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17일 안전행정부가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편안은 이전에 논란을 일으킨 한국연금학회의 개편 방안과 다르지 않았다. ‘하후상박’식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실상은 하위직 공무원도 최대 41%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액은 최대 34%깎여 실제 받는 연금액으로 따져보면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 ‘하박상박’인 셈이다.
공무원노조는 그동안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편에 강력히 저항해 왔다. 정부의 개편방향이 사적연금 활성화 계획이며 공적연금 전반의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사회적 논의를 하자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또다시 공무원연금만 따로 떼어내 일방적인 안을 들고 나와서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개편의 논리와 개편이 목표하고 있는 방향도 문제다. 정부가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공무원연금을 개편하려는 근거는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성격이 달라서 단순비교가 불가능하다. 공무원연금은 재직기간의 낮은 임금에 대한 보상이라는 후불임금 성격도 가지고 있고, 퇴직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단순 비교해서 개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정부는 그동안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대폭 축소시켜 향후 국민의 노후 소득을 제대로 보장하기 불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한국의 월평균 국민연금 수급액은 약 25만원으로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평균 약 12%, 기초연금과 합쳐도 평균 20%에 불과하다. 같은 논리로 공무원연금의 보장성을 ‘하향평준화’하면 향후 국민연금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예로 든 독일은 공공연금의 소득대체율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공무원 연금은 그 이상을 보장받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정부는 공무원연금의 적자로 인한 재정부담을 개편의 근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정부는 공무원연금을 줄이는 한편 퇴직금을 민간 기업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공무원의 사용자로서 정부가 지불해야 할 총 예산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개편은 결국 민간퇴직연금을 확대해 사적연금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사적연금은 노동자들의 노후 보장을 금융자본의 이윤 창출의 도구로 만들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종속시킨다.
공무원연금 개악은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기조와 논리를 반영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공적연금의 지출증가와 그로 인한 적자를 보장수준의 축소와 연기금의 금융화, 사적연금 활성화로 대응하려고 한다. 정부는 각 연금 제도를 분할해 시기를 달리해서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 국민연금 개악, 2009년 공무원연금 개악, 2013년 공약파기 기초연금 강행 후 다시 공무원연금 개악을 시도하면서 공적연금을 분할해서 파괴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이 개악되면 다시 국민연금과 기타 특수직역연금을 개악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공적연금 개악에 제동을 걸고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투쟁은 정당하다. 노동하는 시기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고용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는데 노후의 생존마저 빼앗길 것인가? 사회보장을 위한 재원에 있어서 국가와 자본의 책임을 묻고 전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의 노동자로서 처우 개선을 포함해서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형평성 문제를 제대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의 복합적 기능을 분리해서 노후보장의 성격만 남기고, 나머지 다른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보장할지 대안을 제시하고 논의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정부는 하위직 공무원의 낮은 임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퇴직금 등 공무원의 노동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포괄적으로 대책을 제시하고 이를 공무원노조와 협상해야 할 것이다. 공적연금을 바로 세우고자 한다면 정부는 우선 공무원연금 개악을 당장 멈춰야 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