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가 러시아 베링 해에서 침몰한지 오늘로 67일째이다. 승선한 60명 중 7명만이 살아남았고, 27명이 사망했다. 26명이 실종상태이지만 12월 말 ‘러시아의 수색 연장 불허’를 이유로 실종자 수색은 중단된 상태이다. 세월호 침몰로부터 불과 8개월도 되기 전에 한국은 역대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원양어선 침몰 사고를 경험했다.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무리한 출항, 부실한 안전점검, 사고 이후 대응의 미흡함까지 모든 문제가 세월호 침몰 당시와 똑같이, 혹은 그 이상으로 반복되고 있다.
선사인 사조산업은 선박의 침몰 원인을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라고 말한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수사전담반은 ‘기상악화 상태에서 무리한 조업 강행’과 ‘비상 조난 과정의 대응 미숙’이 원인일 것이라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사고 원인을 선장에게만 집중시키고 사조산업과의 연관성은 끊어내고자 하는 태도다. 왜 무리한 조업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퇴선 명령을 내리지 못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일단 오룡호는 36년이나 된 노후 선박이었음에도 제대로 된 유지보수나 안전점검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객선과 달리 원양어선은 선령제한이 없어 사조산업은 트롤선박 9척 모두를 선령 30년 이상의 노후선박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안전점검도 엉망이었다. 2013년 9월에 파손된 오물배출구를 2014년 7월 출항 전까지 수리하지 않았음에도 오룡호는 2014년 2월 한국선급의 중간검사에 합격했다. 노후 선박과 미흡한 안전점검은 세월호 침몰에서도 누누이 지적되었고, 한국의 선박 사고에서 항상 핵심 원인으로 지적된다. 선사인 사조산업과 안전관리에 책임이 있는 정부는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또한 기상악화 상태에서의 무리한 조업은 사조산업의 과도한 할당량 때문이다. 오룡호는 선박 규모와 실적 등을 고려하면 4,400여 톤의 쿼터만을 배정받았어야 했지만, 사조산업이 다른 선사로부터 쿼터물량을 3,500톤이나 더 넘겨받아 무리하게 조업을 해야 했다. 고장에 대한 수리가 미비한 채로 급하게 다시 출항한 점, 다른 배들이 모두 피항한 상황에서의 무리한 조업, 이상이 생긴 배에서 4시간 가까이 퇴선 명령을 미룬 이유도 조업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상황 때문으로 추정된다. 명태를 놓지 못해 선원들이 구명 뗏목에 옮겨 탈 수 있는 '골든타임'마저 놓쳐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다. 오룡호에는 선장과 기관장 등 핵심선원 4명이 기준에 미달하는 자격증을 가졌고, 반드시 승선하도록 정해져 있는 2,3등 기관사도 타지 않았다. 선원들의 임금지급을 줄이기 위해 필수 승무 선원조차 태우지 않은 것이다.
사조산업이 이 사고에 상당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사조산업은 외국인 유가족에게는 ‘1만 달러(약 1천만원)에 합의하지 않으면 시신을 찾아주지 않겠다’고 협박해 합의서를 받아냈고 한국인 실종자·유가족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합의를 종용했다. 또한 사조산업은 회사와 정부의 사과, 실종자 수습에 대한 구체 일정 제시, 서울에 분향소 설치 등 희생자의 존엄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를 하며 농성중인 유가족들에 전기를 끊고, 건물에서 내쫓기까지 했다. 이는 유가족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최소한의 권리조차 빼앗으려는 시도다.
세월호 참사에 뒤이은 오룡호 침몰사고는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와 규제 없이 안전은 없다는 것, 희생자와 유가족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보장받기 힘든 곳이 바로 이 한국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더 이상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사조산업이 오룡호 침몰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부가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마련하도록 싸울 것이다.
2015년 2월 5일
오룡호 침몰사고 책임 회피 사조산업 규탄 연대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