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공무원연금 개악추진 및 사적연금 활성화대책 규탄 기자회견]

공적연금기반 말살하려는
박근혜 정부 연금정책 폐기하라!



정부는 또다시 재정안정화를 내세워 공적연금 기반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 8월 27일 최경환 경제팀의‘사적연금활성화 대책’을 시작으로 10월 17일 공무원연금 개악안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연금정책은 노후소득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 강화가 아닌, 개인과 가정의 책임으로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더욱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유로폴리틱스'와의 인터뷰 내용은 자국 노인빈곤의 심각성과 공적연금에 대한 몰이해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대통령이 언급했던 소위‘유럽식 개혁’이나‘독일식 개혁’을 한국에 적용하기 위해서 통수권자가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유럽의 공적연금 지급을 통한 상대적으로 안정된 노인들의 소득일 것이다. 즉 우리사회에 해외의 사례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재 한국은 국가책임 복지 수준이 매우 미약하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9%로 노인 두 명 중 한 명이 빈곤층인 반면, OECD국가 평균 노인빈곤율은 13%로 7.7명 중 한 명이 빈곤층에 속한다. 이러한 커다란 삶의 격차는 외면한 채 노인빈곤율 10% 내외의 국가에서 적용했던 공적연금 축소 안을 한국에 적용한다는 것은 65세 이상 국민들에게 빈곤을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라는 것과 같다. 이에 일련의 정부의 연금 정책에 대해 세 가지로 문제제기 한다.

첫째, 사적연금 강화는 결코 노동자와 서민의 노후빈곤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경환 경제팀은 국민연금의 짧은 가입기간과 낮은 소득대체율을 내세워 2022년까지 1인 이상 사업장 전체에 퇴직연금을 의무화할 것을 천명했다. 정부의 의지대로 퇴직연금이 전체 사업장에 의무화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경제활동 인구(18~59세 3,297만 2,000명)의 단 31.5%인 1,037만 명만 포괄한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주요 사각지대인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와 같은 노동자들과 지역의 자영업자들은 제외될 것이고, 정부가 의도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는 시간제 노동자 및 경력단절 여성들 역시 제외된다. 즉 국민연금 사각지대 대상이 그대로 사적연금에서도 사각지대에 머물게 됨으로써 다층체계 구축을 통한 노후소득보장이 아닌, 역진성이 강화되는 계층별 노후소득 체계가 고착될 것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통한 사각지대의 가입 및 가입유지를 독려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음에도, 공적연금 강화의 방안보다는 조세혜택 및 지원금을 동원해서 사적연금 시장을 강화하려고 한다.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해서 노후소득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 및 안전한 기금운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노동자의 평균근속연수는 5.3년으로 OECD국가 중에서 가장 짧고(2012년 기준), 기금운용 역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한도를 40%에서 70%로 상향조정한다는 규제완화 정책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리스크가 퇴직연금의 원금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이밖에도 원금손실에 미치는 요소로는 기금의 수익률이 임금인상률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직에 따른 일시금 처리 등 금융시장의 변수와 고용 변수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민간 금융기관들에게 운용적립금의 0.5~1.4%를 지불해야한다. 어느 것 하나 보장의 안전성을 약속하기 어려운 민간금융시장에 노동자와 서민의 노후소득을 맡긴다는 것은 노후소득 강화보다는 금융시장 활성화의 목적이 우선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둘째, 공무원연금 개악은 공적연금의 기반을 축소시킨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악의 중요한 근거로 국민연금의 저급여 수준을 제시하며 공무원노동자들을 특권층으로 몰아서 국민들과 괴리시키려 한다. 그러나 정작 공무원연금의 구조적인 적자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고용주로서 재정책임을 방기한 정부에 있다. 그럼에도 되려 박근혜 정부는 고용주로서의 국가 책임은 외면한 채, 공적노후소득보장의 적정성 달성을 정면으로 파괴했다. 한국의 노인빈곤 해결을 위해서는 낮은 수준의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올려야 마땅한 데도, 국민들에게 공무원연금에 대해‘혈세투입’으로만 선전함으로써 국민들 스스로에게 공적연금 축소에 동의하도록 혼선을 주었다. 공무원에 대한 임금비용은 당연히 조세를 통해 부담되는 것이고, 공무원이든 국민이든 공적연금의 재정이 기여금으로 부족할 경우, 국가의 일반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단선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비교를 통해 공적으로 달성되어야 할 공적연금의 급여수준과 조세투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대시키는 매우 간교한 전략을 구사했다.
정부의 공무원연금에 대한 주요개악안은 부담액이 최대 41% 증대하는 반면, 급여액은 최대 34% 축소(신규공무원의 급여액 45% 감소)하려고 한다. 이것은 재정안정화를 내세워 가입자의 재정책임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제도 적용에 있어 임용기간에 따른 수익비 차이가 심화되어 연금을 매개로 양극화가 심화된다. 더욱이 이번 방안 중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재정 여건이 나빠지면 수령액을 자동으로 낮추는 '자동안정화 장치'이다. 국민연금 개악시기 마다 제시되었던 자동안정화 장치는 인구 및 성장률 변화 등을 반영함으로써 재정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극심한 노인빈곤과 저연금이 문제되는 한국 상황에서 자동안정화장치의 도입은 불가능하다. 스웨덴과 독일에서 자동안정화 요소가 도입된 것은 이미 연금 급여 적절성이 확보되었고, 노인의 빈곤 위험이 낮은 상태로서 고령화의 부담을 분담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이었다. 공무원연금에 자동안정화 장치가 도입된다면 이어서 정부는 국민연금 제도에도 동일하게 도입시키려 할 것이다. 전형적인 하향평준화 정책이다. 한국의 공적연금에 자동안정화 장치가 도입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공적연금을 통한 실질급여수준이 적어도 40%이상이 보장되어야 하고, 노인빈곤율이 OECD 평균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공무원연금 개악은 공적연금 기반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셋째, 올바른 공적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 부재와 일방적인 연금정치의 문제이다.

정부는 사적연금활성화 방안과 공무원연금 개악의 배경으로 국민연금의 낮은 급여수준을 전면적으로 활용했다. 그런데 26년 된 국민연금이 재정적자가 발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노인빈곤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재정안정화에만 초점을 맞춰 급여축소를 진행시켜왔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해관계가 연금정치에서 보장되지 못했다. 관료와 ‘소위’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연금개악은 계속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를 대상화시켜왔다. 그런데 이번 공무원연금 개악 과정에서도 공무원들을 이해관계자라는 이유로 정책형성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해야한다는 유럽형과 독일형의 연금개혁의 기반에는 이해당사자들과의 정치적 협상과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 있었다. 그런데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책만을 채택하고, 정부가 독식하는 연금정치에서 이러한 협상과 합의는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일방적인 연금정치의 결과로 우리 사회 공적연금은 더욱더 취약해지는 결과만이 예상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하나, 사적연금 활성화에 투입될 재원을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투입하라!
- 둘, 국민연금 급여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하라!
- 셋, 공무원연금 개악을 중단하고 정부는 사용자로서 재정책임을 분명히 하라!
- 넷, 이해당사자가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연금정치를 보장하라!
- 다섯, 우리는 사적연금 강화가 아닌 공적연금 강화를 통한 노인빈곤 철폐를 요구한다!

2014년 10월 23일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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