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29) 한미일 삼국 간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3자 정보공유 약정(이하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이 발효되었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은 2012년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우회적으로 재추진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간의 군사정보 공유를 국민이 동의한 바 없다.
한반도 평화와 국가의 안위, 국민안전과 직결된 사항임에도 정부는 국민 의견 청취나 설명의 노력은커녕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 사전에 협의도 하지 않고 밀실에서 처리했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자 추후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한 정부 스스로의 약속을 위배한 조처이다.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고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
헌법 제60조는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명칭에 불문하고 국가간 상호 원조, 안보, 국민에 부담을 끼치는 문제라면 국회의 비준동의를 요하는 조약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은 국가 안위에 관한 중대한 국가간 협정으로, 국회 비준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 협상중인 사안이라며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약정 문안 작성과 미일과의 협의 과정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약정’ 체결 전까지 문안을 국민과 국회에 알리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주권을 침해하였고,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권한행사를 원천 차단하였다.
약정 형식으로는 헌법과 국내법 위반은 물론 국제법적 구속력도 보장할 수 없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 체결은 ‘약정’ 형식에 ‘조약’에 준하는 내용을 담음으로써 위법적 요소를 안고 있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은 국방부 차관이 서명하는 기관 간 약정으로 국내법·국제법적으로 효력을 갖는 조약이나 협정이 아니다. 이에 국회 입법조사처는 “군사기밀과 관련한 사항을 기관 간 약정으로 체결하는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어 상대국의 체결 기관을 구속하는 데 충분치 않”아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방식으로서”는 ‘기관 간 약정’이 적합하지 않다며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 체결의 위법적 요소를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은 대상이 되는 정보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한정하고는 있으나 그 범위가 포괄적이고 한계가 불분명해 해석에 따라서는 일본에 제공될 군사기밀의 범위가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한일 간에 상호 제공하게 될 정보 범위를 “한미일 3국이 상호 동의하는 범위 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일, 한미 간에 이해 충돌이 발생했을 때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미국이 군사작전 수행 명분을 들어 한국이 반대하는 정보를 일본에 제공하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미일 삼국 군사동맹을 강화해 한반도와 동북아에 냉전적 대결구도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국민적 반대에 부딪쳐 무기연기된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과도 없는 것은 물론,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군국주의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일본에 군사기밀을 제공하고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모순이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은 문안 내용의 문제점과 그 사회적 영향력에 비춰볼 때 ‘약정’이 아닌 ‘조약’이나 ‘협정’이 적절하며, 국회 비준동의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일본 정부는 2014년 7월 1일, 헌법 해석 변경 방식을 통해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결정하였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대표적 사례로 미사일 요격을 거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약정은 집단적 자위권 확보에 국제적 발판을 마련해주는 심각한 우려가 있다.
또한 이번 약정은 한미일 간 군사적 공조체계 구축을 가속화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동안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 체결의 주된 목적이 미국 주도의 한미일 삼각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여 대북, 대중 탄도미사일 요격작전을 수행하는데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은 미국의 동북아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가능케 하는 마지막 고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동북아 MD 구축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와 동북아 지역 안정,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헌법적 과제 실현에 큰 제약이 될 것이 자명하다. 게다가 최근 일본의 재무장, 군사대국화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MOU 체결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국민적 합의 없이 위헌·위법적으로 추진된 이번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약정’ 체결은 무효다.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2014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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