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는 더 큰 사고를 불러올 철도산업 구조조정, 민영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지난 8월 31일 대구역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 관련 조사가 한창인 지금, 철도공사 측이 사고의 원인을 ‘근무 기강이 해이한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사고 열차 승무원으로 대체 인력이 투입되었다는 점, 기관사 1인 승무가 돌발 상황 방지·대처 능력을 떨어뜨렸다는 점, 사람의 실수를 보완할 수 있는 각종 안전장치들이 미비했던 점 등 언론을 통해 다양한 사고의 원인이 지적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모든 것을 ‘기강 문제’로 일축해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철도공사가 스스로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이다.
오히려 이번 사고의 바탕에는 그간 철도산업에 ‘효율’만을 앞세우고 안전에 대한 책임을 뒷전으로 미뤄두었던 철도공사의 비정상적 운영 행태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철도공사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감축해 왔다. 심지어 2009년 허준영 사장은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전체 인력의 15%에 달하는 5,115명을 구조조정 하기도 했다. 신규 노선의 개통으로 인력을 충원해야 할 상황에 무리한 구조조정의 추진은 크고 작은 안전 문제를 낳았다. 또한 이번 대구 열차 사고에서 드러난 각종 시설, 안전장치의 미비는 이미 노동조합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음에도 시정 조치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철도공사는 이번 열차 사고를 계기로 1인 승무 확대 시행, 장비운전 업무 외주화, 업종 간 강제 순환 전보 등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영 기조를 변경해야 한다. 나아가 국토교통부는 효율, 수익성, 경쟁만을 중시하는 ‘철도산업 발전계획’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철도산업 발전계획’이 제시하는 대로 여객, 물류, 차량정비, 시설, 벽지노선 등 다양한 업종과 노선을 자회사로 분할해서 운영한다면, 구조가 복잡해져 사고 예방·대처 능력은 더더욱 떨어지고 사고 발생 시 책임 공방만 벌어지게 될 것이다.
안전사고를 불러올 철도산업 구조조정의 정점에 바로 철도 민영화가 있다. 이미 민영화가 추진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수익을 앞세운 경영으로 대형 열차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철도산업에 진출한 민간 기업이 공격적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시설정비 및 투자는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국민의 반대로 몇 년 간 유보되어 온 철도민영화를 밀어붙이기 위해 ‘민영화가 아니’라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교묘한 방식의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국토교통부는 ‘철도민영화’ 대신 ‘철도산업의 안전’을 위한 연구와 투자에 착수하라. 한국에서 철도 민영화가 추진된다면, 이번 대구 열차 사고는 이후에 발생할 여러 재앙의 예고편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건 위험한 도박을 벌여서는 안 된다. 국토교통부는 민영화 계획의 전면 폐기와 함께, 철도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하자는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의 요구에 응해야 할 것이다.
KTX민영화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민영화반대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