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불법시위 삼진아웃제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다. 즉각 철회하라!
5월 1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소위 ‘상습시위꾼’에 대한 ‘삼진아웃제’를 도입하여 집회시위 단순참가자도 엄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는 2013년 4월에서 6월 경 대한문 앞에서 천막농성에 가담하였던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 관계자 22명을 정식재판에 회부하고 18명을 약식기소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불법시위사범 삼진아웃제는 2013년 6월부터 검찰이 시행하고 있는 ‘폭력사범 삼진아웃제’를 집회시위에 적용한 것이다.
이는 집회시위를 집단적 폭력범죄의 일종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으로, 한마디로 반인권적 발상이다. 집회시위는 국민들이 거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도록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기본적 인권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화적인 집회시위의 자유는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의 요청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집회시위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된 적이 과연 있었던가.
경찰과 검찰은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보장하기는커녕, 집시법의 온갖 독소조항을 교묘히 악용하여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탄압하고 위축시키는데 혈안이 되어 왔다. 서울중앙지검이 삼진아웃제를 처음 적용했다고 발표한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 사건의 경우도 그러하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과 연대한 수많은 시민들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사회적으로 고발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천막농성을 진행하였다.
정당하게 보장되어야 할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중구청은 모든 행정권력을 동원하여 천막을 철거하였고, 경찰의 불법적인 집회침탈을 막고자 했던 시민들을 연행해 간 사건이다. 이렇듯, 정부와 경찰은 불법적인 공권력을 동원하여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정당한 집회시위를 억압하는데 골몰하였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탈하는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고, 반대로 정당한 권리행사인 집회시위의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집단적인 폭력배인 양 취급하여 엄벌에 처하겠다는 것이 바로 삼진아웃제의 민낯이다.
더구나 검찰이 ‘상습시위꾼’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집회시위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데, 국민들이 자신의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 가중처벌하겠다는 발상이 민주주의와 인권보장의 사회에서 어떻게 용납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상습시위꾼 운운하면서 집회시위의 기본적 인권을 억압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집회시위가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성적으로 살펴보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국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집회시위기가 본권으로 보장된 것은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과 민주주주 사회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집회시위의 권리는 국가권력과 자본의 횡포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삶이 위협받을 때, 노동자, 서민,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을 비롯한 기본적 인권이 존중받지 못할 때, 거리로 나서서 국민들과 연대하고 호소함으로써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권리이다. 권력의 횡포를 제어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국가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존엄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때, 결국 국민들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집회시위의 권리인 것이다.
쌍용차의 불법적인 정리해고 사태를 비롯하여 수많은 장기분규 사업장에서 그리고 강정, 밀양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현장에서 이미 많은 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내던지고, 또 많은 이들이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거리로 나서서 온 몸으로 절규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먼저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무능하면서도 오만하기 짝이 없는 국가권력, 그리고 노동자, 서민의 삶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거대자본의 횡포가 극에 달해 있다. 생존권과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외치면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아니 거리로 나서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참담한 현실 아니겠는가. 집회시위는 우리의 생명, 존엄과 안전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이자, 민주주의를 위한 고귀한 표현의 선택이다. 삼진아웃제 따위의 억압적 조치로 국민들의 정당한 외침을 막을 수는 없다.
집회시위는 생존권과 존엄한 삶을 침탈받고 있는 국민들의 절박한 외침을 허용하는 기본권이다. 삼진아웃제와 같은 식으로 집회시위의 권리를 억누르려 한다면 이로 인해 처벌받는 이들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힘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울중앙지검의 삼진아웃제 발표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적 분노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국가적 책무조차도 제대로 실행할 능력이 없는 그야말로 무능한 정부임이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국민적 공분이 전국 곳곳에서 촛불집회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검찰이 삼진아웃제 운운하면서 집회시위에 참가하는 국민들을 마치 폭력배 취급하는 이번 조치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억압하고 잠재우려 한다면 더욱 커다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14년 5월 15일
민주노총, 쌍용차범대위, 민중의힘 공안탄압대책모임,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집회시위 제대로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