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으로 두 말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배신의 정치
광복 70주년 정신 퇴색하고 국가발전 국민대통합 역행하는
부정부패 정치인과 비리탐욕 재벌총수 특별사면 어림없다
민중생존 민주주의 민족통일 옥고치른 양심수를 석방하라
광복 70돌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착취와 수탈, 예속과 억압에서 벗어나 노동자 농민이 주인 된 참 자유 평등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70년 전 선열들의 열망이 오늘날 박근혜 정권에 의해 다시 한 번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 우리는 부정부패 정치인과 비리탐욕 재벌총수를 풀어주기 위해, 언감생심 광복 70주년을 들먹이고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운운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후안무치한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광복절 특사를 강력 규탄하고 양심수 즉각 석방을 촉구하며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법에 의해 형을 받았는데 그것이 지켜지지 않고 얼마 있으면 뒤집히는 것은 법치를 바로 세우는 데 굉장한 악영향을 준다”며 역대 정부의 사면권 남용을 비난했다. 지난 대선 때는 “국민 공감대를 벗어난 무리한 사면을 하면 안 될 것이다”며 사면권의 엄격한 제한을 공약했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 파문 때도 “경제인에 대한 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사면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터였다.
그러던 대통령이 이제 와서 국민대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비리 정치인과 경제인에 대한 ‘광범위한 사면’을 실시한다고 한다. 힘있고 돈많은 자들에 대한 특혜는 국민대통합은커녕 유전무죄무전유죄 위화감만 조장하고 사법정의에 역행할 뿐이다. 본디 ‘억울한 재판’을 받은 사람을 예외적으로 구제하는 사면제도의 취지와도 한참 동떨어진 것임은 물론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 개선도, 성완종 게이트의 실체적 진실 규명도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이번 특사는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배신의 정치,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유체이탈의 전형이다.
틈만 나면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강조하던 대통령이 스스로 법과 원칙을 어기며 재벌총수 구하기에 나선 또 다른 명분은 ‘국가발전’, 즉 ‘경제 살리기’다. 대통령은 “기업인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배임·횡령·사기와 같은 중범죄를 저지르고 벌을 받은 SK·LIG·한화 그룹의 재벌총수를 풀어주면 경제가 살아나는가? 오히려 이런 식으로 재벌에게 온갖 특혜를 베풀면서 하나마나한 고용·투자 약속이나 창조경제 동참 선언을 받아내는 것이 정부가 가진 유일한 ‘경제 살리기’ 수단임을 실토하는 것은 아닐까?
이명박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삼아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형을 선고받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을 4개월 만에 단독 특별사면한 결과는 무엇인가? 삼성그룹이 국민경제 겁박하며 국민 노후가 걸린 국민연금마저 동원하여 재벌3세 세습을 완료한 것 아닌가. 비자금 조성과 횡령으로 2008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73일 만에 사면된 뒤에는 어땠나? 정몽구는 재산 사회환원은 고사하고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정마저 깡그리 무시한 반면 노동자들만 구속·수배·손해배상에 시달려야 했다.
‘재벌 공화국’이라는 오명에 걸맞게 그동안 정부가 재벌들에게 베푼 특혜는 어마어마하다. 단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면 정책으로 임기 5년간 25조원, 현재까지 매년 평균 7조원의 세수가 덜 걷혔다고 한다. 올해 세수 부족 예상액인 5조6천억원을 국채, 그러니까 국민 세금으로 고스란히 메꿔야 할 형편이니, 한 마디로 재벌의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재벌에게 베푸는 또 다른 특혜가 있으니 바로 노동개혁이다. 정권은 더 낮은 임금,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허용함으로써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는 친재벌 반노동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재벌에게 특사와 노동개혁이라는 선물을 선사한 정권은 민중에게 공안탄압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특사 방침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건만 민중생존권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고 민족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싸우다 억울하게 감방에 갇힌 양심수를 석방한다는 얘기는 한 마디도 들리지 않는다. 헌법에 보장된 정치사상과 집회시위의 자유, 노동3권,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한 민주주의자들을 옥에 가두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반대하고, TPP를 저지하고, 노점 철거를 막기 위해 저항하던 이들을 잡아가고 있다. 양심수를 석방하지 않는 한 박근혜는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
노동자들의 피땀과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기업집단을 총수 일가가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며 온갖 전횡을 일삼는 재벌의 추악한 행태는 최근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에서 다시 한 번 똑똑히 확인되었다. 탐욕스런 재벌과 경제민주화를 헌신짝처럼 버린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박근혜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에 역행하는 부정부패 정치인과 비리탐욕 재벌총수 특별사면을 중단하라. 그리고 민중생존 민주주의 민족통일을 위해 싸우다 옥고를 치르고 있는 양심수를 지금 당장 석방하라.
2015년 8월 11일
비리 재벌 사면 규탄! 양심수 석방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