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7주기를 맞아

출입국관리법 개악 등 정부의 이주민 통제 강화 정책을 규탄한다!


2007년 2월 11일,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화재가 일어나 10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은 비극이 있었다. 당시 이 참사는 이주노동자를 다 쓴 건전지처럼 폐기처분 해버리는 한국의 이주노동자 정책을 비극적으로 보여준 상징이었다.

당시 이 문제 해결과 항의를 위해 결성된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공대위’는 정부의 책임과 재발방치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고 오히려 외국인보호소 내 CCTV를 늘리고 통제와 억압적 관리만 대폭 강화했다.

또 이 악몽같은 화재에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지원과 보상도 인색해 생존자들은 사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런 비극적 참사를 막으려면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정책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때와 지금이나 우리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의 주장과는 정 반대로 움직여 왔다.

특히 2008년 경제 위기 이래로 정부는 이주민에 대한 전반적 통제와 규제를 계속 강화했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야만적 단속은 여전하다.


2012년 말 확정된 2차외국인기본정책은 이런 정부의 기조를 분명히 보여줬다. 이주민들의 출신국과 경제적 배경에 따른 명백히 인종차별적인 정책들이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제시됐다.

특히 이에 따라 지난 해 말 법무부가 내놓은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정부의 이주민 정책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었다.

이번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온통 개악으로 가득 차 있다.

출입국 규제의 강화를 위해 내외국인의 얼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고, 이주민의 모든 신상 정보를 관계 기관에 요청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문서 위조나 변조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을 신설해 3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고 추방하도록 했다.

특히 법원에서 불법 단속 논란을 일으켜 왔고 최근에는 불법적 무단 진입 단속에 따른 국가배상 판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출입국 단속 직원이 집이든, 공장이든, 식당이든 어디든 미등록 체류자가 있다고 의심하면 무단 진입해 조사하고 체포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지금도 출입국 단속반의 폭력적이고 자의적인 법 집행으로 크고 작은 사고는 말할 것도 없이 심각한 인권 침해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들 단속반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정부는 이주민이 꾸준히 증가하고 이주노동자들 중에 장기 체류가도 늘어가는 추세에서 이런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한국 사회에 이주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온 기간이 짧게 잡아 25년이 지났고 그에 따라 장기 거주 이주민도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게다가 이들은 한국 사회의 짐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경제 모두에서 기여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3세계 출신 이주민들의 정주를 막고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이런 끔찍한 개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이주민들의 정착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다수의 평범한 이주민들의 처지와 권리를 대폭 악화시키는 효과만 낳을 것이다.

여수 화재 참가가 발생한 지 7년이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사건이 한국 사회에 던진 경고는 이주노동자를 범죄자처럼 체포하고 구금하여 추방하는 일이 계속되는 한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되풀이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추진 중인 출입국 관리법 개악안을 즉각 철회하고 단속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또 이주노동자 등 이주민들에 대해 차별과 폭력, 배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정착해 살아갈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부여할 것을 촉구한다.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공대위’의 요구와 과제를 이어받아 결성된 이주공동행동은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계속 촉구하고 옹호해 나갈 것이다.


2014년 2월 11일

이주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