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의정협의 결과’는 또다른 의료민영화 합의안일 뿐이다
의협은 밀실야합을 폐기하고 국민과 함께 의료민영화 저지 운동에 나서라



3월 17일 오전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2차 의정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협의 결과는 지난 3월 10일 집단휴진을 불러온 1차 협의 결과와 똑같은, 새로운 의료민영화 합의안에 불과하다.

광범위한 의료민영화 정책인 보건의료부문 투자활성화대책을 철회하라는 의협의 요구는 협의 결과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영리자회사와 관련해서는 ‘문제점의 개선을 위해 논의기구를 마련’하기로 했을 뿐, 사실상 허용하기로 했다. 영리자회사 허용만큼이나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부대사업 범위 확대,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 법인약국 허용, 외국인환자 병상비율규제 완화 등 투자활성화대책의 여타 내용과 관련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원격진료와 관련해서는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먼저 시행하고 입법에 그 결과를 반영’하기로 했다.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그대로 관철되었을 뿐아니라, 의협과 정부가 합의한 시범사업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없는 것이다. 이미 3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몇차례나 시범사업을 시행했음에도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먹구구로 진행되는 단기간의 시범사업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의협은 그간 영리자회사 허용 등 의료민영화 정책은 국민에게도 의료인에게도 재앙일 것이라 주장했으며, 원격의료 또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도입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은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의협의 행보에 지지를 보내왔으며, 의협은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의협은 자신의 말과는 달리 국민을 배제한 채 정부와 두 차례의 밀실 합의를 했으며, 그 결과 국민의 뜻과 달리 의료민영화 정책을 합의해주었다.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합의안은 의협의 총파업 선언을 불러온 1차 협의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투자활성화대책과 원격의료 등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반대해온 수 많은 의사들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시민의 권리인 공공재를 자본의 이익에 팔아넘기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2013년 철도민영화, 2014년 의료민영화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반대와 우려에는 귀를 닫은 채 자본의 이해에만 충실히 복무하고 있다. 폭력적인 민영화 정책을 막아낼 수 있는 길은 독단적인 밀실 합의가 아니라 보편적인 시민의 이해와 함께하면서 전국민적 투쟁을 벌여나가는 것이다. 의협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의사들 스스로에 대한 배신인 ‘2차 의정협의 결과’를 즉각 파기해야 한다.



2014. 3. 17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