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사이버 사찰 금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1. 어제(10/15) 대검찰청은 법무부, 경찰청, 미래창조부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한 해명과 함께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톡 과잉 압수수색 등 사이버 사찰 문제에 대응해온 우리 단체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검찰의 이번 해명에 큰 실망을 금치 못하며, 더 늦기 전에 박근혜 정부가 사이버 사찰 금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2. 어제 검찰이 밝힌 내용 대부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선 카카오톡과 같은 사적 공간은 처음부터 사이버 명예훼손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압수수색시 필요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만 자료를 확보하고 나머지 부분은 신속하게 폐기하겠다고 했다. 진작부터 지켜졌어야 했던 원칙이다. 원칙이 없거나 몰라서 그간 수사기관이 국민의 카카오톡에 대하여 과잉하게 압수수색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공권력에 대한 적절한 통제 방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메신저 압수수색 시 볼 것 다 들여다 보고 나서 "알아서 폐기"하겠다는 검찰의 선언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
3. 검찰의 해명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껏 국가보안법 혐의자 등에 대해 편법적으로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해 왔다는 것인가?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면 앞으로 메신저에 대한 감청영장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계획인 것인지 검찰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행여 현재도 영장 없이 이루어지곤 하는 연행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확대하고 인터넷과 모바일 망에서의 패킷 감청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 일은 없기 바란다. 그것은 이 나라 공권력의 사이버 사찰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을 더욱 키우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엄중 경고한다.
4. 검찰은 또 카카오톡과 같은 새로운 통신 플랫폼에 맞는 집행 방법을 앞으로 연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어떤 방안이 제시될지 오히려 걱정이 된다. 검찰은 메신저 통신내용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압수수색할 것인가를 고민하는가. 메신저 통신은 국민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사적 의견을 표현하고 교환하는 공간으로 확고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검찰이 정말로 해야 할 일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통신비밀의 자유가 최대한 보호받는 사이버 공간이 민주주의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도록 모든 사이버 사찰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사상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보주체가 참여하는 투명한 방법과 절차에 의하여 수사에 필요한 정보만을 압수수색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5. 한달 만이다. 지난달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본인에 대한 모독을 참을 수 없다며 사이버상의 국론 분열에 대응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리고 이틀후 대검찰청이 소집한 허위사실 유관기관 대책회의 이후 사이버 검열과 사찰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검찰이 구성한 허위사실 유포 전담반이 이번에 불거진 모든 논란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 사이버 망명 행렬이 줄이었음은 잘 알려진 대로이다. 최근에는 검찰이 포털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뿐아니라 핫라인을 구축하여 즉시 검열에 나설 태세를 갖췄음이 폭로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검찰은 이에 대해 수습을 한다면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사이버 허위사실 수사를 계속할 방침을 밝혔다. 특히 "고소·고발을 주저하는 공적 인물"을 선제적으로 대리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한마디로 그간 많은 논란을 낳았던 사이버 검열과 사찰을포기하지 않겠다는 선포인 셈이다.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에 "공적 인물"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검찰은 누구를 위한 검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의 공직자들이 '공적 인물'인 것은 자신들이 언제나 국민들의 비판과 질타를 수용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정당한 비판과 질타의 목소리를 사법 권력을 통해 억압하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검찰은 국민위에 군림하여 공적 인물을 보호하려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치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토론이 권력의 칼에 난도질당하지 않도록 국민을 보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와 여당이 계속 '국론분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국민 모두가 정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며, 민주사회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토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이 허위이고 진실인지는 개방적인 토론과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서 밝혀져야 한다. 4월 23일 경찰이 선정한 '악성 유언비어' 87건 중 해경이 구조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잠수부들의 수색을 막았다거나 산소 주입이 거짓이라는 주장은 이미 허위사실이 아니라 사실임이 드러났다. 최근 세월호 사건에서 정부의 계속된 은폐와 정보 비공개가 오히려 다양한 의혹을 야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6. 그 동안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시민들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메신저의 모든 대화내용을 과도하게 압수수색해 온 검찰의 수사방식은, 국민들의 프라이버시권 및 통신비밀보호의 헌법적 의무를 내팽개친 처사였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대책은 그동안 메신저 감청이나 압수수색 등 검찰이 사이버검열을 자행해 왔던 실상을 낱낱이 국민들 앞에 밝히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메신저 압수수색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또한 정보주체인 시민들이 자신의 정보가 수사의 미명 하에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남용되는 것을 스스로 알고 통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7. 결론적으로 어제 검찰 해명은 사이버 허위사실에 대응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한 채 여론을 진화하려는 눈가림일 뿐이었다. 검찰의 사이버 검열과 사찰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침해하는 행위로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검찰이 해야 할 일은 허위사실 유포 전담반을 해체하는 길 뿐이다.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사이버 검열 시도에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이버 사찰을 금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4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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