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원격의료 시범사업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시범사업에는 고혈압, 당뇨 재진환자 845명이 참여했으며, 보건소와 일반의원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시범사업은 보건산업진흥원과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시범사업에서는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해 대체로 만족 이상으로 답한 환자가 76.9%였으며, 가톨릭대학교가 주관한 시범사업에서는 전반적 만족도가 5점 만점에 평균 4.2점으로 나타났다. 또 원격의료로 인해 복약순응도가 높아졌으며 사업기간 동안 보안 관련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보건복지부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이런 결과들은 얼핏 보면 원격의료가 환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 환자의 복약순응도 증가와 높은 주관적 만족도는 원격의료의 효과가 아니라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로 인한 것이다. 호손 효과란 실험에 참가한 개인이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때, 자신의 행동을 바꾸거나 작업의 능률이 올라가는 현상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사례 분석을 살펴보면 평소에 건강관리를 전혀 하지 않다가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자가 건강관리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착시효과는 원격의료 연구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본래 대부분의 의학적 치료방법은 질병별로 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나며 수단을 바꾸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노르웨이 통합의료/원격의료 센터의 리처드 우튼(Richard Wootton) 교수는 지난 20여 년의 원격의료 효과에 대한 연구를 종합해 보았더니 질병별로 분류했을 때도, 원격의료의 수단별로 분류했을 때도 건강증진 효과가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튼 교수는 실험 참가자의 건강증진 효과는 원격의료 자체가 아니라 호손 효과에 힘입은 부분이 확실히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 결과도 마찬가지다. 원격의료 기기 없이 의료인과의 전화 상담만 꾸준히 했어도 좋은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우튼 교수의 연구결과에서도 단지 정기적 전화 상담만으로도 화상진료나 원격의료 기기를 이용한 원격모니터링과 비슷한 수준의 질병관리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프로그램은 기존의 기술과 장비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 원격의료와는 달리, 환자가 비싼 비용을 부담해 가며 IT기업의 원격의료 기기를 구입할 필요도 없다. 또한 개인의료정보의 집적과 유출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의학적 치료법의 도입을 결정할 때 환자의 주관적 만족도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 효과와 비용-효과성이다. 이번 발표와 같이 건강지표에 대한 연구 없이 주관적 만족도만 발표하는 것은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정치적으로 조작하려는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 또한 보도자료에는 많은 수의 의원이 시범사업에 참여했다고 되어있는데, 보건복지부의 방침대로 의원 명단이 비공개로 유지된다면 공정한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정부는 IT 대기업의 시장을 넓혀주기 위해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 비용은 모두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의료정보 유출과 오진으로 인한 불필요한 위험 역시 환자들이 감수해야 한다. 반면 기계 설비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한 IT 기업은 큰 수익을 낼 것이며, 박근혜 정부는 그것을 경제성장의 성과로 포장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무의미하고 허술한 시범사업을 지금 당장 중단하고, 환자-의사간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폐기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