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처럼, 삼성의 무노조 왕국 또한 삼성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었다. KBS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기획창"은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 대기업에 재 취업한 사례들을 보도 했다. 이 보도를 통해 고용노동부와 검찰, 국세청 등에서 일했던,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하고, 삼성에 사외이사 등 고위 임원으로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러 대기업 중에서 삼성이 특히 많은 공직자를 사외 이사 등 고위 임원으로 채용했다. 퇴직 후 2년 안에 대기업에 재취업한 사례는 삼성이 106건으로 압도적인 1위 였고, 현대 42건이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서 윤영선 관세청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검찰에서 대기업으로 옮긴 사람들 중 삼성으로 간 비율은 55%나 된다.
특히 고용노동부 출신이 삼성에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삼성은 노사 문제의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서 채용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에 이정도 전문가가 없을까? 삼성에는 수많은 변호사와 노무사들이 일하고 있거나 계약을 맺고 있다. 그들은 고용노동부관료 못지않은 전문가들이다. 능력과 실력이라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액 연봉을 주면서까지 이들을 채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답은 뻔하다.
바로 이들의 경력과 정보 인맥을 동원해서 효과적인 노무관리를 하기 위함이다. 말이 노무관리지 삼성의 무노조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조탄압일 뿐이다. 삼성의 노조파괴 문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삼성은 노조를 막기 위해 모든 역량과 정보를 총 동원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 역량에 바로 노동부와 검찰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포함된다.
결국 무노조라는 악랄한 신화는 삼성 혼자 이룩한 것이 아니었다. 삼성이 무노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 계 각층의 다양한 삼성장학생들의 합작품인 셈이다. 수많은 고위 관료출신들은 삼성의 이익을 위해서, 이건희 일가를 위해서 정부관계부처의 인맥을 주무르고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때로는 정부정책을 바꾸기도 하고, 혹은 노동조합을 방해하기 위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빼내 왔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를 의심할 만한 상황을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직업병 유무 역학조사를 담당했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퇴직 후 삼성 SDI 사외이사로 옮긴 것을 비롯해서 고용노동부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삼성의 노조탄압을 지휘하는 신문화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맡았던 역학조사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에 이상이 없다는 면죄부를 줬지만 같은 사실을 서울대가 조사한 연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에 대한 수시근로감독을 시행했던 고용노동부는 위장도급이 아니라고 판결 내렸다.
정부관계기관에서 삼성에 내린 수많은 면죄부가 하나 둘 스쳐가는 것은 괜한 상상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정권의 전직 고위 관료가 삼성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심할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부 등 다양한 정부기관 출신, 삼성임원들을 노조파괴 필수인력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이 현재 삼성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결정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밝힐 것을 요구한다. 정말 삼성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고용한 것이라면 더더욱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정부는 고위 공직자들이 삼성에 재취업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특히 노동부나 검찰 관료들이 삼성에 재취업하는 행위는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삼성이 무노조라는 반 헌법적 경영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지키는 곳이고, 검찰은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들에서 반헌법적 행위를 거리낌없이 하고 있는 삼성에 재취업해서 그 행위를 돕는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만일 정부에서 이에 대한 시정이 이뤄지지 않고, 삼성에서 정부 관리들을 자신들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 영입하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정부와 삼성을 반 헌법 노조파괴의 공모자들로 부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이와 같은 의심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혀나갈 것이다. 만일 객관적인 사실들이 밝혀진다면 삼성과 관련자들은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13년 12월 18일
삼성노동인권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