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는 지난 10일 이곳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TPP 협상 참여 여부를 결정한 뒤, 이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 내에서는 산업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TPP 참여의 필요성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전한다. 이미 미국의 저명한 통상전문매체는 지난달 “ 한국이 TPP 참가를 사실상 확정했으며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TPP 참여 방침을 정하고서 이를 뒷받침할 요식행위, 끼워맞추기식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더군다나 통상관련 정부부처인 산업부는 관보를 통해 지난 11월 1일 공청회 개최를 공개하고서도 동시에 이를 보도자료로 배포했던 관례를 깨고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가 한 일간지가 이를 지적하자 공청회 5일전인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청회를 언론에 공개한 점도 TPP 쟁점화를 꺼리를 정부의 꼼수 아니겠느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행정절차법 38조 “ 행정청은 공청회를 개최하려는 경우 관보, 공보,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일간신문 등에 공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널리 알려야 한다.”는 규정에 적어도 “ 널리 알려야 한다”는 취지와는 맞지 않는 것이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산업부가 외교부로부터 통상 기능을 이관 받으며 강조했던 통상행정을 더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예전과는 다르게 구체적으로 어떤 전문가가 무슨 주제에 대해 발표한다는 점도 알리지 않았다.
국민 의사 수렴 없는 졸속적 TPP 추진 반대한다.
한국사회는 지난 몇 년간 한 EU FTA체결, 한미 FTA 날치기 비준, 그리고 한중 FTA 추진까지 FTA로 인해 끊임없는 갈등을 지속해 왔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갈등의 원인은 전적으로 정부에게 있었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FTA에 대해 장밋빛 미래만을 강조하며 국민의 의견수렴과 소통 없이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추진을 일삼아 왔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그 효과만으로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단기적으로는 0.02%, 장기적으로 5.66% 높아지는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미 FTA가 발효된 첫해인 지난해 실질 GDP는 전년 대비 2.0%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전년 3.6% 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진 것이다. 미국 무역위원회(ITC)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10대 무역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4.85%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3.3%에 그쳤다. 한미FTA 덕분에 대미 통상 성적이 좋았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오히려 10개국 평균에 비해 1.55%포인트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다시 말해 FTA 효과가 없다는 것이고, 정부의 GDP 전망치는 새빨간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한EU FTA는 어떤가? FTA를 추진하면서 정부는 GDP 5.6% 상승, 15년간 수출이 25억3,000만달러가 확대되어 연평균 무역 흑자는 3억6,000만달러 정도 늘어날 것으로 발표한바 있으나 지난해만 따져도 대 EU 수출은 -11.4%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을 뿐이다.
이 뿐인가! 시민사회단체가 예측했던 피해는 현실화 되고 있다. 국가투자자제소제도(ISD) 악용사례로 먹튀자본인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제소함에 따라 내년까지 지출될 소송비용만도 150억원에 이르고 패소할 경우 무려 약 4조 6천억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를 론스타에 상납해야 한다. ISD로 인해 한국의 법령 제정권이 크게 제약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현실화 되어 지금까지만 하더라도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입법 좌절, 중소기업 IT 육성 정책 제동, 우체국 보험의 가입한도 증액 좌절 등 소위 [ISD 된서리 효과]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한미 FTA로 인한 농업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고 있어 식량위기 시대 서구 선진국들은 자국의 식량자급률을 더욱 높이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자급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쯤 되면 정부 스스로 FTA 정책에 대해 솔직하게 [실패한 정책] 이었다고 고백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한술 더 떠 한미 FTA 보다 더 높은 수준을 개방 즉 예외 없는 관세철폐와 예외 품목 사전제시 금지, 투자와 서비스 시장 완전 자유화를 추구한다는 TPP에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
TPP는 기 참여국인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등의 농업강국들이 한국정부에게 한미 FTA 수준이상의 농산물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고 일본은 한국의 자동차 기계 중소부품의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TPP에 가입하기 위해선 기 참여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건에서 이러한 나라들의 요구가 관철될 것이 자명하다.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 농업엔 사망선고일 수 밖에 없고, 제조업에도 치명타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더욱 강력한 ISD 등이 한국의 주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미국은 쇠고기와 쌀 등 농산물에 추가적인 개방을 요구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최근 또다시 미국이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맞물려 자칫 광우병 위험이 높은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도 개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TPP 협상은 철저하게 비밀협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피해가 올지 가늠하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불확실한 정보에 근거해 덜컥 참가를 결정하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규정할 수 밖에 없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할 일은 TPP를 졸속적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한미 FTA 발효 후 3개월 안에 ISD에 대해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재협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전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해야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 협상 중인 FTA는 물론 체결된 FTA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서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우리는 이러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끼워맞추기식 공청회를 반대한다. 또한, 국민의견 수렴없는 TPP 추진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를 거부한다면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2013년 11월 15일
FTA 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 농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