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은 ‘여야합의’가 아니라 ‘국민과의 합의’ 사항이다
여당은 개악안을 철회하고, 야당은 합의시도를 멈춰라!

지난 2월 26일, 송파 세모녀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지원 제도를 알았다면 이용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라며 개인을 나무라는가 하면 ‘공무원들이 지원제도를 잘 알아야 한다’고 공무원들을 탓했고, ‘복지 3법이 통과되지 않아 아쉽다’고 하며 복지3법만 있으면 이 문제가 해결될 듯 말했다. 이 복지 3법에는 현재 야당이 ‘합의해주겠다’고 당론을 정하려 하는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포함되어 있다.
우선 대통령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몰라서 이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신청을 했어도 우리의 법과 제도는 그들을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며, 공무원들 역시 몰라서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원할 방법이 없어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인 ‘악법’에 불과하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또 한 번 낙담해야할지 모른다. 이런 법에 대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와 합의하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 하겠다고 의원총회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야의 기초법 개정합의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첫째,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없이 사각지대 해소는 없다.
우리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해 광화문에서 616일째 농성을 하고 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법 개정의 첫 계단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가족에게 빈곤의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국가의 문제는 지속될 것이다.

둘째, 정부의 ‘개별급여’ 시행안은 사각지대 해소가 아니라 기초법 해체를 낳을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최저생계비와 이를 근간으로 한 권리성 급여 원칙의 확립이다. 정부의 개별급여 시행안은 각 급여의 수준을 달리해 사각지대를 개선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낮은 급여의 수준을 유지하며, 근로능력자를 공공부조 바깥으로 밀어낼 여지가 크고, 각 소관부처 장의 결정으로 급여 수준과 선정기준을 변동시킬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법안이다. 이는 복지의 마지막 보루, 기초생활보장법을 해체시킬 것이다.

셋째,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은 ‘여야 합의’가 아니라 ‘국민과 정부의 합의’로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이 정부의 핵심 복지공약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단 한 차례도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다. 단지 새누리당 유재중의원의 법안이 있을 뿐인데 이를 정부의 법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다. 기초생활보장법과 같은 중대한 법안을 정부가 직접 나서 국민들과 대화하며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야 합의’ 라는 협소한 틀로 해결하겠다는 ‘불통정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박근혜정부는 직접 개정안을 들고 나와 국민들과 대화해야한다. 그때까지 야당의 책임은 여당의 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겨울, 기초법 개악을 막기 위해 34일간 여의도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당시 ‘빈곤 당사자, 단체들과의 협의 없이 정부의 개악안을 절대 통과시키지 않을 것’ 이라던 야당의 호언장담을 기억한다. ‘행복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이 거짓말이었음을 모든 국민들이 알게 된 지금, 우리는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정부여당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악안을 즉시 철회하고, 야당은 이에 대한 합의선언을 철회해야 한다. ‘그림 좋은’ 여야합의를 위해 빈곤층의 삶을 담보삼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는 불신과 전 민중의 분노를 직면해야 할 것이다.

1.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합의처리를 중단하라!
2. 기초법 개악안을 전면 철회하라!
3. 빈곤층 사각지대를 낳는 주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하라!


2014년 4월 28일
기초법 개악저지! 빈곤문제해결을 위한 민생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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