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올해 3월부터 현재 시행하고 있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넘어서서, 다양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현재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참여기관 중 의료기관을 기존 18개에서 50개로 더욱 확대하고, 참여기관 및 시설의 범위를 군부대 및 해외환자, 원양어선등으로 더욱 확대된다. 또한 군장병을 대상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위해 해외에 센터를 개설하는 등 지금보다 더 다양화한 유형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2013년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그때부터 대한의사협회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원격의료로 만성질환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자체에 학술적인 근거가 없고, 한국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전국적인 의료시스템이 구축된 국가에서는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적절하지 않으며, 원격의료를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시설 및 장비 사업은 민간 재벌기업이 장악하게 되므로 결국 원격의료는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는 의료민영화의 우회적인 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 확대계획의 내용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역시나 국민들의 건강권 향상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으며 기존의 비판점들이 지적하고 있던 부분에서 전혀 벗어나 있지 못하다.
먼저 복지부는 군부대에 건강관리서비스라는 형태의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건강관리서비스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식이요법과 운동처방이 주된 내용인데 군대라는 환경은 표준적인 식생활 및 일정정도의 운동량이 사실상 강제되는 환경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건강관리서비스의 효과를 검증하게 되면 서비스의 효과는 과장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더욱이 한국의 군부대에 근무하는 현역장병들은 이미 징병 신체검사를 통해 건강에 특별히 큰 이상이 없다고 판명받은 사람들이며 굳이 원격의료를 이용하면서까지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이번 시범사업 확대계획에는 군의관이 없는 격오지부대에 근무하는 군장병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격오지부대의 군장병들에게는 원격의료외의 다른 진료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아예 없다. 현재 원격의료의 효용성에 대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다른 군부대보다 더 취약한 군장병들에게 적용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인권침해적이다.
복지부는 또 도서벽지의 보건진료소 또는 마을회관 등 공용시설 및 노인요양시설등과 연계해서 원격의료와 원격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한국에 있는 노인요양시설들의 상당수가 의료취약지인 것은 맞다. 하지만 노인들은 인구집단의 특성상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의 급성합병증은 물론 대면진료 및 응급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뇌혈관질환이나 심장질환등에 특히 더 취약하며 이는 원격의료를 통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또한 현재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복지시설에서는 입소자 건강관리를 위한 책임자를 두고 기타 자격이 있는 전담의사가 건강관리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전담의사를 두지 않은 경우에는 촉탁의사를 두고, 시설의 장은 촉탁의사가 2주에 1회 이상 시설을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노인병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촉탁의가 2주 동안 1회 방문을 하지 않는 경우가32%가 넘으며 시설에 입소한 모든 노인들에 대해 1:1로 진료하지 못하는 비율이 47.7%로 거의 절반에 달한다. 노인인구 집단에 많이 발병하는 질환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재 노인요양시설의 의료취약성은 전담의사 및 촉탁의사 제도를 정상화하고 관리함으로써 보강되어야 하며 원격의료를 확대한다고 보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계획에는 해외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Pre-post Care Center를 중동에 개소하고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원격의료를 이용하여 외국인의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과거에도 외국인 환자유치를 빌미로 영리병원과 메디텔등을 허용하여 의료민영화를 우회적으로 추진하려고 했었다. 이번 조항 역시 원격의료를 의료민영화의 우회로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볼 수 있는 조항이며 "취약계층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정부가 밝힌 원격의료의 도입취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이상 알 수 있듯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애초에 그 시작부터 정당성이 결여된 정책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시범사업 확대정책 역시 다를 바가 없다. 정부는 이번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산 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물론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근본부터 폐기하여야 한다.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길은 결코 원격의료가 아니며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올바르게 바로잡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를 중단하고 원격의료 시법사업을 즉각 폐기하라!
2015년 2월 27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