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4. 1. 28에 공포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2014. 7. 29에 시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위 개정 법률안 제13조 제3항은 출국만기보험 등의 지급시기를 ‘피보험자 등이 출국한 때로부터 14일 이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공식 질의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회신에 따르면, 위 규정의 의미는 문구 그대로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서의 취업을 마치고 출국한 후 14일 이내에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경우, 이전 사용자와 신규 사용자는 해당 이주노동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출국만기보험에 계속 퇴직금을 적립해 놓아야 하며, 이주노동자는 이렇게 모아진 출국만기보험금을 국내 취업을 마치고 귀국할 때(출국 후 14일 이내)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업장 변경시 이전 사업장에서 받게 되는 퇴직금이 출국만기보험금보다 클 경우에는 그 차액만을 이전 사용자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2. 출국만기보험은 대개 기본급 중 일정 비율이 보험회사에 적립되는 것이므로, 퇴직시점에 계산이 가능한 퇴직금이 출국만기보험금보다 항상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주노동자들은 출국만기보험금으로 적립되지 않은 퇴직금 차액을 사용자로부터 추가로 청구해서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출국한 후에야 출국만기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사용자로부터 퇴직금 차액을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다. 귀국한 후 사용자에게 차액청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의 퇴직금 수령 가능성을 줄이고 액수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사업장을 변경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출국만기보험금은 국내취업기간 최장 4년 10개월이 모두 끝난 후 출국하여 받고 각각의 이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퇴직금 차액만 이전 사업장 사용자에게 청구해서 받으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전 사업장에 대한 퇴직금을 그때그때 정확히 정산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주노동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사업장 변경 기간 중에 퇴직금을 지급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사업장 변경시 퇴직금 전액을 받을 수 없고 출국만기보험금을 제외한 차액만큼만 이전 사용자에게 청구해서 받으라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요구이다.
3.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변경시마다 출국만기보험금을 받기보다는 전체를 모아 출국할 때 지급받는 것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어 본국에 정착하는 자금으로 활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회신서에 기재하였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중에 출국만기보험금을 수령한 후 출국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불법체류가 발생할 수 있는데, 불법체류 문제는 사후 단속보다는 사전예방이 바람직하다.’고 회신하였다.
근로기준법 제36조는 근로자가 퇴직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개정 법률안은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지급시기와 정면충돌하는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개정 법률안의 입법목적이 마치 외국인근로자들의 복지를 위한 것인 양 회신하였으나, 사실 그 입법목적은 ‘불법체류 사전예방’이다. 미등록 체류 문제와 퇴직금 지급은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리하게 연결시키고 있다.
4. 퇴직금은 임금에 포함된다. 일한 대가인 임금을 청구할 권리는 국민의 권리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인간의 권리’이다. 불법체류의 사전예방은 이주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의 개선, 출입국관리제도의 합리적인 운영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청구권을 침해함으로써 해결하여서는 안된다. 이는 법무부의 외국인출입국관리업무의 편의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의 재산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며, 고용허가제로 입국하지 않은 다른 이주노동자, 내국인 노동자들과의 차별로 평등권도 침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 개정 법률안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위헌 무효이다. 위 개정 법률안은 절대 시행되어서는 안된다.
2014. 4. 1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노동자계급정단추진위,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연구공간 수유+너머,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