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또다시 영리병원 설립이 시도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가 제주도에 제출되었으며, 오늘(4월 2일) 사업 승인을 요청하는 사업계획서를 최종승인기관인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녹지국제병원의 사업자는 그린랜드헬스케어(주)로,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하여 설립한 기업이다. 녹지국제병원이 설립된다면 전면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병원 1호’가 될 뿐 아니라, 시작부터 성형·피부·내과·가정의학과의 4개과로 개설되어 노골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제주도 역시 녹지국제병원 설립의 효과로 의료관광 활성화, 지역 경제 활성화를 드는 등 돈벌이의 관점에서만 타당성을 평가하고 있다. ‘외국의료기관’이 영리병원과는 무관하며 외국인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그간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영리병원의 현실화되면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제도의 통제 아래 운영되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의료공공성 원칙이 무너지게 된다. 영리병원은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의료비 상승을 주도하는 노골적인 돈벌이 의료를 할 것이며, 이는 지역의 다른 의료기관에도 영향을 미쳐 지역 전반의 의료공공성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또한,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현실화되어 운영될 경우, 전국에 걸쳐 지정되어 있는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확산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녹지국제병원 설립은 단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의료공공성을 무너뜨리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 취임 이후 소위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들은 모두 실패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대규모로 투입하여 진행된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원격의료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를 낳았고, 국립 서울대병원이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설립한 헬스커넥트는 사업의 불법성, 환자의료정보유출 등 각종 논란을 낳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을 설립하려는 반복적인 시도 역시 모두 실패했으며, 특히 제주도에 ‘국내 1호 영리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던 싼얼병원은 영리병원 추진이 얼마나 주먹구구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만 보여준 채 무위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싼얼병원 설립 승인이 불허된 지 7개월도 되지 않아 다시 한 번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이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도 모자라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 부대사업 확대, 원격의료 허용, 영리병원 설립 추진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무차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의료민영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200만이 넘는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으로 이미 확인되었다. 정부는 제주 영리병원 설립 신청을 허용해서는 안되며, 더 이상의 영리병원 설립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