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장 뒷받침하는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양해각서 체결 중단하라!
23일 워싱턴에서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와 한미외교국방장관회담(2+2)이 개최된다. 한미 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를 결정하고 북한 핵·대량살상무기(WMD)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전략, 지역 및 범세계적 안보협력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MOU) 체결 논의도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동북아 지역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염두에 둔 미국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최근 일본의 재무장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시도가 더욱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안보협의회의 결과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 방침 철회하고 즉각 환수하라!
이번 안보협의회의에서 한미 양국 정부는 당초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북한 핵미사일 능력에 맞설 한국군의 전력화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지난해 북한 핵 개발을 이유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일정을 연기하고 싶다고 미측에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내세우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북한 핵실험 역시 새로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한국 정부의 발언권과 협상력을 약화시켜왔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어떠한 약소국이라 할지라도 그 군대가 작전통제권을 갖는 것이 기본이다. 국가주권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군사주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 6-7위 수준의 군사력을 가지고도 군 스스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일정을 연기하자고 거듭 외국군대에게 요청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계속 틀어쥐려고 하는 것은 한미일 삼각 미사일방어(Missile Defense, MD)체계 운용과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을 미국의 이해에 따라 추진하고, 이를 통해 동북아에서 자신의 패권을 유지, 강화하려는데 있다. 특히 한미일 MD를 통합 운영하려면 한미일 3국 간 이해를 조종해야 하는데 미국은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함으로써 자국의 이해에 맞게, 또한 한일 간의 이해 충돌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는 한미간의문제만이 아니다. 최근 아베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시도가 심화되면서 주한미군 지원을 빌미로 한 일본군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집단 자위권 행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구출 상황을 포함한 집단적 자위권 발동 사례를 설명한 바 있다. 이후 한국을 의식한 일본 정부가 “영역국의 동의에 기반”한다고 내용을 추가했으나, 과연 전시작전통제권을 갖지 못한 한국이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문제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의 1차 대상지가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만일 가용한 모든 전력을 동원해야 하는 전시 상황에 이른다면, 미국이 일본 자위대의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의 국익을 훼손하고 미국과 일본의 이익을 뒷받침해주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 방침을 철회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즉각 환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일본 재무장을 뒷받침하는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양해각서 추진 중단해야 한다.
지난 4월 한미 정상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 문제와 더불어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이를 실무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형식상 한미일 3국간의 군사정보 공유이지만 한미, 미일간 군사정보보호 협정이 이미 맺어진 상태이므로 사실상 한일간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조치에 다름 아니다. 즉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우회적으로 체결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일간 군사정보공유 협정이라면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밀실에서 추진하다가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서명 직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아시아 일대에 자국의 해군력을 증강하면서 역내 일본 재무장과 군사력 확대를 지지함으로써 지역 미사일 방어망 완성에 집중하고 있다.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은 바로 이러한 배경 하에서 취해진 조치였다. 2013년 미 의회조사국에서 발간한 보고서 역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한미일 3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위한 사전조치’였으며,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협정의 체결을 한일 양국에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한일간 군사정보 공유가 일본의 재무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위한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MOU 추진은 동북아 안보와 정세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자국 주변에서 MD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 왔고, 이를 의식해 한국 정부조차도 미국의 지역 MD 참여를 극구 부인해 왔다. 최근 미국 MD의 대표적 자산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한반도 배치를 두고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우려를 전한 것은 물론, 러시아 외교부가 부정적 견해의 성명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변국의 반발에 더해 국내에서도 행정기관간 약정 형식의 양해각서 체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 헌법에는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서는 국회 비준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양해각서 형식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가 국회의 심의를 회피하기 위해 군사기밀 공유라는 중대한 사안을 3국 국방부 간 양해각서 형태로 처리하려 한다는 비난을 피할수 없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이러한 군사당국 차원의 양해각서는 군사기밀 보호를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군사기밀보호법에 저촉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만일 한미일 군사동맹 확대가 현실화하면 동북아는 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가 상시적인 군사 대결과 전쟁위협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한미 정부가 진정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나아가 동아시아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고자 한다면 일본의 재무장과 집단자위권 확대를 지원할 게 아니라 전범국 일본이 국제사회에 했던 60년 전 평화의 약속을 지키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동북아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중단함으로써 동북아 국가간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완화시키는 상호협력과 평화증진의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또 다시 존망의 기로에 놓인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전시작전통제권을 즉각 환수하고, 일본의 재무장과 한일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2014년 10월 22일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노동인권회관, 노동자연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녹색연합, 농민약국,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반전평화연대(준), 불교평화연대, 사월혁명회, 사회진보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평화포럼, 우리마당,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예수살기, 자주통일과민주주의를위한코리아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사),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학생행진,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참여연대, 통일광장, 통일의길, 평화네트워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재향군인회, 평택평화센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한일군사협정반대시민행동 (이상 50개 단체,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