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1년, 안녕치 못한 세상에 돌파구를 내다
2013년 12월의 중심에는 철도노동조합이 있었다. 수서KTX의 분할로 시작될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고, 이는 곧 정권과의 전면전으로 확대되었다. 철도노조는 22일이라는 최장기 파업의 기록을 세우며 훌륭하게 싸웠다.
박근혜 정권과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파업 대오에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파업 참가자 전원인 8000여 명의 노동자를 직위해제하고, 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민주노총 건물에 공권력 투입을 감행했으며, 파업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등 사상 초유의 탄압을 보여주었다. 정권 초반에 밀리면 끝장이라는 2008년 촛불의 학습효과가 있고, 철도공사의 분할은 이후 진행할 공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기에 이번 싸움이 정부에게는 무척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탄압 공세에도 불구하고 철도 파업이 기세 좋게 이어진 것은 시민들의 너른 지지 덕분이었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단순한 물음은 한국 사회에 메아리와 같은 수많은 반향을 낳았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시민들이 철도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이 갖는 의미를 들여다보고, ‘불편해도 괜찮아’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을 뜨겁게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12월 30일 아침, 민주당의 입을 통한 파업 중단 및 복귀 선언은 너무 급작스럽고 실망스럽게 다가왔다. 무작정 장기 파업을 지속할 수도 없었고, 퇴로를 만들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파업의 과정이 그러했듯이 마무리 역시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최대한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싸움의 한 국면이 마무리되었을 뿐
철도 파업의 가장 큰 성과는 민영화의 부당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보수 진영 내에서조차 혼란과 분열이 야기되었다. 친박계 새누리당 의원이 ‘수서발KTX 분할은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라는 입장을 냈으며, 조선일보는 ‘민영화 절대 아니라는 구도를 만들면 이후 어떤 분야에서든 민영화를 추진하기 어려워진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박근혜 정권의 꼼수인 ‘자회사 민영화’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파업의 결과로 만들어진 국회 소위는 매우 제한적인 역할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자회사 민영화가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가져다 줄 문제들을 밝혀 계획 추진에 제동을 거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번 파업의 종료가 ‘현장 투쟁으로의 전환’이라 밝혔다. 현장에 복귀한 철도 노동자들은 사측의 징계 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만만치 않은 싸움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징계 철회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파업을 준비하는 2년여의 시간과 22일 간의 파업 투쟁 속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연대’라는 경험을 어떻게 이후 노동조합 활동에 반영해 활력을 극대화할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다.
투쟁의 다음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2차, 3차에 걸친 총파업으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박근혜 정권에 맞서는 투쟁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싸움의 중심으로 서고, 그러면서도 시민들과 더 너르게 만날 수 있는 투쟁이 기획되어야 한다.
더 큰 싸움을 조직하고 실행하는 2014년을 열어가자.
2014.1.2.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