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조속히 선포하라!
지난 11월 28일, 우리는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제6차 시민위원회의에서 놀라운 현장을 목격하였다. 일부 반동성애를 표방한 보수기독교 단체의 무차별적 방해와 혐오 선동에도 불구하고, 시민위원회의 결정으로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포함한 수많은 차별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수 있는 서울시민 인권헌장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이와 같은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합의 실패’를 운운한 것이 다름 아닌 서울시 인권담당관이었고, 이것이 바로 서울시의 입장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바로 어제, 서울시는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헌장 선포가 아닌‘제정 무산’을 발표했다.
우리는 반동성애 단체의 방해와 난동으로 무산된 지난 서울시민 인권헌장안 공청회를 기억한다. 서울시는 그들의 혐오적 폭언과 폭력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참여자들의 보호 요청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았다.‘혐오도 권리’라 하며 혐오의 발자국들이 인권 현장 곳곳을 진흙탕으로 만드는 것을 번번이 목격하면서도, 서울시는 인권에 대한 어떤 입장도 밝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진일보한 인권의 실현을 가로막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시민참여, 인권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가 말하는‘시민참여’는 무엇인가? 서울시는 190명의 전문위원과 시민위원에게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권한을 부여했다. 시민위원회는 6차에 걸친 회의를 통해 헌장안, 의사진행 방식, 의결 방식을 결정해왔다. 그 결과 50개 중 45개 조항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5개 미합의 사항을 표결로 정하고자했다. 그러나 서울시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과 김태명 인권담당관은 난데없이‘미합의 사항에 대한 표결불가’를 주장하며 ‘전원합의’를 요구했다. 시민위원회는 서울시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기로 표결하고, 5개 미합의 사항에 대한 찬반 토론과 표결을 거쳐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제정을 자축하며 해산하는 시민위원들을 뒤로하고‘합의에 실패했다’며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 서울시는 스스로의 제안을 합의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보였는가? 이 게으르고 일방적인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 서울시는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과정을 보좌할 책무를 져버렸고 이로써 시민참여행정의 가능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서울시가 말하는‘인권’은 무엇인가? 서울시는‘일부 미합의 사항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의 확산’을 이유로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뒤엎으려 하고 있다. 인권은 지금까지 논란과 갈등 속에 발전해왔다. 또, 인권은 다양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평등과 존중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확인하고 수호하는 과정이었다. 반동성애 단체, 동성애혐오론자들은 서울시민 인권헌장뿐만 아니라 수년 간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성소수자 인권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국회, 시의회, 교육청까지 인권을 제도적으로 정착, 실행하려는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논란과 갈등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내세워 인권 그 자체의 존립 기반을 뒤흔들려는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에,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커밍아웃하여 다른 시민들 앞에 서고 있으며, 서울시민 인권헌장은 이러한 사회적 약자의 용기에 대한 연대의 응답으로 제정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응답은 무엇인가?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에 제동을 걸고 스스로 서울시의 인권거버넌스를 시험대 위에 올렸다.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서울시가 보인 책임 회피, 시민위원회 결정을 무시한 처사에 대해 보다 성실히 해명하고,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조속히 선포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2014년 12월 1일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고 혐오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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