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불인정! 교섭회피! 재능교육 규탄 기자회견문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1875일을 싸워왔다. 재능교육에 노동조합이 세워진 지 14년, 조합원들이 농성투쟁에 나선 지 5년 동안 재능교육 사측은 노동조합 탄압, 조합원 해고, 해고자 폭행-고소-고발로 일관하며 노동조합의 요구를 계속해서 외면해 왔다. 심지어는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행정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측에 항의해 재능교육 해고자인 여민희-오수영 두 사람이 급기야 혜화동성당 종탑 위에 올랐다. 거리에서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던 노동자들이 고공으로 올랐다. 사람이 깃발이 되었다.
그러나 학습지 노동자들에게 고난의 세월은 멈추지 않았다. 오늘 2013년 3월 27일은 농성 투쟁 1924일이다. 종탑 농성 50일이다. 농성하고 있는 재능교육지부 조합원들의 주장은 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수고용직도 노동자라는 것이고, 이 주장은 기나긴 세월에도 바래지 않은 채 재능교육 투쟁을 특수고용직 투쟁의 빛나는 상징으로 만들어 왔다. 우리 사회단체, 정당, 노동조합들은 단체협약을 원상 회복한 후 해고자가 전원 복직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움직이고자 한다. 우리는 1924일, 50일이라는 이 날짜가 단 하나라도 더 보태지지 않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재능교육 사측은 당장 교섭에 나서야 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재능교육 사측은 노동조합의 교섭 요청에 즉각 응하라. 교섭을 곧 할 것이라는 사측의 대외용 선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재능교육은 노동조합의 교섭 요청에 응답을 해야 하고, 상호 간에 성실하게 논의할 수 있는 교섭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사측이 준비하고 있다는 전향적인 안은 교섭을 지연시키는 여론전에 쓰일 것이 아니라, 교섭 자리에서 노동조합 바로 앞에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되어야 마땅하다. 재능교육 사측과 학습지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와의 대화는 단체교섭 외에 다른 통로가 있을 수 없다.
재능교육 사측은 노동조합을 교섭 상대로 인정하라. 엉뚱하게도 사측은 단체교섭에 앞서 "해지교사", 재능교육 해고자들이 교섭위원에게 권한을 위임할 것을 요구해 왔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단체교섭은 회사와 노동조합이 협상하고 체결하는 것이다. 여기에 교사 개개인의 위임을 묻는 사측의 행위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사측의 시간 끌기와 말 바꾸기를 감내할 우리의 인내심 또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재능교육 사측은 한시라도 빨리 학습지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를 상대로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해고자 전원복직에 관한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회사와 권력은 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장에 있는 재능교육 노동자들에게는 부당 영업이 강요되고 각종 편법이 동원되어, 노동자의 임금이나 삶의 질과는 무관한 회사의 이윤만이 늘어나고 있다. 재능교육 을지사옥 앞 환구단 농성장은 중구청에 의해 뜯겨나갔고, 농성하는 조합원과 연대하는 동지들은 몸 가릴 천막 한 장 없이 길거리에 나앉아 있다. 참담한 현실 속에서 노동자는 가진 유일한 무기는 그 자신뿐이다. 그래서 노동자는 종탑 위 깃발이 되고, 거리의 표지가 되었다.
그 어떤 자본과 권력이 사람에게 깃발이 될 것을, 표지가 될 것을 강요할 수 있는가. 이 폭력을, 이 야만을 중지하자. 우리 노동자들을 땅으로, 현장으로 돌려보내자. 우리의 요구는 변함 없이 강력하다.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복직!
2013년 3월 27일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재능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노조불인정! 교섭회피! 재능교육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