병실료가 12.3%로 이들을 합치면 비급여 부분의 절반에 육박한다. 서울시내 상급종합병원 중에서 현재 보험급여적용을 받는 일반병실의 비율이 70%를 넘기는 의료기관은 17곳 중 6곳에 불과하며 사실상 대학병원 급의 대형병원에서 ‘선택진료’는 단순한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도대체 인수위가 생각하는 “국민이 부담을 느끼는 비급여 항목” 이 뭔지 궁금할 뿐이다.
더욱이 박 당선인은 12월 10일 및 12월 16일, 2차례에 걸친 후보 토론회에서 4대 중증질환의 치료비를 100% 국가가 책임지며 선택진료비와 간병비를 다 보험급여로 충당하는데도 1조 5000억 원으로 무리가 없다는 내용을 분명히 밝혔었다. 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예상한 연간 11조 5000억 원과는 너무나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애당초 재원에 대한 철저한 고려 없이 남발해 놓은 공약을, 이제 와서 ‘3대 비급여는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는 식의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으로 덮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100% 공약 이행’을 원칙으로 삼는다는 새로운 당선인과 인수위의 현주소이다.
이번 논란에 앞서 박 당선인의 다른 핵심공약인 기초연금 도입 문제에 대해서도 한바탕 논란이 일었었다. 인수위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노인을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여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눈 뒤 차등 지급하려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런 식의 말 바꾸기가, 그것도 국민의 생사와 직결된 공약들에서 계속된다면 새로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치달을 뿐이다.
환자가 질병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은 그 자체로 충분히 힘든 것이다. 현재 많은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이 질병뿐만 아닌 막대한 의료비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의료비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이 바로 3개 핵심 비급여이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여 한시라도 빨리 기존 공약에 대한 말 바꾸기를 철회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4대 중증질환만이 아닌 모든 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모색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박근혜 당선자와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자에 대한 3대 비급여 항목을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