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고용노동부는 ‘황금의 제국’의 하수인인가?
- 삼성전자서비스 불법고용 명백하다! 모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으로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일터 쟁취하자!
9월 16일 오전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 의혹에 대한 협력업체 수시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논거가 빈약하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수시감독 사전에 사측으로부터 지정된 협력사들을 조사해 그 효력마저 의심된다.
지난 이십여년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 엔지니어들은 삼성전자 마크가 달린 유니폼과 헬멧을 쓰고, 본사 소유의 서비스 센터로 출근해 삼성전자 제품을 수리하며 소비자들을 만나왔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정해놓은 각종 규칙을 지켜야 했고, 제품 수리가 끝나고 난 후에는 “저희 제품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도 꼭 해야 했다.
그러나 협력사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답은 “당신들은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라는 매몰찬 답이었다. 진짜 사장을 사장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대판 노예제도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뜨거운 소망은 삼성 무노조 경영에 짓밟히고 있었던 것이다.
해가 갈수록 험난해지는 노동 조건과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현실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창립해 역사상 최초로, 삼성에서 대규모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400명 규모에서 시작한 지회는 일주일 만에 1000명, 한 달여 만에 1500명을 넘어서면서 명실공이 무노조 경영의 삼성 골리앗을 무너뜨린 다윗들의 노동조합이 되었다. 전국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동참했으며 지금도 바지사장들의 거센 협박과 회유 속에서도 노동조합에 가입해 투쟁의 대열에 함께 할 때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있다. 그만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쌓인 분노와 울분이 컸던 것이다.
한편 수도권의 한 협력업체 사장이 노동자들에게 말한 녹취록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과정에 개입하기까지 했다. 조사 전부터 독립성이 손상되고, 부정・부실 수사가 예견되었던 것이다. 이에 부응하듯 고용노동부는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과 관련해 파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얼토당토 않는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자들이 제시한 각종 증거 자료 및 증언에 비하면 그 근거가 너무나 빈약해 과연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정부 부처인지, 아니면 삼성의 일개 하수인에 불과한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벌써 조합원들 사이에선 ‘바지노동부’가 아니냐며 분노가 일고 있다.
원청이 직접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인사관리시스템매뉴얼을 통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해온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서비스업 도급의 특수성을 운운하는 것은 삼성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전반에 만연한 불법파견의 현실에 끼칠 영향을 고려한 것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삼성 자본은 이런 결과에 실망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포기하고 투쟁을 접도록 바지사장들을 주동하여 보다 노골적이고 교활하게 노동조합 탈퇴와 항복 선언을 받아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의 이번 수시감독 결과에 굴하지 않고 더 광범위하고 기세 높게 싸워나갈 것이다. 그간의 작태를 보았을 때 고용노동부가 노동자가 아닌 이건희 등 탐욕스런 자본가들의 편에 서왔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삼성이라는 거대한 괴물에 맞선 싸움은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었다. 전국의 각 센터 현장 곳곳에서 당장 어느 편에 서야할지 오락가락하는 바지사장들을 상대로 힘차고 즐겁게,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싸워나가자!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잘못된 관행을 폐지할 수 있도록, 제품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부당한 노동 조건을 타파하자! 오직 노동조합을 통해서만 숨 쉴만한 일터를 만들 수 있다.
고작해야 전쟁의 서막이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사회진보연대 역시 삼성전자서비스, 더 나아가 전제 삼성 노동자들의 투쟁의 들불로 번질 내일을 위해 전 사회적인 연대로 확장시킬 것이다. 노동권에 대한 침해와 협박, 위장도급을 위한 자본과 권력의 합작 꼼수가 결코 쉽게 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자!
2013.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