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제주도에 최초의 영리병원을 승인하려는 계획을 당장 멈춰야 한다. 8월 16일 복지부는 “복지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인 ‘싼얼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할 계획을 밝혔으나 8월 22일에는 “승인을 잠정 보류한다”며 보도자료 배포 계획을 취소했다. 그러나 병원 자체에 문제가 있어 사업계획 승인을 보류한 것일 뿐 영리병원 허용 방침은 유효한 상황이다. 이 사태는 박근혜 정부가 겉으로 복지를 말하면서 사실상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라는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민중들의 심판을 받고 싶지 않다면 박근혜 정부는 영리병원 설립 시도를 멈춰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16일 제주도는 중국 의료기업인 (주)CSC(China Stem Cell)가 ‘외국 의료기관(영리병원) 설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보건복지부에 사전 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귀포시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싼얼병원’을 설립하여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피부미용이나 항노화관련 진료를 하는 것이 요지이다. 현재 복지부는 승인을 잠정 보류한 상태이며 ‘싼얼병원’ 측은 재승인 요청을 할 예정이다.
정부는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근거로 국부창출, 의료기술의 향상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근거에 ‘싼얼병원’은 부합하지 않는다. 이 병원의 설립계획은 48병상의 소규모 병원으로 성형, 피부 등의 비필수 의료를 주 목적으로 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관련된 시술을 행하고자 하는 것 역시 포함되어 있다. 정부가 그간 말해온 선진의료의 정체는 검증되지 않은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뜻하는 것인가? 또한 ‘싼얼병원’과 협력하기로 한 국내병원도 없기 때문에 국부창출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제주도의 외국인 환자 유치등록 의료기관 21개 중 5개가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원이다. 현존하는 개인 병원에서도 수술과 회복이 가능하고 시설과 서비스에 신경을 쓰면 해외 환자 유치도 충분하다.
당초 목적과 다른 ‘싼얼병원’ 유치 허가를 검토하고자하는 ‘진짜 목적’은 의료민영화에 있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과 달리 병원에서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 투자자의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잉진료와 높은 의료비를 유발한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나아가 미국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영리병원은 공공의료를 약화시키고 민간의료보험과 연계하여 국민건강보험체계를 위협할 것이다. ‘싼얼병원’의 설립이 허가 된다면 이를 시작으로 영리병원 논의가 전국적으로 본격화될 것임이 자명하다. 국내,외 자본은 국내 영리병원의 설립을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작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에서도 ‘삼성’을 중심으로 영리병원 설립을 강력히 추진한 바 있다. 많은 여론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이를 막아냈으나 언제 다시 터져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영리병원의 도입은 반드시 막아내야만 한다. 복지부는 ‘보류한다’라는 식의 안일한 입장을 철회하고 승인요청을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 국민건강의 최후의 보루인 공공병원마저 폐업시키는 한국에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그 해약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만일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설립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국민건강의 근간을 뒤흔들 의료민영화의 주범으로 낙인찍힐 것이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국민의 건강을 팔아치우는 씻기 힘든 과오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이와 더불어 원격의료, 민간보험의 환자 유치·알선 허용, 메디텔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당장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박근혜 정부는 원격의료, 민간보험 활성화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정책 당장 폐기하라!
보건복지부는 제주도의 영리병원 설립 추진을 중단하라!
2013.8.23.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