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2일 김재홍 산자부 차관 발언, 5월 1일 진영 보복부 장관 발언 취소하라
- 취약계층 의료 접근권을 고민한다면 진주의료원부터 정상화하라
박근혜 정부가 원격의료를 추진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원격의료는 이명박 정부 당시 의료민영화의 하나로 비판받으면서 추진이 중단된 바 있다. 지금도 그 문제점은 사라지지 않았고, 추진 근거 또한 여전히 설득력이 없다. 박근혜 정부가 또다시 원격의료를 추진한다면 또다시 커다란 저항에 직면할 것을 경고한다.
5월 22일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경제자유구역 안에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와 IT 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허용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1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국회를 잘 설득해서 반드시 규제를 없애고 블루오션인 원격진료를 위한 의료기기산업이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라고 발언한 것에 이어 정부의 계획이 또다시 강조된 것이다.
원격의료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일관적이다. 2007, 2008년에도 관련 의료법 개정을 통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려고 했으나 민중들의 저항으로 무산된 바가 있으며 2010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그대로 포함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지만 다시 무산되었다. 2011년부터 LG전자와 SK텔레콤과 손잡고 스마트 케어 시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본격적인 원격의료 사업을 준비해왔으며 올해 3월 스마트 케어 시범사업이 종료되고 나서 다시금 원격의료를 허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연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원격의료는 지역에 관계없이 국민들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을까?
정부는 원격의료의 취지를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운 지방 환자들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는 일차적으로 지방병원의 의료의 질 강화, 특히 공공병원의 강화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크게 왜곡되어있다. 공공부문은 10% 남짓에 불과하며 환자들의 다수는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허용된다는 것은 원격의료에 필요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일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며 의료 양극화를 더욱 심하게 할 뿐이다. 최근의 진주의료원과 남원의료원을 비롯한 지방의 공공병원의 운영에 대해 무관심,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볼 때, 지방 환자들에게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정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원격의료는 건강관리서비스 법제화와 연동하여 의료민영화의 우회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재벌 병원과 재벌 자본이 움직이는 IT기업이 연계하여 건강관리 서비스를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건강관리라는 정부의 중요한 기능을 자본에 넘기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업은 결국 재벌 자본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재벌 특혜’ 시비도 우려된다. 이미 시범사업에서도 LG텔레콤, SK텔레콤, 삼성전자, 삼성생명과 같은 재벌만 참여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미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이 민영화된 미국처럼 건강관리 서비스를 민간보험회사가 참여해서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 삼성병원, 삼성전자 등 주요 관련 산업에 모두 진출해 있는 삼성이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를 통해 ‘헬스케어 3.0의 시대’라는 주장을 하는 등 원격의료, 건강관리서비스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원격의료 서비스가 기존의 의료기술에 비해 “더 나은 최신기술의 의료서비스” 라는 말도 무리가 있다. 학계에서도 원격의료의 효과에 대한 연구들을 검토해보면 u헬스케어의 치료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안전성도 담보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환자의 건강에 원격의료를 담당한 의료진과 직접치료를 담당한 의료진 사이의 책임소재도 논란이 있다. 만일 의료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는 양자 간의 책임회피 및 책임전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여기서 나오는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떠맡게 된다.
이제까지 정부가 보인 태도, 진영 장관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원격의료는 소위 말하는 신성장동력의 창출, 즉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보는 시각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의 건강이 이윤추구에 의해 피해를 봐서는 결코 안 된다. 정부가 외치는 구호인 “의료사각지대의 해소”는 원격의료의 허용을 통해서가 아니라 거주지에 관계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현재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원격의료 허용은 의료민영화의 허용, 의료양극화의 허용일 뿐이다!
2013년 5월 23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