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9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재판관 다수의견은 △진보적 민주주의가 자주파의 이념이고 이는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과 같으며 △통합진보당 주도 세력은 북한 주장에 동조하고 북한과 연계해 활동해왔으며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를 지향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폭력에 의해 전복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와 대치하고 있는 특수상황을 고려해 시급히 정당을 해산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한국 사회 민주주의를 심대하게 후퇴시킨다는 점에서 강력히 규탄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의 이념과 활동은 시민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특정 정당을 사법적으로 제거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는 시민들의 평가능력에 대한 불신이며, 한반도 정세가 위태롭다면 언제든 특정 진보세력에 대한 정치적 탄압과 제거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한 헌재는 대중투쟁으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입장을 은연중에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이나 북한식 사회주의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사상은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착취와 정치적 배제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전 세계 민주주의 운동의 공통된 토양이며 이는 항상 대중투쟁을 포함한다. 한국의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은 그 역사적 증거다. 헌재는 민주주의를 향한 대중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민주주의는 사회 내부의 갈등을 변화를 위한 긍정적 에너지로 바꿔내는 능력이지만, 이번 판결은 외부의 적을 내세워 국내 정치적 반대세력을 억압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잘못된 관념을 공표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두고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라며 환영하고 있고 극우 보수단체들은 만세를 부르고 있다. 앞으로 헌재 판결을 앞세운 정부의 종북몰이와 극우 보수단체들의 테러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모적인 이념갈등이 줄어들기를 바란다는 헌법재판소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퇴행적 결과를 초래한 것은 해산심판을 청구한 정부와 해산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자신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