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조 설립신고에 대한 2차 보완요구를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6월 25일 대법원은 비자가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10년 넘게 끌어 온 이주노조 설립신고 소송에 종지부를 찍어 이주노조 합법화를 선언한 판결이었다. 그러나 설립신고 필증을 발급해야 할 노동부는 판결문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이주노조의 규약 일부가 ‘정치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를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보완요구를 해 왔다.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반대를 무조건 정치운동으로 몰아 노조를 옥죄려는 비상식적이고 억압적인 처사였다. 노동자의 사회 경제적 권리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이를 가로막고 있는 각종 정부 정책과 제도에 대한 비판과 반대를 하는 것이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수많은 노동조합들이 이미 그러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유독 이주노조에만 이러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은 과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 100여개 이주인권운동 단체들은 노동부의 보완요구를 규탄하고 설립필증을 즉각 발부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더욱이 이주노조가 총회를 개최하여 규약을 손질하여 노동부에 제출했는데, 7월 23일 노동부는 다시금 꼬투리를 잡아 노동조합설립신고 2차 보완요구 공문을 보내왔다.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이주노조 설립을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 이주노조 10년의 투쟁과 대법원 판결을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2차 보완요구 내용은 이주노조 임시총회 재적조합원 명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과, 개정된 이주노조 규약에 있는 ‘이주노동자 합법화’와 ‘노동허가제 쟁취’가 여전히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정치활동이므로 이를 수정해달라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고 비열한 작태다. 조합원 명단을 제출할 의무는 어디에도 없다.
또한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제도이고 강제노동 성격이 크다는 비판이 어제 오늘 있어온 것도 아니고 ILO나 유엔에서도 개선하라는 권고를 여러차례 하였으며, 심지어 ‘노예허가제’라는 비판이 있을 정도인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운동진영에서 합의되고 주장되어 온 노동허가제를 노조는 주장할 수 없단 말인가. 또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무조건적 단속추방 정책이 수많은 사상자와 인권유린을 초래해서 무수한 비난을 받아 왔으며 이에 대한 대안이 이주노동자 합법화로 모아져 왔다는 것을 노동부만 모르는 것인가. 더욱이 정부 스스로 합법화 정책을 시행한 적도 여러 번 있지 않은가. 이런 상식적인 요구조차 이주노조가 하게 되면 정치활동이라고 보는 것은,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노조결성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거나 유순하고 순종적인 활동만 하라는 것 아닌가!
노동부의 이주노조 설립신고 보완요구를 다시 한 번 강력히 규탄한다! 헌법에 노조설립 신고제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 노동부는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주노조 신고를 받아주지 않기 위해 온갖 꼬투리만 잡고 말도 안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노조 설립의 자유조차 가로막고 있는 노동부는 각성하라! 정치운동 관련한 노조법 규정은 노조가 정당 등에 종속되어서는 안되기에 이를 막고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이지 건전한 정책비판 활동을 가로막기 위한 것이 아니다. 노동부는 이주노동자 노조결성의 자유를 짓밟지 말고 이주노조 설립신고 필증을 즉각 발부하라!
2015년 7월 24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