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기초연금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급대상을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로 하고 급여액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연계해 차등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선후보 시절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이며, 연금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모든 어르신에게 기초노령연금 두 배 인상”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국민연금 가입자와 미가입자, 소득에 따른 차등지급 등의 여러 꼼수를 부리며,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만 키워놓고 10만 여 명이 국민연금을 탈퇴하는 사태를 낳았다.
박근혜 정부 기초연금안은 연금 삭감안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인들의 소득을 보장하고 국민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그 낮은 수준 때문에 실질적인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동안 지적되어온 문제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기초연금을 인상하겠다는 공약은 남발되어왔다.
현행 기초노령연금법 부칙에 따르면, 기초노령연금은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A값(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현재 가치기준 20만원)의 10% 까지 인상하도록 되어 있었다. 즉, 현재 50세 이하 세대의 경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65세가 되는 2028년부터는 2배로 인상된 기초노령연금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정부안대로라면 미래노인세대들은 기존 법에서 보장받을 수 있었던 기초연금보다 최대 10만원을 덜 지급받게 되는 연금 삭감을 겪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 성실납부자를 차별하는 연금제도 붕괴안이다
이번 발표된 기초연금 지급방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연동하여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일정기간을 넘어가면 기초연금 수령액이 감액되는 방안으로, 이는 국민연금 성실가입자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줌으로써 공적 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만행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도입 당시에 가입할 수 없었던 기존 노인세대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며, 이는 그동안 이루어졌던 국민연금제도 개악으로 인한 소득대체율의 하락을 보완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2007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대폭 축소되는 과정에서 낮아진 소득대체율을 보충하기 위하여 국민연금 가입여부와 상관없이 A값의10%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삭감을 보완하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것은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는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고, 공적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떨어뜨릴 것이며, 그에 따라 현재의 청장년층의 노후를 암울하게 만들 것이다.
노인빈곤에 대한 대책도 관점도 부재하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에 이르러 OECD 국가 중 1위이며, OECD 평균에 비해 약 3.3배에 달한다. 노인 여성 빈곤율은 47.2%에 달하고 독신(독거)노인의 빈곤율은 76.6%로 네 명 중 세 명이 빈곤한 상태다. 국가적 차원의 노후보장제도는 연금제도와 공공부조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다.
보편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로 국민연금이 기능해야 하지만, 그 역사가 길지 않고, 제도 자체가 안고 있는 사각지대가 너무나 광범위하므로, 가난한 노인에 대한 공공부조제도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안고 있다.
2013년 현재 65세 이상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41만 2천명 가량이다. 전체 노인인구가 약 536만 명이고 노인빈곤율이 45%이므로, 노인빈곤인구는 약 270만 명으로 추산할 수 있는데, 전체 노인빈곤 인구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포괄되는 비율이 15%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복지제도 사각지대에 노인들이 방치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다. 생계를 달리 하는 자녀가 없거나, 소득이 부양의무자 기준에 미치지 못해야만 기초생활 수급을 받을 수 있는 제도 원리 때문에 제도 진입장벽이 높다. 제도에 진입하더라도 안정된 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자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는 가정 하에 간주부양비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지 않고, 기초연금마저 실질적인 소득보장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공공부조제도의 사각지대 요인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노인의 미래는, 아니 우리의 노후는 더욱 참담해질 것이다. 인구 10만 명당 노인자살률이 83명에 달하는 가슴 아픈 현실에는 빈곤이 도사리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보편적 기초연금 쟁취!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역대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문제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과중해지는 데 대해, 공적 연금을 후퇴시키고 세대 갈등과 불안을 조장하여노후대책을 사적으로 해결하도록 종용해왔던 것은 아닌가.
금번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개악안은 노인 부양의 책임을 개인의 문제로, 가족의 문제로 떠넘기는 것이며, 복지 문제를 우리 모두의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한낱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시켜 마음대로 활용하겠다는 선포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4대 비급여 문제 또한 대선 시기의 정치적 쇼였음이 드러나고 있으며,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 또한 개별 급여 도입 과정에서 후퇴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기초연금 개악안을 막고 제대로 된 공적 연금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악을 막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기 위한 투쟁이 함께 만나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 복지 후퇴에 맞서, 정치적 책임을 묻는 대정부 투쟁에 함께 나설 것이다.
2013년 9월 26일 빈곤사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